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590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586)
Chapter 118. 하이랜드, 캐러반
“아, 허탕 쳤네.”
라펜이 툴툴거렸다.
“구경 잘했잖아.”
마켈은 투란을 힐끗하면서 나직하니 중얼거렸다.
라펜도 이 소리에 투란을 보면서 ‘그건 그런가.’라고 꿍얼거렸다.
그런 둘의 말소리에 투란은 ‘응? 뭐요?’라고 앞장서서 가다가 돌아봤다.
라펜이 그 눈길을 슬쩍 피하는 시늉을 하면서 말한다.
“넌 좋았겠다고. 이것저것…… 군것질도 많이 하고…… 칼도 잔뜩 챙겼잖아?”
투란이 히죽 웃었다.
돌바크가 아닌 두바크의 좌판 앞에서 만난 녀석들에게서 돈주머니와 배낭, 소소한 단검 단도를 챙긴 다음에 엘데인의 거리를 돌면서 먹을 것을 파는 좌판을 많이 거쳤다. 그 와중에 이것저것 맛보면서 돈주머니를 비우면서도 투란은 둘에게 나눠 주지 않고 혼자 먹었다! 몰라라 구경하던 둘을 향한 은근히 소심한 복수인 셈이었다.
그렇게 돌아다니면서 찾아보던 행운의 좌판, 돌바크라는 몬스터 스미스가 깔아 놨다는 좌판은 결국 못 찾았다. 결국 라펜이나 마켈은 허탕을 친 셈이었고, 투란은 엘데인을 실컷 맛보고 구경한 셈이다.
지금도 투란은 소금 간이 된 육포(肉脯)를 입에 물고 우물거리는 중이었고, 우물거리면서 말하는 꼴이 왠지 둘에게는 얄미워 보인다!
“좋았죠. 근데 이제 애들은 정리되었겠죠? 냠냠.”
우걱우걱 먹는 와중에 나온 말은 문득 마켈과 라펜의 눈을 깜박거리게 했다.
마치 뭔 일인가 아예 있고 있었다는 듯!
하지만 투란의 말에 어쩔 수 없이 기억났다는 듯이 투란은 쓰윽 울타리 틈새를 보는 모습으로 제각각 중얼거린다.
“에이, 이제는 정리했겠지.”
“설마 데려가는 건가?”
투란이 그런 둘을 보면서 잘 씹은 육포를 삼키고 웃었다.
“왜 그렇게 거슬려 하는데요?”
라펜이 발끈한 표정을 지으며 투란을 향해 낮게 으르렁거리듯 속삭인다.
“야! 몬스터 사냥 가는데 애 데리고 다니면 어떻게 보이는지 알아? 모르냐! 몰라서 그러는구나! 완전히 식인종(食人種)이고, 그거!”
“무슨! 애들이 걸어 다니는 식량이라도 돼요? 그렇게 볼 리가 없잖아요!”
투란은 어처구니없어하며 대꾸했다.
마켈이 쯧 하는 소리와 함께 라펜의 말을 설명한다.
“자기가 잡아먹지 않더라도 몬스터 앞에 미끼로 던져놓으려는 수작으로 보인다고, 그러니까 어쨌든 사람을 먹이로 삼는 걸로 보이지. 그래서 식인종 취급당하고, 소문도 나쁘게 돌고…… 뒤통수 때려도 되는 놈들로 찍힐 수도 있거든. 이모저모로 많이 곤란해.”
“음, 소문이 문제군요.”
투란이 조금 납득한 표정을 지었다.
라펜과 마켈이 한숨을 쉬었다. 두어 마디 말이 그 한숨 사이로 섞인다.
“소문만 문제가 아니잖아…….”
“데려가다가 원치 않아도 그 꼴 나는 수가 있으니까.”
투란은 둘의 좋지 못한 표정에 다시 웃었다.
라펜이나 마켈은 심술궂고 사람 골리는 일을 즐기지만, 베즐 팀처럼 바탕은 좋은 사람이라 이런 소리를 하는 것이다. 애초에 흉포한 성향이고 나쁜 녀석들이라면 ‘큭큭, 좋은 미끼가 생겼군!’이라든가 ‘한순간이라도 방패로 쓸 수 있다면 손해는 없겠어.’라고 가룬과 꼬마 둘을 데려가는 일에 대해 히죽거리고 웃었을 것이다. 소문 걱정도 전혀 할 리가 없고…….
“알아서 하겠죠. 상급 헌터잖아요?”
남의 일이라는 듯이 투란이 히히거리는 소리를 내고 냉큼 울타리를 따라 빠르게 도망치듯 가 버렸다. 라펜과 마켈이 바로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투란을 봤지만, 곧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쌓으며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해서 다시 맨땅에 깔아 놓은 잠자리 앞으로 왔을 때, 라펜과 마켈은 상황이 전혀 변한 것이 없는…… 어쩌면 더 좋지 않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떠올려야 했다.
가룬이랑 꼬마들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베즐은 보이지 않았지만, 두 카엘도 없었지만 테란을 비롯한 베즐 팀 멤버들은 지친 표정으로 앉고 누운 채였다. 결론이 나기는 난 모양인데, 그리 밝지 못한 분위기가 역력하잖은가!
그런 와중에 투란을 향해 꼬마 하나가 너무 밝은 목소리로 떠드는데…….
“아, 배낭이다! 여기 배낭 있는데! 또 배낭이야!”
주눅 든 채로 가룬의 곁에서 눈치 보던 애들의 모습이 전혀 없었다!
“음? 아, 끌려 나가느라고 두고 갔으니까. 그래, 내 배낭 지켜 주고 있었어?”
투란은 히힛거리면서 어깨에 걸쳐 놓은 배낭을 내려놓고, 잠자리 옆에 장검 두 자루와 함께 놓아둔 배낭 앞에 앉으며 대꾸했다.
“어, 음…….”
꼬마 하나가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며 망설이는 태도를 보였다.
또 한 녀석은 조금 전까지 활짝 웃기는 했는데, 이제 좀 시무룩하다?
투란이 그 꼴을 보고 흐흣 하며 조금 음흉한 웃음소리로 묻는다.
“헤헹, 나 안 오면 가지려고 했구나?”
“왔잖아요, 안 가져요!”
머뭇거리던 꼬마가 재빨리 대답했다.
하지만 그 말은 투란이 짚은 바가 맞다는 소리였다.
키득거리면서 투란은 꼬마들 곁에서 난감한 표정을 짓는 가룬을 바라보며 묻는다.
“얼굴, 약 발랐어요?”
퍼렇게 부어서 가라앉는데도 며칠 걸릴 듯했던 가룬의 얼굴이 거의 정상이었다. 살짝 긁힌 흔적만 남아 있는 것이 어디 맞은 적은 없는 걸로 보일 정도였다. 저렴한 하급 포션이라도 잔뜩 바르고 마셨을 듯싶은데…….
“약이 아니라 마법이다. 바로 이 몸이!”
“뭐야앗!”
“누구?”
깊게 울리는 목소리의 대답에 라펜과 마켈이 기겁하며 좌우로 갈라 뛰는 모습으로 뒤돌아보며, 손은 이미 칼자루에 올리거나 주먹을 쥔 채로 외치고 있었다. 덕분에 투란은 냉큼 옆으로 구르며 단도 한 자루를 싹 빼내며 둘을 놀라게 한 사람을 봤고…… 말한 것은 사람이 아닌 것을 확인했다.
쏟아지는 눈길에 가몬티가 멋쩍은 표정으로 머리 쓰는 대신에 어깨 위에 올려놓은 고깔모자를 움켜쥐면서 말한다.
“어, 미안. 놀라게 하려는 것은 아니었는데…….”
투란은 눈을 깜박거리는 표정으로 라펜과 마켈을 바라봤다.
라펜이 먼저 으르렁거린다.
“이봐! 발소리는 내고 다니라고! 여기가 무슨 몬스터 서식지인 줄 알아?”
마켈도 참을 수 없다는 듯, 그래도 라펜보다는 작은 목소리로 말한다.
“위험한 짓이잖나. 놀라서 찌를 뻔했다고.”
가몬티가 어깨 위의 고깔모자를 더 꽉 쥐면서, 떼어 내려 하지만 떨어지지 않아 곤란해하며 대답한다.
“아하하…… 미안해. 버릇이 되어서 그래. 일부러 그런 거는 아니고…… 음, 보통은 내가 먼저 기침이라도 해 주는데 말이지…… 이 망할 모자 아저씨가!”
“떽! 누가 망령 났다는 거야! 내가 치유계 마법을 쓸 수 있다는 것을 미리 밝혀 놔야 네가 편하니까 도와주려 말한 거구먼!”
고깔모자는 가몬티의 어깨와 등으로 모자챙을 바싹 둘러 붙인 모양을 하고 떠들고 있었다. 역시나 모자가 말하는 광경은 라펜이나 마켈을 움찔거리게 했고, 투란은 한숨을 쉬면서 뺏던 단도를 다시 집어넣었다.
한데 가룬 곁의 두 꼬마는 말하는 고깔모자를 보면서 환하게 웃는다?
투란이 그 모습을 눈치채고 슬쩍 묻는다.
“친해졌니? 저 모자랑?”
두 꼬마는 냉큼 고개를 끄덕였고, 팔다리를 내밀고 들어 보이며 말한다.
“응! 모자가 고쳐 줬어!”
“아픈 데 없어졌어!”
그 소리를 들으면서 투란이 가룬을 흘깃하니, 가룬도 머뭇거리는 태도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라펜이 그 꼴을 보더니, 대뜸 드러누운 테란의 발바닥을 발끝으로 쿡쿡 찌르면서 묻는다.
“야, 이거 어떻게 된 거야? 설마……?”
테란이 옆으로 구르듯이 외면하면서 잠꼬대처럼 대답한다.
“보이는 대로 생각해. 나도 몰라.”
“뭘 보이는 대로 생각해! 어떻게 된 거냐고!”
라펜은 좀 더 발끈해서, 아예 테란 곁에 쪼그리고 앉아 어깨를 잡아당기면서 다시 묻고 있었다. 때문에 테란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일어나 앉았고, 가룬과 꼬마들, 가몬티와 고깔모자를 둘러보면서 한숨과 함께 대답을 한다.
“어떻게고 뭐고…… 그냥 다 같이 가기로 했어. 알드바인으로…… 하이랜드를 주욱 거쳐서, 함께 말이야. 아, 세마인 아저씨가 주도하는 거니까…… 알아서 생각할 수 있지?”
라펜이 입을 다물었다.
마켈이 슬쩍 테란 곁으로 옮겨 가며 묻는다.
“세마인 마법사가 주도한다고?”
테란은 한숨과 함께, 정말로 대답하기 싫다는 듯이 말한다.
“그래…… 어, 거기 고깔 마법사님…… 대신 설명 좀 해 줘요. 말하는 거 좋아하시잖아요? 어, 가몬티…… 네가 대신해 줘도 좋고.”
고깔모자랑 아옹다옹하던 가몬티가 ‘어?’ 하다가 모자를 조이고 떼어 내려던 손을 멈췄다. 대신 가몬티는 모자가 앉은 어깨 쪽의 귀에 손가락을 꽂으며 막았다. 뭘 설명하는 거는 싫고, 그렇다고 고깔모자의 떠드는 소리를 듣기도 싫다는 태도였다. 그런 가몬티는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듯, 고깔모자가 본격적으로 깊고 그윽한 목소리를 울려 내면서 설명을 시작한다!
“호오, 이 상황을 명확하게 알 수 없다는 것인가? 으흠! 대체 뭘 알 수 없다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자네들이 나들이 다녀온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고 어떻게 결론이 났는가라면야, 기꺼이 말해 줄 수 있지! 에헴! 뭐, 일단 내가 저 아이들의 자잘한 상처를 치유해 준 것이 보이지? 맞아, 어린 나이이니까 자연적으로 치유될 시간은 넉넉하겠지만 오래 걸리는 자가 치유는 흉터를 꽤 깊이 남길 수가 있지! 해서 깔끔하게 마이너 힐링 마법으로 상처를 아물게 해 줬어. 뭐, 뼈가 살짝 금이 가거나 몸 안팎으로 파열상(破裂傷)이 전부였으니까 딱 맞는 주문이었지! 응? 겨우 하급 포션보다 조금 나은 마이너 힐링이 내가 사용하는 치유계 마법 최강이라고 생각하는 거는 아니겠지? 중상 입어 봐, 죽기 직전까지 가 봐. 그럼 내가 사용하는 최고의 치유 마법이 뭔가 몸으로 느낄 테니까! 으허헛! 아, 얘기가 옆으로 샜군. 그래서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면, 내가 이 아이들을 치유해 준 까닭이 뭔가 궁금하겠지? 그래, 이 아이들과 베즐 군의 팀…… 여기 가몬티가 합류하고 싶어 하는 파티지! 그러니까 일단 나도 쓰고 다닐 사람이 좀 필요하고, 가몬티가 그 역할을 하는 중이니까 가몬티와 함께 내가 합류해서 힐러 노릇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했던 거야. 음흐흣, 그저 나불나불 떠들기만 하는 것이 전부인 마법 모자 취급은 사양이라, 이거지!”
“세마인 님이랑은?”
투란은 가몬티가 아예 두 귀를 막는 모습인 것을 보며, 라펜과 마켈이 슬슬 질린 표정에서 파릇해지는 낯빛까지 띄우는 꼴을 보며, 남아 있는 베즐 팀 멤버들이 이미 한번 당했다는 듯이 지긋지긋하다는 태도로 입을 꽉 다문 꼴을 보면서 슬쩍 한마디 던졌다.
그냥 계속 듣다가는 모자의 자기 자랑으로 날 샐 듯한 분위기니까!
그런데 투란이 던진 한마디에 고깔모자가 더욱 신난다는 듯…….
“아, 상아탑의 마법사치고는 제법 말이 통하는 친구였지! 그래, 마법사 세마인은 앞으로의 여로에 내가…… 어흠! 우리가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인정했네. 우리, 나와 가몬티가 함께라면 이 아이들도 부담 없이 데려갈 수 있다고 말이야. 일단 이 아이들에게 여기보다는 알드바인 쪽이 더 좋다는 점도 분명하니까. 그래서 알드바인으로 가는 길에 베즐 팀…… 아, 자네들은 팀 멤버는 아니고 파티에 참여한 거라며? 뭐, 어쨌든 그 파티에 가몬티와 내가 끼고, 아이들고 끼고…… 이봐, 울상 짓지 마! 영원히 같은 파티인 것도 아니고 알드바인에 도착할 때까지만이라고. 어차피 공역 수행 중이었다면서? 공역이면 뭘 따지지 말고 받아들여야지! 이제 어떤 상황인가 알 수 있겠나?”
슬슬 수다를 자제하는 듯한 물음으로 맺어지고 있었다.
마구 떠들다 보니 점점 더 주변의 눈치를 보는 라펜이나 마켈, 더불어 주변에서도 ‘쟤네 이상해.’라든가 ‘어이, 저거 모자가 말하는 거야?’라는 반응이 짙어지고 있는 것을 나름대로 고려한 듯한 이야기의 끝인 셈이었다.
투란은 라펜이나 마켈이 끙끙거리는 표정을 보며, 베즐 없는 베즐 팀 멤버들의 뭔가 다 내버린 듯한 묘한 분위기를 보면서 갸웃하다가 다시 묻는 듯한 몇 마디를 살짝 꺼내 놓는다.
“마법사님이 같이……? 우리랑, 알드바인에요?”
고깔모자는 자제하려던 생각을 바로 치운 듯이 냉큼 대답한다.
“그래. 여기 일은 어젯밤에 깨끗하게 정리되었으니까. 대강 봐도 이 주변의 몬스터는 일단 깔끔하게 싹 정리된 모양이거든. 세마인 마법사가 쫓던 고블린의 잔당도 덩달아 날아갔고, 그러니 원래 자리로 돌아가려는 거지. 물론 가는 길이 꽤 험난한 상황이기는 하다니까, 가능한 강력한 캐러반을 짜겠다는 거야.”
“캐러반?”
이번에는 라펜이 ‘엥?’ 하면서 덧붙였다.
마켈은 ‘왜!’라며 라펜이 고깔모자의 말을 부추긴 것에 타박하는 눈빛을 흘렸지만, 고깔모자는 라펜의 작은 소리에 바로 대답을 한다!
“그래, 그동안 엘데인에서 수거(收去)된 몬스터의 잔재가 꽤 되거든. 여기서 완전히 다 처분할 수도 없고 하니, 헌터 대공방으로 가져가는 게 최선이잖아? 여태 피 흘리며 싸운 녀석들도 재정비할 필요가 있으니까. 안전해진 엘데인을 일단 떠나서, 알드바인을 향해 하이랜드의 험악해진 상황을 돌파하자는 거지! 즐겁고 짜릿한 모험이 기다린다고! 암튼, 많이 모이고 있어! 하핫!”
아무도 기다리는 모험이 즐겁고 짜릿할 거라는 말에 동의하지는 않는 듯했다.
잔뜩 찌푸린 채로 고깔모자의 수다에 질린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