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571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567)
콰콰— 콱!
거친 소리가 요란했다.
그래도 ‘뒤틀린 게’는 상하로 분리되었고, 위쪽이 따인 뚜껑처럼 옆으로 날려졌다.
“아, 베어지네?”
투란이 살짝 얼빠진 소리를 냈다.
그리고 곧바로 무릎이 저절로 접히는 것을 느끼며 투란은 흠칫 놀랐다.
갑작스럽게 다리 쪽에 힘이 풀린 채였다.
‘어라?’
무슨 일인가는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다.
등골 속에 심어 놓은 ‘악마의 심장’ 가닥이 몸을 점검했고, 그 결과가 금방 투란의 뇌리에 스며 왔으니까. 살짝 등골이 쭈뼛하는 순간에 투란은 몸 상태를 파악해 낸 셈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괜찮냐?”
칼잡이 카엘이 투란의 팔을 잡아 부축해 주며 묻고 있었다.
덕분에 기우뚱하면서 옆으로 한 걸음 딛던 투란은 보다 쉽게 설 수 있었고, 바로 중얼거림을 토해 내기도 했다.
“아, 그냥…… 팔은 멀쩡한데 갑자기 다리가 풀려서…… 왜 이러지?”
“오러 방출량이 커서 그래. 칼날의 위력은 확실히 강화했지만, 오러의 배분 균형이 깨진 거야. 우리는…… 알아서 요령껏 해야 하니까 조금만 어긋나면 그렇게 돼. 그러니까…… 차라리 안 쓰고 만다는 거지.”
칼잡이 카엘은 투란의 의아함에 차분히, 빠르게 대답해 주고 있었다. 그리고 진지하게 덧붙이기도 했다.
“그래도 넌 좀 괜찮아 보인다. 나나 베즐은 다리 힘이 아니라 온몸에 힘이 풀려서 그 자리에서 엎어졌거든. 너는…… 조금 더 요령을 잡으면 진짜 오러 윌더처럼 칼질할 수 있겠어. 하지만 오늘은 아닌 것 같으니까, 이제 그만 써.”
“어…… 예, 그럴게요.”
카엘의 팔에 기대서 일어서면서 투란은 숨을 고르는 채로 대꾸했다.
그사이에 강가로 붙은 테란이 배낭에서 꺼낸 작은 공처럼 생긴 뭔가를 강물 속으로 내던지고 있었는데, 곧바로 강물 속에서 폭음과 함께 물줄기가 굵직하니 솟구쳐 오르면서 따닥 하는 ‘뒤틀린 게’의 집게 소리가 심하게 울려 퍼졌다.
투란이 움찔해서 보니, 칼잡이 카엘이 말한다.
“저편으로 쫓아 보내는 거야.”
“어, 그러네요.”
몬스터 게가 싫어하는 폭음, 더불어 약간 시큼한 냄새도 섞인 것이 강물에 퍼지면서 쫓아 보내는 듯했다. 이래저래 강물 속에 있는 것을 저리로 쫓아 보낼 용도인 물건인 것 같은데…….
베즐 팀 멤버들이 테란 곁에서 마찬가지로 강물에 폭음과 물줄기를 일으키는 것을 던져 넣었고, 강가를 따라 움직이면서 저편 석교를 향해 가고 있었다.
칼잡이 카엘은 투란의 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그 손길에 살짝 오러의 파동이 실려 있어서 투란이 몸에 힘을 퍼뜨리는 데 도움을 주면서 말한다.
“가자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투란은 다리에 힘이 돌아온 것을 확인한 다음, 빠른 걸음으로 다시 베즐의 뒤를 쫓듯이 움직였다. 칼잡이 카엘도 다시 원래의 자리를 찾으려는 듯이 투란의 뒤를 쫓았다.
테란을 비롯한 베즐 팀 멤버들도 다시 켈타 마을 사람들과 졸탄 일행의 주변을 빙빙 돌며 배회하는 움직임으로 돌아왔다. 활잡이 카엘과 라펜, 마켈은 계속 가룬을 구박하는 자세로 지원하는 사격을 되풀이했다.
그렇게 해서 일행은 석교에 다다랐다.
‘헌터스 배너가 뜨거웠어, 이거 그거지?’
―그래, 헌터스 배너가 다룰 수 있는 용량의 한계를 살짝 넘을 뻔했지. 다른 자였다면 헌터스 배너가 손상될 수도 있는 일이었다만, 네 경우에는 그냥 지워지고 몬스터 엠블럼을 통해 그 이상의 오러가 위력을 드러냈겠지.
‘음…… 왜지? 딱 헌터스 배너를 통해 쓸 수 있을 만큼만 힘을 발휘했다고 생각했는데…….’
―저 칼잡이가 말한 것처럼, 힘의 총량이 아니라 힘의 분배에 문제가 있었던 거다. 소릿살, 그 보이지 않는 것을 감으로 맞받아칠 때는 적절했는데 이번에는 좀 과하게 힘을 한 방향으로 몰아넣었던 거야. 오러 마크란 그릇의 한쪽으로 구멍을 낼 뻔했다고 하면 알아듣겠냐?
‘흐흠…… 대강 알겠어. 강화 검도 꽤 요령이 필요하네.’
―강화 검은 숙련을 쌓아야 하는 기술이다. 얼렁뚱땅 저질러 보는 장난질이 아니라고! 그걸 단련한다고 오러 윌더들이 얼마나……!
‘야, 저거 하피가 하피랑 싸우는 거 아냐? 지금 내 눈으로는 잘 안 보이는데, 맞지?’
투란은 석교의 건너편, 강철의 성문 위쪽의 성벽 높은 곳에서 난투 중인 하피 떼를 보며 생각을 돌렸다. 현재 상황에 보다 집중하겠다는 투란의 태도였고, 드라고니아는 그래서 한층 더 짜증 난다는 듯이 툭하고 대꾸한다.
―하피가 바지 입고 싸우던? 하피가 인간 남성의 상체 형태를 갖췄다던?
‘응? 어라? 에잇, 잘 안 보인다니까!’
주변을 다시 한번 둘러보면서 투란은 소리 없이 투덜거렸다.
일행은 강가를 따라 작은 언덕 비탈에 올라선 다음에야 석교에 발을 디딜 수 있었다. 석교의 아래쪽 구조는 강물 위에 드리워진 무지개 모양이었고, 위쪽은 그 무지개 지지대 위에 벽돌을 단단히 쌓아 올린 형태였다. 사람이 디뎌야 할 곳은 적절한 포석과 난간을 땀방울로 쌓아 올린 듯했고, 그 아래에는 마치 마법으로 돌 무지개를 놓아둔 듯한 느낌이었다.
다리 위에는 먹을 것이 없는 탓인지, 혹은 강가에서 붕 뜬 형태여서 그런지 머드 퍼피티어나 하피가 돌아다니는 모습이 없었다. 대신 다리를 완전히 건너게 되면 성문과 성벽 쪽으로 어떻게든 들러붙어 지나갈 구멍을 찾는 머드 퍼피티어, 공중에서 성벽 너머로 오락가락하는 하피는 많았다.
그 하피 떼가 서로 뒤엉겨서 싸우는 광경이 얼핏 볼 때는 꽤 난잡했는데, 차분히 상황을 보면 한 마리 사나운 하피가 다른 하피들을 덮쳐 성벽 안쪽에서 밖으로 몰아내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한 마리는 바지를 입고 있었고, 가슴이 확실히 남자의 모양이었다. 그저 날개와 머리 모양을 놓고 스쳐 볼 때는 눈치채기 어려운 모습이기는 했다.
―바지 입고 변신하는 짓은 너도 잘하잖아? 뭘 모르는 척하고 있어?
드라고니아가 다시 한번 핀잔했다.
‘지금 눈알로는 잘 안 보인다고!’
한번 더 투덜거리고서 투란은 다리 건너편을 바라봤다.
성문 양쪽으로 기둥처럼 솟아 있는 탑 모양이 성벽에서 툭 튀어나와 내려다보는 듯했고 다리가 끝나는 곳에서 길게 펼쳐진 원형의 광장이 성문과 맞닿은 모양이었다. 다리와 성문을 바로 잇지 않고 뭔가 성문에 닿더라도 일단 저 널찍한 광장에 모여 성문 양쪽의 탑에서 관측당하고…… 공격당하기 쉽게 꾸며 놓은 구조였다.
다리 아래쪽 강을 타고 성문 앞으로 기어올라 온 머드 퍼피티어 떼가 그 구조의 목적을 증명하겠다는 듯이 설쳐 대다가 죽고, 다치고 있었다. 하피 떼는 그 위에서 쏟아지는 화살에 맞거나 피하고, 공중에서 이질적인 동족의 형상과 싸우고 있고…….
‘못 들어갈 것 같은데?’
투란은 다리의 길이, 폭과 저쪽의 상황을 살피면서 예측할 수 있었다.
엘데인 성문을 향해 뻗은 이 석교는 거의 120미터의 길이, 15미터가량의 넓이를 갖췄다. 성문 앞의 원형 광장은 다리에 비교하면 꽤 작아 보였지만 그래도 지름 30미터는 넘을 듯했는데, 덕분에 가파른 벽을 타고 기어올라 온 머드 퍼피티어가 뒤엉긴 채로 수십 마리는 모여 있는 듯했다. 하피 몇 마리가 뒤엉킨 머드 퍼피티어의 몸에 깔려 신음하는 꼴도 보일 지경이니…… 저 몬스터 떼를 다 죽인다 해도 쌓인 시체 때문에 성문을 열어 달라 할 상황이 아니다!
그렇다면 베즐은 이 상황을 어찌 타개하려 저리 돌격하는가?
문득 투란은 베즐의 뒤통수를 봤고, 베즐이 위는 안 보고 앞만 보고 내달린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다리 위로 뭐가 튀어나올지 모르는 상황이니, 일단 건넌 다음에 생각할 작정인 모습이었다. 나름대로 적절한 판단이지만 투란에게는 그리 만족스러운 생각은 아니었다.
“베즐! 저거 몬스터끼리 싸움 난 거예요? 하피가 하피랑 막 싸우는데?”
그래서 일단 베즐의 시야를 움직이는 말을 던졌다.
위를 안 보고 좌우와 앞만 보던 베즐의 고개가 겨우 움직여 위를 흘깃하는 듯했고, 우렁찬 베즐의 외침이 터져 나온다.
“활카! 저기 몬스터 로드, 성벽 상공! 지원할 수 있어?”
활잡이 카엘이 대열 맨 뒤에서 역시 버럭 지르는 고함으로 대답한다.
“아직 멀어!”
베즐은 다시 앞만 보듯이 달려나갔다.
투란은 살짝 갸웃하면서 그 뒤를 쫓았다.
‘빛의 화살이 닿지 않나?’
―맞히지 못한다는 말이겠지. 마구 쏘다가 하피의 몬스터 로드가 맞을 수도 있으니까. 정확하게 쏴 맞히려면 좀 더 가까이 가거나, 안정적인 사격을 할 수 있는 상황이어야 한다는 말일 거야. 매드독이랑 랩티드가 싸우면서 뒤편에서 뛰어오는 것까지 고려하면, 앞만 볼 수는 없을 테니까.
‘뭐? 매드독? 랩티드! 뭐야, 우리 쫓기고 있었어?’
투란은 앞으로 껑충 뛰어 공중에서 한 바퀴 돌아 다리 양쪽과 뒤편을 훑어봤다.
칼잡이 카엘이 그 꼴을 보고 으르렁거린다.
“심심해도 앞만 봐!”
“알아요! 심심하지 않다고요!”
투란은 카엘이 말과 함께 보내는 눈짓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베즐 팀은 뒤에서 뭐가 쫓아오는가, 아직 눈에 보일 낌새가 전혀 없기는 하지만 알고 있었다. 그래서 서두르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굳이 이 다리를 건너고 있었다. 성문 앞의 상황을 다리에 발 딛기 전에 볼 수 있었으면서도!
‘눈치가 빠른 건가, 아니면 활 카엘이 봤나?’
상급에 닿았다는 헌터의 감인지, 아니면 렌즈를 통해 활잡이 카엘이 확인해서 동료들에게 전한 것인지…… 투란은 신기하고 궁금했다.
드라고니아가 말해 줬지만 아직 투란에게는 전혀 그 낌새가 보이지 않는 매드독과 랩티드의 상황을 어찌 알고 있을까?
‘얼마나 멀리 있는 거야?’
―3, 4킬로. 지금은 지형에 가려진 채라 보이지 않을 거야. 저 활잡이가 알아차린 거는 아마 네가 자극한 머드 퍼피티어랑 싸움이 끝난 다음이었을 거야. 베즐이나 다른 동료에게 어떤 식으로 전했는가는 잘 모르겠다만…….
투란은 잠깐 매드독과 랩티드의 질주 속도를 생각해 봤다.
미친개라서 자기가 지쳤는가도 모르는 채로 광란의 질주를 한다면 3, 4킬로 정도는 랩티드보다 느리더라도 금방 도착할 터였다. 랩티드가 매드독이랑 엮이지 않고 냅다 처달린다면 백을 세기 전에 다리에 발톱을 디딜 터이고!
그러니까 일행이 겨우 다리 중간을 지나는 상황에서, 앞의 장애물을 치우고 엘데인 성채 안으로 들어갈 여유로운 시간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었다.
‘개구멍이었나? 가까이 어딘가에 성벽 구멍 난 곳 없어?’
문득 닫힌 성문 때문에 성안으로 몰래 들어가려 하다가 쓰레기와 오물을 뒤집어써야 했다던 헌터들의 만담(漫談)을 떠올리면서 투란은 드라고니아에게 물었다.
―오른쪽, 무너진 거 보이지? 거기까지 가파른 길이기는 하지만 저 갈라진 틈새라면 그럭저럭 인간이 지나갈 정도는 될 거야.
‘에, 왜 갈라진 거야?’
―오래전에 뭔가 내리꽂혀서 깨진 모양인데 수리 안 하고 냅둔 모양이다. 덕분에 몬스터들이 그리로 몸을 걸치고 들어가려 하는 모양이고…….
조금 어이없어하는 드라고니아의 말투에 투란은 쓴웃음 지었다.
경계도시의 성벽을 수리하는 일은 도시에 거주하는 자들이 자발적으로, 알아서 해야 할 일이었다. 누군가 대신 해 줄 수는 없다. 하지만 굳이 그 일을 자기가 해야 하냐고 발뺌하기 일쑤이고…… 그러다 보면 서로 떠넘기다가 저렇게 방치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문란(紊亂)해졌구먼, 여기 헌터들!’
흔히 듣던 기강(紀綱) 없는 헌터들이 대세가 된 경계도시의 모습이라고, 투란이 종종 듣던 이야기였다.
하지만 지금 일행에게는 그 덕분에 파고들 틈새가 생긴 셈인데…….
“칼카! 치워!”
베즐이 느닷없이 외친 소리에 투란은 앞을 봤다.
외침과 함께 베즐은 성문 앞의 머드 퍼피티어를 향해 돌격해 도륙(屠戮)을 시작하고 있었다. 더불어 투란의 뒤를 따르는 것처럼 움직였던 칼잡이 카엘이 투란을 지나치면서 말하니…….
“투란, 나랑 자리 바꿔!”
투란은 궁금하지만 따져 묻지 않고 속도를 늦춰서 칼잡이 카엘의 뒤를 맡는 자리를 잡았다. 베즐 팀의 멤버들이 빠르게 투란의 곁을 스쳐 갔고, 성문 앞 광장에서 꿈틀거리는 몬스터가 다리를 거의 건넌 일행 쪽으로 오는 것을 막는 진형을 이뤘다.
곧이어 머리 위로는 빛의 화살이 화려하게 스쳐 갔고…….
‘헐? 저럴 수도 있어?’
베즐의 뒤를 대신 맡는가 싶었던 카엘이 하는 짓에 투란은 놀랐다.
칼잡이 카엘이 휘두르고 내지르는 거대한 빛의 몽둥이가 광장에서 엉겨 허우적대는 머드 퍼피티어를 패고 밀며 갈아서 정리하는 광경이었다. 정말로, 베즐의 말처럼 치우고 있었다!
일행이 지나기 넉넉하게!
그리고 공중에서 하피의 몬스터 로드가 발톱으로 하피 한 마리를 짓밟는 모습으로 성문 앞으로 떨어졌다.
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