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570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566)
Chapter 114. 엘데인 수성(守成)
‘우왓! 대단해! 베즐, 정말 대단해!’
투란은 베즐의 움직임을 보고 감탄했다.
베즐은 분명히 ‘헌터스 배너’, 솔리드 포톤 블레이드와 그 안에 숨겨진 솔리드 포톤 베일…… 그리고 부드러운 움직임을 보조해 주는 가죽끈이 곳곳에 조여진 가벼운 갑옷, 격돌의 순간을 위한 장갑이나 발끝, 뒤꿈치와 무릎, 팔꿈치 언저리에 덧댄 작은 철갑을 갖추고 있기는 했다. 이 모습은 솔리드 포톤 블레이드를 꺼내지 않고 가만히 서 있으면 배낭 어디다 두고 온 헌터가 멀뚱거린다고 여길 차림새였다.
덤으로 투덜거리는 베즐의 모습을 알고 있다면 한층 더 한가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빛의 칼날을 꺼내 들고 움직이는 순간, 투란은 사람이 아니라 빛의 이빨과 발톱을 드러내고 미쳐 날뛰는 짐승을 보는 기분이었다. 손발을 움직이는 비비나비 같은 몬스터가 아니라 이빨과 발톱이 모두 날카로운 칼날이라는…… 아직 투란이 제대로 그 실체를 접한 적이 없는 샤벨투쓰가 저럴까 싶은 광경을 베즐이 보여 주고 있었다. 베즐의 손에 휘둘리는 솔리드 포톤 블레이드는 아무리 봐도 샤벨투쓰의 이빨이랑 엇비슷하게 날카로워 보였고, 가늘고 길게, 두텁고 짧게 변화하면서 자유롭게 머드 퍼피티어를 썰고 동강 내고 있었다.
목이 잘려 나가고, 앞발이, 등에 돋아난 가는 가지인지 팔인지 애매한 것이 끊어지면서 머드 퍼피티어는 완전히 무력해졌고, 죽었다. 그 등에 붙어 있다가 날아오른 하피 무리는 테란과 함께 뛰고 있는 베즐 팀 멤버들이 쇠뇌를 열심히 쏘아 맞히거나 공중에서 피하느라 바쁘게 했고, 활잡이 카엘도 대열의 맨 끝에 있음에도 간간이 베즐 주변을 요격(邀擊)해서 돕고 있었다.
투란은 쇠뇌에 맞고 떨어졌지만 아직 파닥거리는 하피를 베거나 동강 난 주제에 아직 허우적거리면서 사나워 보이는 퍼피티어의 머리통을 확실히 쪼개며 베즐의 뒤를 따랐다.
칼잡이 카엘이 투란의 뒤쪽에서 일행에게 전진(前進)과 정지(停止)를 지시하며 속도를 맞췄는데…… 이 광경은 마치 베즐을 창끝으로 삼아 창이 된 일행이 진격해 나가는 듯했다.
―대단하군, 저렇게 구박할 수가 있는 거냐?
‘뭐?’
갑작스럽게 툭 던져진 드라고니아의 말은 투란을 의아하게 했다.
솔리드 포톤 베일, 그렇게 불리는 빛의 장막이 느슨하게 나타났다 사라졌다 하면서 베즐의 몸을 지키고 솔리드 포톤 블레이드가 달궈진 강철처럼 번뜩이며 몬스터를 절단(切斷) 내는 광경 어디에 구박이란 말이 어울리는가?
‘대체 뭔 소리야?’
다시 봐도 뭘 보고 하는 말인가 알 수 없어서 투란은 결국 주변의 상황에 주의를 기울이면서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가룬 말이다, 가룬. 마켈은 팔꿈치로 때리고 라펜은 아예 손으로 쥐어박는구먼. 활 쏘는 카엘은…… 거의 없는 취급인데?
‘응?’
투란은 문득 자신이 파악하는 영역이 일행의 선두 언저리란 것을 알아차렸다.
활잡이 카엘이 저 뒤에서 날려 주는 빛의 화살을 볼 때 말고는, 맨 뒤의 상황은 거의 알려 하지 않고 있었다. 당장 앞에서 베즐이 베어 넘긴, 아직 파닥대는 몬스터를 찌르고 썰어 완전히 무력화하는 것도 바빴으니까. 활잡이 카엘이 저 뒤에서 앞으로 화살을 날릴 정도면 나름대로 여유 있다고 여길 만도 하니까.
그런데 갑자기 드라고니아가 가룬을 들먹이고 있다니, 대체 왜?
―처음 몇 번은 그냥 방향을 가리키면서 쏘라 했다만……가룬이 쏜 화살이 하피한테 무시당하고 엉뚱한 곳에 꽂혀서 이쪽 일행에 관심 없는 놈들까지 자극하는 일이 두 번가량 있고 나서는 무자비하게 구박하고 있어.
‘헐?’
―자극받고 날아온 하피나 퍼피티어는 베즐 팀과 졸탄 파티가 적당히 요격하고 카엘이 쏴서 대강 해결 보기는 했는데, 그 뒤로는 라펜이랑 마켈이 찰싹 달라붙어서…… 거의 몬스터보다 가룬이 더 위험하다는 듯한 취급을 하고 있어. 졸탄 파티 역시 거기 간간이 끼는 중이고 말이지…… 이 상황에 저렇게 구박할 수 있다니, 대체 인간의 정신은 얼마나 여유로운 거지?
‘아니, 그건 여유가 아니라…….’
어이없어 대꾸하려다가 투란은 몸부터 먼저 움직여야 했다.
베즐이 한복판으로 쪼개려 했던 퍼피티어가 살짝 머리를 기울인 탓에 앞다리 한쪽 언저리가 잘려 나간 채로 돌격해 왔기 때문이었다.
베여 나간 반대쪽으로, 피가 펑펑 터져 나오는 반대 방향에서 짚어 오는 앞다리를 박차고 뛰어오르면서 투란은 퍼피티어의 등에서 솟아난 긴 가지 팔이 완전히 절단된 것을 확인하고 바로 퍼피티어의 목을 위로 긁듯이 후려쳤다.
가볍게 손아귀에서 진동하는 칼자루가 오러의 힘이 제대로 뒷받침된 것을 느끼게 해 주는 순간, 퍼피티어의 머리가 저편으로 튀어 나갔다. 그래도 퍼피티어의 하나 남은 앞발은 마저 허우적거리며 그 몸통을 앞으로 내던졌고 험악하게 굴렀다.
투란은 그 몸을 두어 걸음 달린 다음, 뛰어내리면서 베즐에게 소리쳐 본다.
“지쳤어요? 남긴 조각이 너무 팔팔하잖아요!”
베즐은 발톱을 내리찍어 오는 하피를 절단 내면서, 그 피가 빛의 장막을 덮었다가 튕겨 나가는 광경 속에서 대답한다.
“미끄러져서 빗나갔어! 안 봤냐? 어따 한눈팔고 있는데!”
투란은 날아든 힘 때문에 동강 나서 앞쪽으로 굴러오는 하피의 반 토막을 피하며 투덜거리는 소리를 질렀다.
“아깐 미끄러지지 않았잖아요! 지쳐서 그런 거면, 칼 카엘 팔팔하니까 바꾸든가! 괜히 크고 팔딱대는 놈 넘기지 말라고요! 어려워!”
“카엘은……!”
번쩍, 써억!
“게을러서 이런 거 싫어해!”
베즐이 대꾸와 함께 구르면서 머드 퍼피티어의 몸을 동강 냈다.
그런데 동강 난 머드 퍼피티어가 거뭇한 얼룩이 가득한 핏물을 질질 흘리면서 앞발 둘, 긴 가지 팔 둘을 허우적거리면서 아주 부지런히, 아주 성질나서 일그러진 낯짝을 들이대며 투란을 향해 돌진해 오잖는가!
이제까지 머리에서 뒤편으로 길게 동강 내던 것과 다르게, 그냥 허리를 잘라 버린 것처럼 전후로 갈라 버린 탓이었다.
마치 투란에게 대충 떠넘겨 버린 꼴로 보였다.
‘아니, 이 인간이!’
괜히 불끈한 기분에 투란은 머드 퍼피티어의 앞발을 올려쳐서 베며 뛰어올랐고, 자신을 향해 휘둘러지는 긴 가지 팔 한 짝을 절단하면서 몸을 저편으로 내던져 공중에서 굴러 땅을 짚고 서면서 소리 질렀다.
“카엘, 한 마리…… 반 마리 놓쳤어요!”
칼잡이 카엘의 성난 대답은 지체 없이 나온다.
“보내지 마!”
말과 함께 칼잡이 카엘은 긴 막대를 휘둘렀고, 솔리드 포톤이 거대한 몽둥이처럼 펼쳐지면서 베즐에게 허리가 반 토막 나고 투란에게 앞발, 가지 팔 하나를 썰린 머드 퍼피티어를 으스러뜨려 튕겨 버렸다.
굵고 넓은 빛의 몽둥이가 몬스터를 갈아 날려 버린 듯한 광경이었다.
투란에게는 어이없는 상황이었다.
‘카, 칼잡이라며! 저게 칼이야?’
여태 이리저리 아끼면서, 그저 칼자루가 긴 솔리드 포톤 블레이드처럼 보였던 것이 베즐의 것과는 전혀 다른 성향으로 그 형상을 드러낸 셈이었다.
―호오? 저건 드릴 소드인가?
‘뭐? 그 변태나 쓴다는 꼬챙이 칼?’
투란은 화들짝 놀랐다.
드릴 소드는 원뿔 몸통에 나선으로 칼날을 감아 놓은, 검이라기보다는 내찌르는 창을 소형화한 모양을 하고 있는 무기였다. 대상을 찔러 칼자루를 돌려 나선의 칼날로 베며 구멍을 뚫는, 다소 사용하기 까다로운 것이라 성격이 어지간히 특이하지 않으면 쓰지 않는다는 물건이었다.
옛날에 아주 특별한 껍질을 가진 몬스터인가 마수인가를 상대하기 위해서 고안되었다는데, 그런 특별한 경우를 빼면 대부분 쓰지 않는다는 해괴하고 희한한 검을 칼잡이 카엘은 솔리드 포톤 블레이드로 갖고 있다니…….
―특별 주문하지 않으면 아예 만들 생각도 안 했을 것 같기는 하군.
드라고니아는 투란의 기분과 다르게 재미있어하면서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투란은 오래된 헌터의 격언을 떠올렸다.
“성격 이상한 놈들이 진짜 이상한 물건 갖고 다니면서 멋지다고 휘둘러 대거든! 그 옆에 있다가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몰라! 그러니 뭔가 좀 이상한 거 꺼낸다 싶으면, 바로 멀찍이 떨어지는 것이 좋아! 즉, 이상한 거 가까이 가는 거 아니다, 이 소리가 그런 변태한테도 통한다, 이거야!”
엄지를 팍 치켜올리며 투란의 입이 나불거린다.
“카엘, 멋져요! 활약을 더 보고 싶어요! 그럼!”
슬슬 칼잡이 카엘과 멀어지면서 되는대로 뱉은 다음, 투란은 베즐의 꽁무니를 찾아 뛰었다. 그런 투란을 향해 칼잡이 카엘이 으르렁거린다.
“내가 심심해 보이냐! 바빠! 헛소리하지 말고, 놓아 보내지 말라고!”
그 소리를 듣는 둥 마는 둥 하면서 투란의 눈길이 다시 한번 주변을 휩쓸었다.
‘대강 돌파는 되는 것 같은데…… 언덕 넘어 상황은 어떻지? 이대로 계속 달려서 엘데인으로 들어갈 수 있겠어?’
―베즐이 노리는 곳은 도개교(跳開橋)가 아니야. 튼튼하고 넓은 석교(石橋)가 있다. 엘데인의 성벽 주변의 해자를 건너기 위해 설치된 도개교는 지금 전부 거둬진 상태이고, 베즐이 향한 쪽으로 길게 놓인 다리 아래로 해자와 강줄기가 합류하지. 거기는 폭이 넓어서 도개교를 놓기보다 성문을 더 튼튼하고 두텁게 해 놨어. 그쪽으로 갈 모양이다.
‘하피가 날고 있는데 성문 닫아건 것이 효과가 있나?’
―머드 퍼피티어가 하피에게 간섭하고 있으니까, 성벽 너머로 나는 경우보다 머드 퍼피티어 주변에서 함께 싸우는 경우가 더 많아. 보통 하피였다면 성벽을 무시하고 안쪽을 노리고 바로 사냥감을 찾았을 텐데…… 음? 이런! 투란, 베즐이 강줄기에 붙는 것을 막아라. 강물 속에…….
드라고니아의 말에 투란은 베즐 주변을 다시 둘러봤다.
소리 없이 귀 기울이는 사이에 베즐은 언덕을 넘었고, 투란도 그 뒤를 따른 상황이었다. 언덕 아래에는 강이 세찬 소리와 함께 흐르지만, 사방의 소란 때문에 그 물소리가 쉽게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단지 얼핏 봐도 이 강이 깊이 패어서 강가에서 미끄러지기만 해도 깊이 빠져 버릴 수 있는 듯했다.
베즐도 그 깊이, 강가에 가까워도 얕지 않다는 것을 아는 것처럼 강에 발 담글 생각이 전혀 없는 것처럼 서너 걸음 간격을 두고 강줄기를 따라 뛰려는 듯했다. 그 앞에 머드 퍼피티어 하나는 빛의 칼날을 피하려다가 강물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가 아예 멀리 떠내려가고 있었는데…….
“베즐! 게딱지!”
투란은 떠내려가는 머드 퍼피티어 주변에서 불쑥 솟아나는 집게발을 보며 얼른 외쳤다.
베즐이 바로 고개를 돌렸고, 험악한 표정으로 욕설을 하며 강물과 거리를 더 두려 했다. 하지만 그런 베즐을 이미 노리고 있었다는 듯, 강물 속에서 집게발을 따닥 하며 등껍질이 뒤틀린 모양을 한 거대한 게……사람 두엇이 나란히 어깨를 맞댄 듯이 서 있는 넓이의 몸으로 사람 눈높이에 맞는 눈알을 더듬이 끝에 매단 것처럼 길게 뽑아낸 모양을 한 게가 뛰쳐나와 덤벼들고 있었다.
투란이 아예 뒷걸음치며 강에서 스무 걸음 이상 거리를 두는데, 베즐이 휘두르는 빛의 칼날이 집게발을 끊어 놓았고 달그락거리는 커다란 게의 다리를 모조리 끊어 버렸다. 그러고 나서 베즐은 몬스터 게의 배 아래를 걷어차서 다시 강물 속으로 날려 보내며 외친다.
“투란, 저 껍질 벨 수 있어?”
투란은 낯을 찌푸렸다.
샤벨투쓰의 이빨을 꺼낸다면야, 두텁고 강철 같다는 몬스터 ‘뒤틀린 게’의 껍질을 썰어 낼 수 있기는 했다. 하지만 지금 샤벨투쓰의 이빨을 쓸 생각이 전혀 없는 데다가 베즐이 묻는 것은…….
“몰라요! 쇳덩이 같은 거 썰어 본 적 없어요!”
오러 마크를 이용해서 검을 휘두르는 투란이 제대로 된 오러 윌더의 강화 검처럼 ‘뒤틀린 게’의 갑각(甲殼)을 파괴할 수 있는가?
투란 스스로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드라고니아가 갑자기 흥미가 생긴 듯…….
―일단 해보지그래? 마침 한 마리 뛰쳐나오네.
이리 말하는 순간, 투란은 강가에서 툭툭 튀어나오는 몇 마리의 ‘뒤틀린 게’를 볼 수 있었다. 대부분 동족을 차넣은 베즐을 노리고 가는 듯했지만, 투란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상륙한 한 마리는 일단 투란부터 노리고 집게발을 따닥 하며 똑바로 달려온다!
‘강화 검!’
투란은 키린에게서 배운 것을 떠올렸다.
오러 사인을 새겨 넣은 오러 윌더라면 당연히 오러로 강화된 검의 기량을 발휘하겠지만, 오러 마크를 통해 겨우 오러의 힘에 닿은 경우에는 꽤 단련하고 훈련해야 겨우 될까 말까 한 것이 강화 검이라 했다.
몬스터 엠블럼에 의해 형성된 오러 또한 마찬가지이니까, 키린은 투란에게 무투술을 새겨 줬고 단련하라 했다.
과연 그 새겨 준 바가 지금 통할 것인가?
따로 칼 들고 열심히 단련한 적이 없는데, 과연 제대로 될 것인가!
키린이 말해 준 것처럼 숨결을 검에 흘려 넣는 기분으로 투란은 검에 오러를 흘려 내며 휘둘렀다.
싸아!
칼자루가 손아귀에 착 달라붙는 느낌이 이전에 적당히 오러를 흩뿌린 것과 전혀 다르게 투란에게 전해져 왔다.
‘뒤틀린 게’의 집게발과 몸통을 향해 투란의 검이 수평으로 휘둘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