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611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607)
‘몬스터 헌터…… 캐러반이었지.’
몸을 뒤척이면서 투란은 길게 숨을 내쉬었다.
뒤죽박죽으로 바쁜 상황이었고, 덕분에 자신이 했던 말도 홀랑 까먹었다.
그러나 되새겨진 기억은 투란에게 설명하고 있었다.
“사냥을 선택한 몬스터 헌터에게 이러쿵저러쿵하지 마라!”
오래 전해져 왔다는 격언, 그 말을 그대로 옮긴 것뿐이었다.
이미 몬스터를 잡겠다고 나선 이들에게 몬스터가 위험하니 가까이 가지 말라 하는 소리는 아무 의미가 없고, 몬스터 헌터를 비웃는 말에 불과하니 아예 닥치란 이야기…….
세마인이 인도하는 캐러반이 엘데인에서 몬스터의 잔해를 실어오는 몬스터 헌터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기는 했다.
‘그래서, 그렇게 따라오는데…… 엄청나게 많이 죽어 가고 있는 거야?’
하지만 그렇다고 일부러 위험으로 뛰어들어 와서 죽어 나가는 것이 좋게 느껴질 리는 없었고 뭔가 가슴 한구석에 걸리는 느낌도 기분 나쁘다 쪽이었다. 그렇게 당하고 있을 거라면 정령수 중 하나를 그리로 돌려서 살짝 돕는 것도 어렵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군. 다만 캐러반 쪽이 죽는 게 아니고, 진격하며 죽여 댄다는 말이 더 맞을 거다.
‘뭐?’
드라고니아의 말은 투란의 가라앉은 기분을 푹 찌르는 듯했다.
죽는 게 아니라 죽이고 있다니?
―몬스터가 눈에 띄면 바로 선공(先攻)해서 잡아 죽이고 있다니까. 상당한 헌터가 적지 않게 모여 있다는 조건을 아주 잘 활용하는 걸로 보이는군. 단순히 싸우는 것이 아니라 미리 경로를 조사하는 정찰도 쉴 새 없이 유지하는 덕분에 몬스터에게 기습당하는 일은 잘 피하면서 말이야. 피해가 없지는 않지만 최대한 감소시키는 채로 알드바인을 향해 속도를 한껏 높이고 있다고 할 수 있겠지.
‘아주 열심히 지켜봤구나?’
드라고니아의 설명에 투란이 조금 어이없어했다.
곧바로 살짝 발끈한 드라고니아의 대꾸가 나온다.
―나중에 자세히 알고 싶다고 잘 지켜봐 달라고 했잖아, 네가!
‘응, 그랬지. 그러니까 지금 좀 설명해 봐. 돌아가네 어쩌네 하다가 어떻게 알드바인으로 더 빨리 움직이게 된 거야?’
―그거, 같이 듣고 있었잖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냐! 듣고 흘렸어! 그래 놓고 뭘 이제 와서……!
‘테러사우루스가 이빨 드러내고 있었고, 달리느라 바빴잖아!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중에 멀리 있는 사람 일에 관심이 갈 리가 있냐! 잘 알면서 왜 잔소리야! 암튼, 대체 왜 돌아가지 않았어? 세마인이 설득했나? 알드바인이 위험할까 봐 지원하러 가자고 한 거야?’
투덜거리면서도 투란은 일단 생각나는 대로 짚어 묻고 있었다.
―아니, 상아탑의 마법사는 그 의견에 반대했다. 위험을 무릅쓰는 것보다는 정리된 엘데인으로 캐러반을 돌리고, 마법사와 그 일행은 알드바인 소속으로 돌아가야 할 의무가 있으니까 거기서 갈라지겠다고 말이야.
‘음, 당연한 말이네…… 그런데?’
투란은 세마인이 나름대로 결단했다고 느끼면서도 캐러반의 헌터들이 돌아가지 않고 위험을 향해 나서는 까닭이 의아했다. 베즐 팀, 산돌프 일행과 오면서 겪은 바로는 캐러반이 수가 많아서 이모저모로 유리하기는 해도 피해 없이 돌파할 수 있다고 하기는 좀 어려운 상황이 많은데…… 그걸 알면서도 왜 물러서지 않는가?
―그쪽에 좀 희귀한 몬스터가 나타났거든.
‘희귀?’
―스케일 스탈리온(Scale Stallion). 들어 본 적 있냐?
‘무슨 망아지 같은 놈이야? 들어 본 적 없는데?’
얼핏 기사의 종마(種馬)를 일컫는 이름이 아닌가 하면서 투란이 갸웃했다.
드라고니아가 쓴웃음 짓는 듯한 기척과 함께 이야기를 잇는다.
―간단히 말하자면, 용의 비늘을 지닌 말이다. 몬스터에 속하기는 하지만 암말을 덮치는 수컷이지. 마수에 가까운 경우인데, 그 녀석이 덮친 암말은 확실하게 마수를 낳는다. 스케일 스탈리온은 그 몬스터인 녀석과 그다음 세대로 태어난 마수인 말을 통틀어 일컫는 명칭이야.
‘마수를 낳게 하는 몬스터……? 희한하네. 그런데 그게 왜? 아, 그 용의 비늘인가 하는 게 아주 대단한 거야? 진짜 용의 비늘인가?’
―아니야. 진짜 드라고닉(Dragonic)한 속성을 지닌 비늘은 아니야, 생긴 모양도 물고기 비늘에 가깝고…… 하지만 어지간한 화염(火焰)이나 충격(衝擊)을 버텨 낸다는 점에서는 마법의 갑옷보다 더 대단하지. 스스로 체열(體熱)을 상승시키는 성질도 있어서 웬만한 추위에도 잘 버틴다. 몬스터인 스케일 스탈리온이든 마수인 스케일 스탈리온이든 말이야. 몬스터 쪽이 조금 더 강인하기는 하지만…….
‘그래서, 그게 나타난 다음에 캐러반이 알드바인으로 돌진하는 거라고? 왜?’
길어지려는 설명을 자르고 투란이 다시 물었다.
―굉장히 비싼 모양이더군.
‘응? 비싸?’
―산 채로 잡든, 잡아서 껍질을 벗기든 최소 금전으로 거래가 되는 것 같았어. 보자마자 눈 돌아가서 잡으려다가 발에 차여 죽을 뻔한 작자가 꼭 살려서 잡아야 한다고 비명 대신 고함을 칠 정도로 말이야.
‘헐! 그래서 산 채로 잡았어?’
어이없으면서 투란은 궁금했다.
희귀하고 비싼 몬스터, 누군가 크게 횡재를 할 상황이었다.
―아니, 그 녀석한테 몇 명이 밟혀 죽을 듯하니까 세마인과 루비가 가차 없이 마법을 써서 짓이겨 버렸다. 산 채로 잡겠다고 무리하다가 심하게 다친 녀석들이 쌓이는 중이었거든.
‘설마, 그게 알드바인으로 오는 길에 또 있을 거라고 기대하고 캐러반이 쳐들어오는 중이란 거야?’
―그래. 두어 마리 잡고 나서 나머지가 도망치는 걸…….
‘잠깐, 두어 마리? 나머지? 떼로 다니는 놈들이야? 희귀하다며!’
―희귀하다. 몬스터는 말이지. 하지만 캐러반 앞으로 어슬렁거리며 나타난 녀석들은 무리 지은 떼였다. 몬스터 한 마리를 중심으로 암말들이 낳은 마수 떼가 함께 움직이고 있었지.
‘그럼, 잡았다는 거는?’
―아, 마수인 스케일 스탈리온이었고 몬스터이자 그 무리의 아비 되는 놈은 잽싸게 튀었지. 나머지 무리를 이끌고, 알드바인을 향하는 것처럼 말이야. 그거 듣자니 원래 저 남부 수림 깊은 늪에서 싸돌아다니느라 하이랜드에 잘 보이지 않는다더군. 워낙 깊은 곳에서 사는 탓에 거기 있는 줄 알면서도 잡으러 갈 엄두도 못 냈던 모양이야. 그런데 하이랜드까지 나왔고, 그리 돌아다닌다는 것을 확인했으니까. 이번 기회에 꼭 잡고 싶다는 거지. 심한 소리로 알드바인이 독점하려 하느냐고 세마인에게 따지는 작자도 있을 정도였어.
“흐읏!”
투란은 눈을 부릅뜨면서 발딱 일어나 앉았다.
듣자니 너무 어이가 없어서 가만히 누워 자는 척하고 있기가 힘들어진 탓이었다.
“응? 왜?”
보초를 서던 산돌프 일행의 한 명이 움찔하면서, 갑자기 일어나 앉은 투란에게 뭔가 좋지 못한 낌새라도 느꼈냐는 듯이 짧게 물었다.
“에? 아뇨, 괜히 잠이 잘 안 와서…….”
조금 멋쩍게 투란이 대답했다.
“놀라게 하지 말라고! 잠 안 와도 적당히 누워서 자는 척하고 쉬어. 알드바인의 벽이 눈에 훤히 보이기는 하지만 저기까지 무사히 갈 수 있을지…… 가다가 지쳐 쓰러질지 전혀 모르는 상황이니까.”
“네에…….”
잔소리로 느껴졌지만 저편을 보면서 아주 진지하게 말하는 헌터의 모습, 가만히 누워 있지만 역시 잠들기 쉽지 않다는 듯이 뒤척이는 몸짓을 보이면서도 꿈쩍 않고 몸을 쉬는 베즐 팀을 보면서 투란은 다시 몸을 누였다.
하지만 그렇게 몸을 누인 투란의 마음속에서는 캐러반을 향한 징징거림이 쩌렁쩌렁 울리는 중이었다.
‘야, 그러니까 비싸고 희귀한 놈 잡겠다고 앞에 덩치 큰 녀석들이 와글거리거나 말거나 돌격한다는 거야? 라펜이랑 마켈이 분명하게 제대로 전한 거 맞아? 테러사우루스가 등짐 풀고 돌아다닐 수 있다는 거, 알면서 그래?’
―잘 안다고는 못 하겠군. 세마인이나 루비, 마법사 쪽으로는 남부의 수림, 습지에서 스케일 스탈리온이 나와 있을 정도라면 또 뭐가 있을지 예측할 수 없다고 돌아서자는 의견이 대세였지만, 다른 헌터 일행은 그게 뭐가 되었든 지금 캐러반의 전투태세라면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고 박박 우기는 것 같았지. 대체적으로는 스케일 스탈리온에 대한 욕심이 먼저인 것처럼 보이기는 했다만…… 그런 것치고는 아주 철저하게 싸울 준비도 하더군. 뭐랄까, 본래의 서식지를 떠난 몬스터라면 어떻게든 상대할 수 있다고 여긴다고도 보였어.
‘어? 음…… 그건 또 일리가 있기는 하네.’
투란은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조금 전의 어처구니없던 기분이 살짝 흐려지는 것을 느꼈다.
몬스터가 둥지를 틀고 자리 잡은 곳, 그 서식지란 몬스터가 언제나 최고의 상태를 유지하고 최대의 역량을 발휘하는 곳이기도 했다. 거기 쳐들어가서 싸운다 하면 대부분 바보 취급하거나 미쳐서 죽고 싶어 하는 작자로 취급한다.
하지만 몬스터가 그 서식지를 벗어나 있다면, 그건 다시 오기 힘든 기회였다.
최고의 상태도, 최대의 힘도 발휘하지 못하는 몬스터라면 무리를 해서라도 잡아 죽이려는 것이 몬스터 헌터…….
단지 비싸다는 이유만으로 결정한 것은 분명히 아니었다.
마법사에게는 너무 불확실한 요소가 많은 상황이니 가능한 회피하는 것이 옳다 여겨져도, 몬스터와 여러 가지 사연을 쌓은 헌터라면 그런 말 무시하고 사냥에 나서는 것을 당연히 여긴다.
그 결과 찢겨 죽는다 해도…….
사냥을 선택한 몬스터 헌터에게 이러쿵저러쿵할 일이 아니었다.
깊이 숨을 내쉬면서 투란은 다른 생각으로 마음을 옮겼다.
‘그래서…… 그 스탈리온 떼가 이리로 오기는 하는 거야?’
―아니. 갈기산맥으로 올라가 버렸다. 원래 서식지가 정말로 이 하이랜드의 남부 수림이었다면, 정반대 방향으로 도주했다고 할 수 있겠지.
‘완전 헛짓거리 하느라 위험한 곳으로 뛰어오는 꼴이잖아!’
―글쎄, 스케일 스탈리온이 아닌 다른 것이라도 고생한 만큼의 벌이는 된다고 별 불만은 없는 모양이다만?
‘아, 그래? 뭐, 원래 엘데임에서 모은 걸 팔러 오는 길이기는 했지.’
이젠 포기했다는 듯이 투란은 소리 없는 중얼거림을 토하고 말았다.
아무래도 캐러반 쪽에 신경을 쓰기보다는 이쪽 상황에, 알드바인이 훤히 보이지만 어찌 될지 알 수 없는 이쪽 일에 더 신경을 써야 할 때이기도 하니…….
‘캐러반은 됐고, 이 근처에 사람은 우리 말고 없나? 알드바인에서 나와 정찰하거나 조사하거나 하는 다른 파티는 없어?’
불쑥 투란은 주변 일에 대해 물었다.
―모르겠다. 시야에 걸리는 것은 없다만…… 광역 탐색은 하지 않았으니까.
‘음…… 눈에 걸리는 게 없다면야…… 뭐 들리는 것도 없지?’
―없다. 이 근처에 딱히 이 일행에게 위협적인 뭔가는 없어. 거리를 좀 넓히면 이모저모로 수상해 보이는 것이 잔뜩이기는 하지만, 미리 건드릴 필요는 없잖아?
‘그래, 미리 건드릴 필요는 없어. 없어도 좀 미리 알아 놓으면 안 되겠냐!’
순순히 대꾸하는 척하다가 투란은 울컥한 말을 해야 했다.
드라고니아는 피식거리는 말투로 대꾸한다.
―알아내서 어쩌려고? 지금 주변을 미리 들쑤셔 놓으면 눈에 보이는 알드바인을 등지고 돌아서야 할 수도 있어. 너 혼자라면 모를까, 이 일행의 역량으로는 앞으로의 상황을 단정 지을 수가 없단 말이다. 차라리 부딪히는 상황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 훨씬 나을걸. 뭐든 미리 안다고 해서 항상 좋은 거는 아니란 말이다.
‘쳇.’
투란은 뭐라 대꾸하지 못하고 애꿎은 달을 향해 눈을 흘겼다.
투란도 알고는 있었다.
드라고니아의 말이 옳다는 것.
사냥할 몬스터에 대해서 잔뜩 조사하고 정보를 모은 다음에 포기하는 경우가 반 이상이라는 것, 몬스터 헌터 사이에서 서로를 비웃을 때…… 자신을 비웃을 때 항상 꺼내는 소재였다.
확실한 사냥 방법이 없어서 포기하기도 하지만, 그 사냥 방법이 너무 위험하고 무모할 때도 포기한다. 쉽게 말하자면 겁나서, 능력이 되지 않아서 포기하는 것이다.
몬스터와의 격돌을 앞둔 전초선에서 이탈자가 가장 많은 까닭이 바로 그런 공포, 알기 때문에 느낄 수밖에 없는 전율과 위협에 위축된 마음에 스며드는 공포 때문이라 했다.
그런 공포를 향해 나아가는 것은 미친놈이거나 전설적으로 강한 놈이거나.
베즐 팀은 살짝 미친 낌새가 있었고, 산돌프 일행은 그 미친 팀을 방패로 버티고 있는 셈이었다.
투란이 거기에 뭐라 하면 그런 마음…… 매우 미묘하게 균형을 잡고 있는 마음이 무너질 수 있었다. 그렇게 되면 이 파티가 전부 위험해질 수 있는 것이니, 이 모호한 상황에서는 일단 한 걸음 물러서서 그 판단을 지켜볼 필요가 있었다.
아주 급하게 큰일이 난 경우가 아니라면…….
“어이, 저거 뭐야?”
이렇게 누가 당황스럽게 외치는 경우만 아니라면!
발딱, 일어나 앉으며 투란은 누가 외쳤는가를 봤고 어디를 보고 있는가를 확인한 다음에 그쪽을 봤다.
저 남부의 울창한 숲, 달빛 아래에서 안개가 엉긴 풍경 한곳에서 시뻘건 불줄기가 높이 치솟고 있었다.
―다른 파티로 보이는군.
굳이 드라고니아가 설명했지만, 투란도 이미 느낄 수 있었다.
알드바인을 향해 또 다른 파티가 움직이고 있다!
요란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