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612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608)
불길은 숲의 한 귀퉁이를 뚫는 듯했고, 높이 치솟았다.
그리고 어렴풋이 뭔가 소란스러운 분위기가 느껴졌다.
벌떡 일어난 일행이 그쪽을 보기 시작했고…….
“누구야? 알아볼 수 있겠어!”
베즐이 활잡이 카엘을 보며 급하게 물었다.
렌즈를 조작하면서 활잡이 카엘이 대답을 한다.
“잠깐! 불길 때문에 잘 안 보이는데! 아, 저거 드래곤 파이어잖아! 그거 가진 게 누구였지?”
“드래곤 파이어? 그거라면…… 서넛 정도 갖고 있잖아? 어떻게 생겼어? 창이야, 그냥 지팡이? 칼인가? 어떻게 생겨서 불 뿜나 보이지 않아?”
누군가 답답하다는 듯이 외치고 있었다.
투란은 그 소리에 살짝 어리둥절해서 곁에서 눈을 흘기듯이 저편을 보는 가몬티에게 묻는 말을 흘렸다.
“드래곤 파이어……? 근데 무슨 창? 지팡이라니?”
가몬티 대신에 그 배낭에서 챙을 내민 고깔모자가 대답을 한다.
“화염(火焰) 방사 능력이 있는 몬스터를 잡아서 제련한 무구(武具)를 얘네는 그냥 드래곤 파이어라고 불러. 뭐, 흔한 물건은 아니니까 보통 드래곤 파이어라고 하면 불 뿜는 특성을 일컫는 말일 뿐이지. 알드바인에서 셋인가 만들어졌다는 소문이 퍼졌지. 한꺼번에 말이야. 다른 형태의 무구로 제작되었다는 말도 지나다 들었던 것 같군. 가몬티, 그렇지?”
“어, 맞아. 불 뿜는 능력이 탐나서 쉽게 잡을 수 있는 몬스터 중에 없나 하고 많이 찾아다녔을 때 들은 소문이지.”
가몬티는 결국 저편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는 듯, 포기했다는 표정으로 활잡이 카엘 쪽을 흘깃하면서 말했다.
투란도 활잡이 카엘을 곁눈질하면서, 아련하게 저 멀리서 치솟는 불길을 보겠다는 듯이 눈을 가늘게 했다.
이렇게 다들 까마득하니 보이는 저편의 상황에 대해 궁금해하니, 활잡이 카엘이 렌즈로 저편을 보면서 상황을 이야기한다.
“드래곤 파이어, 샤벨투쓰의 발톱! 저 아저씨네…… 누구라고 소문 들은 것 같은데? 아는 사람 없어?”
“샤벨투쓰까지? 아, 그러면 루센카 팀인가 보네!”
산돌프 일행 중 한 명이 대꾸했다.
베즐도 기억난 듯이 말한다.
“루센카라면…… 멤버가 다섯이던가? 활카! 몇 명이나 보여?”
활잡이 카엘이 발돋움을 하는 자세로 더욱 자세히 보겠다는 듯이 렌즈를 댄 눈가를 한껏 찌푸리면서 중얼중얼 소리를 흘린다.
“하나, 둘…… 넷까지 보이는데…… 넷뿐인 모양인데? 으앗, 저놈의 발톱 칼! 무시무시하구먼! 아, 불까지…… 하나, 둘…… 아무리 봐도 넷이야. 누구네 팀인가는 잘 모르겠고, 드래곤 파이어는 지팡이가 뿜어내는구먼! 샤벨투쓰 발톱은…… 수 미터씩 늘어나는데? 아, 발톱이 여럿 연이어 붙어 있어! 그리고…… 뭐야, 저 방패는! 덩치를 후려쳐서 날리잖아!”
“방패? 아! 루센카 팀이 얼마 전에 고어램(Goreram)을 잡아서 핏빛 뿔을 얻었다고 했어! 그걸로 엄청난 방패를 만들었다는 얘기를 들었어!”
또 다른 산돌프 일행 중 한 명이 외쳤다.
여기에 보태듯이 산돌프가 한쪽 눈에 손가락 동그라미를 댄 채로 말한다.
“더러운 수염에 이마빡부터 찢긴 낯짝 흉터…… 루센카 맞구먼. 시뻘건 방패를 차서 딴 놈인 줄 알았더니, 고어램의 핏빛 뿔 방패를 새로 챙겨 갖고 있었나. 쳇, 못된 놈이 운은 엄청 좋아요.”
이에 다들 산돌프를 흘깃거리면서 다소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하지만 산돌프는 루센카에 대해 마땅치 않아하는 기분을 전혀 감추지 않은 채로 말을 이어 간다.
“거리가 멀어…… 뭐든 알아서 잘하는 놈들이니까 그냥 여기서 구경이나 하자고 말하고 싶구먼! 베즐, 어쩔 건가? 여기서부터 저기 가는 사이에 저쪽 일이 정리될 가능성이 꽤 높다고 냉정하게 말해 두겠네만…….”
베즐이 쓴웃음부터 지었다.
어쩐지 베즐에 대해 산돌프는 이상한 판단을 내리고 있는 듯하잖나.
눈에 보인다 해도 상당한 거리 때문에 활잡이 카엘처럼 특별한 도구를 사용하거나, 마법사인 산돌프처럼 마법에 의해 보지 않으면 저 불길을 일으키는 것이 사람인가 괴물인가 구별도 못 할 지경이었다. 망원경을 꺼내서 눈에 대고 있는 몇몇이 저쪽 상황에 대해 한마디도 못 하는 것 또한 그 거리를 증명하고 있었다. 그러니 이제부터 돕겠다고 부지런히 저쪽을 향해 가려 해도, 정말 저쪽 상황이 결판난 다음에 도착해서 유품이나 챙기는 꼴이 되기 쉬웠다.
루센카 팀의 무구, 장비라면 탐욕스러운 기분이 없다고는 못 하겠지만!
일행이 베즐의 판단을 기다리는 사이, 투란은 눈을 끔벅거리면서 저편을 어떻게든 보고 싶다는 시늉을 열심히 했다. 그러나 마음속으로는 저편의 상황을 바로 앞에서 보듯이 파악하면서 놀라고 있었다.
‘후아! 뭐야, 저거! 이빨이든 발톱이든 하나면 칼 한 자루가 나온다고! 그걸 대체 칼 한 자루에 몇 개를 처박은 거야!’
―연쇄(連鎖) 형태로 박아서 거의 10여 미터 길이로 확장 가능하도록 만들었구먼. 네 이빨이랑 제작 방식이 전혀 다르군. 덕분에 지금 길이가 8미터에 달하는 도마뱀을 단칼에 찢어발기고 있잖아.
드라고니아는 더욱 냉정하게 몬스터 헌터의 무구를 가늠하며 투란과 함께 저편의 상황을 관찰했다.
카카각!
뼈가 칼날에 걸리면서도 썰려 나가는 굉음이 요란했다.
두꺼운 비늘, 굵은 뼈를 지닌 채로 웬만큼 잘려서는 바로 아물어 버리는 피부를 지닌 도마뱀이었으나 네 발로 딛고 있는 땅바닥까지 찢어발기는 장대한 몬스터 블레이에는 몇 토막으로 갈라질 뿐이었다.
뻐억, 콰지직!
방패에 격돌한 굵은 통나무가 통째로 찢겨 나갔다.
도마뱀의 곁에서 몇 미터짜리 통나무를 몽둥이처럼 휘둘러 대던 거인(巨人) 형태의 괴물은 찢겨서 날카로워진 나무를 꼬챙이 삼아 방금 때리던 것을 내리찍었다. 그 결과는 어떤 소리도 없이 팔 한쪽이 통으로 찢겨 나가는 참상이었다.
꽤에에! 서걱!
고통에 비명을 지르는 거인 형태가 도마뱀을 찢고 날아든 칼날에 허리가 끊기고 머리 언저리부터 수직으로 쪼개졌다.
거대한 것이 이리 찢기는 사이, 사방에서 자잘하게 몰려나오는 것들을 향해서는 뜨거운 불길이 쉴 새 없이 뿜어 나갔다!
화르르, 콰아앙!
파직, 푸석!
흘러나가는 불길이 뭉쳤다 펼쳐졌고, 불길이 일으키는 압력에 으깨진 것이 다시 허물어져 내렸다.
겨우 넷에 불과한 인간이 숲으로부터 뛰쳐나오며, 자신들을 노리고 달려드느라 협력하는 모양이 돼 버린 몬스터 떼를 그렇게 으깨고 쪼개면서 알드바인의 성벽을 향해 곧장 내달리고 있었다.
심지어 그중 한 명은…….
“어이, 한 명 다쳐서 아예 못 걷나 본데! 우앗, 아예 둘러업었어! 업은 채로 계속 저렇게 뛸 작정인가!”
활잡이 카엘이 놀라 외쳤다.
베즐이 움찔했다.
산돌프가 손가락 고리를 좀 더 눈가에 깊이 대다가 ‘썩을!’이란 한마디를 내뱉고 나서 보태듯이 말한다.
“못된 놈이 힘 좀 쓰는구먼. 뭐, 못된 놈이라도 리더니까 팀 멤버를 버리고는 못 가겠지만 말이야.”
이 소리에 일행이 다들 표정을 제각각의 의미를 담아 구겼다.
활잡이 카엘이 저쪽 상황을 보지 못했다면 ‘잘하고 있을 거야, 걱정 마! 우린 따로 가면 돼!’라고 우길 듯한 낌새까지 산돌프에게서 흘러나오는 듯하잖나!
도대체 루센카네랑 뭔 사연이 있기에 마법사가 이렇게 삐질 대로 삐진 소리를 이런 상황에서 저리해 대는가? 한가하기만 하면 멱살이라도 잡고 묻고 싶지만, 전혀 한가하지 못해 아무도 묻지 못했다.
그리고 이 애매해진 분위기로 투란이 속닥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데…… 구하러 갈 수도 없잖아요? 가몬티가 혼자 신나게 뛰어가도 한참 걸리겠네…… 가 볼 거예요, 가몬티?”
가몬티는 어깨를 으쓱하면서 베즐을 흘깃하는 모습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팀 리더가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가 기다린다는 듯한 태도였고, 이는 가몬티뿐이 아니라 일행 모두가 마찬가지였다.
베즐은 그 쏟아져 오는 눈길에 결심을 더 미룰 수 없었고, 확고하게 말해야 했다.
“쫓아가서 돕는 거는 무리야. 숲에서 뒤따라 오는 것들을 우리가 어떻게 해 줄 수도 없지. 하지만…… 저 소란을 보고 들썩거리는 녀석들이라면, 전부는 못 하더라도 반쯤은 우리 쪽으로 유인해 줄 수는 있어. 그게 도움이 될지 안 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어쨌든…… 활카, 저 팀에 이쪽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려 줄 수 있지?”
“한 방 쏘라고?”
활잡이 카엘이 렌즈를 댄 눈을 감은 채로, 다른 한쪽 눈으로 베즐을 보면서 되물었다. 더욱 분명한 지시를 하라는 것처럼.
베즐이 툭툭 바지를 털고 일어서면서 또박또박 말한다.
“그래. 기왕이면 큰 걸로, 여기 누군가 움직인다고 모를 수가 없게 한 방 쏴 줘.”
“그러지!”
대답과 함께 활잡이 카엘이 바로 팔을 높이 들어 올렸다.
검은 날개가 펼쳐졌고, 날개 사이에 굵고 긴 빛의 형상이 맺혔다.
투란은 그 여린 듯한 빛이 선명하게 이뤄 내는 화살…… 투창이라고 하는 편이 더 맞는 듯한 모양을 곁눈질하면서 저쪽도 열심히 바라봤다.
촤아악!
커다란 깃발이 펄럭대는 소리를 더욱 날카롭게, 더욱 크게 울리면서 빛의 투창이 검은 날개의 틈새에서 뛰쳐나갔다. 길게 밤하늘을 가르는 빛은 마치 유성(流星)처럼 보였고, 잠시 후에 저쪽의 불길 사이로 내리꽂혔다.
활잡이 카엘이 피식 웃는 소리를 담아 말한다.
“뭘 저렇게까지 놀란 시늉을 하시나…… 베즐, 저 아저씨들 방향을 트는데? 우리 쪽으로 길을 뚫고 있어. 이건 좀 어이가 없잖아!”
산돌프가 이 소리에 바로 말하는데…….
“풀이파리라도 잡고 싶은가 보지. 어쨌든 다섯이어야 할 녀석들이 넷이고, 그중 하나가 걷지도 못할 지경이니 말이야. 근데 베즐, 알아 두라고. 저것들 구해 주면 왜 늦게 왔냐고 지랄할 거야. 그러니까 합류하면 먼저 소리 질러. 구해 준 값을 얼마나 쳐줄 거냐고! 값을 치르지 못하면 찢어져서 따로 가자고, 반드시 먼저 소리 질러 버려! 괜한 말이라고 생각하지 마! 진지한 얘기니까!”
듣고 있던 일행은 아까보다 더 황당한 표정을 지어 보일 수밖에 없었다.
베즐은 그런 마법사를 보며 눈을 깜박이다가 신중하고 진지하게 말한다.
“그렇게 해 보죠. 혹시 제가 잊거나 하면, 마법사님이 대신 외쳐 주세요. 그 부분은 맡겨도 되겠죠?”
“음? 그러지! 좋아, 그렇게 하자고!”
산돌프가 씨익 웃으면서 기분 좋게 답했다.
이 광경을 보면서 투란도, 일행도 다 같이 ‘진심이냐?’ ‘진심이잖아!’라며 살짝 어처구니없어했지만…….
“활카, 경로를 잡아 봐! 저쪽과 우리가 교차하는 경로로, 우리는 알드바인으로 바로 향하게 말이야. 합류하는 경로는 저쪽에서 알아서 잡을 수 있도록!”
“알았어. 아, 가는 길에 이쪽 위치를 알려 주게 한 방씩 쏴 줘야 할 것 같은데, 그래도 괜찮아?”
활잡이 카엘이 말했다.
칼잡이 카엘이 이에 대꾸한다.
“너무 쏴 대지는 말아. 대강 신호만 보낸다고 생각하라고. 꼭 뭘 맞혀서 어떻게 하려고 하지 마. 저쪽 목숨만 소중한 거는 아니니까, 우리 쪽에도 신경 써야지.”
베즐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이 말에 보탠다.
“그래, 적당히 위치만 알려 주는 정도로 해. 그 정도면 충분할 거야. 소문의 루센카 팀이라면 말이야.”
곧 일행은 빠르게 자리를 정리하고 알드바인을 향해 돌격하듯 출발했다.
그 틈새에서 투란은 마지막에 주고받은 말속에 담긴 의미를 더듬어 봤다.
‘방금 날린 화살이 뭔 문제가 있나? 자주 쏘면 위험한가?’
―솔리드 포톤의 소모 때문이겠지. 거리가 멀수록, 위력이 강할수록 사용할 수 있는 화살의 수가 줄어든다. 아까 날린 것은 위력도 거리도 상당해서 거의 화살 수백 발 분을 한 번에 소모했을 거야. 쉽게 말해서 저쪽을 향해 도움이 되는 강한 한 발을 날릴 때마다 활잡이는 이쪽에서 쓸모없는 처지가 된다는 거지. 말 그대로 저쪽 살리려다가 이쪽에 틈이 생기면…….
‘음, 목숨은 서로 소중하니까.’
투란은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었다.
한데 설명 다음에는 대답을 듣겠다는 듯, 드라고니아가 바로 묻는다.
―정말로 그런 인간이 있는 거냐? 구해 줬는데 늦게 왔다고 따지면서 화내는 인간이 있는 거야?
‘어? 그, 글쎄…… 가끔 그렇게 빌어 처먹다 뒈지는 쪽이 세상에 보탬이 되는 성품을 지닌 작자가 있다고 듣기는 한 것 같은데…….’
투란은 확실하게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구해 주면 안 되는 인간이란 것이 세상에 있다고, 샤오콴 마을에서 종종 듣기는 했지만…… 이제까지 그런 경우는 본 적이 없으니 투란으로서는 이 물음에 자신 없는 대답을 할 수밖에 없었다.
설마 진짜로 그런 작자가 세상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