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567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563)
“우리도 엘데인으로 가는 길이거든. 귀환하는 중이지.”
거친 숨을 가다듬고 나서 나온 말이었다.
베즐이 팀 리더로서 쫓아온 이들 앞에 서서 묻는다.
“그러고 보니…… 아직 그쪽 사정은 전혀 듣지 못했는데? 어쩌다 거기서 그러고 있었는지, 왜 지금 우리를 따라오는지 정도는…… 아무래도 들어 둬야 할 것 같거든?”
쫓아온 헌터가 쓴웃음을 짓고 동료들을 둘러봤다.
살짝 숨이 가쁜 듯이 보이는 그 동료들이 귀찮다는 듯, 괜찮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베즐이 그 광경을 보고는 대답이 나오기 전에 한마디 더 묻는다.
“그쪽, 원래 유지되던 파티가 아닌가?”
“음? 어, 아냐. 엘데인 길드에서 순찰 임무를 부여받고 모인 임시 파티야. 그쪽도 그렇지 않나? 뭐, 아무튼……대강 알아차렸겠지만 그레이우드에서 데람 마을까지 둘러보고 엘데인으로 귀환하는 것이 우리가 받은 순찰 경로였어. 더럽게 꼬여서 데람 마을까지 도달하는 동안 계속 별별 미친개부터 만나기 시작해서…… 서넛은 죽었고, 살아남아서 겨우 데람 마을에 도착했지. 뭐…… 도착할 때도 쫓기다가 겨우 목책 안에 들어가서 그 사제의 도움으로 목숨 부지하고…… 데람 마을 사람들이랑 같이 한 이틀 싸워서 간신히 매드독이랑 랩티드 무리를 물리친 다음이었어, 자네들이 도착한 거는…… 아, 근데 옛날 데람 아저씨네가 있을 때랑 분위기가 달라진 줄 몰랐지. 어쨌든, 남은 우리끼리 귀환을 할 수 없을 것 같아서 곤란해하던 중이기도 했어. 그 사제는 우리한테 당연히 거기 남아 목책을 보수하고 마을을 지키는 일을 해야 한다고 떠드는 중이었고…… 이제는 사제가 목책을 성스러운 힘으로 물들인다니까, 눈치 보면서 남아 있고 싶지 않아서 바로 쫓아온 거야. 아, 내 이름은 졸탄. 뽑기 해서 걸린 바람에 지금 이 파티의 리더인 척하고 있어.”
후욱, 하고 숨을 몰아 내쉬면서 졸탄이 ‘뭐 빠진 이야기 없지?’라는 표정으로 말을 맺었다.
베즐이 ‘빠진 것 있지.’라는 듯 바로 묻는다.
“눈치 봤다는 거는 뭔 얘기야?”
“응? 아, 그건…… 원래 그 마을은 데람 아저씨네라고, 헌터 팀이 세운 마을이거든. 지금은 그 팀 멤버가 다 사라졌고 말이지. 근데 그 아저씨네가 있을 때랑 너무 티 나게 달라졌거든. 이상하게 몬스터 헌터를 싫어하는 낌새더라고. 게다가 사제한테는 엄청 상냥하고…… 헌터니까 앞장서서 싸우라고 대놓고 등 떠밀기까지 하고 말이야. 그렇게 이상한 분위기라 괜히 주눅 들고 눈치 보게 되더라니까. 그래서…… 가능한 한 빨리 엘데인으로 돌아가고 싶어서 우리끼리 좀 위험하더라도 나올까 말까 하던 중이었어. 오래 있어 봐야 막 부려먹으려 들거나 몬스터 앞에 냅다 던질 것 같아서 말이지. 음, 그런데 마침 자네들이 있어서 말이지…… 뭐, 그렇게 된 거야. 조금 신세 지고 싶은데, 어때? 저쪽에 끼겠다는 거는 아니고, 얌전히 뒤따라가든가 아니면 우리가 앞장서도 괜찮으니까…… 몬스터 무리랑 만나면 확실하게 한몫할 테니까. 엘데인까지 동행하도록 해 주겠어?”
졸탄은 이야기를 하면서 가능한 우호적인 표정을 열심히 지어 보였고, 켈타 마을 사람들을 흘깃거리면서 ‘우리도 저만큼 불쌍해!’라고 호소하는 듯했다.
하지만 베즐은 바로 답하지 않고 쓰윽 옆을 둘러보기부터 했다.
가까이 와서 함께 졸탄의 이야기를 듣던 칼잡이 카엘과 테란이 베즐에게 고개를 끄덕였고 가볍게 턱짓을 해 보였다. 베즐은 그 의미를 안다는 듯이 신중하고 무거운 목소리로 졸탄과 그 일행을 향해 말한다.
“좋아, 앞장서기까지 하겠다면 우리도 굳이 거절할 이유는 없어. 하지만…… 알지?”
구체적인 언급 없이 말끝에 붙인 한마디에는 미묘하게 위협적인 기척이 섞여 있었다. 베즐의 표정 또한 노골적이지는 않지만 분명히 뭔가 위협하는 듯한 낌새가 역력했다.
하지만 졸탄은 바로 환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여 대답할 뿐이니…….
“알지! 혹시 우리 쪽에서 괴상한 짓 하는 놈 나오면, 바로 뒤통수에 칼침 놔도 괜찮아! 응, 그 정도는 당연하잖아!”
넉살 좋은 대꾸에 졸탄과 함께 온 헌터들은 어이없어하며 ‘저 새끼가!’ 하며 불편해하는 눈길을 보냈다. 하지만 베즐이 그들을 주욱 둘러보는 눈길을 보낼 때는 모두 별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한 명도 반대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밝히고 있었다. 아무래도 굳이 칼침 놓으란 말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졸탄에게 짜증을 내는 정도일 뿐이지, 이 상황을 분명히 납득하고 받아들일 각오는 끝난 듯한 모습이었다.
베즐이 바로 손짓하며 졸탄과 그 일행에게 말한다.
“그럼, 앞장서라고.”
“응, 그러지!”
졸탄이 동료들에게 손짓했고 조금 숨을 돌려 여유가 생겼는지 모두 성큼성큼 켈타 마을 사람들의 앞쪽으로 움직였다.
베즐은 그 움직임을 보면서 말한다.
“칼카, 우리 맨 앞은 네가 서고…… 활카는 뒤로 보내. 테란, 중간은 네가 맡아서 슬리피랑 보조를 맞추고…… 내가 대열 오른쪽을 맡을 테니까 너네는 왼쪽으로 경계를 잡아. 마켈, 너네한테는 계속 맨 뒤를 맡겨야겠는데…… 뭐든 수틀리면 사정 보지 말라고.”
마켈이 자신을 딱 지목하는 베즐을 보며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이 중얼거린다.
“숫자 늘어난 것은 좋지만…… 쟤네, 아무래도…….”
“알아. 하급 헌터겠지. 전부 따로 놀아서 파티라고 하기도 어려운 꼴이고 말이야. 그러니까…… 앞장서라고 할 수밖에 없잖아? 뒤에서 뭐 튀어나왔다고 앞으로 냅다 내달리면 곤란하다고. 그냥 앞에 세워 뒀다 일 터지면 뒤로 빠지게 하는 게 낫잖아.”
베즐이 딱 자르듯이 말했다.
마켈은 입을 다물었고, 라펜이 ‘헤에?’ 하며 나름대로 놀랐다는 듯이 베즐을 다시 봤다는 표정으로 말한다.
“리더는 리더구먼. 생각이 그리 많을 줄이야! 흐흠…….”
“닥쳐라, 좀!”
놀리는 말투에 베즐은 짜증 내는 소리를 했지만 더 툭탁대는 대신에 앞쪽으로 움직여 갔다. 곧 졸탄 일행 때문에 멈췄던 움직임이 재개되었다.
라펜이 느릿하니 그 움직임에 동조하면서 마켈에게 묻는다.
“설마 엘데인에서 저렇게 하급 헌터만 묶어서 순찰 보내지는 않았겠지?”
마켈은 무거운 표정으로 대답하니…….
“죽었다는 서넛이 원래 저 녀석들을 이끌기로 되어 있던 중급 헌터들이었겠지. 랩티드 몇 마리랑 만나도 다 죽게 생겼잖아.”
가만히 듣고 있던 투란은 뭐라 한마디 할 수밖에 없었다.
“에, 하급 헌터라고 해도…… 실력 있을 수는 있잖아요?”
슬쩍 자기도 아직 하급 언저리라고, 좀 잘 봐 달라고 청하는 듯한 말투로!
마켈과 라펜은 잠깐 발을 멈추고 투란을 봤고, 코웃음을 흘리는 채로 입을 다물고 죽죽 걸어나갔다.
드라고니아가 재미있다는 듯, 중얼거린다.
―흠, 네 말을 전혀 신뢰할 수 없다고 하는 모습이잖나?
‘음, 왜지?’
갸웃하면서 투란은 조용히 뒤따라 걸었다.
졸탄이 선두에서 잡은 길은 꽤 평탄하면서도 안전했다.
덕분에 하이랜드의 끝자락에 놓여 있다는 엘데인까지, 강물이 저절로 그 성채 아래를 맴돌며 해자(垓字)를 채운다는 성채가 보일 때까지 일행은 별 어려움 없이 도착했다. 그러니 엘데인의 성채를 바라보며 느긋하게 여정을 마무리만 하면 되었어야 했는데…….
“야, 이 새끼야! 저거 뭐야!”
엘데인을 손가락질하면서 한 손으로 졸탄의 멱살을 잡아 흔드는 채로 베즐이 으르렁거리며 ‘여기 엘데인이야? 맞아?’라고 따져 묻는 상황이 펼쳐져 있었다.
하지만 그런 베즐에게 졸탄은, 졸탄과 데람 마을에서 합류한 헌터 일행은 제대로 대꾸도 못 하고 있었다. 우선 졸탄은 베즐이 쥐고 흔드는 멱살에 박자를 맞추듯이 머리를 대롱대롱 흔들거리면서 거의 헛소리처럼 웅얼거릴 뿐이었다.
“그……러게? 저게 뭐래?”
베즐 팀 멤버들은 ‘음, 그래 그러니까 저게 뭔 일이야?’라고 졸탄의 헛소리에 보태 보자는 듯이 입을 달싹였다. 그 광경을 함께 바라보는 켈타 마을 사람들은 아예 얼어붙은 것처럼 굳어서 뭐라 말도 못 하는 모습이었다.
투란은 마켈과 라펜 또한 굳은 모습인 것을 봤고, 슬리피가 빠르게 베즐 곁으로 다가서면서 나직하게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나름대로 슬리피는 목소리를 낮추려 했지만 긴장한 데다가 투란이 작정하고 청각을 오러로 강화했으니, 못 들을 수가 없는 그 말은…….
“베즐, 돌아가자. 알드바인으로! 아직 돌아갈 수 있어!”
눈에 보이는 엘데인 성채보다 며칠을 몬스터의 무리와 만날지 모를 긴장 속에 되돌아가야 하는 알드바인이 훨씬 안전하다고 외치는 듯했다.
하지만 베즐은 여전히 졸탄의 머리를 까닥거리게 멱살을 흔들면서 묻고 있으니…….
“너네 대체 언제 엘데인에서 나왔다는 거야! 설마 저 꼴 보여 주자고 수작 부린 거였냐? 우리한테 왜 그랬는데!”
“아니…… 아니라고! 우리가 떠났는지는…… 아직 열흘도 안 된 채라고! 우리 떠날 때는 이 근처는 엄청 조용했단 말이야! 야, 너네도 뭐라 말 좀 해 봐!”
어지러운 표정으로 대답을 하던 졸탄은 결국 엘데인에서 함께해 온 동료들에게 외쳐 볼 수밖에 없었다.
“저거 하피?”
“산골짜기도 아닌데 웬 하피?”
“하피가 뭘 타고 있잖아?”
“어디서 듣던 것 같기는 한데, 뭐지?”
졸탄의 동료들, 임시로 맺은 파티 중 누구도 졸탄의 상태에 대해서 관심 두지 않고 엘데인까지 보이는 광경 속에 날뛰는 몬스터 무리에 대한 말만 하고 있었다. 전혀 납득이 가지 않는 상황이라는 듯!
칼잡이 카엘이 심각하게 거기 보태듯이 말하니…….
“머드 퍼피티어. 하이랜드 남쪽 습지 깊은 곳에서 서식하는 몬스터잖아. 몸에서 짜낸 저 진흙으로 다른 몬스터나 짐승을 조작하는 게 가능하지. 하지만 하피를 저렇게 주렁주렁 몸에 달고 조작할 수 있을 줄은 몰랐는데…… 베즐, 손 풀어. 졸탄이 알 리가 없는 상황이라고. 다들 몰랐던 모양이라니까.”
“제엔자앙! 왜 몰라, 모르긴! 엘데인이 몬스터 군단에 습격당하고 있는 거잖아! 이게 대체 뭔 일이냐고!”
베즐이 참을 수 없다는 듯이 괴성을 질렀다.
덕분에 보고도 이 상황이 뭔가 눈만 껌벅거리던 일행은 확실하게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엘데인, 춤추는 산맥의 안쪽에 자리 잡은 경계도시가 몬스터 떼에게 제대로 습격당해서 전투 중이라고!
―뭐 하냐?
‘활 조립.’
―좋냐?
‘뭐? 좋냐니? 뭐가?’
―콧노래 새는 중이라고!
‘헐? 내가?’
―그래! 투란, 너…….
드라고니아는 투란이 엘데인 성채, 공중을 퍼덕이며 날아다니는 하피 떼와 강물을 타고 꾸물거리는 머드 퍼피티어라는 몬스터 무리를 주욱 둘러보면서 배낭을 내려놓고 활을 꺼내 조립하는 광경에 대해 이해할 수가 없다는 기분을 그대로 드러냈다.
투란은 그런 드라고니아의 기분을 느끼면서도, 그 기분을 납득하면서도 자신이 지금 하는 짓을 늦추거나 멈추지는 않았다.
확실히 조금 자신의 상태가 이상한 느낌이기는 하지만, 투란은 망설이거나 깊이 생각하는 대신에 손을 움직였다. 이 모습은 금방 가까이 있던 라펜과 마켈의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투란……?”
“……지금 뭘?”
둘의 입에서도 드라고니아처럼 의아하고 어처구니없어하는 듯한 소리가 새어 나왔다.
투란은 그 물음에 답하는 대신, 배낭 옆의 화살 주머니를 더듬었다.
켈타 마을에서 소모한 화살은 그리핀의 독 때문에 다시 주울 수가 없었기 때문에 주머니에는 테란이 대신 여분으로 넘겨준 화살 한 뭉치를 담아 뒀다. 그중에서 하울링 애로우를 골라 시위에 걸고 투란은 덤불 더미를 골랐다.
엘데인을 내려다보는 언덕 위에 자리 잡았기에 아래쪽에 흐르는 강과 그 강가의 무성한 덤불, 수풀 뭉치 중에서 바람결과 상관없이 가장 요란하게 살랑거리는 것을 향해…… 대강 5, 60미터의 거리 너머로 투란은 하울링 애로우를 쐈다.
키이이이잉!
화살이 일으키는 소음은 가히 굉음이라 할 만했고, 단숨에 일행 모두의 눈길이 돌아서게 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덤불 속에서 몬스터가 튀어나오게도 했다.
쾌에에에, 꺄아아아!
머드 퍼피티어가 괴기스러운 소리를, 그 등짝에 달라붙은 하피 몇 마리가 날카로운 소음을 질러 댔다. 자신들을 노리는 화살, 하울링 애로우를 위협하듯이…….
그렇게 튀어나온 머드 퍼피티어가 단숨에 10여 미터를 움직이면서 일행 쪽으로 내달렸고, 등짝의 하피 떼가 날아올랐다.
투란은 새로운 화살을 시위에 걸면서 곁에서 황당해하는 마켈과 라펜에게 말한다.
“도망칠 만한 거리가 아니잖아요?”
그사이에 다시 머드 퍼피티어가 움직였고, 어느새 30미터 앞에 도달해 있었다. 날아오른 하피 몇 마리는 허공에서 한 바퀴 돌다가 강습(强襲)하려는 모습인데, 머드 퍼피티어보다 더 빨리 일행에게 발톱을 꽂을 것이 분명해 보였다.
투란의 화살이 하피를 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