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592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588)
알드바인의 마법사 세마인을 중심으로 한 캐러반의 규모는 하루 동안 더 커졌다. 엘데인을 감싸는 거대한 마법, 그 효과에 대해서 눈으로 보고 느낀 하룻밤을 지난 다음에 그 마법을 주도했다는 상아탑의 마법사가 알드바인으로 귀환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재빨리 캐러반에 참여하겠다는 이들이 늘어난 탓이었다.
엘데인이 안정화되었다고는 하지만, 헤아리지도 못한 며칠 동안 엘데인을 공략해 오던 몬스터 떼가 하룻밤 사이에 정리되었다 해도 여전히 불안해하는 이들도 있었고 그 며칠 동안 얻은 하피나 머드 퍼피티어의 잔재, 혹은 뒤틀린 게나 대형 가재의 껍질을 싸 들고 헌터 대공방에서 제값을 받고 팔겠다는 이들도 있었다.
덕분에 캐러반의 인원이 어느새 수백을 넘었고, 누가 알드바인으로 가고 누가 엘데인에 남는가를 제대로 알 수 없는 것이 당연해졌다.
‘아, 다행이다.’
투란은 단순하게 생각했다.
―거리 두고 눈길 피하는 게 그리 오래갈 리는 없다고 본다만?
드라고니아는 핀잔했다.
‘알드바인까지만 버티면 되잖아. 가만히 등 돌리고 있으면 괜찮겠지. 아, 근데 정말 홀시딘한테 어떻게 해 달라고 할 수 없나?’
투란은 조금 아쉬웠다.
로열가든, 그 마법이라면 뭔가 할 수 있을 듯싶은데 홀시딘이 없잖은가.
투란 스스로 징표로부터 어떤 효과를 끌어낼까 생각을 해 보니, 이런 경우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 두지를 않았다. 그럭저럭 다양한 사용법을 익힌다고 둘러보기는 했지만 홀시딘이 주도하는 마법이라고 여기고 깊이 파고들어 두지는 않았으니까. 드라고니아가 대신 검토를 해 둔 바로는 이 상황에 도움이 될 듯한 항목은 없다고 했으니…….
―지금 홀시딘이라면 너한테 별로 응답하고 싶지 않을걸? 보상금 이야기 꺼낼 거라고 생각할 테니까 말이야.
더불어 냉정하게 상황을 짚기도 하는 드라고니아였다.
한숨을 쉬면서 투란은 살짝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이리하니, 등을 기대고 있는 기둥에 가려져 한쪽 방향에서는 투란의 얼굴을 전혀 알아볼 수 없었다. 그 볼 수 없는 쪽에서는 쟌이 두리번거리는 채로 벨라딘 일행의 선두에 서서 깡충거리는 중이었다.
‘좁아!’
투덜거림이 소리 없이 투란의 입가를 실룩이게 했다.
숨겨 둔 프로브로 적당히 눈치를 보면서 눈이 마주치지 않게, 보이지 않게 잘 숨고는 있었지만 쟌이 부지런히 싸돌아다니고, 벨라딘이 말리지 않는 통에 투란도 꽤 바쁠 수밖에 없었다.
―글쎄, 캐러반이 결성되고 출발하게 되면 숨을 기둥도 없을 텐데?
불평하는 투란을 향해 드라고니아가 짚었다.
투란은 입술을 삐죽이면서, 느긋한 척하며 앞을 봤다.
꼬박 하루 동안 툭탁거렸음에도 가몬티와 파몬티의 충돌은 잠깐씩 쉬다가 이어지기를 되풀이하며 끝나지 않고 있었다. 저 기묘한 형제는 지칠 줄을 모르는 듯한데, 정작 지쳐 나가떨어진 쪽은 구경하던 쪽이었다.
가룬과 아이들은 이제 익숙해진 가몬티 쪽을 보는 대신에 바쁘게 길드를 들락이는 헌터들을 구경하는 모습이었고, 테란과 함께 남아 있는 베즐 팀 멤버들은 아예 몰라라 하며 그 다툼을 외면했다. 라펜이나 마켈은 다시 알드바인으로 돌아갈 길에 대비해서 필요한 준비를 한답시고 바쁜 척했다.
‘진짜로 우리 곁에 붙어 갈 모양이네?’
투란이 보는 대로라면 가몬티는 베즐 팀이 주도하는 파티에 낄 생각을 버리지 않았고 파몬티는 그런 가몬티에게서 떨어질 낌새가 없었다. 게다가 하루가 지나고 나니 어째서인가 파몬티랑 아는 척하는 몇 명이 더 모여들기까지 했다.
말은 파티가 해산해서 새 파티를 찾는다고 했는데, 가몬티가 성질내며 하는 말을 들으면 원래 파몬티가 주도하는 파티 멤버들이 슬그머니 가몬티에 들러붙는 파몬티에게 들러붙을 작정으로 온 듯했다.
―결정은 베즐에게 맡긴다고 했잖아?
드라고니아가 살짝 의아한 듯이 물었다.
‘어, 말이야 그렇지만…… 근데 베즐은 대체 어디까지 갔길래 여태 돌아오질 않지? 세마인 마법사가 뭘 시킨 거야?’
투란은 갸우뚱하면서 거의 하루 동안, 어제 장터에 다녀온 이후로 줄곧 보지 못한 베즐의 행방에 대해 궁금해했다. 활잡이, 칼잡이 카엘과 함께 가서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런 팀 리더 베즐의 부재(不在)에도 테란들이 전혀 걱정 없는 것으로 봐서는 어디 갔나 아는 듯한데, 심드렁하니 늘어진 채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들리지도 않는다는 시늉을 하니 물어볼 의욕이 사라져서 묻지 못했다. 그렇다고 궁금증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음? 정찰 중이잖아?
‘뭐? 너 알아?’
―엘데인 주변이 진정되었는가를 흩어져서 조사하는 중이잖아. 한 팀이나 파티를 전부 동원한 것은 아니고, 여러 팀에서 특별히 신속하게 움직일 수 있는 인원만 추려서 보낸 스카우트에 베즐이 카엘 둘을 데리고 갔다만…… 프로브를 통해 기록해 놨는데, 너 전혀 안 본 거냐! 그렇게 볼 생각이 없으면 프로브 정찰을 왜 하는데!
‘당장 위험하지 않은 거는…… 안 봤지, 뭐. 베즐 쪽도 별일 없으니까 너도 딱히 뭐라 안 한 거잖아? 아, 그럼 언제 돌아오는 거지?’
―지금. 곧 눈에 보일 거다.
‘정찰 중이라며! 그건 귀환 중인 거지!’
―유치하게 말꼬리 잡다니, 자신의 나태함을 그런 식으로 덮으려 하지 마라.
‘으아! 진짜! 에이, 별일 없이 돌아왔으면 된 거고. 알드바인으로 가는 캐러반에 참여하는 작자들 상황은 어때? 특별히 이상한 거는 없지?’
뒷머리를 살살 긁으면서 투란이 다시 물었다.
―이상하다라…… 인간의 기준이 애매해서 뭐라 하기 곤란하군.
‘애매하긴 뭐가! 어우! 그냥 남 해코지하는가 하지 않는가만 잘 살펴 줘. 아, 혹시 가진 물건 중에 이상한 것이 있으면…….’
―아무도 모르게 훔칠 수 있는 경로를 파악해 둘까?
‘야!’
뭔가 심술궂은 드라고니아의 말에 투란은 고개를 저을 뻔했다.
혼자 기둥에 등 대고 서서 지나가는 이들 보며 고개를 흔드는 꼴이 이상할 테니 참기는 했지만, 이래저래 피곤함에 한숨이 새는 것까지는 어쩔 수 없는 투란이었다.
“계속 봐도 역시 황당하냐? 나도 그래.”
가까운 곳에서 이것저것 정비 중이던 라펜의 말이었다.
투란이 보니, 라펜은 여전히 가몬티와 파몬티를 흘깃거린 모양이었다.
―대체 저 둘의 관계는 뭐냐?
드리고니아가 불쑥 물었다.
투란은 되물어야 했다.
‘형제라잖아. 엄마가 같다고…….’
―인간 사이에서는 부계(父系)나 모계(母系) 중 한쪽을 기반으로 혈연(血緣)을 중요시한다고 들었다만, 가몬티는 그 관계를 부정하고 있고 저 파몬티는…… 그 관계를 바탕으로 팀을 맺자고 하는 중이라는 것까지는 알겠는데, 왜 거부하고 왜 그 관계 유지에 매달리는지를 모르겠거든.
‘어? 그게 가장 분명한 거 아니었어? 가몬티가 몬스터 로드이고, 꽤 쓸 만한 전력이니까 파몬티가 놓치지 않으려고 저러는 거잖아? 온갖 핑계를 다 대면서 말이야.’
―투란, 저 파몬티의 신체적인 조건을 검토하면 딱히 가몬티보다 못한 부분이 없다. 그래, 하피의 형상을 했더라고 파몬티의 신체 조건이라면 검과 방패 정도의 장비로도 충분히 가몬티의 역량에 뒤처지지 않는단 말이야. 저 둘은 서로에게 협력함으로써 상당한 효율을 발휘할 수 있다. 즉, 가몬티에게는 딱히 거부할 만큼 나쁜 조건이 아닌 거고, 파몬티로서는 저렇게 징징거리며 들러붙을 필요가 없단 말이지. 한데 왜 저러는 거냐?
‘생긴 대로 수인이랑 맞먹는 체력인 거야?’
듣다가 맹해진 투란은 결국 파몬티의 기량에 대해서 이렇게 묻고 말았다.
―인간 형태의 수인이라면, 파몬티가 딱히 뒤처진다고 할 수가 없어. 그래, 본격적으로 짐승의 형태를 드러낸 수인이 아니라면…… 파몬티가 넉넉히 감당할 거다. 통상적인 인간의 형태일지라도 수인의 체력이 보통 인간의 서너 배는 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파몬티는 전사로서 상당히 좋은 몸이란 거지.
‘그렇게 대단했어!’
투란으로서는 어처구니없는 이야기였다.
저리 징징대는 주제에 뭔 놈의 몸뚱이가 그리 좋단 말인가!
새삼스럽게 투란은 파몬티를 다시 봐야 했다.
아무래도 가몬티의 위협은 장난이 아니란 듯이 살짝 거리를 둔 채로 파몬티는 낮게 징징거리고 있었다. 어떻게든 설득을 하려는 듯한데, 가몬티는 완강하게 거부하고 있었다. 이제까지 함께해 왔지만 이번에야말로 헤어진다는 듯했다.
드라고니아의 분석대로라면 파몬티가 저리 매달릴 필요는 분명히 없는데…….
‘뭐, 인간관계라는 게 그렇고 그렇다니까.’
―그렇고 그렇다니?
‘잘 모른다고!’
―시장에서 하는 짓 보니, 잘 아는 것 같던데?
드라고니아가 툴툴대는 투란에게 조금 진지하게 물었다.
‘어? 아, 빚이 어쩌고 하던 녀석들이랑 있던 일?’
뭔 말인가 하다가 투란은 불쑥 전해져 오는 프로브에 기록된 광경, 두바크의 좌판 앞에서 툭탁거리는 자신의 모습에 쓴웃음부터 지었다.
―아니까 저럴 수 있던 것 아닌가?
‘그건…… 딱히 잘 아는 거는 아니었고, 샤오 마을에 왔던 용병 아저씨들이 하는 이야기를 따라 해 본 거야. 세상에 별별 미친놈이 다 있다면서 괜히 모르는 사람에게 시비 걸고 이러쿵저러쿵 아는 척하는 경우에는 ‘누구세요?’ 하는 것보다 ‘잘 만났다, 이 나쁜 놈아!’라고 되받아치는 게 좋다고 말이야. 뭐, 그러려면 일단 주먹질이든 칼질이든 한 솜씨 해야 하는 것이 주의 사항이라고도 했고…….’
소리 없이 설명하면서 투란은 문득 그 이야기를 하던 용병들을 이끌던 두목이 여자였다는 것을 떠올렸다. 그 여자, 누나라고 부르라 했던 용병 두목은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브로큰 킹덤까지 일감을 맡으러 다닌다고 했는데…… 투란이 지금 브로큰 킹덤, 정작 사는 이들은 섀터드 세븐이라고 부르는 칠왕국에 와 있다. 전혀 이쪽으로 나올 줄은 상상도 못 했는데…….
그런데 인간관계가 그렇고 그래서 까다롭다는 증거를 보듯이 가몬티와 파몬티의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라니!
뭔가 새삼스럽게 신기하고 어이없어하는 사이, 베즐이 두 카엘과 함께 나타났다.
보이는 순간부터 기다리던 테란과 팀 멤버들이 느릿하니 일어났고, 라펜과 마켈은 베즐 쪽에 무슨 일이 있었는가를 엿보려는 듯이 눈길을 보냈다.
투란이 보기에는 별다른 일 없이 한참 걸은 탓에 그저 피로만 쌓인 듯한데…….
“응? 뭐야? 이건 대체…….”
기다리는 팀 멤버들에게 다가오던 베즐은 주춤하며, 갑자기 쓰윽 앞을 가로막듯이 서는 파몬티를 훑어 내리면서 의아해하는 소리를 냈다. 가몬티가 바로 파몬티를 향해 으르렁거린다.
“뭐 하는 거야!”
“어이, 형씨가 베즐이요? 내 동생을 내 팀…… 내 파티에서 빼내 가려 한 작자가 형씨요?”
징징대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그 외모에 어울리는 파몬티의 태도가 여태 구경하던 이들에게는 꽤 신선한 충격이었다. 정말로 저 외모에는 저렇게 꿀렁거리는 살점을 흔들면서 자신보다 조금이라도 작은 사람은 바로 찍어 누르겠다는 불량한 태도가 잘 어울린다!
저 정도면 웬만해서는 일단 ‘사람 잘못 보신 거 아니에요?’라든가 ‘내가 언제?’라면서 한발 물러설 만하잖은가!
한데 베즐은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한 걸음 쓰윽 앞으로 딛으면서, 삐딱한 자세로 자신의 이마를 파몬티의 턱에 들이대면서 무겁고 낮은 소리로 되묻는다.
“넌 누군데? 뭘 따지러 왔다면, 먼저 자기소개부터 하고 무슨 사연인가 공손하게 얘기해야 한다는 상식도 없냐?”
수틀리면 바로 주먹과 발이 오가든가, 칼부림이라도 기꺼이 하겠다는 태도가 이보다 뚜렷할 수가 없을 듯한 베즐의 자세와 태도였다.
징징대던 모습대로라면 움츠리고 한 걸음 물러설 듯했는데, 파몬티 또한 베즐과 눈을 마주치고 고개를 숙여 내려다보는 채로 으르렁거리잖는가!
“오호? 남의 파티 멤버를 채 가려는 작자가 상식을 따져? 좋아, 상식대로 대답해 주지! 내가 바로 파몬티! 저기 가몬티의 형님 되시는 분인…….”
순간, 베즐이 고개가 홱 돌아갔고 가몬티를 쳐다봤다.
그 고갯짓에 파몬티는 흠칫해서 고개를 뒤로 젖혀야 했는데, 베즐이 다시 제자리로 고개를 팍 돌려 파몬티를 노려보며 사나운 외침을 터뜨린다.
“이게 사람을 뭘로 보고 헛짓거리를 하려 들어! 형이니 뭐니 하려면 조금 닮은 사람을 골라서 헛소리를 해야지!”
보고 있던 이들은 ‘어?’ 하다가 ‘아.’ 하는 소리를 내야 했다.
예상외로 당당했던 파몬티는 당황했다.
“허, 헛소리? 이봐! 나, 진짜 가몬티 형이거든! 우린 정말로 한배에서 태어난……!”
퍼억!
베즐이 냅다 파몬티의 턱을 갈렸다.
고개가 뒤로 젖혀졌지만 파몬티를 혀를 깨물지도 않았고 뒤로 나뒹굴지도 않았다. 그야말로 주먹질을 목 굵기로 버틴 듯한 광경이었다.
“상식적으로 말을 하라고, 상식적으로!”
베즐은 한층 더 성난 소리를 내뱉고 있었고, 파몬티 또한 주먹을 들어 올리고 있었다. 그리고 바라보던 이들은 동시에 외쳐야 했다.
“야, 말려!”
“일단 말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