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599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595)
전투태세를 갖추면서, 투란은 일행이 싸울 준비를 제대로 하는 광경에 어울리면서 슬쩍 드라고니아에게 물었다.
‘뭐야, 어떻게 생긴 녀석이래? 두 발로 뛰는 도마뱀 같은 거, 그게 사우루스 아니야? 등짐을 얹었다는 거는 뭐야? 그냥 그렇게 생긴 거야?’
―용아종은 도마뱀과 계통이 달라. 사우루스라고 하는 시점에서 이미 작은 놈은 아니라고 봐야 한다. 랩티드랑 착각하지 마. 모자가 말한 대로라면…… 테러사우루스라면 주의해야 할 점이 있어.
‘주의?’
―그게 변형하기 전에 쳐 죽이는 게 좋다는 거지.
‘변형……? 변신한다고?’
―몬스터 로드처럼 형상(形相), 속성(屬性)이 바뀌는 변화는 아니야. 하지만 압축되었던 신체를 확장하면서 힘을 발휘하는 구조가 극단적으로 바뀌지. 거의 열 배가량 힘이 증가한다고 하니까.
‘뭐가 어떻게 변하는데 힘이 열 배로 세져? 아주 이상한 놈인가?’
―그렇게 이상하지는 않다. 보면…… 재미없을걸.
‘재미없어?’
―그래, 힘이 세지고 더 빨라지기는 하는데 몬스터 로드에게는 별 흥미로운 대상은 아니지. 커다랗고 세기만 하다고 할까? 아, 그보다…… 저 모자가 탐색을 꽤 짧고 좁게 한 탓에 알아내지 못한 모양인데, 인간이 더 있다.
‘어?’
―테러사우루스를 노리는 또 다른 일행이 있다고. 팀인지 파티인지 모르겠지만, 저쪽에서도 아직 이쪽을 알지는 못하는 모양이다만…….
‘가까이에 그 사람들 흔적이 있어? 베즐네한테 지적해 줄 만한 걸로 말이야.’
―테러사우루스 너머에 있는 일행이다. 이쪽에서 지적해 줄 흔적은 없어.
‘아, 그래…….’
아마도 테러사우루스를 사이에 두고 서로 반대 방향에서 접근하게 된 모양이라고 납득하며 투란은 장검을 언제라도 뽑을 수 있게 해 놓고, 활을 조립했다. 어느 쪽이 어떻게 필요할지 모르니, 할 수 있는 준비를 다 해 놓은 셈이었다.
가몬티는 딱히 뭔가 준비하는 모습 없이 구경만 하는 듯했다. 그야말로 몬스터 로드답게 그 몸으로 들이댈 작정이란 듯…….
베즐 일행은 캐러반에 어울릴 때랑 완전히 다르게, 심상치 않아 보이는 룬디아크 공방의 마도구를 전부 사용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 준비가 끝난 다음에 베즐이 투란과 가몬티를 보고 말한다.
“투란, 활카 옆에서 상황 보면서 대응하면 돼. 칼카가 대강 뭘 해야 할지 알려 주게 될 거야. 그리고…… 가몬티, 넌 대체 뭘 어떻게 하라 해야 할지 모르겠어. 가능하다면 달라붙지 말고 그냥 거리를 둔 채로 엄호만 해 줬으면 한다만…….”
“그러지. 나도 덩치 큰 놈에게 들러붙는 거는 별로 좋아하지 않으니까. 걱정 마. 피해 입지 않게 잘 노려서 요격해 줄 테니까.”
가몬티는 어깨를 으쓱하면서 가볍게 대답했다.
베즐은 일단 그 정도면 되었다는 듯…….
“그래…… 그럼, 가자!”
바로 앞장서서 빠르게 내닫고 있었다.
투란은 베즐이 말한 대로 활잡이 카엘의 곁에 붙어 따라갔다.
가몬티는 칼잡이 카엘 곁에서 움직였다.
테란과 베즐 팀 멤버들은 나름대로 연계할 준비를 한 채로 달렸다.
그렇게 해서 대략 반 시간 후, 테러사우루스를 볼 수 있었는데…….
휘잉!
옆으로 누운 거대한 것의 꼬리가 잠결에 뒤척이는 동작에 위로 솟구쳤다가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쿠웅!
땅을 울리는 소리, 딛고 있는 땅을 흔드는 진동이 퍼져 나갔다.
꼬리는 땅에 길게 늘어졌고, 꼬리와 나란히 돋아난 두 다리는 길쭉하니 뻗은 채로 꼼지락거렸다. 허리와 등은 살짝 굽힌 듯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어서면 거의 10여 미터는 될 듯한 체고(體高)를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굽은 머리의 뒤편, 목 언저리에 길쭉하니 매달고 있는 등짐…… 마치 배낭 위에 얹힌 말린 침낭 같은 것이 붙은 모양이었다.
그렇게 등을 보인 채로 누운 괴물, 테러사우루스를 발견한 일행은 잠시 멈췄고 가만히 지켜봤다.
바람이 일행을 스쳐 갔고, 투란은 냄새가 곧바로 테러사우루스에게 도달할 것을 알아차렸다. 인간의 살 냄새를 맡은 몬스터는 과연 저 요란한 잠에서 깨어날까?
쿠릉쿠릉 하는 거친 숨소리가 등짝 저 너머에서 고르게 울려 나왔다.
‘안 일어나? 바람 타고 냄새가 분명히 퍼졌을 텐데?’
―투란, 몬스터라고 다 냄새 잘 맡는다는 것은 편견이야. 테러사우루스는 그런 감각이 의외로 둔한 경향이 있다.
‘의외로? 원래 잘 맡는다는 소리구먼!’
―쟤는 아니라고!
‘어쨌든, 그럼 잘 때 썰어 버릴 수 있으려나?’
―글쎄…… 어떠려나?
투란은 드라고니아의 애매한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무래도 드라고니아는 저 테러사우루스가 개체로서 지닌 능력이 분명하지 않은 데다가, 이런 대형 몬스터와 맞닥뜨린 베즐 일행의 역량도 이모저모로 애매하다고 여기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투란은 슬쩍 칼자루에 손을 얹으면서 곁에서 몸을 낮춘 활잡이 카엘을 바라보며 고개를 까닥까닥해 봤다. 대강 칼 들고 가서 치면 되나요, 하고 묻듯이.
활잡이 카엘은 그런 투란의 의도를 읽은 듯, 한편으로는 그럴듯하다고 여긴 듯이 앞으로 낮게 묻는 소리를 꺼낸다.
“아직 깨어나지 않을 모양인데, 바로 끝낼 수 있겠어?”
베즐은 대답하지 않았고, 칼잡이 카엘이 대신 대답한다.
“그건 좀 무리겠는데…… 저거, 자는 게 아니라 자는 척하는 것 같아서.”
투란이 눈을 끔벅거렸다.
자는 게 아니라 자는 척이라니?
활잡이 카엘이 쳇 하는 소리를 내고는 입을 다물었다.
설명은 더 없는 듯했다.
가몬티가 슬쩍 칼잡이 카엘 곁에서 의견을 낸다.
“내가 조금 더 다가가서 한 방 먹일 수 있을 것 같은데…… 저거, 머릿속이 텅 빈 놈은 아니지? 일단 머리 안쪽을 흔들면 비틀거리거나 기절하는 놈이라면 제대로 세게 한 방 먹이고 시작할 수 있어.”
“진짜?”
칼잡이 카엘이 솔깃한 듯,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묻는 눈길로 되물었다.
베즐도 앞에서 쓰윽 고개를 돌리면서 궁금한 표정을 드러냈다.
팀 멤버들이 거의 비슷한 눈길인 것을 둘러보면서 가몬티가 대답한다.
“소릿살. 하피의 소릿살이면 대가리뼈가 아무리 단단해도 바로 그 안쪽에 충격을 줄 수 있으니까. 저게 방심하는 틈이라면…… 꽤 세게…….”
“잠깐, 저거 뭐야?”
테란이 가몬티의 말을 끊으면서 한쪽을 가리켰다.
일행이 몸을 낮춘 채로 속닥대는 사이, 저쪽에 누군가 낮은 자세로 테러사우루스를 향해 접근하는 모양이 얼핏 보였다.
활잡이 카엘이 렌즈를 조작하면서 그쪽을 봤고, 바로 설명한다.
“헌터 파티인데? 아, 바람 마주하니까 안심하고 덮쳐 보려는 모양이야!”
베즐이 고개를 높이 빼면서, 낮은 자세를 아예 포기한 듯이 발돋움까지 하면서 묻는다.
“잘 안 보여, 뭘 갖고 치려는 거지?”
“넓고 길고 큰 칼.”
활잡이 카엘이 대답했다.
여전히 잘 안 보이는 듯, 베즐이 답답하다는 듯이 다시 묻는다.
“그냥 넓고 길고 크기만 해?”
“어.”
렌즈를 조작해서 저쪽에 나타난 파티의 장비를 자세히 살핀 듯, 활잡이 카엘이 간단히 답했다. 어이없어서 더 뭐라 설명할 길이 없다는 듯한 말투였다.
투란은 궁금했다.
‘아니, 뭘 믿고 저런데?’
―마법이다, 투란.
‘뭐? 뭔 마법?’
―저쪽에 마법사가 있어. 저건 자는 사이에 때려잡으려는 게 아니고, 깨워서 유인할 작정이다. 마법사가 마법을 준비하고 있고, 그 유효 범위까지 끌어들인 다음에 준비한 마법으로 끝을 보겠다는 거야.
‘그냥 마법사가 다가와서 마법으로 후려치는 게 아니고?’
―마력이 넘실거리면 몬스터가 위협을 느끼고 바로 날뛸 테니까. 몬스터의 감각 범위에서 벗어난 곳에서 차분히 준비한 다음에 몬스터를 유인하는 거다. 마법을 준비한 채로 움직이는 것이 곤란해서 선택한 방법이겠지. 장전된 채로 고정된 대형 쇠뇌처럼 기다리는 거야.
‘그건…… 나쁜 계획은 아닌데? 아니, 잠깐! 테러사우루스가 마법 한 방에 뒈지기는 하는 거야?’
―예측할 수 없다. 저쪽이 준비하는 마법, 꽤 독자적인 구성이라 자세히 알 수가 없군. 좀 더 프로브를 활성화해 보지 않으면…….
‘하지 마.’
투란은 드라고니아가 더 자세히 탐색하는 것을 반대했다.
이미 투란과 마찬가지 의문을 품은 이쪽 일행도 열심히 의논하고 있었는데, 마법사의 존재를 모르기는 했지만 결론은 비슷하게 내고 있었다.
“다들 몸놀림이 제법이야.”
“그럼, 얼빠진 놈들은 아니란 거네?”
“몰이할 참인가?”
“몰이? 어디로?”
“몰이가 아니라 끌어갈 모양인데?”
“그러니까 어디로!”
“뭔가 저쪽 너머에 준비해 놓았겠지. 설마…….”
“구덩이 같은 순진한 거면 쟤네 다 죽는 거야.”
“안 보여. 여기서는 전혀 안 보여.”
활잡이 카엘이 더 이상 렌즈로 파악할 수 없다고 말했을 때, 의논은 끝났다.
그래도 가몬티는 자신의 의견을 조금 수정해서 다시 말해 보는데…….
“내가 저쪽 일에 협력한다면……?”
“무리야, 가몬티. 저쪽 계획에 날아다니는 몬스터 로드는 없을 거라고. 괜히 어긋나면 저쪽 하는 짓에 훼방만 놓을걸. 멍청이들이라면 도움이 되겠지만…….”
베즐이 입술을 잘근거리면서 고개를 저었다.
가몬티도 더 뭐라 하지 않고 입을 다물었다.
저쪽에서 저렇게 허술한 장비로 테러사우루스를 깨울 작정이라면 확실한 계획이 여러 단계로 준비되어 있을 것이다. 거기에 전혀 고려되지 않은 뭔가가 끼어든다면, 그 계획이 잘 준비된 것일수록 엉망진창으로 꼬일 수가 있었다.
애초에 그런 계획 없는 허술한 작자들이라면, 눈에 보이는 대로 허술한 경우라면 저러는 것이 이미 자멸(自滅)한 셈인 것인데…… 그렇게 멍청이로 보기에는 저쪽의 움직임이 너무 좋았다.
그러니 괜히 끼어들기가 애매한 상황.
어느 틈에 일행의 눈길이 베즐을 향했다.
이런 상황에서 판단을 내려야 하는 것이 바로 리더에게 맡겨진 일이니까.
베즐은 몸을 낮췄고 잠시 고민하고 갈등했다.
투란은 그런 베즐의 숨결이 살짝 거친 것을 느꼈고, 문득 알 수 있었다.
‘사냥감을 뺏기기 싫어서 먼저 치려나?’
―뺏기기 싫어?
‘얘기 들었잖아. 나름대로 복수하고 싶은 몬스터 헌터라고, 베즐은. 그런 사람들이면 누가 자기 대신 뭘 해 주는 것보다 자기가 직접, 자기 손으로 해치우는 쪽을 원한다고.’
―복수심이라, 위험한 감정이다.
‘그렇긴 하지.’
투란은 그런 복수에 빠져들었다가 자멸해 버린 헌터들의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복수를 하면서도 살아남은 헌터들 사이에서는 그야말로 해서는 안 될 짓이라고, 그 감정에 휘둘려 판단을 잘못하면 안 된다고.
과연 베즐은 어찌할 것인가?
베즐이 마음을 정한 듯, 길게 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준비가 돼서 유인까지 할 정도라면, 우리보다 먼저 온 거잖아. 일단 지켜봐 주자고. 끼어드는 거는…… 상황 봐서 정하자. 대신 저 덩치가 어떻게 반응하는가, 놓치지 말고 지켜봐야 하니까 다들 긴장해.”
“베즐, 우리 더 긴장해야겠다.”
불쑥 말한 것은 테란이었다.
베즐은 낯을 구겼고, 테란은 다른 한쪽을 가리키면서 말을 잇는다.
“발자국이 달라. 저쪽으로 이어진 흔적, 우리가 쫓아온 거랑 발자국이 달라. 그런데 닮았어.”
“한 마리가 아냐?”
칼잡이 카엘이 나직하게, 아주 성난 소리를 흘렸다.
가몬티가 ‘어라?’ 하다가 묻는다.
“저쪽이 노리는 거는 저기 잠퉁이 하나라면? 미리 한 마리 처리하고 두 번째로 노리는 건가? 아니면 모르는 건가?”
활잡이 카엘이 바쁘게 렌즈를 조작하다가 끄응 하고 이에 답한다.
“모르고 있을 거야. 저쪽 파티가 접근한 방향에서는 저 흔적을 볼 수 없어!”
베즐은 다시 자신에게 모여든 일행의 눈길에 깊이 숨을 들이쉬고 내쉬면서 말한다.
“지켜본다. 다른 한 놈이 어디 있는가 모르니까, 일단 저쪽 하는 거를 지켜보고…… 다른 한 놈이 나타나면 그건 우리가 맡아야지. 상황에 따라 대응할 수밖에 없어!”
이렇게 해서 일행은 다시 몸을 낮춘 채로, 잔뜩 긴장해서 언제라도 뛰쳐나갈 준비를 했다. 그리고 저쪽 파티가 잠자는 테러사우루스의 발톱을 칼로 내리찍는, 아무리 봐도 무모하고 얼빠진 짓거리를 구경하게 되었는데…….
‘멀어?’
―가깝다.
‘쟤네, 서로 친하게 지내나?’
―동족이 공격당하면 자기 일처럼 화는 내지. 무력해진 동족을 뜯어 먹기도 하지만 말이야…….
투란은 드라고니아에게 다른 한 마리의 위치를 물었고, 이 상황에서 아주 부정적인 대답을 듣고 더욱더 긴장해야 했다.
곧바로 저쪽에서 몬스터 사냥이 시작되었다.
파악!
쿠워어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