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601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597)
달려가면서도 투란은 조금 짜증 난 표정으로 자신의 활를 흘깃했다.
‘아오! 꽂히지도 않냐!’
투란이 쏜 화살은 테러사우루스의 가죽에 툭 부딪혔다가 그냥 떨어졌다.
활잡이 카엘이 쏴낸 빛의 화살이 푹푹 박힌 것과 전혀 다르게!
베즐 팀이 사용하는 장비가 테러사우루스에게 잘 먹힌 거랑 비교하면 완전히 덜떨어진 느낌이, 그런 현실이 팍팍 손에서 배어 나오는 듯하잖나!
―당연하잖아! 그게 무슨 마법이 걸린 활도 아니고 몬스터를 소재로 제작된 화살도 아니고, 당연한 걸 놓고 뭔 불만이야!
드라고니아가 핀잔했다.
‘그래도 알드바인에서 이거 판 아저씨가 나름대로 몬스터 상대로 쓸 수 있다고 했잖아!’
투란은 공방 장인이 두툼한 팔근육을 과시하면서 이 활을 당겨 보여 줄 때를 떠올리면서 투덜거림을 포기하지 않았다. 물론 드라고니아도 핀잔을 포기하지 않았다.
―쓸 수 있었잖아! 저 테러사우루스를 만나기 전까지 이놈 저놈 가릴 것 없이 그 활로 실컷 재미 봤잖아! 가죽이 특별한 저놈한테 안 꽂힌다고 활 탓을 하나! 그게 불만이면 강철 덧댄 돌벽도 뚫는다는 비싼 화살을 샀어야지!
‘야, 화살 한 대에 은전 한 닢씩 하는 거잖아! 한번 쏘면 회수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화살에 은전을 한 닢씩 쏟아붓다니! 카엘…… 활카의 활을 보라고, 솔리드 포톤 화살이 척척 생겨나잖아!’
―그게 부러우면 룬디아크 공방에 가서 금전 쏟아붓고 하나 사든가! 대체 지금 어디다 신경을 쓰는 거냐! 정신 똑바로 차려! 투란, 너 설마 여기서 누가 죽든 말든 전혀 신경 쓰지 않을 참이냐?
포기하지 않고 투덜거리는 투란을 핀잔하고 꾸짖던 드라고니아가 문득 의아해하면서 묻고 있었다. 사람 목숨이 오가는 이 상황에서 투란의 관심이 너무 이상한 곳으로 치우쳐 있는 것이 아니냐는 듯, 아무래도 이건 정상이 아니란 듯!
‘저 한 마리로는 아무도 안 죽어. 저기 뛰는 마법사를 보라고, 여기저기 뛰면서 전혀 물릴 낌새가 없잖아. 속도가 빠른 게 아냐. 테러사우루스란 저 몬스터의 특성을 잘 알고 있다고, 저 팀…… 파티려나? 아무튼, 테러사우루스가 저 사람들 물려면 다들 지친 다음이라고. 그 전에 베즐이 끝장낼 테고.’
투란은 이렇게 냉정하고 침착하게, 자신이 여유 있는 까닭을 말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드라고니아가 갑자기 툭 하니 말하는데…….
―발 헛딛고 자빠지면 지치기 전에도 물릴 것 같다만?
‘에? 아, 진짜!’
투란이 보니 능숙하게 잘 피하던 저쪽의 한 명이 돌부리인지 풀뿌리인지에 발이 걸려 뒹굴고 있었다. 테러사우루스는 냉큼 그쪽으로 방향을 바꾸고 있는 꼴이 모처럼 생긴 쉬운 먹잇감을 놓치지 않겠다는 분위기가 가득했고!
문제는 드라고니아가 예측하고, 투란에게 보여 준 그 움직임이 아직 베즐 일행이나 저쪽 편에서는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다들 바빠서 저 한 명의 상황을 제대로 파악 못 한 데다가 얼핏 보면 아직 거리가 있는 쪽에서 넘어졌으니 일어나 아까처럼 달리면 괜찮을 듯싶기도 했으니…….
그나마 가몬티가 계속 테러사우루스의 머리 주변을 맴돌면서 다른 방향으로 유도하려는 듯했으나, 먹잇감을 향해 마음을 정한 몬스터의 방향은 바꾸지 않고 있었다. 그런 가몬티도 너무 무리하지 않는 것이 다음에 누가 물릴 거라는 생각은 전혀 못 하는 모습이 틀림없었다.
―죽게 둘 거냐?
드라고니아는 테러사우루스의 두 다리에 응축되는 힘의 방향, 결과를 선명하게 예측한 심상을 투란에게 전하며 물었다. 이는 넘어졌다 일어난 사람이 테러사우루스의 순간적인 가속에 대처하지 못해서 어떻게 깨물리고 씹히게 되는가, 바로 투란의 뇌리에 그려 보이면서 묻는 말이었다.
‘야, 무섭잖아!’
드라고니아에게 으르렁거리면서도 투란의 손은 빠르게 활에 화살 셋을 걸었다. 그리고 ‘헌터스 배너’를 통해 오러를 발산하며, 우렁찬 외침과 함께 한꺼번에 테러사우루스를 향해 날린다.
“가모오오온! 비전 눈깔 찌르기이이! 알아서 피해요오오!”
하피의 몬스터 로드는 느닷없이 터진 외침을 듣고서는 살짝 위로 솟구치면서 무슨 일인가 돌아봤고, 활잡이 카엘은 ‘으엇? 뭐야 왜 소릴 질러!’라고 투란 곁에서 놀란 소리를 냈다.
피이잇, 피잉!
화살 셋이 높이 치솟아 호선(弧線)의 궤적을 남기며 테러사우루스의 머리 너머로 날아가는 듯했다. 하지만 그 순간, 머리 주변을 맴돌던 가몬티가 조금 떨어졌다 싶은 순간에 테러사우루스는 냉큼 쉬운 먹잇감을 향해 움직이려 했다.
투욱, 파팟!
콧등에 떨어진 화살 하나는 둔탁하게 튕기고, 한쪽 눈알에 화살 둘이 꽂혔다. 하나는 눈동자를 꿰었고, 하나는 눈꼬리 근처의 연한 살 속으로 파고들었다. 화살 둘은 테러사우루스를 포효하게 했다.
크워, 꾸어엉!
“잘했어!”
“제대로네!”
베즐과 칼잡이 카엘은 격한 외침과 함께, ‘누가 내 눈깔 아프게 했어!’라고 돌아서며 으르렁대는 몬스터의 앞으로 내달리며 갈라졌다. 좌우로 테러사우루스를 공략하려는 움직임이었다.
그 광경을 보며 투란은…….
“아, 맞았네?”
슬그머니 중얼거리면서 활잡이 카엘이 돌아보는 눈길에 자기도 놀란 척했다. 활잡이 카엘은 어이없다는 듯이 잠깐 눈살을 찌푸렸고, 의심하는 듯한 그 분위기에 투란이 날름 한마디 더 보탠다.
“저기 누가 넘어졌잖아요. 그래서 혹시나 해서…….”
“아, 그런 거냐?”
활잡이 카엘이 퍼뜩 알아차린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누군가 넘어졌고 테러사우루스가 그쪽을 노렸다면 대강 화살 서넛을 쏘아 보내서 그 움직임과 충돌시킬 수 있기는 했다. 그게 머리를 노렸고 몬스터의 눈알에 박힌 것은 반쯤은 운이 좋은 거고…… 혹시나 해서 쏜 것은 정확한 판단이었다.
물론 발아래로 화살이 휙휙 지나가는 꼴을 보며, 까닥 잘못 날았으면 자신에게 꽂힐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가몬티는 저쪽에서 성질내면서 이쪽으로 날아오고 있기는 했다.
“위험하잖아! 이상한 짓 하지 말라고!”
활잡이 카엘이 가몬티의 이 외침에 바로 대꾸한다.
“엎어졌던 녀석을 엄호한 거야! 저 덩치는 약점 보인 상대를 가장 먼저 노린다고! 알아 둬!”
가몬티는 ‘그런 건 빨리 말해!’라는 말을 아련하게 흘리면서 다시 저편을 향해 높이 날아올랐다. 베즐과 칼잡이 카엘이 테러사우루스의 주변을 돌며 양편에서 칼질을 할 기회를 노리는 것을 보며 가몬티가 소릿살을 날릴 듯한데…….
우득, 와드득!
테러사우루스의 몸에서 뼈가 어긋나는 소리가 천둥처럼 울려 퍼졌다.
“에?”
투란이 화들짝 놀란 소리를 냈다.
활잡이 카엘이 바로 외친다.
“썩을! 한 놈 살려 놓고 일이 꼬였구먼! 베즐, 칼잡이! 물러서! 위험하다! 가몬티, 멀리 떨어져!”
동시에 발을 멈추고 뒷걸음을 치기도 해서 투란은 그 흉내를 내듯 따라 물러서며 묻는다.
“뭐예요? 뭔데!”
“눈깔 맞춘 덕분이지. 저게 제대로 위협을 느꼈어. 이쪽으로 올 거다. 투란, 살아남아라!”
“왜!”
투란이 오히려 억울하다는 듯이 소리쳤다.
그저 견제로 쐈고, 거의 빗나간 화살에 눈알을 들이박은 주제에 어디다 화풀이해서 사람 목숨을 위협하느냐고 따지듯!
활잡이 카엘이 쓴웃음을 지었고, 그사이에 테러사우루스의 등짐이 풀렸다.
볼록한 가슴이 좌우로 갈라지면서 두툼하고 우람한 근육질의 가슴으로 펼쳐졌고, 등에서 날개처럼 펼쳐지는가 싶었던 등짐 모양은 좌우로 길고 넓게 펼쳐진…… 손아귀를 꽉 움켜쥐면서 주먹을 만들고 있었다.
그 주먹이 땅을 내리찍는 동작은 굉장히 빨랐다.
콰아앙!
땅울림과 함께 깊은 구덩이가 파이며 땅거죽을 물결치게 하는 맹렬한 파문(波紋)이 번져 나갔다.
발 빠르게 도망치던 저편 일행도, 그 가까이에 있던 베즐과 칼잡이 카엘도 일제히 몸을 던지면서 땅을 구르며 그 파문에 거슬리지 않으려 했다. 파문이 사람의 몸을 가볍게 1, 2미터는 튕기는 상황이라 서서 버티려 했으면 잘못 엎어지거나 해서 팔다리 한 곳이 부러질 정도로 위협적이었는데 구르는 동작으로 모두 피해낸 광경이었다.
활잡이 카엘도 몸을 낮추면서 땅거죽의 파문에 몸을 맡기면서 유연하게 자세를 잡는데, 그 곁에서 투란이 엉덩방아부터 찧으면서 뒤로 굴렀다.
“쟤 뭐야아아!”
투덜거림도 잊지 않은 채로!
구르는 투란의 등을 잡아당기면서 어느새 다가온 테란이 대답한다.
“테러사우루스, 제이(第二)형태란 거다. 등짐을 푼 테러, 팔뚝 굵은 덩치라고도 하지! 저렇게 되기 전에 찢어 놔야 하는데……!”
“테란, 피범벅이잖아요!”
투란은 테란의 손에 기대면서 자세를 잡다가 외쳤다.
그 말대로 테란은, 테란과 함께 첫 번째 테러사우루스의 뒤처리를 맡았던 베즐 팀 멤버들은 모두 피를 뒤집어쓴 듯한 몰골이었다. 대체 왜 이런 몰골인가, 투란은 뒤돌아 멀리 보며 어떤 일이 있었나 슬쩍 볼 수밖에 없었다.
베즐에 의해 뒷덜미가 베여 땅에 주둥이부터 박혔던 테러사우루스가 머리에서 다리, 몸통까지 모두 썰려 있는 광경이 바로 보였다. 테란을 중심으로 한 베즐 팀 멤버들이 토막 내고 온 것이 분명했다.
“저렇게 안 하면 안 죽어요!”
투란이 퍼뜩 알아차린 듯이 물었다.
테란이 피 묻은 입꼬리를 치켜올리면서 대답한다.
“가죽이 다시 이어 붙으면서…… 저거랑 비슷하게 변신해. 그래 봐야 병신이지만, 그것도 살벌하게 귀찮지! 정신 차리고, 뒤로 빠져! 여기서부터는 우리가 전문…….”
쿠워어어어어!
콰르르르, 쩌억!
몬스터의 괴성과 그 몸통을 관통하는 불기둥이 세상의 모든 소리를 삼킨 것처럼 울려 퍼졌다.
‘헐? 뭐야, 저건!’
테란의 말이 끊겼고, 투란은 베즐 팀 멤버들이 놀라는 모습에 어울리듯이 함께 놀라서 소리 없이 묻고 말았다.
―마법이다. 꽤 특이한데? 철재(鐵材)를 매개체로 삼은 화염 마법이라니……. 효율을 추구한 건지, 발상이 괴상한 건지 알 수가 없군. 어쨌든, 변형했다 하더라도 안에서부터 열쇄(熱殺)당할 거다.
‘열쇄?’
―익혀진 채로 죽는다고.
‘철재를 매개로 했다는 게 뭔 소리야?’
투란은 테러사우루스의 몸을 관통한 불기둥에서, 굵고 붉게 빛나는 뭔가가 있다는 것을 보면서 다시 물었다. 화염은 그 뭔가를 중심으로 테러사우루스를 휘감으며 짓이기고 있었다.
―강철 투창에다가 화염을 깃들게 해서 쇠뇌처럼 쐈다고. 알아듣겠냐?
‘그거 한 방에 저게 죽는 거야? 조금 전에 그런 괴력을 발휘했는데?’
―죽고 있잖아. 근육이 이미 다 망가졌고…… 쓰러진다.
쿠웅.
무거운 소리와 함께 테러사우루스가 쓰러졌다.
모처럼 펼쳤던 등짐, 거대한 두 팔과 주먹까지 바삭한 숯빛을 띤 채로 10여 미터의 몬스터가 그 덩치를 땅에 처박고 잠시 경련하다가 고요해졌다.
몬스터의 괴력이 담긴 주먹질에 땅을 구르던 헌터들이 이쪽저쪽에서 일어서면서 어리둥절해하고 있었다. 갑자기 상황을 종료시킨 한 방이 대체 어디서 왔는가 찾아보려는 듯도 한데…….
“어떠냐! 이 망할 괴물 새끼! 한 방에 죽을 놈이 어딜 까불어!”
저쪽에서 씩씩거리는 탓에 가냘프게만 들리는 소리로 누군가 떠들고 있었다.
거리가 꽤 있어서 귀 좋은 사람만 겨우 들을 듯한 외침이었다.
그래서 투란은 일단 귀를 후비면서 작게 중얼거려 봤다.
“뭐라고 하는 것 같은데…….”
테란이 곁에서 함께 귀를 두드리는 시늉을 하면서 짜증 난다는 듯이 중얼거린다.
“발 빠른 마법사님께서 뭔가 자랑하고 싶으신 모양이네.”
투란은 흘깃 테란을 보고, 베즐 팀 멤버들이 황당해하는 광경을 보다가 한 소리 더한다.
“저건 그냥 둬도 돼요?”
“글쎄…… 일단 썰어 두는 게 좋겠지?”
떨떠름하니 대꾸하고 테란이 빠르게 움직였다.
활잡이 카엘은 펼쳐졌던 팔뚝의 검은 날개를 접으면서 저쪽을 보는 채로 불평하듯이 중얼거린다.
“대체 무슨 조건으로 마법을 쓰는 거야…… 얼른 좀 쓰지…….”
“음, 쓰려다가 급해서 뛰기 시작한 거 아닐까요?”
투란이 갸웃하면서 중얼거렸다.
활잡이 카엘은 ‘그렇겠지, 뭐.’라고 그래도 불평하고 싶은 기분은 남아 있다는 듯했고, 저쪽에서 베즐과 칼잡이 카엘은 테란 쪽이 도달하기도 전에 불타고 익혀진 테러사우루스를 먼저 토막 내고 있었다.
불에 탔던 익었던 그냥 두고 볼 수 없는 몬스터라는 듯…….
그사이에 저쪽 마법사를 중심으로 한 일행이 모이면서 터덜터덜, 아주 지치고 힘겨운 모습으로 다가왔다. 이제 겨우 좀 쉴 틈을 찾았다는 듯, 도움을 받았으니 최소한의 인사라도 해야 한다는 듯한 분위기였다.
쿠워어어엉!
쿠으아아아!
그러나 갑자기 또 다른 여러 갈래의 괴성이 터지면서 쿵쾅거리는 우렁찬 발 구르기와 함께 다가온다!
“튀어! 도망쳐!”
그 광경을 보자마자 베즐이 팀 리더로서, 모두에게 외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