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64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64)
투란은 이 밤이 아주 중요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늑대가 그렇게 투란에게 알려 주고 있었다. 본능적으로, 이 밤을 어떻게 헤쳐 나가는가에 따라 앞으로 만월이 뜨는 밤이 어찌 되는가를 느낄 수 있었다.
‘내 맘대로 할 거야!’
투란의 정신이 일단 부르짖었다.
그리고 투란은 그렇게 하기 위해서 늑대의 포효와 맞서야 했다.
분노, 절망, 좌절 그리고 그 깊고 깊은 바탕에 깔린 포기와 체념, 나는 이럴 수밖에 없구나 하고 끝없이 떨어지기만 하는 실망감…….
‘뭐야, 이 녀석?’
자기 안에서 선명하게 그 존재를 드러내는 늑대의 울부짖음은 투란을 당황스럽게 했다. 의심이 저절로 투란의 마음속에서 툭 튀어나온다!
이 꽁하고 웅크리며 ‘난 안 돼!’ 하는 놈이 은빛 불꽃을 두른 채로 악마의 심장을 구워 버리는 괴물이 맞단 말인가?
‘아니, 이 녀석도 저 은빛…… 달빛에 저항하지 못해서 날뛰는 것뿐인가?’
투란이 일단 좋게 방향을 잡으려 하니 이런 쪽으로 생각이 굴러갔다.
이런 생각에 호응하는 것일까?
투란은 늑대의 포효가 낮아지며 이를 갈고, 뼈를 가는 듯한 울림으로 변해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낮아진 늑대의 울음 속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증오, 그 끝을 모를 증오를 바탕으로 피어나는 갈망이었다.
‘대체 뭘 원하는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투란의 정신이 늑대를 향해 묻고 말았다.
그리고 투란은 하늘 가득한 은빛 불꽃이 보다 강하고, 보다 시리게 눈에 보이는 것을 깨달았다. 저 은빛이 뼈를 관통하고, 심장으로 부어지며 온몸을 재로 만드는 것을 원하는 듯한 충동이 늑대의 심장을 두들겼다.
‘미쳤냐!’
투란의 정신이 난폭하게 외쳤다.
이놈의 늑대가 앞뒤 맞지 않는 개수작을 벌이고 있잖은가!
밉다면서 한껏 끌어안아 품고 싶다는 것은 대체 뭔가!
저 은빛, 달의 광채를 향해 끝이 없는 증오를 쏟아 내면서도 모두 집어삼켜 품고 싶다는 갈망이라니!
투란에게는 미운 것은 결코 함께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투란은 더 이상 늑대의 수작질에 놀아나지 않기로 결심했다!
‘이겨주마!’
각오를 다진 순간, 투란의 정신이 바로 ‘천칭의 문장’을 향해 쏟아졌다.
늑대를 꺾기 위해, 투란은 자신이 지닌 모든 것을 다 동원하기로 했다.
늑대가 더 이상 저 달빛에 미쳐 날뛰지 않고 투란의 의지에 따르게 하기 위해서, 몬스터 로드의 힘이 발휘되기 시작했다.
투란의 머리가 붉어졌다.
머리카락이라기보다는 몸에 돋은 긴 털처럼 보이는 붉은 색채가 투란의 볼과 이마를 채우며, 목덜미로 번져 등짝까지 흘러가는 듯했다. 그랑츄의 굵은 팔을 기반으로 해서 변한 왼팔, 늑대의 팔은 훨씬 굵고 긴 갈고리 손톱과 손을 꿈지럭거리며 더 짙고 긴 붉은 색채를 살랑거리는 몰골이 되어 있었다.
우득, 꽈드득.
왼팔에서 시작되는 힘줄과 뼈대의 울림이 슬그머니 투란의 온몸으로 쳐들어가는 격렬함을 드러내고 있었다.
“크륵!”
투란의 입이 살그머니 열렸고, 사람의 입에서는 돋아날 리가 없는 송곳니와 이빨이 침을 가득 흘리며 형상을 드러냈다. 그와 함께 투란의 입과 코가 슬그머니 돌출되려 했다.
파앙!
투란의 오른손이 짙고 검은 녹색을 띤 힘줄을 꾸무럭거리며 힘차게 가슴을 후려쳤다. 강한 충격에 자극을 받은 듯 투란의 가슴이 큰 소리를 울렸고, 이에 호응하듯 맹렬하게 ‘이상한 심장’이 그 고동을 가속했다.
황금색으로 물든 투란의 눈동자 주변으로 잠시 물러서듯이 사라졌던 투명하고 가는 실 가닥 그물이 다시 돋아나며 맺혀 들기 시작했다. 눈동자를 휘감듯, 눈알을 덮는 투명한 줄기는 어떻게든 눈동자 속으로 파고들려는 듯이 꿈틀거렸다.
우득, 우드득!
투란의 발아래에서 다져진 나뭇조각이 한 번 더 밟히고 으스러지는 소리를 냈다.
아직 굵고 단단함이 남아 있던 나뭇조각 위로 투란의 발이, 그랑츄의 발 형상을 한 채로 세게 밟은 채로 누르며 밀고 있었다. 몸에서 일어나는 격렬한 변이와 투쟁의 여파를 딛고 있는 발판을 향해 쏟아 내는 듯한 광경이었다.
이 광경의 주변을 밤하늘의 달빛이 훤하고 시원하게 비춰주면서 숲의 그림자를 아련하게 해 주는데, 숲 속에서 살그머니 바스락거리며 투란에게 다가오는 그림자들이 있었다.
그 그림자가 달빛을 맞아 분홍색 털을 휘날리는 세모꼴의 머리통이 간혹 드러났다. 좁은 세모꼴의 머리의 뾰족한 입이 살짝 열리고, 그 입속에는 뭉툭한 송곳니의 형상이 가지런하게 드러나기도 했다. 분홍색 털이 가득 돋은 손목이 그 어깨와 이어진 팔뚝에서 다소곳하게 내밀어지고, 손이 달릴 자리에 길게 휘어진 막대기 같은 것이 툭 튀어나온 채 투란이 있는 곳을 겨냥하듯, 휘어진 안쪽에서 푸르스름한 수정을 닮은 칼날이 튀어나왔다.
그르르르르.
여기저기서 흘러나온 낮은 목 울림과 함께, 분홍색 털을 지닌 무리가 물가를 둘러싸며 투란을 향해 모여들고 있었다.
‘정신없어 죽겠는데, 저것들은 또 뭐야!’
투란은 온세상이 은빛 불꽃으로 타오르는 것이 아닌가 싶은 풍경 속에서, 눈으로 보자면 나무 사이에 완전히 가려진 채라 보이지 않는, 그러나 냄새를 통해 시각화된 풍경 속에서는 너무나도 선명하게 붉고 노랗게 피어난 불덩이처럼 보이는 녀석들을 알아차리며 난감해하고 있었다.
하나둘 정도가 아니었고, 투란이 서 있는 물가를 둘러싸듯 다가오는 놈들은 대략 스물 가까운 무리였다.
이대로 투란이 계속 낑낑거리고 있다가는 저 녀석들이 들이대는 이빨과 묘하게 매달린 저 파릇하게 반짝이며 길쭉한 것에 꽤 아프게 맞을 듯한 상황이었다.
때문에 투란은 버티면서 궁리한 모험을 시도하기로 했다.
‘어쩔 수 없잖아, 도전해야지!’
뭔가 확신할 수 없는 것이기에 망설이던 것이었고, 그 망설임을 떨치기 위해 다시 한 번 자신을 다독이면서 투란은 머리를 젖혔다. 저절로 터져 나오려는 것을 억지로 참고 있었던, 늑대의 포효가 낮은 울림으로 시작되어서는 크고 포악하게 은빛 불길로 이글거리는 하늘을 향해 쏘아졌다.
이 늑대의 절규가 다가오던 붉고 노란 불덩이 같은 녀석들을 주춤하게 한 것을 분명히 느끼며, 투란은 바로 모험을 시작했다.
‘늑대의 팔, 하지만 내 팔. 악마의 심장이 물러섰던 것, 작은 늪이 사라졌던 것…… 모두 문장의 마력을 사용하는 변이였지!’
달빛을 꾸역꾸역 처먹은 늑대의 팔뚝에서 밀려온 힘은 투란의 몸에 변화를 강요했다. 늑대의 존재를 더 확장시키려 했고, 오롯하게 순수한 늑대만을 남기려 하는 변화였다. 그 은빛 불꽃의 의지는 꽤나 강력해서, 결국 본능적으로 투란의 의지에 의해 구현된 부분이 거둬졌다. 그렇게 남은 심장, 사람의 심장은 치달아 오는 은빛의 마력을 받아들여 변했다. 늑대의 심장으로!
목과 어깨, 옆구리에서 키워 낸 악마의 심장으로 몇 차례 이 늑대의 심장을 건드리면서 투란은 문득 깨달을 수 있었다. 악마의 심장이 ‘작은 늪’을 품고 버티는 힘은 이 늑대의 심장이 지닌 맥동에 저항할 수 있고, 어쩌면 ‘이상한 심장’과 연계되며 더 강하게 뛸 수 있었다고.
다만 본능을 불태우며 밀려오는 달빛의 마력에 투란의 의지가 수그러들면서 물러섰을 뿐이다.
“왜, 난 비비나비 왕족의 팔을 부르는데 왜 자꾸 촉수가 되냐고!”
그 몬스터 로드가 한 말을 투란은 이 체험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보다 본능적인 부분, 몬스터 로드가 의식 속에 투영하는 의지보다 더 깊은 본능에 문장이 더 강하게 반응해서 몬스터의 형상이 발현되는 것이다. 그 때문에 투란의 의지보다 더 강하게 본능을 자극하는 늑대의 인도대로, 심장이 변이된 것이다.
‘이 심장은 내 심장이다.’
투란은 자신을 향해 속삭였다.
악마의 심장에게 먹히고 자리를 내준 경우와 달랐다.
늑대의 심장은 달빛을 받아들이고, 그 마력으로 투란의 본래 심장을 변이시켜 발현된 것이다.
‘그러니까 자아…… 나와라, 작은 늪아! 내 심장에 깃들여라. 그리고 너도 나와서 작은 늪을 감싸야지, 이 악마야!’
강한 투란의 의지는 다시 한 번 하늘을 향한 억센 포효가 되어 울렸다.
마음 한구석으로 자신이 원하는 바를 되뇌면서, 투란은 주변을 살펴가는 자신의 지각도 더듬었다.
처음 포호에 주춤했던 놈들이 다시 조심스럽게, 그러나 아까 보다 빠르게 투란에게 다가서려 하고 있었다. 넓게 둘러싸서, 마치 투란이 절대로 물 쪽으로는 튈 리가 없다고 확신하는 듯한 움직임으로.
‘박살 내 주겠어!’
투란은 더 짙고 강하게 각오를 다지면서 더 세차게 염원했다.
‘작은 늪’을, 악마의 심장을.
“그워어어어!”
섬뜩한 포효가 약탈자의 증오와 분노를 가득 싣고 바람을 뒤틀며 번졌다.
분홍색 털을 살랑이며 나무 사이로 미끄러지듯이 다가오던 무리가 일제히 주춤했다. 과연 이대로 저것을 사냥할 수 있는가 하는 의혹이라도 품는 듯했다.
하지만 결국 분홍색 털의 무리는 손목에서 뿜어낸 푸르스름한 칼날을 휘저으며, 물러서지 않고 사냥감을 향해 움직였다. 뭔가 혼자서 끙끙거리며 꿈지럭대는 사냥감 따위에는 겁먹을 수 없다는 듯한 오기를 뿜어내는 꼴이었다.
두두두우!
돌연 사냥감이 이상한 소리를 울려 냈다.
아까의 포효랑은 완전히 다른 진동이었다.
분홍색 털의 세모꼴 머리가 길게 찢어진 눈매를 크게 떴다.
사냥감이 붉은 털이 불끈거리는 팔 한 짝을 높이 치켜드는데, 그 팔에서 뭔가 불끈불끈하며 불거졌다 꺼졌다 하는 것이 달빛 아래 너무나도 선명하게 드러났다.
분홍색 털의 무리가 크륵거리며 서로를 향해 울었고, 서로 두 팔에 달린 칼날을 비비며 의견을 교환한 다음에 다시 사냥감을 향해 나아갔다.
곧 격진이 허공을 울리며 숲을 갈랐다.
크륵!
콰아아앙!
‘귀가 나갔나?’
투란은 한쪽 귀에서 이명을 들으며 생각했다.
하지만 그쪽에서 들리는 소리 위로 이명이 겹쳐지는 것뿐이고, 딱히 귀가 먹거나 뭐가 들리지 않거나 하지는 않았다. 이렇게 왼쪽 귀를 그렇게 울리게 한 격렬한 진동을 토해 낸 왼팔이 부르르 떨었다.
‘음, 좀 이상하게 되었네?’
투란은 자신의 변이와 발현을 이렇게 되새겼다.
왼팔, 늑대의 팔이 완연한 상태였다.
한데 그 팔뚝 속에 작은 심장들이 몇 개가 뛰고 있었다.
은빛 불꽃을 신나게 처감고 강렬하게 맥동하고 있었다!
그중 하나가 다른 것보다 몇 배로 강하게 뛰더니 팔의 힘줄, 핏줄, 뼈대가 일제히 격동하면서 손바닥, 도톰한 아기 늑대의 발바닥에나 붙어 있을 살집이 푹 꺼지는 느낌과 함께 팔이 저절로 휘둘러졌다.
그리고 숲의 한쪽이 통째로 날아갔다.
팔뚝 속에서 그렇게 혼자 뛰던 심장은 으깨졌다.
그러나 다른 심장들은 그 결과에 전혀 겁먹지 않았다.
오히려 ‘다음은 내 차례? 와, 신난다!’ 하는 느낌으로 더욱 불타오르면서 뛰고 있을 뿐이었다! 게다가 작은 심장이 터진 곳에 쑥쑥 뿜어지며 다시 자리를 잡는 핏줄, 이는 분명히 악마의 심장이 뿜어낸 덩굴줄기였고, 터진 자리에 새로 구근을 꾸리며 작은 심장을 또 만들어 간다!
은빛 불꽃을 머금고, 언제라도 터질 수 있는 작은 심장.
투란은 왼편 가슴에 보다 당당하게 자리 잡은 악마의 심장을 느끼며 두 눈에 보이는 새로운 풍경에 적응하면서, 다가오던 괴물 떼가 단 한 마리도 지금 내뿜은 힘에 다치지 않은 것을 알아차렸다.
‘그래, 정리는 나중에 하지 뭐.’
지금은 싸워야 할 때이고, 투란의 입에서는 거침없는 포효가 아주 당당하게 흘러넘치기 시작했다.
“그워어어어어.”
치이잉!
칼날을 마주 비비며, 분홍색 털이 휘날렸다.
세모꼴의 머리가 입을 확 열었고, 뭉툭하고 가지런한 송곳니가 끝이 뾰족한 혀와 함께 확연히 드러났다.
하지만 분홍색 털의 괴물은 투란을 깨무는 대신, 손목에서 뻗어 나온 푸르스름한 수정빛 칼날로 후려쳤다. 두 손목의 칼날이 제각각 휘둘러지며, 바로 자르고 상대를 토막 낼 움직임이었다.
붉은 털이 바람결을 따라 휘날리며, 푸르스름한 수정빛 칼날을 그대로 막아섰다.
크르릭!
분홍색 세모꼴 머리에서 가늘게 뜨였던 눈이 큰 세모꼴로 활짝 열렸다.
괴물은 세상에 자신의 손목에 달린 칼날을 막아 내는 것이 있을 줄 몰랐다는 듯이 놀라고 있었다. 특히나 이 붉은 털을 달고 있는 놈이 막다니! 절대 그런 일이 있을 리가 없을 텐데, 하는 듯!
그런 괴물을 향해 투란의 오른손이 뻗어 나갔다.
머리통을 움켜잡으려는 듯이 활짝 열린 큰 손아귀 속에서 새싹빛이 환한 달빛과 어우러지듯 드러났다.
붉은 털에 막히지 않는 또 한쪽, 분홍색 털 괴물의 손목 칼날이 그 손바닥을 찢기 위해 움직였다.
키이이이이이!
파열음이 수정빛 칼날과 샤벨투스의 이빨 사이에서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