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598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594)
“북쪽의 갈기산맥을 마주하는 남쪽의 수림(樹林) 지대(地帶)를 숲의 마경(魔境)이라고도 부르지. 숲이라고는 하지만 늪이 거의 절반이라서 아예 늪지로 여기는 경우도 많아. 부르는 이름이야 어쨌든, 난 그 숲의 마경에 들러붙었던 개척촌 출신이야.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누가 뭐라 해도 걱정 없다는 개척민에 대해서는 많이 들어 봤지? 맞아, 우리 가족이…… 아니, 우리 부모가 그런 개척민이었어. 나는 그런 개척촌에서 태어났고, 그 마을의 첫 세대라고 들으면서 자랐지. 마을이 자리 잡고 아이가 태어나고…… 그러니까 거의 십 몇 년을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마을은 숲의 마경에 자리 잡고 있었던 셈이야. 몬스터는 멀리 지나가기만 하고, 짐승은 넉넉히 상대할 수 있다고 자신했으니까 개척촌을 떠날 이유도 없었지. 그러다가 헌터가 찾아왔어. 몬스터의 흔적을 쫓았는데, 아무래도 개척촌을 노리는 무서운 놈이 있는 것 같다고…… 알드바인에서 주기적으로 보내는 스카우트 임무를 수행 중인 헌터였지. 굳이 개척촌에 들를 필요는 없었어. 개척촌 사람이라면 다들 자신 있었으니까. 언젠가는 알드바인처럼 큰 도시가 될 거라고 자신했으니까. 소소한 몬스터의 습격 따위는 물리칠 수 있다고 믿었지. 그래, 그렇게 믿어서…… 산채로 씹히면서 먹혔지.”
화르르, 요리를 위해 피워 놓은 모닥불이 섬찟해하는 것처럼 바람을 타고 도망치고 싶은 것처럼 흔들렸다. 그 광경에 베즐은 잠깐 말을 멈췄지만, 곧 다시 차분하게 이야기를 잇는다.
“뭐, 그다음은 흔한 얘기지. 잊고 싶어도 잊을 수가 없는 그 광경 때문에 살아남은 개척촌의 첫 세대인 나는 몬스터 헌터가 된 거야. 내 앞에서 내 가족을, 내 마을 사람들을 간식거리로 씹어 먹어 버린 몬스터를 토막 내고 씹어 주려고 말이지. 자, 그러면 일단 배를 채우자고! 저 발자국으로 봐서는 덩치가 크고 큰 만큼 걷는 폭도 커서 굉장히 빨리 쫓아가야 할 것 같으니까!”
어딘가 유쾌한 척 말을 맺는 베즐이었다.
투란은 맹하니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테란이 한꺼번에 준비한 점심 끼니, 고깃죽을 향해 그릇을 내밀었다. 가몬티가 그런 투란을 흘깃하고는 입가를 실룩이다가 참는 듯이 베즐과 팀 멤버들을 둘러보며 묻는다.
“그러면, 이 팀은 다들 같은 마을 출신……?”
“아냐! 그딴 거 봤으면 제대로 뭘 먹을 수 있을 리가 없지!”
단호한 소리는 테란이 했다.
활잡이 카엘과 칼잡이 카엘이 그런 테란을 보며 황당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전혀 그런 광경을 상상하지도 않았다는 듯한 대꾸였고, 그 증명이란 것처럼 죽을 퍼 주고 퍼 담으면서 입맛을 다시는 테란…… 그리고 거기에 그릇을 내밀고 있는 투란과 다른 팀 멤버들의 태도는 테란 말이 맞다는 듯하잖은가!
이야기를 했던 당사자, 베즐은 이미 죽을 입에 쓸어 넣고 있었고!
가몬티는 쓰윽 분위기를 훑어봤고, 잠깐 참았던 웃음을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흘려 내고 말았다.
“뭐, 흔하게 듣는 이야기이기는 하네…… 그치만 그런 일을 겪은 사람치고는 꽤 멀쩡하잖아, 베즐은…….”
냠냠거리면서 죽 속의 연한 고기를 씹던 베즐이 우물거리는 채로 되묻는다.
“멀쩡하지 않으면? 미친놈처럼 흐흐 하면서 ‘무서운 거 봤어요.’라거나 ‘몬스터가 미워요.’라고 징징거리면서 다니라고?”
가몬티의 웃음이 씁쓸해졌다.
베즐은 자신의 과거를 명확하게 되새기면서도 거기 휘말린 채로 앞뒤 가리지 못한 모습은 전혀 없었다. 그야말로 침착하면서 당당한 모습…… 어지간한 헌터에게서는 보기 쉽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런 베즐에게 가몬티는 뭐라 트집 잡는 말을 할 수가 없다 여기는데…….
“보통 그러거든?”
“맞아, 그게 멀쩡한 사람이 끔찍한 과거를 되새길 때 보이는 반응이지!”
두 카엘이 팀 멤버들과 베즐에게, 덤으로 투란에게도 짜증 났다는 것처럼 트집 잡는 소리를 하고 있었다.
가몬티가 보니, 둘은 그릇에 죽을 받아 놓고 아직 입에 댈 생각이 없는 듯이 가만히 둔 채이기도 했다. 아무래도 별로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들어서 식욕이 달아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베즐은 이에 대해 아주 당당하게 대꾸한다!
“갈 길이 바쁘잖아! 배고파서 중간에 쓰러질래? 빨리 먹어! 입에 처넣기 전에 먹으라고!”
두 카엘이 서로를 마주 보면서 이를 어쩌면 좋겠냐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사이에 그릇을 비운 투란이 슬쩍 묻는다.
“정말 안 먹을 거예요? 그러면…….”
“먹어!”
“어딜 넘봐!”
두 카엘이 그릇을 당겨 들면서 으르렁거렸다.
투란은 그릇을 할짝거렸고, 테란이 냉큼 국자를 움직이며 말한다.
“모자라면 나한테 얘기해! 내가 국자 들고 나눠 주고 있잖아! 자, 먹어라! 멧돼지처럼 부지런히 먹어!”
“왜 멧돼지예요? 기왕이면 좀 보기 좋은 걸로 고르지!”
투란이 투덜거리면서도 국자 아래로 그릇을 들이대고 있었다.
그 그릇 옆으로 두 개의 그릇이 불쑥 내밀어졌다. 더불어 두 명의 카엘이 소리쳤다.
“너무 적잖아!”
“더 부어!”
가몬티가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이 킬킬거렸고, 투란은 나란히 내밀어진 두 그릇보다 조금 더 앞으로 테란에게 그릇을 내밀었다. 국자가 움직였고 그릇이 차례대로 채워져 가며, 다들 먹느라 바쁜 시간이 잠시 흘렀다.
“아, 그런데…… 베즐은 대단했군요? 마을을 파괴한 몬스터에게서 살아남다니, 그때 어렸을 텐데 대단해요!”
다시 그릇을 비운 다음, 투란은 포만감을 즐기려다가 문득 생각난 것을 베즐에게 말해 봤다.
사람을 눈앞에서 씹어 먹는 괴물, 그런 괴물을 겪었어도 베즐은 살아 있다.
분명히 어린 시절이라고 한 것 같은데 그 어린 나이에도 베즐이 살아남았다는 것은 대단하다고 할 일이 분명했다. 과연 상급에 도달할 수 있는 헌터는 어린 시절부터 남다른 기량과 재능을 갖춘다는 증거가 아닌가?
한데 베즐은 입가를 팔뚝으로 문지르다가 이런 투란의 말에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젓고 있잖은가. 팀 멤버들 또한 ‘그건 아니었잖아?’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이고…….
“내 힘으로 살아남은 게 아니야. 마을에 경고를 하러 왔던 헌터…… 어떻게든 개척민을 피난시키겠다고 마을 창고에 불 지르려다가 들켜서 잡혀 묶여 있던 몬스터 헌터가 날 구해 냈지. 들키고 나서 반항하지 않고 잡혔던 그 헌터를 홧김에 두들겨 팼던 내 아버지랑 구경하던 어머니는 내가 그 헌터의 어깨에 얹힌 채로 살아남는 사이에 괴물의 이빨 사이에서 잘근잘근…….”
“아, 그만해! 뭘 그렇게 자세하게 떠드냐고!”
테란이 국자로 그릇을 두드리면서 으르렁거렸다.
베즐은 바로 ‘응?’ 하다가 머리를 긁적거리고 말을 맺고 있었다.
“괜한 오해를 할까 봐 그런 건데…… 그런 상황에서 혼자 힘으로 살아남는 애라면 정말 전설의 영웅이 될 수도 있으니까 말이야. 난 그런 쪽이 아니니까, 오해하지 마. 뭐…… 그때 이야기 나오면 나도 모르게 좀 자세히 떠들고는 해서 말이지. 이것도 오랜만이네. 아, 식사 끝났지? 어이, 다들 짐 챙기고…… 출발하자고.”
투란은 테란과 두 카엘, 베즐 팀 멤버들이 한숨을 쉬며 눈짓하고 고개를 젓는 모습을 보면서 베즐에게 뭔가 더 묻기를 멈춰야 했다. 뭔가 얘기가 끔찍해서 그런다기보다는 너무 자주 들어 놔서 이제는 지긋지긋하다는 분위기가 더 심했다.
하지만 가몬티는 그런 분위기에도 호기심을 참을 수 없다는 듯이 묻는다.
“그러면 베즐은…… 그 뒤에 혼자 살면서 몬스터 헌터가 된 건가? 이 팀을 만나기 전까지 어린 나이에도 혼자……?”
일어서서 기지개를 켜듯이 몸을 가누던 베즐이 냉큼 대답을 한다.
“아냐. 날 구해 낸 헌터가 날 키워 줬지. 뭐, 따지고 보자면 대부(代父)라고 해야 할까? 양부(養父)라는 말이 더 맞으려나? 하지만 이제까지 아버지라고 부른 적은 없어서 말이지…… 본인도 그런 거 싫어하고 해서…….”
“호오? 가족이 있는 셈이네?”
가몬티가 한층 더 재미있다는 듯이 말했다.
이에 짐을 챙기며 떠날 준비를 마쳤다는 듯, 조금 지루한 표정을 짓던 칼잡이 카엘이 불쑥 말을 보탠다.
“알드바인 헌터 길드의 서브 마스터.”
“응? 서브 마스터?”
가몬티는 느닷없는 소리에 갸우뚱했다.
활잡이 카엘이 피식 웃고 설명하는 몇 마디를 더한다.
“베즐을 키워 준 몬스터 헌터가 지금 길드 서브 마스터라고. 뭐, 베즐만 키운 것은 아니지만…… 고아 수집가? 그렇게 좀 괴팍하게 그리 불리기도 하고…….”
이 말에 투란이 ‘우아!’ 하는 소리부터 지르고는 두 손을 마주 잡고 싹싹 비비는 모양을 하고서 베즐에게 말한다.
“서브 마스터면 높은 분이군요! 길드의 높은 분이랑 친했군요! 베즐, 앞으로 친하게 지내요!”
“어? 에, 엥!”
베즐은 투란의 자세에 흠칫하고 놀란 소리를 내더니 슬슬 뒷걸음쳤다.
베즐 팀 멤버들도, 테란만 빼놓고 두 카엘까지 모두 슬슬 투란에게서 몇 걸음씩 멀어지고 있었다! 그러면서 웅얼거리는데…….
“우와, 투란이다, 투란!”
“테란이라고 이름 바꾸기 전이랑 똑같애!”
“왜 투란은 다들 저래!”
“으아, 징그러워! 테란이 하나 더 있는 거 같잖아!”
투란은 ‘엥?’ 하면서 놀라다가 쓰윽 고개를 돌려 테란을 봐야 했다.
그러고 보니 원래 투란이었다가 이름을 테란으로 바꿨다 했던 것 같은데…….
테란은 눈을 휘둥그렇게 뜬 채로 투란을 보다가 멤버들의 태도를 뒤늦게 눈치채는 듯하더니, 곧바로 발끈해서 높아진 목소리가 테란의 입에서 터져 나온다.
“야! 이 세상 물정 모르는 것들이! 이게 당연한 거야! 서브 마스터의 권한이면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데! 높은 분이랑 알면 원래 좋은 거라고! 야, 이 짜증 나는 것들이! 이번에도 괜한 고집부려서 여기까지 온 거잖아! 몇 년 만에 알드바인에 왔으니까 상황 볼 때까지 공역 좀 미뤄 달라고 부탁해도 되는데 안 해서 지금 이 들판에서 이러고 있잖아! 이 철딱서니 없는 것들! 베즐, 네가 제일 짜증 나!”
뭔가 쌓인 것이 펑 하고 터지는 듯했다.
다들 외면하겠다고 슬슬 테란의 눈길을 피하는 와중에 베즐이 머리를 긁적거리면서 변명하듯 말하고 있었다.
“그래도 결국 원하는 사냥감을 쫓게 되었잖아. 어차피 따로 쫓았어도 이 정도 지난 다음에야 흔적을 겨우 찾았을 테고…… 에, 그러니까 좋은 게 좋은 거라잖아? 잘 풀렸으니까 나쁜 선택은 아니었다고! 어, 다들 준비 끝났지? 그럼, 빨리 가자! 서둘러야지!”
점차 험악해지는 테란의 표정에 베즐은 재빨리 돌아서면서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척하니, 테란이 으르렁거린다.
“기다려! 그릇 덜 챙겼어! 어흐!”
가몬티가 킬킬거렸고, 투란도 웃었다.
이 팀, 뭔가 알면 알수록 흥미롭다는 듯!
크고 깊은 발자국을 추적하는 일은 생각보다 까다로웠다.
보폭이 거의 10여 미터인 데다가 잘못 보면 보통 웅덩이로 착각하기가 쉬운 탓이었다.
우기(雨期)로 인해, 혹은 간혹 있는 폭우(暴雨)로 인해 하이랜드에 생겨난 물웅덩이는 서서히 마르면서 이곳저곳에 많이 있기도 해서 발자국을 위장해 주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울퉁불퉁한 지면의 형태 또한 거대한 몬스터가 발을 디딘 흔적을 감춰 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으니까, 생각 없이 걷는 중이었다면 울퉁불퉁한 지면에 웅덩이가 꽤 많이 생겼네 하면서 지나칠 수도 있었다.
그래도 몬스터 헌터답게, 베즐 팀은 잘 쫓고 있었다.
몇 번 엉뚱한 쪽으로 가다가 사방을 뒤지면서 되돌아오기도 했지만, 그래도 차분하게 추적은 이어졌다.
그렇게 해서 찍힌 지 얼마 안 되는, 고작 몇 시간 정도 밖에 되지 않은 발자국을 발견했을 때 일행은 잠시 멈췄다. 이제까지 쫓아온 몬스터의 흔적에 대해 의논이 시작된 순간이었다.
“한 마리?”
“똑같은 발자국을 지닌 게 아니라면 한 마리.”
“어떤 사우루스일지 예상을 못 하겠는데…….”
“먹고 싼 흔적이 거의 없었지?”
“질주하는 타입이라 그럴 수도 있지.”
“질주했다면 거의 하루 정도는 한곳에 처박힌 채로 쉬는 거 맞지?”
“그런 타입이면…… 이제 한두 시간 간격일 테고, 휴식 딱 끝난 다음에 만날 수도 있겠는걸?”
“음, 어쨌든 지나친 곳에 짐승의 흔적이 새로 생긴 경우는 없었잖아.”
“아마 그랬을걸?”
“일단 포식형이겠고…….”
가몬티와 투란은 베즐 팀이 의논하는 것을 가만히 들었다.
아무래도 이 상황에 더욱 익숙한 것은 베즐 팀이니까.
이 의논에 딱히 끼어들지 않다 보니 조금 지루하고 심심해진 투란이 가몬티에게 슬며시 묻는다.
“그 모자…… 마법사 모자가 몬스터를 찾아 주거나 하지는 않아요? 그런 거 있잖아요, 주변을 싹 뒤져 보는 마법 같은 거……. 위험하면 미리 알려 준다거나, 그런 거 없이 말만 하는 모자예요?”
가몬티는 ‘어?’ 하다가 머리에 얹은 고깔모자를 툭툭 쳐 본다.
“깨어 있어? 아직 자는 거야?”
후우웃, 긴 숨결을 토해 내는 소리와 함께 고깔모자의 챙이 뒤집어지면서 말이 흘러나온다.
“조금 더 자야 한다만…… 상황이 상황이니 몇 마디 해야겠군. 한 시간 안쪽 거리에 저 발자국을 남긴 녀석이 있다. 형태는…… 음, 테러사우루스라면 알겠냐? 에, 그러니까 너네 헌터 사이에서는…….”
“등짐 얹은 커다란 사우루스!”
베즐이 날카롭게 반응하는 소리를 질렀다.
한 시간 안쪽이라는 것이 투지(鬪志)를 건드렸다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