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582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578)
―누가 마법이냐! 날 마도구 취급하냐!
드라고니아가 으르렁거렸다.
투란은 그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면서 일단 아직 울림이 남아 있는 사자의 입을 다물었다. 불길이 입가에서 흩어지며 조금 전의 포효에 불꽃도 함께 뿜어졌다는 것을 알게 해 줬다.
그러면서 투란은 다시 여왕 하피의 정수에 정신을 뻗었고, 다시 한번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가슴 한구석을 여리게 두드리게 하는 하피의 공포(恐怖), 잡아먹힌 절망(絶望)과 이제부터 몬스터 로드의 일부로서 새로운 둥지를 얻었다는 기묘한 안도(安堵)…… 기묘하게 섞인 감정이 조각난 채로 흘러와 닿은 듯했다.
전혀 투란에게 반발하지 않으려는 듯했다.
저절로 동조해 오며, 투란에게 얌전히 복종하는 느낌만이 있었다.
마치 이제부터는 분명히 투란의 일부라고 알고 있다는 듯!
그 느낌을 바탕으로 투란은 살짝 여왕의 감각을 끌어와 주변을 다시 둘러봤다. 이전에 느끼지 못한 뭔가 있는가 없는가…….
‘음? 어라?’
새로 삼킨 몬스터의 힘을 장난처럼 시험해 보려던 생각이었는데, 이는 투란에게 바로 아까 스쳐 지나갔던 거슬림, 가까운 곳의 어긋남을 더욱 선명하게 느끼게 해 주잖는가.
높지 않은 낮은 곳, 대강 여왕 하피가 커다란 머드 퍼피티어를 밟고 서 있던 언저리 정도였다. 아무것도 없었고, 분명히 어떤 감지에도 포착되지 않는…… 때문에 살짝 느낌이 조금 이상하게 어긋났다고 어렴풋이 스쳐 갔던 자리가 제대로 이상한 무엇이 있다고 지각(知覺)의 영역에 드러난 듯했다.
어딘가 낯익으면서도 낯선…… 이전에 한번 느꼈던 모호함이 불쑥 투란의 희미한 기억 속에서 떠오르기도 했다.
‘아우터?’
화이트 렐름을 형성해서 투란을 가두려 했던 것.
정확하게 따져 보자면 아르고누스가 수집했던 어떤 눈알로부터 화이트 아우터란 몬스터의 능력이 발휘되었을 그때의 느낌과 닮았다. 다만 그때는 안에 갇혀서 바라보던 것이 밖에서 힘들게 들여다봐야 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차분히 되새겨 보면 뭔가 숨어 있는 듯한…….
더 생각하지 않고 투란은 불타는 사자의 눈구멍을 크게 열었고, 어렴풋한 감각을 바탕으로 거미줄을 자아냈다. 흐릿하고 모호한 감각에 닿는 새로운 거미줄, 여왕 아라크레온이 부여한 새로운 특성의 거미줄이 구현(具顯)되며 투란의 지각 영역이 증폭되고 확장되었다.
거미줄은 바로 왕의 손길을 따라 움직였고, 일그러진 허공을 가르고 그 너머에 숨어 있는 것에 닿았다.
“나와!”
있는 듯 없는 듯했던 것을 확실히 잡아냈다는 즐거움으로 투란이 외쳤다.
이는 괴물의 포효가 깊은 동굴을 울리는 듯했지만, 어쨌든 사람의 말이랑 닮은 소리가 퍼지는 듯했다.
화아앙!
묘한 소리를 울려 내면서 허공이 일그러졌고, 찢어진 장막을 넘으며 튀어나온 것은…… 알이었다.
“이게 대체 뭐야?”
투란은 맹하니 중얼거릴 수밖에 없었다.
누르스름하면서도 붉은 반점이 새겨진 채, 금이 간 것처럼 보이는 알은 서너 살 먹은 아이가 들어갈 수 있는 듯한 크기였다.
―알인데?
‘야, 누가 알인 줄 몰라! 대체 뭔 알이냐고!’
드라고니아가 너무 희한해서 어이없다는 듯이 중얼거렸고, 투란은 이 틈을 놓칠 수 없다는 듯이 핀잔했다. 이에 드라고니아는 한층 더 넋 나간 듯한 소리로 중얼거리는데…….
―깨져서 뭐든 나올 모양이다만?
‘뭐…… 엥?’
이번에는 투란도 어이없고 희한해하며 지켜봐야 했다.
그저 보이는 것만 그런 것이 아니라 알은 정말로 금이 간 채였는 듯, 끌어당겨져 바닥에 떨궈지는 순간에 껍질 조각이 떨어지면서 안에 담긴 것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보자마자 투란이 다시 맹하니 중얼거린다.
“애잖아?”
사자의 포효가 윙윙거리면서 주변을 울렸다.
알에서 튀어나온 ‘아이’는 바로 투란을 봤고…… 투란이 이루고 있는 불타는 사자 머리를 한 거대한 몬스터의 형상을 알아차리고 울먹거리기 시작했다. 처음 느낀 것처럼, 알의 크기에 알맞은 서너 살 정도 애가 나와 그러는 꼴은 투란을 당황시키는데…….
―투란, 정신 차려! 저건 인간이 아냐!
‘어? 어라?’
드라고니아의 말은 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아이’는 이모저모로 확실히 사람이라 할 수 없는 특징이 있었다.
손과 발, 팔은 새끼손가락으로부터 외부로 잔 깃털이 빼곡하게 돋아나서 어깨에 이르고 있었고 다리는 무릎 아래쪽이 가죽으로 쌓인 채로 굵은 발가락이 서너 가닥으로 뭉툭한 발톱을 돌출시키고 있었다. 얼핏 그 허리춤부터 붉고 엷은 털가죽 반바지를 입었는가 했고, 그 아래로 특이한 장화라도 신었다 여겼는데 아니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투란은 당황했다.
어째서 이렇게 노골적인 특징이 있는데 어설프게 ‘아이’라고 여겼는가?
한데 지금도 여전히 이 알에서 나온 녀석은 ‘아이’로 여겨지는 까닭은 뭔가?
이 의혹에 답한 것은 여왕 하피의 본능, 그 감각이었다.
이 ‘아이’는 아직 세상에 나와서는 안 되는 것.
여왕이 있는 한, 세상에 없어야 하는 것.
투란의 일부가 되었어도 여전히 여왕 하피가 있으니, 이것은 없어져야 한다는 것!
기묘한 감각이 알려 주는 바는 분명한 의미를 담고 있었고, 순간적으로 불타는 사자의 눈구멍에서 살의(殺意)조차 맴돌게 했다. 너무나 선명한 살의는 순간적으로 거대한 마그마의 손길을 움직이려는 듯도 했는데…….
“아, 잠깐! 뭐야, 이거!”
투란은 자신을 향해 으르렁거렸다.
‘아이’는 하얗게 질린 채로 투란을 보는 중이었다.
깨어진 알껍데기는 바닥을 흐르는 용암의 열기에 달아올랐고 곧 불탈 듯했다. 아직 그 껍데기 위에 앉은 ‘아이’도 바로 구워질 듯했고!
그런 광경을 향해 투란은 정신을 가다듬고 손을 내밀었다.
살의로 뻗어 나가던 손길에서 가늘고 엷은 그물이 흘러내렸고 ‘아이’를 포박해서 끌어 올렸다. ‘아이’는 발목과 손목이 묶인 채로, 작은 그물의 방석 위에 올려진 듯…… 알에서 나와 작은 새장에 얹힌 듯했다.
잠시 ‘아이’를 보면서 투란은 정신을 가다듬었다.
여왕 하피가 전하려는 의미가 더욱 또렷하게 투란의 마음에 와 닿았다.
“오직 하나, 군단을…… 저 몬스터 떼를 지배하는 자는 오직 하나.”
이 ‘아이’와 여왕 하피는, 설혹 투란의 일부가 된 채라도 여왕 하피는 그 권한(權限)을 나눌 수가 없었다.
그것이 본능이었고, 로드 오브 몬스터의 본질이었다.
그래서 투란은 알 수가 있었다.
“얘가 상속자야!”
홀시딘이 말한 바와 달랐다.
드라고니아가 얘기해 준 것이랑도 달랐다.
하지만 이 작은 ‘아이’는 여왕 하피의 계승자였다.
여왕에게 죽음이 닥쳐왔을 때, 새로운 여왕이 될 ‘아이’였다.
이 작은 ‘아이’는 새로운 여왕 하피였다.
거의 유아(幼兒)에 불과한 모습이지만!
‘야, 이거 맞아?’
투란은 입을 다물고 소리 없이 드라고니아에게 물었다.
과연 지금 투란이 느낀 바가, 여왕 하피의 정수로부터 획득한 지식이 제대로인가? 그저 몬스터답게 눈에 띈 것을 죽이고 보자는 본능에 불과한가?
―엄청나게 예상에서 벗어났고, 이제까지 알던 것과 완전히 다르긴 하다만 맞는 것 같다. 투란, 여왕 하피는 확실하게 계승자를 만들어 둔 모양이야. 낳았다고 해야 하나?
‘헐!’
투란은 다시 ‘아이’를 봤다.
‘아이’는 조금 전보다 더 공포를 띤 눈동자로…… 하얀 눈알 위에 별빛의 파편이 맴도는 듯한 눈동자로 투란을 보고 있었다. 마치 자신이 아직 세상에 나올 때가 아닌데 나와서 죽어야 하는 상황인 것을 안다는 듯, 조금 전에 투란에게서 흘러나온 살의의 의미를 안다는 듯!
뭔가 복잡한 기분이 저절로 가슴을 채우잖는가.
그래서 투란은 일단 주변 상황부터 정리하기로 했다.
로드 오브 몬스터를 계승한 ‘아이’는 잡았지만, 이런 상황이리면 또 다른 몬스터에게 그 권한이 이어졌는가도 재차 확인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 투란이 다시 수많은 ‘투란’을 향해 의지를 드러내는 순간…….
‘끝났는데?’
‘응, 끝났어.’
‘어, 전부 정리됐어.’
‘아, 많이 퍼졌는데?’
‘너무 많이 퍼졌나?’
단편적으로 돌아오는 대꾸.
그 대답의 의미에 대해 드라고니아가 바로 노성(怒聲)을 투란의 뇌리에 박아 넣으면서 평가한다.
―야, 이 정신 나간 놈아! 대체 뭔 짓을 한 거야! 왜 갑자기 용암지대를 만드는 거냐고! 여기다 용암 호수라도 꾸미려는 거냐! 잠깐 계승자인가 뭔가 구경하는 사이에 일을 이 지경으로 저질러 놓으면 어쩌자는 거야!
‘아으! 시끄러워! 한 마리도 놓치면 안 된다고 한 건 너잖아! 홀시딘이잖아! 얘가 그거 맞나 확인하면서 한 마리도 놓치지 않고 정리했구먼, 왜!’
―용암지대를 그대로 유지할 참이냐! 여기 드러누울 거냐?
드라고니아는 계속 노성을 울려 댔다.
머리가 징징거리는 와중에 투란은 새삼 지반(地盤) 깊이 침식(侵蝕)하며 광범위하게 퍼지는 마그마 로드의 형상을 느꼈고, 대체 이게 어찌 된 일인가를 한번 더 되짚어 봐야 했다.
‘에, 이게 그러니까. 아, 이렇게 된 건가?’
작고 가늘게, 아라크녹스 왕의 감각을 바탕으로 가늘고 긴 거미줄…… 그 그물을 따라 수 킬로미터 저편까지 펼쳐진 마그마 로드, 그 본능이 기회를 잡았다! 지반에 담긴 다양한 광물을 잔뜩 맛보고, 그 위에 놓인 이상한 이물(異物)인 몬스터 따위를 더듬으면서 마그마 로드는 배웠다.
아라크녹스 왕의 정교한 감각을 통해 아주 세심하게!
원래는 서서히, 느릿하게 번지면서 자리 잡은 곳을 녹이고 가끔 흩어져 블랙 애쉬가 되어 터지고 불 지르며 오래 걸려야 했던 과정은 그렇게 해서 압축되었다.
블랙 애쉬를 삼키다가 도달했던 ‘천칭’의 마그마 로드는 처음으로 이 세상에 마그마 로드 본래의 형상을 한번 꾸민 셈이었다.
‘음, 그래도 황금매 쪽보다는 작은…….’
―지금 그거 따지고 가늠할 때냐! 이대로 두면 지형이 통째로 바뀐다고! 지반이 가라앉아! 여기서 뭔 일이 났는가 자랑하고 싶어서 그러냐?
‘아니야. 알았다고.’
소리 없이 투덜거리면서, 그래도 황금매의 문장에 담겼던 거칠고 난폭한 마그마 로드랑은 다르다고 생각하면서 투란은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정신을 집중했다. 그리고 그 순간, 다시 ‘아이’의 모습이 투란의 마음에 닿았다.
없애야 하는 것, 아직 세상에 있으면 안 되는 것.
명백한 살의가 다시 투란의 가슴속에서, 여왕 하피의 본능으로부터 꿈틀거리며 피어나는 듯했다.
하지만 동시에 투란의 마음 한구석에서 ‘투란’이 속삭였다.
―따로 두면 되지 않나?
‘그래, 따로 두면…… 어?’
―마그마 로드도 따로 있잖아.
‘어? 어! 그렇지!’
뒷골 깊숙하게 숨어서, 중요한 일을 놓치지 않게 붙잡아 주는 역할을 했던 ‘투란’의 속삭임은 투란을 확실하게 깨우쳐 줬다. 딱히 잊고 있던 것은 아니었고, 이미 염두에 두었기 때문에 미리 처리해 둔 것도 있었다.
투란은 결정했고, 바로 움직였다.
수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팔이 들려 올라갔고, 아라크녹스 왕의 거미줄이 두 팔의 느린 움직임에 따라 회수되기 시작했다. 사방으로 퍼져 있던 수 킬로미터의 마그마 로드, 그 형상도 함께 회수되고 있었다.
남은 것은 달아오른 지반, 도륙된 채로 불타거나 구워지는 몬스터의 잔재…… 왕의 정교한 감각을 통해서 선별되고 버려진 것들이 마그마의 열기 속에 사라져 갔다. 뒤이어 스피릿 아티팩트, 사대(四大)의 정령수가 움직였다.
불길을 집어삼키는 파이로, 흐물거리는 지반을 움켜쥐고 다지는 테라트, 퍼져 나가는 열기를 다시 끌어들여 파이로에게 넘기는 에어로…… 멀리 흐르는 강으로부터 안개를 끌어내 흩뿌리는 아쿠아.
드라고니아가 염려한 지형 변화를 막는 정령수는 하나같이 크고 웅장했지만, 마그마 로드의 형상이 저질러 놓은 영역에서는 왠지 바쁜 꼬맹이인 듯했다. 그래도 어떻게든 정리는 빠르게 되는 듯했고…….
그 과정을 느끼고 지켜보면서 투란은 가만히 가늘고 튼튼한 실의 기둥에 매달린 ‘아이’를 지켜봤다. 어린 하피가 다 이런 모양일까 의아해하면서, 덕분에 새장을 꾸민 것처럼 느껴지는 포박된 모습에 쓴웃음을 지으면서.
‘아이’는…… 로드 오브 몬스터의 계승자는 살짝 여려진 살의를 느낀 듯이 투란을 보면서 의아해하고 있었다. 여전히 공포와 절망 가득한 채이기는 했지만, 희미한 희망의 실 가닥을 보는 듯!
그 앞에서 투란은 몬스터의 형상을 거둬들였다.
혹시나 해서 방호 마법, 반격의 대비까지 모두 갖춘 채로 투란은 사람의 형상으로 되돌아왔다.
‘아이’는 그 변화를 휘둥그렇게 뜬 눈으로 지켜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