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621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617)
카빈앨리게이터, 가까워질수록 뚜렷해지는 그 모습은 투란에게 이모저모로 괴상해 보였다. 몸통만큼 굵은 다리, 네발을 쭉쭉 뻗으며 거의 벌레처럼 땅을 기어 달리는 것이 악어의 주둥이를 좌우로 세차게 흔들어 대며 걸리는 것은 뭐든 일단 콱콱 물어뜯는데, 바위를 잘못 물어서 도로 뱉을 때는 왠지 부서진 이빨도 섞인 것처럼 보인다!
그런 것들이 벼락과 번개의 자취가 아직 남아 있는 성벽 문 쪽을 피해서, 몇 마리는 저 멀리 갈기산맥 쪽을 향해 갔고 몇 마리는 가까이 오고 있었다. 알드바인의 높은 성벽에서 풍기는 인간의 냄새를 열심히 쫓는 것처럼…….
투란은 그 몇 마리 카빈앨리게이터의 모습이 또렷해질수록 기억 속에서 희미하게 어떤 몬스터, 악어 형태였다는 어떤 몬스터에 대한 이야기가 가물거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지나치다가 얼핏 들었던 그 이야기는…….
“칼날이 박히는데 박을 수가 없는 놈. 웬만한 화살 따위는 소나기로 쏘아붙여도 전혀 맞을 낌새가 없는 놈! 그런데 그게…….”
‘딱 맞는 것처럼 보이기는 하는데, 그게 카빈 어쩌구 하는 이름이었나?’
지금 보이는 광경과 그럭저럭 일치하는 것처럼 보였다.
저쪽 십 구역과 십일 구역의 헌터들이 성벽에 들러붙지 못하도록, 화살이 빗살처럼 쏘아지고 있었지만 굵고 긴 다리를 팔랑거리듯이 움직이는 카빈앨리게이터에게 꽂힌 것은 한 발도 없었다. 우스꽝스럽게 머리를 움직이며 악어의 큰 입이 텁텁 하는 채로 열리고 닫히지만 화살을 모조리 피해 내는 상태였다. 그러면서도 가급 위험한 곳은 피하겠다는 듯이 악어를 꼭 닮은 몬스터는 움직였고, 투란과 산돌프가 구경만 하면서 화살 한 발 쏘지 않는 십이 구역 쪽으로 파닥대듯이 다가오고 있었다.
문득 투란이 산돌프를 보고 주변을 둘러봤다.
이 십이 구역부터 남쪽 성벽까지 꽤 썰렁하다 싶었더니, 다들 저편의 바쁜 곳으로 몰려간 탓에 지금 당장 여기 있는 것은 투덜거리는 마법사랑 투란 자신뿐이잖은가!
“얼레? 여기 왜 우리 둘만?”
뒤늦게 꺼낸 투란의 말에 산돌프가 낯을 구긴 채로 대답한다.
“마법사랑 가드 하나만 던져 놓으면 급한 상황에서 잠깐 시간 끌기가 되니까. 빠르게 돌릴 수 있는 인원은 급한 쪽으로 다 몰아넣고, 여기서 뭔 일 생기면 시간 끄는 사이에 보충할 수 있다고 판단한 거지. 상아탑에서 떠돌이 마법사를 우려먹는 상투 수단이야.”
“음, 떠돌이 마법사랑 아는 탓에 덤터기 쓴 거군요!”
투란이 깔끔하게 정리했다.
산돌프의 표정이 더 심하게 구겨졌다.
“덤터기라니! 마법사 가드는 아무나 시키는 줄 알아! 능력을 인정받았다고 좋…… 잠깐, 그러고 보니 마스터 케이라가 널 아는 거 아니었냐? 이놈 보게? 내가 이렇게 덜렁 가드 하나 두고 여기 있어야 하는 까닭이 사실은 너 때문이었던 거 아냐!”
“엉뚱한 사람 탓하지 마시고, 저거 성벽 잘 타는데 어쩌실 거예요?”
투란이 눈을 부라리는 산돌프에게 손짓하며 화제를 바꿔 버렸다.
십일 구역 아래부터 성벽에 들러붙어 기어올라 오는 카빈앨리게이터의 모습은 확실히 투란보다 더 마법사의 주의와 관심을 끌었다. 위에서 쏟아져 내리는 투창, 화살을 피해서 옆으로 깡충거리면서 튀어 올라오는 카빈앨리게이터가 도달할 곳은 결국 둘이 서 있는 곳!
일단 올라와서 저 네 다리를 휘두르려 한다면, 저 속도를 감당할 방법은 있는가?
“썩을! 투란, 뭐든 좀 들고 버텨!”
산돌프가 바로 두 손을 모으면서 집중하는 자세와 함께 외쳤다.
투란은 살갗을 건드리는 미묘한 마력의 흐름을 느꼈다.
이전에 산돌프가 크게 한 방 날리려 할 때와는 다른 흐름이었고 한곳에 집중되면서도 잘게 끊어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흐흠? 뭔 주문을 준비하는 거지?’
―독자적인 마법인가 보군. 구경만 할 거냐?
드라고니아가 60미터 가까운 높이의 성벽을 절반가량 올라온 카빈앨리게이터를 지목하듯 말했다. 성벽의 공세에도 꿋꿋하게 기어올라 오는 두 마리를 흘끔 내려다보면서 투란은 느릿하니 흉벽에 기대 놓인 무기대에서 투창 서너 자루를 빼 들었다.
―던지려고? 그냥 던져 봐야…….
의아한 듯 드라고니아가 중얼거릴 때, 투란은 가만히 흉벽에 기대면서 투창 두 자루를 한 손에 쥔 채로 내밀었다. 창끝이 아래를 향했고, 흉벽 너머로 내민 고개로 아래를 바라보는 투란과 거칠게 머리를 흔들어 대는 몬스터의 눈길이 마주쳤다.
악어를 닮았으나 세로로 늘어진 동공, 눈자위로 퍼져 나가는 홍채의 형상이 결코 짐승의 것일 리가 없는 모습…… 먹잇감을 발견하기가 무섭게 입을 열고 이빨과 혀, 목구멍을 들이댄 채로 카빈앨리게이터는 성벽을 질주했다. 평지와 절벽의 구분하지 못한다는 그 악명을 그대로 과시하듯, 저 멀리서 쏘아져 오는 화살이 그 흔들거리는 꼬리 아래로 흩어지고 있었다.
투란은 자신을 똑바로 노려보려는 듯이 머리를 마구 흔드는 악어 닮은 몬스터를 가만히 내려다보며 투창을 쥔 손을 펼쳤다. 내리 던지거나 겨냥하고 쏘아 보낸다는 것과는 아주 다른, 그냥 떨구는 짓이었다.
―뭐냐?
드라고니아가 한층 더 의아해하는 물음을 짧게 던졌다.
투란은 가만히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기다렸고, 그 기다림은 짧았다.
푹, 푹.
머리를 흔드는 몬스터의 눈알에 투창이 나란히 꽂혔다.
마치 몬스터 카빈앨리게이터가 자기 눈알을 들이댄 상황이었다.
그러고 나서는 성벽을 오르던 중이란 것을 잊은 채로 몬스터의 두 앞발이 머리통을 긁적였는데…… 곧 가죽이 갈라지고 피가 터짐과 동시에 괴성을 울리며 몬스터의 몸통이 뒤집히며 아래로 추락했다. 네발로 성벽을 잡고 있다가 갑작스럽게 앞발 둘을 뗀 결과였다.
―허? 헐!
드라고니아가 놀라고 어이없어했다.
“아하, 역시 저게 그거였구먼.”
투란이 히죽거리면서 다시 투창 두 자루를 쥐고 흉벽 너머로 내밀었다.
한 마리가 떨어졌지만 다른 한 마리가 맹렬하게 그 자리를 메꾸듯이 성벽을 달려오고 있었다.
투란이 빼꼼이 머리를 내밀고 바라보니, 바쁘게 흔들거리는 몬스터의 눈동자가 곧바로 그 눈길을 마주쳐 온다.
그리고 다음은…….
웨에에에! 쿵!
투란이 가만히 눈길을 마주치고 떨어뜨린 투창, 두 번째 카빈앨리게이터도 그것을 두 눈에 박은 다음에 눈에 들어간 티끌을 비벼서 빼내려는 손짓처럼 날카로운 발톱으로 낯짝을 긁다가 떨어졌다!
첫 번째랑 똑같았다.
“역시…….”
투란은 키득거리는 소리를 냈다.
―야, 대체 뭔!
“뭐야, 그게!”
드라고니아가 묻는 소리 위로 산돌프의 목소리가 덮였다.
그 모습은 준비하던 마법을 멈춘 듯이 보였지만 투란은 산돌프의 모아진 두 손 사이로 여전히 마력이 머물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몬스터의 비명에 놀라서 주의가 흩어진 채이기는 해도 정신은 집중된 마법사의 모습이었다.
“뭐긴요, 올라오는 몬스터를 공격한 건데…….”
“공격은 무슨! 그냥 떨군 것뿐이잖아! 대체 뭘!”
산돌프가 마력을 더욱 집중하면서도 으르렁거리며 따지는 소리를 질렀다.
투란은 마법사가 동시에 두 가지 상황에 마음을 쏟는 광경에 새삼 감탄하는데, 저쪽에서 빠른 발소리와 함께 다가오는 누군가가 외친다.
“어떻게 한 거야아아! 방법을!”
그 외침에 호응하듯 산돌프도 맹렬히 고개를 끄덕였다.
투란은 슬쩍 성벽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다른 몇 마리의 카빈앨리게이터가 이리저리 흩어지며 멀어지는 광경을 확인하며 대답한다.
“저거 먹이로 보이는 거랑 눈을 마주치면 놓치지 않으려고 집중해요. 그 눈길에 맞춰서 뭘 세워 놓거나…… 떨구면 눈길 돌리지 않고 달려들다가 들이박는 버릇이 있어요. 아, 마주친 눈길을 떼지 말고 끝까지 봐 주면 효과가 더 좋을 거예요.”
달려와서 헐떡거리는 숨소리를 흘리면서도 귀를 기울이던 이는 바로 돌아서서 뛰어갔다. 빨리 저쪽에 알려 주려는 모습이었다.
산돌프는 두 손을 맞잡아 마력을 집중한 채로 다시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낸다.
“저게 뭔지도 몰랐잖아! 근데 어떻게…….”
“이름은 처음 들었어요. 생김새가 듣던 거랑 닮았다 싶어서 혹시나 해서 해 봤던 거예요. 뭐, 잘 통해서 다행이잖아요?”
싱긋, 마법사를 향해 투란이 웃어 보였다.
산돌프의 눈꼬리가 팍 치켜올라 갔다.
“아니면 어쩌려고 했는데!”
“이거 들고 긁으려고 했죠.”
투란은 가볍게 무기대의 긴 낫을 발끝으로 툭툭 치면서 대답했다.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산돌프는 한숨부터 쉬었고…….
“확실하지 않으면 시도하지 마! 잘 안 풀렸으면 나까지 죽는 거라고!”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눈빛을 바꾸며 흉벽 너머로 손을 내밀고 있었다.
그 두 손에서 마력이 해방되었고, 불꽃이 날개를 펄럭이는 벌떼처럼 흩어졌다.
불의 벌떼는 성벽 아래로 흩어내리면서 그 수를 늘렸고, 주변을 맴도는 몬스터를 향해 바람결을 타고 흐르듯이 날아갔다. 빠르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느리지도 않게, 아주 자연스럽게!
추락해서 죽은 동족의 주변을 맴돌면서 만만하게 기어오를 곳을 찾던 카빈앨리게이터가 그 벌떼에 쏘였고 몸에 불을 붙인 채로 괴성을 지르며 성벽에서 멀어지며 흩어져 갔다.
마법사의 불꽃 벌떼는 계속해서 성벽 주변을 배회했고, 몬스터의 자취를 찾으며 춤을 췄다.
그 광경을 지켜보며 투란이 중얼거린다.
“과연…… 이 구역은 혼자서도 해볼 만한 거였군요. 그래서 마스터 케이라가…….”
다른 곳이 바쁘기는 했지만 그래도 눈에 띄게 사람 수가 적은 십이 구역이었다.
산돌프에게 이런 마법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면 이런 인원 배치가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산돌프는 씩씩거리면서 불평하고 있었다.
“혼자서 뭘 해볼 만해! 날 믿고 맡긴 거 아니거든? 착각하지 마라! 그냥 심술이라고, 심술!”
투란이 그 불평에 헛웃음을 지으며 보니, 어느새 올망졸망 맺힌 땀방울이 그런 산돌프의 이마와 볼에 가득한 채였다. 잠깐 모았던 마력을 모조리 방출한 모양이었다. 그 지친 낌새가 한번 더 하라면 그냥 기절이라도 할 것처럼 보였다.
벅벅, 머리를 긁적이면서 투란은 다시 흉벽 너머를 보며 말한다.
“정말로 그런 거면 곤란한데…… 산돌프, 이제 또 얼마 동안 다른 마법을 쓰지 못하는 건가요?”
“못써! 죽을 작정을 해도 무리야. 대신 저거 앞으로 두어 시간은 유지된다. 그러니까…….”
“사우루스는 못 태우죠?”
투덜거리는 채로 주저앉는 산돌프의 말을 투란이 뚝 자르고 물었다.
이젠 말하기도 힘들다는 듯, 한편으로는 ‘왜 그런 걸 묻냐?’ 하는 듯한 표정으로 산돌프가 고개를 저었다. 그 모습을 흘깃하고 바로 투란은 십이 구역과 이어진 다른 구역을 둘러봤다. 곧 성벽 아래에서, 십일 구역과 십삼 구역의 계단을 타고 새로운 인원이 바쁘게 뛰어올라 오는 광경이 보였다.
“산돌프, 진짜로 쓸모없어진 모양이네요?”
“뭐?”
투란이 불쑥 한 말에 산돌프는 뒤로 젖혀 벽에 기댔던 머리를 당기며 좌우를 둘러봤다. 새로운 인원이 보충되는 광경을 확인하고 산돌프가 입가를 뒤틀면서 낮게 으르렁거린다.
“썩을! 못됐다니까! 진짜 못됐어! 꼭 사람 탈진시켜 놓…….”
쿠워어어어엇! 쿠우웃!
땅을 뒤집어엎으며 튀어나온 몬스터의 괴성이 마법사의 말을 잘랐다.
산돌프는 흠칫하면서 곁에 서 있는 투란을 올려다봤다.
투란이 성벽 아래를 보며 혀를 차는 소리로 그 눈길에 답한다.
“어째 땅이 좀 들썩거린다 했어요. 분위기 안 좋다 싶더니…… 근데 쟤네 원래 어디서 저렇게 와글거리는 녀석들이에요?”
“테러사우루스? 와글거리지 않아! 절대로! 짝짓기할 때나 두셋이 함께 붙어 있는 시늉을 하지, 절대로 몇 마리씩은…….”
쿠워어어! 쿠우으으읏!
조금 멀리서 각기 다른 몬스터의 괴성이 울렸다.
땅을 찢고 갈아엎는 소리조차 몬스터의 포효에 묻히고 있었다.
터엉, 쾅, 쾅.
성벽에서 투석기가 거칠게 흔들거리며 움직였다.
불덩이가 쏘아져 나갔지만, 성벽 바로 아래에서 포효하는 몬스터에게는 전혀 닿을 리가 없는 저 먼 곳으로 날아가 떨어질 뿐이었다.
“사우루스도 절벽 잘 타요?”
여러 가지 폭음의 메아리가 쩌렁쩌렁한 틈새에 투란이 몸을 낮추면서 산돌프에게 물었다.
“힘이 좋아서 그냥 기어올라!”
버럭 고함치는 것처럼 대답이 나왔다.
“쳇…….”
투란은 냉큼 성벽 아래를 내려다봤고, 불평하듯이 혀를 찼다.
그 눈길이 닿는 곳에서 등짐을 풀고 거대한 팔을 드러낸 테러사우루스가 성벽을 할퀴면서 기어오르려 하고 있었다.
새로 보충된 이들은 거기에 맞서려 하는 중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