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604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600)
“에? 예?”
투란은 어리둥절해서 가몬티를 바라봤다.
퍼억, 쩌억!
“야, 피 묻히지 마!”
“당겨!”
투웅!
천장 구멍 너머로 핏덩이가 된 몬스터의 잔해가 튕겨졌다.
가몬티가 그 광경을 흘깃하면서 투란에게 속삭이듯 말한다.
“이런 걸 보고도…… 꽤 여유가 있어 보여서. 나도 나름대로 별걸 다 봤다 싶은데…… 이건 정말 온몸에서 털이 곤두서는 느낌이거든. 다들 그런 것 같은데…… 아, 물론 저지르고 있는 팀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지만…… 너도 그렇지 않고 말이야.”
투란은 중간이 토막 난 듯한 말에 갸웃하면서도 대꾸를 한다.
“뭐…… 알드바인에서 엘데인으로 가는 동안에 겪었으니까요. 베즐이랑 저 팀이 저지르는 짓을 말이에요. 조금 지나면 그냥 그러려니 할 거예요, 가몬티도…….”
“그래? 얼른 익숙해져야겠군.”
키득거리는 낯빛으로 가몬티가 대꾸했다.
살짝 의심받는 기분을 느끼며 투란은 쓴웃음을 지었지만, 별다른 소리를 더하지 않고 가만히 베즐 팀의 움직임을 바라보면서 힘을 모아 쉬는 척했다.
마법사 일행은 마법사가 몰입한 모습을 흘깃하고는 각자 편안하게…… 저편 벽으로 피와 살점이 튕겨 나가고 바닥에 뚝뚝 떨궈지는 광경을 구경하는 자세로 체력을 회복하는 모습이었다. 누군가는 포션을 마시고, 누군가를 붕대를 감고, 또 누군가는 밀포를 씹고 물을 마시는 채로.
그러는 사이에 차츰 천장 구멍을 돌파하려는 랩티드나 악어새가 줄기 시작했다.
어느새 베즐 팀 또한 가만히 선 채로 느슨하게 위를 보며 기다리는 시간이 늘어나는가 싶더니, 한참을 지나도 피가 엉긴 그물로 막힌 구멍 아래로 관심을 두는 몬스터가 없는 듯이 고요해졌다. 이에 베즐 팀도 살짝 구멍 아래에서 멀어지면서 각자 나름대로 쉬는 듯도 하는데…….
할짝, 할짝!
끄르륵?
랩티드 한 마리가 그물을 핥으면서 슬그머니 천장 구멍으로 머리를 들이밀고 있었다. 뭔가 맛있는 것이 잔뜩 아래 깔려 있지 않은가 궁금한 것처럼!
하지만 이 한 마리는 아래에 숨은 인간의 냄새를 느끼지 못하는 것인지, 냅다 뛰어들거나 하지 않았다. 그물에 엉긴 피와 살을 핥으면서 눈알을 데굴거리고 그물 너머의 풍경을 보여 애쓰는 조금 별난 짓을 하고 있었다.
얼핏 보면 겁이 많은 듯, 조금 생각하면 랩티드답지 않게 신중한 놈인 듯싶었다.
그 꼴을 보는 헌터의 입장에서는 조금 어이가 없다!
때문에 참기 힘들어진 듯, 마법사 일행 중에서 한 명이 풋 하는 웃음과 함께 중얼거리는데 그 목소리가 선명한 메아리처럼 퍼진다.
“진짜 똘똘해진 랩티드가 있었나 보네. 두목급이라고 해서 만나 보면 죽든가 죽이든가, 급하게 잡고 나면 두목급이었나 애매하다더니…….”
끄르르……?
천장 구멍 너머에서 랩티드 머리가 갸웃거리는 광경이 마치 ‘쟤가 지금 날 보고 뭐라 한 건가?’라고 되묻는 듯한 분위기가 가득했다.
투란이 그 꼴을 보다가 문득 중얼거린다.
“두목급이라…… 똘똘하다니…… 그럼, 저건 다른 랩티드보다 훨씬 빠르다는 건가? 와, 몬스터 로드라면 탐나겠네? 가몬티, 빠른 다리가 필요하지 않으려나…….”
가몬티가 바로 곁에서 나온 이 소리에 조금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돌아봤지만, 투란은 그냥 나오는 대로 지껄였을 뿐이라는 듯이 천장에서 할짝대는 랩티드만 바라볼 뿐이었다.
그리고 마법사 일행 중 누군가 이 말에 생각났다는 듯이 몇 마디 하는데…….
“랩티드의 빠른 다리…… 그거 전령하는 몬스터 로드가 꽤 좋아하는 거잖아? 랩티드 잡아 달라고 의뢰까지 넣을 정도라던데…….”
이는 베즐이 고개를 돌리면서 가몬티를 똑바로, 아주 진지하게 바라보게 했다.
그 눈길이 심상치 않아 가몬티가 당혹스럽고 어색한 표정을 짓는데, 베즐은 신중한 말투로 묻고 있었다.
“가몬티, 랩티드의 다리 쓸 수 있겠어?”
“어? 아니, 그건…… 잘 모르겠군. 하지만 지금 별 의미 없잖아? 쓸 만한 랩티드 다리가 있다고 해도 지금 상황에서 잡아들일 수도 없고…….”
가몬티는 고개를 저으면서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듯한 베즐 팀의 눈길에 답해야 했다. 겨우 숨어든 안전한 구덩이 속에서, 석벽 너머에서 설쳐 대는 몬스터의 빠른 다리가 탐난다 한들 잡을 상황은 아니잖냐고 짚는 말이기도 했다.
조금 애매한 대답이란 듯이 베즐이 낯을 찌푸리는데…….
“잡아만 줘 봐. 이 녀석, 하피를 길들인 지 꽤 오래되었거든. 쉽지는 않겠지만, 랩티드의 다리를 삼킬 여력은 있어. 뭐, 길들이려면 사나흘 갇혀 있어야 할 수는 있겠지만 말이야.”
고깔모자가 나불거리고 있었다.
그사이에 가몬티가 얼굴을 구기면서 어깨 위의 고깔모자를 꽉 쥐려 하니, 고깔모자가 툭 튀어오르며 가몬티의 머리 위에서 말을 끝냈다.
베즐은 그 말을 끝까지 듣고 바로 낮은 소리로 외친다.
“잡아!”
순간, 활잡이 카엘이 어느 틈엔가 손에 들고 까닥거리던 굵고 짧은 화살을 검은 날개 사이에 걸었고 칼잡이 카엘이 광하검의 막대를 꺼내며 대기하는 자세가 되었다. 동시에 테란을 비롯한 베즐 팀 멤버들의 손에는 갈고리가 달린 줄이 들린 채였다.
그다음의 일은 다들 눈 두어 번 깜박할 사이에 벌어졌는데…….
그물을 할짝이던 랩티드의 머리 곁으로 빛의 가닥이 스쳐 가는가 싶더니, 그 빛의 자취를 따라 날아간 짧고 굵은 화살이 랩티드의 뒤통수에 꽂혔다. 이 화살에는 가늘고 긴 줄이 매달려 있었고, 활잡이 카엘이 손목에 그 줄을 감은 채로 당겼다. 랩티드는 화살이 꽂힌 순간 바르르 경련하면서 허우적거리느라 구멍 아래로 머리를 밀어 넣는 꼴이 되었는데, 거기에 바로 테란들이 던진 갈고리가 꽂혀 들어갔다. 그물과 꽂힌 갈고리를 이용해 랩티드가 구멍 안으로 끌어들여 왔고, 축 늘어진 그물 속으로 허우적대는 그 몸뚱이가 뚝 떨궈졌다.
그리고 테란들이 재빨리 움직여 그물을 반쯤 벗겨 냈고, 베즐이 고깔모자와 가몬티를 향해 섬뜩하게 묻는다.
“허리 아래가 다 필요한가? 아니면…….”
가몬티가 멍청한 표정으로 엉겁결에 대답을 한다.
“아니, 무릎 위로 허벅지 정도면 될 것 같기는 한데…….”
“랩티드의 힘세고 빠른 다리는 엉덩이랑 등뼈에 영향을 받지 않아! 허벅지 높이 잘라 내면 돼!”
고깔모자가 기운차게, 기분 좋게 가몬티의 말을 자르면서 외쳤다.
반쯤 벗겨 낸 그물, 하반신을 드러낸 듯한 랩티드가 경련하는 사이에 베즐과 칼잡이 카엘이 휘두른 빛의 칼날이 두 다리를 끊어 냈다. 끊어진 다리 이외의 부분은 다시 그물에 덮였고, 테란의 굵고 큰 몽둥이가 짓이겼다.
완전히 뭉개진 살덩이가 다시 천장 너머로 사라졌고…… 한 쌍의 다리가 매끈한 절단면에서 뭉클거리는 핏덩이를 뿜어내면서 남겨졌다.
가몬티가 겨우 정신 차리고 뭐라 말한 것은 그 핏물이 주르륵 흘러내릴 때였다.
“대, 대체 왜! 아니, 다리 쓸 수 있으면 나야 좋지만 왜?”
마법사 일행도, 투란도 이 말의 의미를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조금 전에 천장을 막았던 그물, 그 덫이면서도 일행을 보호하는 장막이 잠깐 틈을 보였다. 밖의 상황이 모호하고 불안한 지금 베즐 팀은 엄청나게 위험한 짓을 한 셈이었다. 그사이에 몇 마리 악어새가 뛰어들어서 누군가를 물고 소동이 벌어진다면, 그래서 뒤이어 멀쩡한 랩티드라도 이 안으로 뛰어든다면…… 모두가 위험해질 수 있었으니까!
아무리 베즐 팀이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을 만큼 강하다 해도 이렇게 위험한 짓을 굳이 할 까닭이 있는가?
가몬티는 묻지 않을 수가 없었고 다들 궁금해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베즐은 그 의문에 바로 대답한다.
“하피의 날개와 랩티드의 다리. 그 두 가지라면, 어떻게든 너 혼자서라도 알드바인에 도달할 수 있으니까. 우리가 제 때에 당도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해도, 가몬티 너는 알드바인에 갈 수 있으니까 해볼 만한 거야.”
“나 혼자라도?”
가몬티는 눈살을 찌푸린 채로, 아직 제대로 그 뜻을 모르겠다는 듯이 한번 더 되묻는 소리를 냈다. 이 의문은 가몬티만이 아니라 다들 품은 듯한데, 테란이 ‘아, 그러네?’라고 중얼거리는 소리를 내서 주의를 끌었다.
어째 재빠르게 움직이기는 했는데 팀 리더인 베즐의 의도는 잘 몰랐던 모양이잖은가! 게다가 테란과 다르게 베즐 팀 멤버 몇 명은 약간 어리둥절한 표정인 것이 여전히 잘 모른다는 표정이고!
활잡이 카엘이 쓴웃음과 함께 한숨짓는 베즐을 대신하듯이 말한다.
“우리 임무는…… 공역으로 부여받은 임무는 하이랜드의 상황을 살펴서 보고하는 거야. 등짐 얹은 커다란 사우루스, 저 테러사우루스란 녀석은 무리를 지어도 서너 마리가 한계인 몬스터지. 그런데 봤잖아, 거의 두 배였다고. 게다가 이 악어새 떼와 랩티드…… 이거 평소라면 남쪽 늪과 수림지대에 가야 볼 수 있는 거라고. 이런 것들이 하이랜드에 이렇게 기어올랐다는 것은…….”
“몬스터 램피지?”
마법사 일행 중 누군가 신음하는 듯한 소리로 중얼거렸다.
베즐이 가능한 담담하게, 하지만 아주 신중하게 ‘몬스터 램피지’란 말을 억누르려는 듯이 말한다.
“그럴 수도 있지. 아닐 수도 있고. 어쨌든 하이랜드에 기어올라 온 몬스터에게 알드바인은…… 예전에 십만 명이 넘은 알드바인의 인간은 아주 좋은 냄새를 풍기는 먹잇감이야. 이제는 수십만이라니까, 하이랜드를 돌면서 갈기산맥의 험한 곳으로 빠져들기보다는 더 쉽고 빠른 먹잇감이란 거지. 한두 마리라면 알드바인은 끄덕도 않을 거야. 그런데 지금 우리가 본 거는 그 규모를 예상할 수가 없어. 이대로 계속 예상할 수 없고 예측하지 못한 일이 계속이라면…… 적어도 한 명은 반드시 알드바인에 살아서 도달해야 해. 그사이에 보고 들은 것을 분명히 전해야 하지. 그게 우리가 헌터 길드에서 받은 임무니까.”
가몬티는 끄응 하면서 뒷머리를 잡고 긁적였다.
곤혹스러워하는 그 표정을 베즐은, 일행 모두는 가만히 지켜봤다.
몬스터 로드에게 무엇을 삼키고 그 능력을 발휘하라 강제로 권할 수는 없다는 듯, 가몬티의 결정을 기다린다는 듯!
그렇게 가몬티가 고민하는 것을 기다리는 사이, 투란은 드라고니아가 속삭이며 의아해하는 말을 듣고 있었다.
―뭐냐, 이 녀석들 혹시 자기네가 전멸할 경우까지 고려해서 저러는 거냐? 가몬티에게 마지막 생존자가 되더라도 기어코 전령이 되라고 하는 거야? 뭐가 이렇게 극단적이야? 아니, 이런 이야기를 다들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이는 거야?
‘뭐…… 그런 거지. 몬스터 헌터니까. 설마 램피지란 것까지 생각하고 있을 줄은 몰랐는데…… 그거 몬스터가 범람할 때의 이야기 아니었어?’
―범람의 시작은 대부분 램피지이기는 하지. 뭐, 꼭 범람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많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대비하지 않으면 범람이나 다름없는 피해를 일으키기도 하니까. 아, 어쨌든! 왜 이렇게 간단히 자신들의 목숨이 날아갈 상황을 받아들이는 거냐? 살아남을 궁리 안 해?
‘하는 거야. 궁리하니까, 여차하면 옆으로 빠질 수도 있잖아. 한 명 제대로 보내 놓고 말이야. 물론 한 명 제대로 보내려고 시간 끄는 역할도 할 수 있겠지만, 아무튼! 몬스터 헌터는 원래 이런 거야! 진짜는 이런 거라고!’
―괜히 얼빠진 짓을 하는 걸로 보인다만?
‘에이, 진짜!’
투란이 삐죽거리려는 입술을 겨우 참을 때, 가몬티의 목소리가 착 가라앉은 채로 무겁게 울려 나온다.
“뭔 말인지 알겠어. 까다롭고, 힘든 일이네. 그렇다 해도…… 팀 리더의 지시라면 팀 멤버로서 따를 수밖에 없기는 하지……. 그러니까 분명하게 확인하고 싶군. 팀 리더로서 지시하는 거지?”
베즐의 낯이 살짝 구겨졌다.
뭔가 뚱하고, 뭔가 삐진 듯도 한…… 꼭 이럴 때 그딴 소리를 해야 하냐고 불평하는 듯한 베즐이었다.
칼잡이 카엘이 그런 팀 리더를 향해 으르렁거리는데…….
“맞는 말이구먼. 힘든 일이니까 확실히 말해 줘야지. 나중에 분배에도 분명히 고려해 줄 일이기도 하고. 시간 끌 일이 아니라고.”
잘라낸 랩티드의 다리를 저쪽으로 밀어가며, 조금 사납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결국 어쩔 수 없다는 듯, 베즐이 한숨 섞인 소리로 말한다.
“그래, 팀 리더로서…… 지시하는 거야. 위험하고 힘들더라도, 가몬티 너에게 맡길 수밖에 없다고.”
가몬티의 입가에 작은 웃음이 걸렸다. 그리고 그 웃음기를 섞은 채로 말했다.
“좋아, 하지. 하긴 하는데…… 각오하라고. 내가 어떤 상태가 될지 모르니까. 어떤 폭동을 일으킬지, 무슨 광란을 할지 모르니까…… 다들 각오를 단단……?”
테란이 처억 꺼낸 거대하고 네모난 망치가 말을 잘랐다.
그 망치를 보고 투란이 ‘아!’ 하는 소리부터 내고 중얼거린다.
“안 죽이는 망치다.”
가몬티가 식겁한 표정으로 투란을 보고, 다시 테란을 봤다.
테란은 당당하게, 도도하게 말한다.
“걱정 마. 소중한 임무를 맡을 팀 멤버인데, 설마 죽이려고 이런 걸 꺼냈겠어?”
가몬티의 입가가 실룩였다.
조금 전의 광경을 만들어 냈던 기둥 같은 몽둥이랑 모양은 다르지만, 저 네모진 망치 또한 쳐 죽일 생각이 가득해 보이니까! ‘안 죽이는’이 아니라 ‘죽이는’ 망치로만 느껴지는 것이 당연하잖나!
게다가 광란에 빠져 폭동을 일으킨 몬스터 로드는 쳐 죽여도 된다는 것이 몬스터 헌터의 상식적인 의견이기도 하잖은가?
어쨌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