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591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587)
신비(神祕)와 기괴(奇怪)함은 몬스터 헌터의 일상(日常)라 할 수 있었다.
몬스터 헌터는 몬스터의 잔재(殘在), 그 잔유물(殘遺物)을 소재로 만들어진 도구를 사용하기도 하고 마법과 연금술의 기적이 담겨 있다는 마도구를 사용하기도 하니…… 그 손으로 직접 신비와 기괴를 휘두르는 입장이기도 했다.
더불어 때로는 마법사가, 때로는 연금술사가…… 그 몸을 괴물의 일부로 변화시키는 몬스터 로드조차도 동료로서 몬스터 사냥에 함께하기도 하니, 몬스터 헌터의 일상 속에서 찾기 힘든 것은 신비롭지도, 기적적이지도 않은 평범한 무엇인가라고 할 수도 있었다.
덕분에 몬스터 헌터가 무엇인가를 이상하고 신기하게 여긴다면, 가장 먼저 고려하는 부분은…….
“말만 하는 거지?”
“어, 사람 잡아먹는 모자는 아닌가 보네.”
“음, 칼자루 쥔 사람을 말려 죽인다는 검이 있다는데…….”
“저건 모자잖아, 모자.”
“뭔 이야기지? 사람 홀려서 미치게 하는 이야기 하는 건가?”
“아냐, 그냥 수다 떠는 중인가 본데?”
“문제 생기지 않겠지?”
“에, 길드 마법사…… 아니, 상아탑의 마법사가 괜찮다고 하는 모양인데?”
“문제없으면 뭐…….”
다른 파티의 이야기 속에서 정보를 얻는 것은 당연하기는 했지만, 너무 노골적으로 들이대는 모습이 보기 좋을 리가 없었다. 하물며 그다지 비밀스럽지도 않은 이야기라면, 아주 한가하고 심심한 녀석들이나 관심을 둘 일이었다.
그래서 말하고 떠드는 모자를 잠깐 놀라서 보던 헌터들은 곧 그 주변에서 멀어져 갔다. 라펜이나 마켈도 거기 끼어 이 고깔모자의 수다를 피하고 싶은 낌새를 풀풀 휘날리고, 베즐 팀 멤버들도 마찬가지 분위기를 띤 채였다.
투란은 그런 몬스터 헌터들의 태도를 곁눈질하면서 ‘과연…….’ 하고 살짝 웃을 수밖에 없었다. 길드를 활동 중심으로 삼는 헌터들답게 이들은 엘데인의 장터에서 봤던 이들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가 뚜렷했다. 장터 안팎으로 나돌아다니는 이들이 어딘가 어설프고 위태로워 보인다면 이들은 분명하게 자신이 할 일에 집중하고 있다.
익숙해진 신비, 기괴함은 따분하다는 듯!
여기서 딴 데 보며 엉뚱한 관심을 갖는 누군가 있다면…….
“나 없을 때 배낭 지켜 준 거네?”
투란의 물음에 두 꼬마가 살짝 움찔하다가 슬그머니 고개를 끄덕거렸다.
딱히 지켜 준 것이 아니기는 한데, 솔직하게 말하면 혼날까 봐 눈치 보며 그런 척하는 태도였다. 모자가 잠시 말을 쉬는 사이라서 못 들은 척하기도 힘들다는 듯한 꼬마들의 모습은 어딘가 영악해 보이는 부분도 있기는 했지만.
꼬마들 곁에서 가룬이 살짝 변명하듯 말한다.
“그냥…… 구경한 것뿐이야. 물건은 그대로 있다고. 화살 한 자루도 안 꺼냈어.”
“배낭 하나 갖고 싶지 않아? 아, 작은 칼은 어때?”
투란은 딱히 가룬이나 꼬마들이 자기 배낭을 어떻게 한 것인가 따지는 일 없이 바로 단도 단검이 담긴 배낭, 장터에서 시비 걸던 녀석들을 두들기고 가져온 배낭을 내밀면서 물었다. 두 자루 정도는 자신의 배낭에 넣고, 나머지를 모두 내미는 모습이었다.
가룬이 눈을 끔벅거렸고, 꼬마들은 ‘정말?’ ‘가져도 돼?’라고 눈을 크게 뜨면서 좋아라 하는 모습이었다. 나이가 좀 있는 가룬은 까닭을 알 수 없는 호의에 경계하는 듯했지만, 꼬마들은 아직 그런 생각을 못 하는 광경이었다.
라펜이나 마켈은 갑자기 투란이 꼬마들에게 말을 붙이는 광경에 어리둥절했지만, 고깔모자의 수다보다는 낫다는 생각에 귀를 이쪽으로 기울이다가 한층 더 갸웃하고 있었다. 갑자기 투란이 뭘 하려는 것인가?
―뭐 하냐?
드라고니아 역시 의아한 듯이 물었다.
‘어? 아, 나눠 주려고.’
―왜?
평소 투란의 태도가 아닌 점에 드라고니아가 한층 더 의혹을 표현하는데, 문득 투란은 라펜이나 마켈, 베즐 팀 멤버들도 갸웃하고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고깔모자와 가몬티 역시 조금 의아한 모습이었다.
수다가 잠깐 쉬는 사이에 찾아온 침묵을 틈타 투란이 무슨 짓을 하려는가?
그 쏟아지는 의혹이 어린 눈길에 투란은 대답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 장터에서 좋은 사람 만나서 얻은 거라서요. 앞으로 함께 간다면서요? 그렇다면 어리더라도 이런 거 하나 정도는 갖고 있는 편이 좋잖아요? 여분이니까, 내가 다 갖고 있기도 그렇…….”
“응, 좋은 사람들이었구나.”
“그렇군, 좋은 친구들이었어.”
라펜과 마켈이 겨우 정신 들었다는 듯, 참을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그 분위기가 꽤 묘한 것을 보며 테란이 한번 더 확인하겠다는 듯이 묻는다.
“뭐, 뒤탈 날 일은…….”
“배낭이랑 작은 칼 몇 자루예요. 무슨 뒤탈이 나겠어요?”
방긋, 투란이 웃으며 답했다.
테란은 미심쩍은 듯이 라펜과 마켈을 흘깃했고, 둘이 동시에 서로를 보다가 ‘아, 그러네?’라는 모습을 봐야 했다. 분명히 이상하기는 한데, 그리 걱정할 일은 없는 듯한 상황.
“주는데 받아 둬.”
테란이 이리 말하자, 가룬이 머뭇거리면서도 투란이 내미는 배낭과 단검, 단도 몇 자루를 받았다.
이 광경을 보며 잠시 쉬었던 고깔모자가 다시 껄껄 웃음소리를 내며 말한다.
“좋군, 아주 좋아. 함께 길 가는 사이라면 당연히 나눌 줄도 알아야지! 참, 좋아 보여! 가몬티랑 다르게 뒤탈이 없을 거란 부분은 특히나 마음에 드는군!”
투란이 갸웃했고, 라펜이 바로 묻는다.
“뒤탈……? 어, 가몬티에게 뒤탈 날 일이 있어요?”
테란도 바로 이에 반응했다.
“진짜야? 무슨 사고라도 쳐 놨어?”
가몬티가 난감해하며 어깨 위의 고깔모자를 다시 손으로 잡아 꽉꽉 조르면서 말한다.
“없어! 그냥 하는 소리라고!”
“몬티, 있잖아! 그러다 밝혀지면 너의 신용이……!”
“밝힐 일 따위는 없다고!”
“끄으, 말하기…… 힘들잖……!”
“괜한 소리 하지 말고 닥쳐, 제발 좀!”
고깔모자와 싸우는 가몬티의 모습을 베즐 팀 멤버들은 금방 외면했다.
라펜과 마켈도 한숨을 쉬다가 그냥 고개를 다른 곳으로 돌리면서 이 현실을 외면하겠다는 듯한 모습이었다.
투란은 배낭을 쥐고 맹하니 가몬티 쪽을 보는 가룬에게 손짓하며 말하느라, 그쪽 일은 신경 쓰지 않는 채였다.
“아, 얘네한테도 작은 걸로 한 자루씩 갖게 해 줘. 칼질하는데 나이라든가 몸집은 별로 문제가 아니니까. 어리다고 빈손으로 두면 안 된다고.”
가룬은 멍하니 있다가 투란의 말투가 생각보다 진지한 것에 흠칫 놀라 엉겁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본 꼬마 둘은 신난 표정으로 얼른 가룬의 손에 쥐어진 배낭을 더듬었고 마음에 드는 단검, 단도를 고르는 모습이었다.
그러는 사이에 툭탁대는 말다툼이 끝난 듯, 씩씩거리는 가몬티를 향해 고깔모자가 아주 진지하게 하는 말이 낮고 무겁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가몬티, 넌 내가 괜한 이야기를 하는 거라 생각하겠지만…… 이것은 딱 때와 장소에 알맞게 꺼낸 말이었다! 미리 알아 둬야 이 친구들이 일이 닥쳤을 때 놀라지 않을 테니까 말이야! 너무 앞서간 것 아니냐고? 당연히 아니지! 왜냐하면…….”
“가아몬티이이! 네가 어떻게 이 형님을 두고오오! 다른 팀을 찾아갈 수 있느냐고오오!”
저 멀리서 달려오면서 외치는 이가 고깔모자의 말을 잠깐 끊었다.
물론 고깔모자는 그 목소리가 살짝 가늘어질 때, 바로 끊긴 말을 잇는다.
“저러고 달려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어서 한 말이니까. 으흠, 다들 보이지? 저게 바로 가몬티의 문제, 뒤탈이라네.”
이를 들으면서, 달려오는 이를 보면서 다들 ‘어…….’라든가 ‘에…….’라든가 하는 새는 소리를 흘리면서 뭐라 할 말을 잃어버렸다. 당사자인 가몬티조차도 어이없어하면서 ‘왜?’라는 소리를 흘리면서 달려오는 이를 바라봤으니, 투란으로서는 재빨리 확인해 볼 상황이었다.
‘저거 두 발로 뛰는 말하는 멧돼지냐?’
―인간이다. 심각하게 멧돼지를 연상시키는 모습이기는 하지만, 저 개체(個體)는 분명히 인간이다.
드라고니아가 진지하게 답했다.
그 진지함 속에서 투란은 문득 느낄 수 있었다.
‘개체……? 너도 의심했구나?’
―그냥 이곳에서는 보기 힘든, 거의 볼 리가 없는 수인(獸人)이 아닌가 살펴봤을 뿐이라고!
‘수인? 웨어비스트? 몬스터잖아?’
―아니라고! 여기서야 몬스터로 변질(變質)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수인이라고 무조건 몬스터인 거는 아니야! 이 얘기 예전에 한 것 같은데? 그새 까먹었더냐! 정신 차렷!
‘안 한 것 같은데? 웨어비스트면 그냥 몬스터……가 아닌 경우도 있어? 아, 잠깐! 암튼 가몬티한테 돌격해 오는 저거, 몬스터가 아니고 인간이라고? 아니, 왜 인간이 저렇게 생겼는데!’
투란은 슬쩍 눈을 비비고 다시 봤다.
그래 봐야 가몬티에게 달려오는 이의 모습은 변함이 없었다.
거의 190센티는 되는 큰 키였지만, 좌우로 퍼진 몰골이 엎어지면 그냥 굴러갈 듯한 둥글둥글한 몰골…… 눈구멍이랑 콧구멍이 거의 비슷한 크기인 데다가 퍼진 입은 하피가 아닌데도 하피처럼 더 찢어질 듯이 보인다! 다른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인간의 특성을 찾으려 해도, 역시 힘들었다!
“누구?”
어렵게 투란이 낸 소리가 일행의 고개를 일제히 끄덕이게 했다.
누가 입을 여느냐의 문제였을 뿐, 다들 가몬티와 다가오는 이를 흘깃거리면서 그 정체를 알고 싶었다고 인정하는 고갯짓이었다.
고깔모자가 더욱 낮게, 주변으로 새어 나가는 소리를 가능한 줄이겠다는 듯이 말한다.
“이건 네 입으로 직접 말하는 게 좋겠지? 그럼, 나는 그만 참견하도록 하지!”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고깔모자는 가몬티의 어깨에서 쓰윽 미끄러지면서, 마치 보통 모자가 어깨 위에 얹혀 있다가 흘러내리는 것처럼 툭 떨어지기까지 했다. 여태 떠들던 꼴을 보고 있던 일행에게는 그야말로 중요한 순간에 발뺌하며 피신하는 광경이었다!
어이없어하다가 투란은 라펜이 툭툭 어깨를 손끝으로 미는 것을 느꼈고, 마켈과 함께 바라보는 그 눈길에 다시 입을 열어야 했다.
“누구……예요?”
일단 입을 열었으니 질문을 밀어붙이라는 손짓이 맞았다는 듯, 다시 마켈과 라펜부터 일행이 모두 고개를 팍팍 끄덕이고 있었다. 어서 가몬티를 부르는 자의 정체를 밝혀 보라는 듯!
짧은 사이에 그는 가몬티를 향해 두 팔을 벌리면서 뒤뚱거리는 모습으로 달려왔고, 다시 징징거리는 소리를 외치기 위해 큰 입을 벌리려 했다. 하지만 가몬티는 거의 충돌하려는 듯이 자신을 끌어안으려는 모습을 향해 한 발을 들어 올렸고, 그 발은 하피의 발로 변해 있었다.
“붙지 마! 확 찢어 버린다!”
노골적인 위협이었고, 진심이 철철 넘쳐나는 경고였다.
“뭐어어어! 가몬티, 어떻게 한 엄마 배에서 태어난 형한테 그런 소리를! 나야, 나! 파몬티라고! 정신 차려!”
이에 가몬티가 표정을 확 구기면서, 거의 바로 썩을 듯한 표정이 되었다.
그리고 뭐라 다시 위협이든 협박이든 하기 전에, 테란의 목소리가 가늘고 높게 터져 나온다.
“거짓말!”
나머지 베즐 팀 멤버들이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절대로 가몬티와 형제일 리가 없다고!
라펜과 마켈도 형제란 소리에 숨 쉬는 것도 잊은 듯이 경직되었다가 후욱 숨을 내쉬면서, 테란의 말에 겨우 납득했다는 듯이 중얼거린다.
“그래, 맞아! 거짓말이겠지!”
“닮은 구석이 한 곳도 없잖아.”
이는 별로 큰 소리가 아니었는데, 파몬티에게는 잘 들린 모양이었다.
“이보셔! 진짜거든! 나랑 가몬티는 정말로 한 엄마 배 속에서 태어났다고! 척 보면 알 수 있잖아? 우리 엄청 닮았는데! 아, 물론 얘가 몬스터 로드가 되면서 조금 야들야들하게 변하기는 했…….”
“닥쳐! 누가 닮았다는 거야! 아버지는 전혀 다르잖아! 어릴 때부터 전혀 닮지 않았는데 이제 와서 어딜 닮아, 닮기는!”
가몬티가 성난 목소리로 반발했다.
파몬티는 바로 자신의 눈, 코, 입과 가몬티의 눈, 코, 입을 손가락질하며 대답한다.
“눈, 코, 입! 봐, 닮았잖아! 나도 눈 둘, 너도 눈 둘! 콧구멍도 둘씩이고…….”
“헛소리하지 마! 그런 거면, 너보다는 이쪽 누구라도 나랑 훨씬 닮았잖아! 너보다는 이쪽이 전부 내 형제 같을걸!”
“어, 그러면…… 다 같이 닮은 걸로…….”
파몬티는 더욱 날카롭게 반발하면서, 여차하면 하피의 발톱이 잔뜩 드러난 두 발로 찍어 버릴 듯한 가몬티의 분위기에 눌린 듯이 주춤거리는 소리를 흘렸다.
그 의미를 깨닫는 순간, 가룬 곁에서 꼬마 둘이 ‘으앙!’ 하고 우는 소리를 터뜨렸고 이를 신호로 라펜, 마켈과 테란을 비롯한 베즐 팀 멤버들이 일제히 외쳤다.
“어딜 닮아! 누가!”
점차 이상해져 가는 이 분위기 속에서 투란은 헛웃음을 흘리면서, 따지는 소리도 잊은 채로 생각해야 했다.
‘캐러반, 어떻게 되는 거지? 가몬티가 쉽게 뿌리칠 수 없어 보이는데? 응, 어떨 것 같냐?’
―알 게 뭐냐. 그보다 여기서는 보이지 않는데, 벨라딘 일행도 저쪽에 도착한 모양이다. 이리로 오지는 않을 것 같지만, 주의해야잖아.
‘왜!’
새삼 투란은 울컥했다.
어째서 다들 이렇게 한두 가지씩 골 아픈 문제를 품고 다니는가?
과연 나름대로 사정없고 사연 없는 사람은 세상에 없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