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568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564)
팍!
마켈이 방패를 내밀며 투란 앞으로 뛰쳐나가 자리를 잡았다. 땅에 거의 꽂은 듯한 방패를 어깨로 버티면서 자세 또한 낮춘 모습이 머드 퍼피티어의 거체(巨體)와 격돌하는 것까지 확실히 각오한 듯했다. 라펜은 그런 마켈의 한구석으로 붙어서 여차하면 방패를 버티는 데 힘을 더할 자리를 잡으면서도 손목에 은색 사슬을 감고 있었다.
머드 퍼피티어는 벌써 10여 미터 앞까지 다가온 채였다.
하피 몇 마리는 이미 발톱을 펼쳐 하강하며 사람 머리통을 낚아채려 드는 중이었다. 그중에서 마켈의 머리를 노린 한 마리가 있는데…….
퍼억!
투란이 쏜 화살이 그 가슴 복판을 둔하게 꿰며 밀어 버렸다.
뒤이어 빛의 화살이 하피의 머리를 꿰었다.
투란은 흘깃 베즐 팀을 둘러봤고, 활잡이 카엘이 켈타 마을 사람들 앞에 선 채로 날아드는 하피 무리를 향해 거침없이 빛의 화살을 쏘아 내는 광경을 확인했다. 칼잡이 카엘을 비롯해서 테란과 팀 멤버들은 이미 마켈처럼 앞에 방벽처럼 자리 잡고 있었다. 슬리피 또한 활잡이 카엘 곁에서 자신의 슬링을 재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 너머의 졸탄 일행은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머리 위로 날아드는 하피에 갑자기 빛의 화살이 꽂히는 광경에 당황했고, 머드 퍼피티어가 무겁고 큰 몸으로 땅을 짓누르듯이 전진해 오는 상황에 어디론가 피할 곳을 찾기부터 하는 모습…… 졸탄 일행 중에서 싸울 준비를 하는 자는 졸탄을 포함한 두엇 정도에 불과했다.
투란은 화살을 하나 더 시위에 걸면서 다시 하피와 머드 퍼피티어의 형상을 관찰하고, 상황을 살폈다.
‘좋아, 처맞고 바로 회복하지는 않네.’
먼저 화살 맞은 하피가 발끈하면서 다시 날아오르는 일이 없는 것을 확인했다.
역병의 수해에서는 짐승조차 심장, 머리를 꿰뚫고 부숴 놔도 조금 있다가 엉기적거리면서 다시 일어나 이빨과 발톱을 드러내는 경우가 있었다. 하루 정도 지난 다음에 도로 발발거리고 일어나는 것은 봐줄 만했는데, 때려눕히고 으깨 놓고 나서 잠깐 숨 돌리고 있는 틈에 그러는 녀석은 정말 성질 돋웠다.
그에 반해 이 하피 무리는 머리를 맞거나 가슴의 심장을 꿰이면 그냥 죽어 줬다.
투란에게는 매우 다행스럽고 기분 좋은 상황이었다.
피잉!
화살을 한번 더 쏘고 나서 투란은 마켈과 라펜이 방패를 들이대면서 머드 퍼피티어와 격돌하려는 광경을 봤다. 쏘아 낸 화살에 맞은 하피는 머드 퍼피티어의 몸통 위를 굴러서 저쪽으로 떨어지는 듯한데…….
머드 퍼피티어의 어깨와 가슴, 머리가 울퉁불퉁하고 각진 모양을 잡고 근육질로 뭉친 듯한 형상이었는데, 엎드린 채로 몸을 땅에 깐 채로 뱀처럼 몸을 굽혔다 폈다 하면서 움직이는 듯이 보였다. 팔이라고 해야 할 모양에 붙어 있지만 앞발처럼 쿵쾅거리며 땅을 딛는 두 손으로 내달으며 어깨 아래의 몸을 뱀처럼 움직이는 셈이었다. 그런 와중에 네모진 덩어리에 걸쭉하니 들러붙은 긴 털은 머리카락이 목을 넘어 감긴 것처럼 보였다. 몸통의 굵기가 사람 서넛은 나란히 놓고 깔아뭉갤 정도로 느껴졌고 몸길이는 사람 네다섯이 머리와 발을 맞대고 길게 누운 정도로 보였다. 그렇게 생겨 먹은 갈색의 끈적이고 걸쭉해 보이는 가죽에 검고 짙은 기름 덩어리가 맺혀 느릿하게 흐르는 듯했고…….
하피 무리의 몸에도 그 기름 덩어리가 옮겨 묻은 듯했다.
하지만 머드 퍼피티어의 몸이 쪼개져서 터져 나온 피는 붉었다.
터엉, 썩둑! 쩌어억!
‘어라?’
투란은 방패와 격돌한 머드 퍼피티어의 몸통이 옆에서 내리꽂힌 빛의 칼날, 사나운 톱니가 잔뜩 드러난 강철 칼날에 썰리는 광경에 움찔했다.
마켈과 라펜이 방패를 들이대고 머드 퍼피티어의 머리통에 격하는 순간, 베즐과 테란이 옆에서 그 몸통을 썰어 버린 것이다. 완전히 동강 나도록!
‘저게 저리 길었어?’
그 간격은 투란에게 바로 납득이 되지 않았다.
베즐의 검, 빛의 칼날 길이와 테란의 부쳐스 엣지, 그 네모진 톱니 칼이 저 굵은 몸통을 가를 수는 있겠지만…… 한 번씩 내리쳐서 동강 낼 정도로 길지는 않았잖던가?
―둘 다 길이 조절이 가능했군. 부쳐스 엣지는 이전에 봤던 것보다 더 길어졌고, 솔리드 포톤 블레이드는 길어지는 대신이 칼날의 폭이 좁아졌다. 룬디아크 공방에서도 제법 비싸게 취급하는 걸로 산 모양이야. 또 어떤 기능이 감춰져 있나 궁금하군.
‘아, 저 팔…… 저거 팔이지?’
투란은 드라고니아의 상황 관측보다, 동강 난 머드 퍼피티어의 등에서 높이 치솟으며 마지막 발악인 것처럼 휘저어지는 기다란 것에 주의를 기울였다. 거의 3, 4미터는 될 듯한 길이인데 중간이 접히는 광경이 팔꿈치처럼 보였고 그 끝에는 손가락이 셋뿐인 손이 달린 모양이었다. 땅을 짚던 두 팔은 아무래도 진짜 앞다리였는가 새삼 의아하게 하니…….
싸아— 싹둑!
베즐은 투란처럼 팔이냐 뭐냐로 고민하지 않고 휘저어지는 두 가닥을 그냥 잘라 버렸다. 그리고 냅다 뛰며 외친다.
“올 때까지 기다리지 마! 하피가 내려앉게 하지 마! 여기 닿기 전에 처치한다!”
투란은 그 말의 의미를 금방 알아차렸다.
이제 겨우 머드 퍼피티어를 한 마리 잡았을 뿐이었다.
덤불 속에 숨어 있던 놈을 자극해서 끌어들여 겨우 한 마리 잡은 것이고, 아직 몇 마리가 더 기어 나오고 있었다. 하울링 애로우에 자극받았지만 주춤거리면서 이쪽의 상태를 살피며 하피 몇 마리씩 등에 얹은 머드 퍼피티어가 이쪽을 노리며 내달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헌터뿐이 아니라 켈타 마을 사람들까지 엉겨 있는 자리로 머드 퍼피티어나 하피가 뛰어든다면…… 그 상황을 막기 위해 베즐은 돌격해 나가기로 판단했고, 그 순간에 바로 움직인 것이다.
베즐 팀 멤버는 그런 리더의 뒤를 따라 바로 돌격해 오려는 몬스터 무리를 향해 돌격해 나갔고, 마켈이 방패를 고쳐잡으면서 검을 펼치며 그 뒤를 쫓듯이 뛰어나갔다. 라펜은 그 광경을 보며 성질났다는 듯이 큰 소리로 중얼거린다.
“저 미친 새끼! 몸 사리는 소리는 있는 대로 퍼질러 대면서 몸 사리는 꼴은 왜 보여 주질 않냐고! 썩을! 난 단검이랑 투척 전문이라고! 저런 거 상대할 장검은 없는데!”
말과 함께 라펜의 눈길이 투란에게 닿았기에 투란은 어쩔 수 없이 어깨를 살짝 기울이며 말해야 했다.
“칼자루 검은 걸로, 빌려 주는 거예요!”
“설마 떼어먹겠냐!”
라펜의 손은 투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투란의 등에 매어진 검을 뽑아내고 있었다. 대꾸하는 말과 함께 혀를 날름하면서 여차하면 검을 떼먹겠다는 듯이 짓궂은 표정도 지어 보인 다음, 라펜은 마켈의 뒤를 쫓아 한 손에는 단검을 한 손에는 투란이 빌려 준 장검을 들고 뛰어나갔다.
그 뒤통수를 보며 입술을 삐죽였지만, 투란은 내려놓았던 배낭을 들고 활을 쥔 채로 움직여야 했다. 그래서 곧 활잡이 카엘과 슬리피가 선 곁으로 자리를 옮겨서 외치는 투란이었다.
“가까이 들러붙는 놈 아니면 내 화살에 맞지 않을 것 같은데요!”
슬리피가 ‘그래 보여.’라고 중얼거릴 때, 활잡이 카엘이 으르렁거린다.
“대충 마구 쏴! 내가 맞힐 테니까. 화살 떨어지면 칼 들고 우리 앞에 서고!”
투란은 그 말대로 했다.
하피는 그리 빨리 날지는 않았지만, 꽤 민감해서인지 공중에서 방향을 자주 바꿨고 움직임이 제멋대로였다. 그걸 맞히려면 화살이 빨라야 하면서도 가능한 가까이 있어야 했다. 피할 여유를 주지 않아야 하니까.
하지만 투란이 하피를 견제하는 화살을 날리면, 활잡이 카엘은 하피의 머리와 가슴을 확실하게 꿰뚫는 빛의 화살을 쏘아 냈다. 독부리 그리핀 때에도 보여 줬던 저격 솜씨가 제대로 발휘되는 것이다. 슬리피는 그런 화살의 틈새로 움직임이 꼬이거나 둔해진 하피를 노리고 슬링샷을 날렸고, 주로 날개와 몸통을 두들겨 살을 찢는 타격을 입혔다.
그리고 어느 순간, 투란은 가까운 곳에서 쇠뇌와 활이 장전되고 쏘아지는 광경을 느낄 수 있었다. 흘깃 보니, 허둥지둥거리던 졸탄 일행이었다. 조금 늦기는 했지만 이 상황에서 할 일을 찾은 듯했다.
저쪽으로 뛰어내려 가 단숨에 몬스터를 썰고 있는 팀에 합류하는 것은 아무래도 무모하고 무리인 듯하니 맞히지 못해도 쏘기만 하면 되는 이쪽에 협력하려는 듯한 모습이었다.
“야! 우리한테 떨어지게 쏘지 말라고!”
그런데 저 아래에서 고래고래 베즐 팀의 누군가가 버럭 소리를 지르잖나.
슬리피가 바로 졸탄 일행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졸탄 일행이 들고 있는 쇠뇌, 활을 손으로 건드려 가면서 사납게 으르렁거렸다.
“아래로 겨냥하지 마! 떨어질 곳을 봐! 굳이 맞히지 않아도 된다고! 몬스터보다 사람 먼저 잡을 작정이냐?”
슬리피는 말 몇 마디 해서 안 되면 바로 손에 쥔 슬링 스톤으로 팰 낌새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기도 했다.
졸탄이 가장 먼저 그 낌새를 깨달은 듯…….
“눈 크게 뜨고 상황 좀 봐라! 이 팀이 다치면 우리가 죽어!”
버럭 소리를 지르니 그 일행은 ‘어?’ 하다가 ‘아!’ 하고 슬리피를 향해 잠깐 쏘아 내던 불만스러운 눈길을 바로 접었다.
졸탄 일행이나 켈타 마을 사람들 사이로 머드 퍼피티어 한 마리만 뛰어들면, 대부분 죽거나 중상을 입을 상황이었다. 그러니까 이를 막아 주는 베즐 팀을 다치게 하면, 우선은 몬스터가 이리로 올라올 수 있고 몬스터가 해결되면…… 베즐 팀이 성질부릴 일이 기다리고 있다!
몬스터 헌터가 몬스터랑 싸우는데 누가 뒤통수든 등짝이든 뭘로 맞히면, 몬스터를 끝장내기 전에 그놈부터 쫓아가 박살 내는 것…… 몬스터 헌터라면 누구나 공감할 일이었다.
비록 이쪽의 안전을 위해 싸우는 베즐 팀이야 당장 쳐 올라오지는 않겠지만…… 어쨌든 졸탄이 지적한 바가 어떤 경우이든 딱 맞는 것이다.
결국 이모저모로 깨닫고 느낀 졸탄 일행이 슬리피의 지휘에 따르기 시작했고, 그사이에 화살을 다 날린 투란은 붉은 칼자루의 검을 빼 들고 활잡이 카엘의 앞으로 대여섯 걸음 나아가 앉았다.
‘금방 끝나겠는데?’
가만히 베즐 팀의 전투를, 가까이서 나는 하피 무리의 수를 헤아리면서 투란은 생각했다.
―이쪽에 관심 있는 가까이 있는 녀석들만 처리한다면 그렇겠지. 그나저나…… 정말 잘하는군. 강력한 도구를 지녔다고 해도 제대로 쓰는 것은 또 다른 일인데, 정말 능숙하게 잘 쓰고 있어. 팀으로서 움직임이 꽤 좋아. 그런데 마켈, 라펜 저 둘도 괜찮기는 하지만 베즐 팀 쪽에 비교하면 조금 쳐지는가 싶은데?
‘중급과 상급의 차이란 거야. 겨우 닿았네 어쩌네 해도 상급에 도달한 경우와 아닌 경우는 저만큼 차이가 나는 거지. 길드의 평가가 아주 냉정하고 정확하다는 증명이라고나 할까?’
―투란, 저쪽 높이 나는 하피…… 아무래도 목소리를 쓸 것 같다만?
‘응? 쳇, 귀찮은 짓을!’
드라고니아와 함께 헌터들의 전투 기량을 감상하며 평하던 투란은 소리 없이 투덜거리면서 자세를 잡았다.
고개를 들고 주변을 둘러보는 시늉을 하다가 드라고니아가 알려 준 방향을 보고, 느릿하니 검을 휘두르면서 투란은 오러의 힘을 퍼뜨렸다.
높이, 멀리 보이던 하피가 활강(滑降)하며 빛의 화살을 쏘아 내는 카엘을 겨냥하고 입을 벌리는 광경이 작게 보이다가 서서히 커졌다. 바람에 하피의 머리카락이 완전히 뒤로 젖혀 흩날렸고, 갸름한 얼굴에서는 오므린 입술이, 활짝 펼친 두 날개 사이의 몸통에는 봉긋한 가슴이 보다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투란은 거리를 가늠하며 다시 검을 좌우로 느릿하니 움직이면서 오러의 힘을 좀 더 짙게 쌓아 올렸다. 그러던 한순간…….
―소릿살이다! 조심해!
‘어? 이런 젠……!’
투란의 손이 반사적으로, 가히 바람을 가르는 번개처럼 검을 움직였다.
허공이 출렁거리는 듯했고, 크고 예리한 그릇 깨지는 소리가 움직이는 검의 궤적을 멈추게 하며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째애앵!
투란은 다시 손에 힘을 줘서 검을 휘두르며 반쯤 몸을 돌려 활잡이 카엘을 보며 외치려 했다. 공중에서 울린 소리 탓에 목소리는 전해지지 않았지만, 활잡이 카엘은 투란의 입 모양을 제대로 읽은 듯했고…… 이미 이 상황이 뭔가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빛의 화살이 보다 날카롭게 허공을 관통했고, 다시 높이 치솟아 멀어지려는 하피의 목줄을 꿰뚫었다.
소리가 잦아들고, 다시 제대로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는데…….
“뭐, 뭐야! 저거?”
“쟤 뭐야!”
“오, 오러 윌더?”
“검으로 뭘 쳐 냈나?”
“쳐 낼 게 있었어?”
투란이 무슨 짓을 했나를 놓고 졸탄 일행과 켈타 마을 사람들이 놀라서 하는 말이 먼저 귓가에 닿고 있었다.
그리고 활잡이 카엘의 우렁찬 외침이, 오러의 힘에 의해 쩌렁쩌렁 울리며 저쪽으로 터져 나간다.
“보이스 슈터다! 하피를 조심해! 퍼피티어의 제어에서 벗어난 하피를 주의해!”
이 소리에 드라고니아가 감탄했다.
―호오? 그걸 간파했나?
‘눈 좋잖아.’
투란은 숨을 고르면서, 느닷없이 오러의 검격을 사용해서 찌릿찌릿한 몸을 낮추며 힘을 모으는 자세를 취했다.
이 자리의 전투는 서서히 끝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