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614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610)
“가몬티!”
베즐이 외쳤고, 가몬티는 바로 날아올랐다.
테란과 몇 명이 바로 배낭을 뒤집듯이 움직였고, 포석 위로 방책이 세워지기 시작했다. 잠자리를 위해 사용되던 천과 기둥이 바로 사방을 막는 벽으로 세워지는 셈이었다. 그리고 거기에 테란과 베즐 팀 멤버들이 뭔가 덧붙이는 듯하니, 바로 세워진 얇은 천의 벽에 달빛에 섞여드는 희미하고 여린 빛이 덧씌워졌다.
‘어? 저거?’
―솔리드 포톤 베일, 그거 맞아. 자신이 가진 도구에 얄팍하게나마 코팅한 거야. 대단하군, 저런 식으로까지 사용할 줄은 몰랐는걸.
투란이 설마설마하며 드러내는 의문에 드라고니아가 분명하게 답했다.
그래서 투란은 한층 더 불안하게 루센카 쪽 상황을 살펴야 했다.
여전히 뭔가 전혀 윤곽을 드러내지 않는 것을 향해 드래곤 파이어를, 샤벨투쓰의 발톱 칼날을 휘둘러 대면서…… 가끔은 방패로 뒤를 후려치는 시늉으로 격한 충격파를 남기면서 루센카 팀은 다가오고 있었다.
보기에 따라서는 아예 이쪽으로 돌격을 한다고 여길 수도 있는 속도였다.
활잡이 카엘이 이를 말한 것이 얼마 전이었다.
투란이 보기에 충분히 가까워진 만큼 속도를 적당히 줄이나 싶었지만, 루센카 쪽은 아직도 힘껏 가속하고 있었다.
이를 파악했기 때문에 베즐은 대강 서로 엇갈릴 만한 때와 장소를 여기로 정했고, 팀에게 간이 방벽을 세우게 하며 가몬티를 날아오르게 했다.
‘아직도 아무것도 없는 거야? 역시 환각에 빠져 있다고 밖에는 보이지 않아?’
불안한 기분을 달래면서 투란이 다시 물었다.
―없다. 슬슬 얼굴 표정까지 제대로 보인다만…… 투란, 저 문신은 대체 뭐라는 거냐? 이상한 마력이 흐릿하게 새는 것 같은데, 저런 오러 마크도 있는 거냐?
‘응? 문신? 어디, 어떻게 생겼다고?’
투란은 곁눈질을 하면서, 베즐 팀이나 산돌프 일행 누구에게도 눈치채이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프로브의 시각을 공유받았다. 그리고 바로 이빨을 꽉 맞물리면서 소리 없이 외친다.
‘에? 저게 뭔……! 이 바보야! 문신이 아니잖아! 뭐가 들러붙었구먼!’
―뭐? 문신이 아니라니? 들러붙었다고? 그런……!
드라고니아가 당황했다.
화아악!
투란은 눈을 질끈 감았다.
몰래 바라보는 풍경 속에서 갑작스럽게 불길이 치솟았고, 그 가늘고 길게 늘어지면서 허공을 향해 뻗어 나오는 열기를 프로브가 사납게 전해 온 때문이었다. 잠깐 뒤에 다시 눈을 떴을 때, 투란은 가몬티가 허공에서 허우적거리는 것을 바로 볼 수 있었다.
루센카 쪽에서 쏘아 올린 드래곤 파이어가 가늘고 긴 불꽃 화살처럼 가몬티를 향해 쏘아졌고, 이를 회피하려 가몬티가 공중에서 헤매는 광경이었다.
‘저거 못 피하는……!’
너울거리는 드래곤 파이어가 마치 혓바닥처럼 날름거리면서 가몬티를 휘감으려는 꼴을 보며 투란은 살짝 주먹을 쥐었다. 여기서 몰래 마법으로 불꽃을 견제해서 틈을 얻을 수 있는가 생각한 것인데, 그 전에 가몬티의 허리춤에서 세찬 외침이 터졌다.
“바람이여!”
화앗, 팍!
날름거리는 불꽃이 가몬티의 몸을 휘감은 격한 회오리에 휩쓸려 사라졌다.
그 순간에 가몬티는 재빨리 하피의 날개를 휘둘러 아래로 활강했고, 이쪽으로 물러섰다.
베즐이 가까워진 가몬티를 향해 외친다.
“가몬티, 무슨 일이야? 뭐가 있었어? 왜 널 공격한 거야? 못 알아봤나?”
가몬티가 방벽을 넘어 주저앉듯이 내려서면서 성나 소리로 대답한다.
“몰라! 전혀 모르겠어.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데…… 내 목소리가 분명히 닿았는데, 그걸 공격으로 여기고 반격할 리가 없는데! 대체 뭔지 모르겠다고!”
베즐은 가몬티에게 더 캐묻지 않았다.
“활카! 자세히 봐야겠어!”
활잡이 카엘이 냉큼 얇은 방벽 위로 올라섰다.
그 모습은 조금이라도 높이 서서 저쪽의 상황을 자세히 보려는 태도였는데, 렌즈를 조작하는 듯싶더니 바로 뒤로 벌러덩 뒤집혀 떨어지면서 활잡이 카엘이 비명 같은 괴성을 지른다.
“으앗! 저게 뭐야!”
베즐은 활잡이 카엘을 한 팔로 받아내면서 낯을 구겼고, 가몬티 쪽을 봤다.
주저앉았던 가몬티는 숨을 몰아쉬면서 일어섰고, 자신의 허리춤을 둘러보는 채로 말한다.
“내 부적이 반응하고 있어. 내가 모르는 뭔가가 확실히 날 덮치려 한 모양인데? 근데 뭐야? 이봐, 모자 아저씨! 아까 막아 준 거 고맙고, 이게 무슨 일인가 혹시 아는 것 있어?”
“룬디아크의 렌즈! 거기 방어술이 걸려 있지? 어이, 활잡이! 그 방어술이 작동한 거지?”
고깔모자는 묻는 말에 대답하지 않고 오히려 활잡이 카엘에게 묻고 있었다.
베즐의 부축에서 일어나며 활잡이 카엘이 으르렁거리듯이 대답한다.
“젠장! 맞아! 뭔지 모르지만 내 눈에 반응해서 훅 덮쳐 왔다고! 렌즈가 막아 주지 않았으면 그대로 당했을 것 같은데, 대체 뭐야!”
이는 일행 모두에게 심각한 분위기를 맴돌게 했다.
하지만 한 명, 마법사 산돌프는 방벽 너머로 고개를 빼꼼히 빼면서 손가락 고리를 만들어 저편을 보며 이 분위기랑 전혀 다른 소리를 내지르고 있으니…….
“저 병신들! 하다하다 이젠 저런 개지랄까지! 애송이도 아니고 상급이라고 목에 핏대 세우는 주제에 저게 뭔 꼴이야!”
베즐이 냉큼 그 안에 담긴 의미를 파악하고 소리친다.
“산돌프! 마법사, 뭔지 알고……?”
“다들 숨어! 보지 마! 눈 마주치면 안 돼! 감각적 자극을 통한 오염이야! 이 방벽 뒤로 고개 숙이고 있어! 아, 내가 날려오면 잘 받아 줘!”
설명 없이 떠들고 나서 산돌프는 로브 자락을 휘날리면서 방벽을 넘어갔다.
베즐은 물론 다들 당황하는데, 방벽 너머에서 돌아보면서 산돌프가 아예 짜증을 내며 외친다.
“보지 말라고! 눈깔 마주치면 저 얼빠진 새끼들이랑 똑같이 헛것이랑 싸우는 미친놈 된단 말이야! 아, 젠장할! 지금 이런 거 설명할 때 아니잖아! 눈 깔아! 엎어져 있으라고, 내가 튕기면 잘 받기나 해!”
성난 마법사에게, 심지어 방벽 너머로 홀로 위험을 마주하는 마법사에게 더 뭐라 따질 사람은 없었다.
베즐이 바로 손짓했고, 일행 모두가 방벽 뒤로 몸을 낮추고 바닥을 내려다보듯이 눈을 까는 모습이 되었다.
투란도 그 틈에 낀 채로 성난 기분을 그대로 드라고니아에게 뿜어내는데…….
‘눈가에 들러붙어서 나풀대는구먼, 그걸 문신이라고 하냐! 너, 지금이 그런 장난칠 때냐고!’
―그렇지 않았다. 네가 본 시점과 내가 관측을 말한 시점 사이, 가몬티가 저쪽 일행이랑 시각을 교차시킨 탓이다. 그때까지는 나풀거리는 것 없이 문신 형태였어. 하지만 가몬티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부터 나풀거렸지. 몬스터 로드라서 그런 건지, 허리에 주렁주렁 매단 부적 탓인지는 모르겠다만…….
어느새 다시 침착해진 듯, 드라고니아가 차분히 상황을 말하고 있었다.
‘그게 변명이냐!’
어이없어하면서 투란은 뭔가 말이 안 된다는 기분을 더 짙게 뿜어냈다.
드라고니아도 이에 살짝 발끈해서 뭐라 하려는데, 그 순간 투란은 엷은 방벽 너머에서 격렬하게 일어나는 마력의 충돌을 느꼈다.
‘에? 저 마법사 아저씨 지금 뭐 하는 거야?’
―마력 충돌을 유도하는군? 아, 아케인 하울(Arcane Howl)이다.
‘어? 그건…….’
―너도 아는 거 맞아. 일시적으로 마법의 효과를 무효화는 마력 제어 기술. 하지만 그 무효화하는 영역에는 가끔 몬스터의 특별한 능력도 포함된다. 어쨌든 세계의 이치를 강제로 뒤틀었다가 풀어내서 섭리(攝理)가 정상(正常)을 드러내게 하는 거니까. 저 마법사는…….
우우웅!
“뒈졌으면 좋겠다, 이 병신들아!”
격렬한 마력이 일으키는 웅장한 음향 사이로 산돌프의 진심이 담긴 듯한 목소리가 짜증스럽게 섞여 들었다.
그리고 격돌, 살갗에 스며드는 강한 힘의 파동이 방벽을 휘청거리게 하면서 퍼져 나왔다. 정작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지만, 다들 더욱 납작 엎드리면서 그 힘의 섬뜩함에 살짝 몸을 떨고 있었다.
퍼억, 방벽에 뭔가 부딪히는 소리가 뒤늦게 일행의 주의를 끌었다.
사람이 날아와 부딪힌 광경이 분명했다.
투란은 그 부딪힌 사람의 모습에 ‘어?’ 했고, 순간적으로 다들 알아차렸다.
혼자 저편으로 가서 사납게 외치며 험악하게 마법을 뿜어내더니, 뭔가에 튕겨 돌아온 것이다. 나서기 전에 자신이 예고했던 것처럼!
“마법사?”
“산돌프!”
순간 베즐이 냉큼 기우뚱하는 방벽을 받치면서 외친다.
“잡아! 받아 달라고 했잖아!”
우르르, 손길이 뻗었고 방벽을 당겨 거기 부딪힌 채로 추욱 늘어진 마법사 산돌프를 받아 눕혔다.
“뭐야, 죽은 거야!”
누군가 외치는 순간, 누군가는 산돌프의 코밑에 손가락을 들이댔고, 누군가는 목줄을 짚었고, 또 누군가는 손목을 잡으면서 맥을 확인했다. 곧 여러 입에서 안도하는 소리가 나오는데…….
“살았네.”
“성질부리긴…….”
“사이 나쁘다고 진짜로 죽이려던 거 아니었나?”
“실수로 죽였을 수도 있지, 뭐.”
산돌프가 거의 탈진한 상태이기는 해도 생명에 지장이 없다는 것을 알고 나자 묘한 너스레를 떠는 말이 짙어지고 있었다.
베즐과 활잡이 카엘은 그런 소리를 등 뒤로 하고 방벽 너머를 조심스럽게 내다보고 있었다.
과연 루센카 일행은 어찌 되었을까?
산돌프의 마법은 제대로 효과를 발휘했을까?
이를 대체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는가?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기에 베즐과 활잡이 카엘이 더욱 조심스럽게 방벽을 넘어 저쪽을 향해 다가갔고, 칼잡이 카엘과 테란 등은 방벽을 지키면서 고개도 내밀지 않는 모습이었다.
늘어진 산돌프 곁에서 그런 광경을 보던 일행이 마법사의 볼을 꼬집고, 몸 곳곳을 찌르면서 열린 입을 쉬지 않겠다는 듯이 떠든다.
“어이, 정신 언제 차릴래요?”
“이제 된 건지, 아직 조심해야 하는 건지…….”
“뭐라 말을 해 달라고!”
“우리도 확 미쳐서 이상한 짓 하는 꼴 보고 싶어요?”
“아니면 말을 해, 말을!”
“일발조루! 아저씨, 안 들려요?”
투란이 이 광경에 기막힌 웃음을 짓는데, 놀랍게도 산돌프는 저 제멋대로인 소리를 듣고 있는 듯이 몸을 움찔거리잖는가! 그리고 결국은 쥐어짜 낸 소리가 산돌프의 입에서 새어 나온다.
“닥쳐. 가서 그놈들 묶어서 데려오기나 해. 전부 자빠졌으니까…… 그냥 지나던 개한테 뜯어 먹히게 두든가.”
와글거리던 일행이 순식간에 조용해졌고, 그중 한 명이 바로 방벽 너머를 향해 외친다.
“베즐! 다 자빠뜨려 놨대! 그래도 모르니까 묶어서 데려오라는데!”
투란은 이 소리가 마법사의 말을 참으로 좋게 옮겼다고 생각했다.
칼잡이 카엘과 테란이 바로 뛰쳐나갔고, 저편에서 조심스럽던 베즐과 활잡이 카엘이 빠르게 루센카 일행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한숨과 함께 몸을 일으켜서 방벽 너머를 보며 투란은 다시 한번 소리 없이 묻는다.
‘정리된 거 맞냐?’
―정리한 거 맞다. 아케인 하울, 그 파동에 휩쓸리더니 바로 주저앉고 엎어졌으니까. 두리번거리는 모습이 여태 보던 이상한 것이 더 안 보여서 당황한 모습이야. 눈가에 붙어 있던 것도…… 깔끔하게 전부 사라졌다.
‘너, 정말로 그게 문신이라고…… 오러 마크 같은 거라고 생각했어? 진짜로 사람 정신 줄 놓게 하는 거라고 생각 못 한 거야?’
―잠깐 잊고 있었다. 인간이 여전히 그런 감각 전염형 몬스터에게 침식당하기 쉬운 존재란 것을…….
아련한 기억을 더듬는 듯한 대답이었다.
투란에게는 조금 어이없는 말이었다.
‘너네는…… 드라코눔에서는 이런 거에 아예 안 걸린다는 말이냐?’
―그래, 전혀 걸릴 일이 없다. 프로브의 시각 기능도 이런 오염이나 침식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잖아. 저 룬디아크의 렌즈는 방어했지만, 그럴 필요조차 없었지.
‘야…… 잘난 척할 때가 아니잖아!’
한층 더 어이없어하며 투란이 투덜거렸다.
한데 드라고니아는 더욱더 뻔뻔하게 말한다!
―투란, 너나 저 가몬티는 기본적으로 이런 형태의 침식을 무시할 수 있겠지만 나머지는 아니다. 제대로 처리된 건지 아닌지, 아직 안심할 때가 아냐.
‘협박하냐!’
어쩔 수 없이 긴장하면서도 투란은 다시 투덜거릴 수밖에 없었다.
산돌프가 저렇게 쳐질 지경이 되며 처리해 놓고서도 묶으라고 말한 까닭을 드라고니아가 다시 짚었으니, 뭐라 대꾸하든 긴장한 채로 상황을 지켜보기는 해야 했다.
그러고 나서 투란이 가만히 보니, 베즐 팀 또한 거의 같은 결론인 듯했다.
착실하게 루센카 일행을, 부상자까지 전부 돌돌 말듯이 묶어 버리고 있으니까!
뭔가 확실하지 않다면, 일단 조심부터 하자는 모습이었다.
딱히 반대하는 이도 없으니 망설일 까닭도 없는 듯한데…….
“잠까안! 이봐, 왜 묶는 거야! 우리가 뭘 어쨌다고!”
당하는 쪽에서는 아무래도 다른 의견인 듯했다.
어쨌든 일행은 루센카 팀과 그럭저럭 합류했다.본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