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645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641)
Chapter 129. 악마의 유골
‘악마의 육체는…… 생각을 할 수 있어, 없어?’
―뭐? 무슨 말이냐?
마그마 로드가 부지런히 맛보기에 몰입하는 사이, 투란의 마음 한편이 갈라지듯이 새로운 의문을 토해내고 있었다. 몰입하는 마그마 로드의 투란, 육체공방에서 만들어진 악마의 예비 육체에 대해 궁금해하는 투란이 각기 다른 생각을 품은 셈이었다.
드라고니아는 느닷없는 그 물음에 어리둥절했고, 의문을 품은 투란이 다시 생각을 정리하듯이 묻는다.
‘사람이든 짐승이든 머리 후려치면 푹 쓰러져서 생각을 못 하잖아. 그런 것처럼 저것들도 머리 후려치면 푹 쓰러져서 꼼짝 않을까 궁금해. 악마의 영혼이 없는 채로 저렇게 움직이는데, 영혼이 붙어야 쓰러질까? 아니면 영혼이 없더라도 생각을 하며 움직이니까 후려 패서 쓰러뜨릴 수 있을까? 그런 거 말이야…….’
두서없는 이야기를 잠시 듣던 드라고니아가 대답한다.
―대강 무슨 말인지 알겠다. 지금 움직이는 가디언, 육체가 자아를 갖추고 생각을 하는가 궁금하다는 말이지?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영혼을 전이하는 악마가 자아를 갖춘 육체를 마음대로 강탈할 수 없어서 이런 육체공방이 필요한 거니까. 저건 미리 정해둔 대로 상황에 맞춰 움직이고 있을 뿐이야. 뭐, 그렇다 해도 짐승 수준의 활동은 확실히 하고 있기는 하지. 본능적으로 육체에 내재된 능력도 사용하고…….
‘그냥 본능만 갖춘 몬스터란 말이지? 흐흠, 그럼 삼켜도 되겠구만!’
―몬스터 로드의 금기란 것 때문에 고민했던 거냐? 이제 와서!
‘당연히 조심해야지, 뭐가 이제 와서야!’
―나를 품은 다음에 고민할 일은 아니잖아.
‘너는…… 키린에게 따져야지! 아무튼, 괜히 잔소리하는 악마를 한 마리 추가하고 싶지 않다고!’
―잠깐, 그 말투는 뭐야? 내가 잔소리하는 악마냐!
‘아, 잠깐…… 집중 좀 해야겠어.’
―투란!
드라고니아가 참을 수 없어 잔소리를 하려는 순간, 의문을 품어 갈라졌던 투란의 마음이 마그마 로드의 맛보기에 더해졌다.
마그마 로드의 움직임이 검은 잉크 속에서 보다 정교하고 치밀해졌다.
에네르기움, 육체공방의 핵이 어떤 식으로 작용해서 이 수정의 형질을 만들어내는가…… ‘천칭’의 마그마 로드가 아라크녹스의 왕의 감각을 빌려 세심하고 치밀하게 더듬어갔고, 그 흉내를 내기 시작했다.
그 여파(餘波)가 순식간에 드러났다.
화앙, 콰드득!
―야, 뭘 하는 거야!
주변을 뜨겁게 채우는 열기를 머금은 채로 울리는 견고(堅固)한 암석(巖石)의 굉음(轟音)…… 회색으로 변해 있지만 여전히 유지되기는 했던 수정의 재질(材質)이 시커멓게 응축(凝縮)된 바위가 되어 괴성(怪聲)을 지르며 주변을 채우고 있었다.
드라고니아의 놀란 소리가 투란의 마음을 울릴 때, 에네르기움의 구조를 갖춘 마그마 로드가 새로운 심장을 맥동(脈動)시키며 육체공방을 파괴하는 중이었다.
이는 투란이 의도한 바는 아니었다.
다만 수정의 형질이 육체를 구성하고 사육하는 것과 다르게, 맥동을 타고 퍼져나가는 마그마 로드의 결정은 전부 녹이거나 태워 집어삼킬 뿐이었다. 이 공방에서 제작되는 육체를 이루는 소재가 용암(鎔巖)이란 환경에서도 버틸 수 있었다면 없었을 일이었다.
‘아, 실수했나?’
조금 늦게 그 내막을 깨닫고 투란이 소리 없이 중얼거렸다.
―생각부터 하라고, 생각부터! 저지르기 전에! 어차피 할 일이었다고 얼렁뚱땅 넘어가지 말고!
드라고니아가 가차 없이 잔소리했다.
‘칫, 얼렁뚱땅은 아니지. 어차피 망가뜨려야 했잖아.’
투란은 뚱하니 대꾸했다.
―그런데, 대체 뭐가 실수야?
한 걸음 물러서듯, 드라고니아가 화제를 돌리려는 듯 묻고 있었다.
‘그럴듯한 거 골라서 삼키려고 했는데, 다 태우고 뼈까지 으스러뜨렸거든. 악마의 심장도 품었으니까, 팔다리 다 있는 몸뚱어리도 하나 얻을까 했는데…….’
―종자가 달라, 종자가! 섀도우 하트, 그 악마의 심장을 쓰던 녀석들이랑 이런 공방을 쓰던 녀석들이랑 악마종이라고 뭉뚱그려 말해도 완전히 다른 놈들이다! 이 공방에서 제작된 육체에는 섀도우 하트가 될 수 있는 악마의 심장 같은 파생형태가 나오지 않아!
‘에? 그런 거야? 쳇…….’
―대체 뭘 실망하는 거야!
지쳤다는 듯, 툭하니 묻는 드라고니아였다.
투란은 느릿하니 눈앞에서 사라진 핵을 품었던 예비 육체, 그 잔해를 더듬어 거미줄을 회수하며 대답한다.
‘악마의 심장, 악마의 날개…… 악마의 어쩌고 하는 몬스터들이 있다고 들었어. 뭐, 심장의 경우야 지지리도 못난 경우지만, 날개란 것은 굉장히 강력하다고 하더라고. 다른 것들도 나름 쓸모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니까. 어쩌면 다 모아서 제대로 된 강력한 악마의 몸이 될지도 모른다 싶었거든. 어릴 적에 말야. 여기오니 다시 그 생각이 얼핏 났어.’
―과연, 그래서 악마의 육체면 한 번에 다 챙길 수 있잖을까 했던 거냐? 하아…… 그런 욕심 부리지 마라. 영혼이 깃들지 않으면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몸이니까.
‘어? 그건 무슨 말이야?’
투란은 서서히 육체공방의 한계선까지 번져나간 마그마 로드를 진정시키면서 되물어야 했다.
―자의식 없이 본능만으로 움직이는 몸, 언제라도 영혼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 몸…… 동시에 원래 악마종이 지닌 능력을 영혼이 깃듦과 동시에 완벽하게 발휘할 수 있는 몸, 그게 바로 이 육체공방에서 제작하는 악마의 육체란 말이다. 그러니까 악마가 깃들기 전에는 저 육체에 내재된 고유기능, 악마의 본래 능력이라 할 수 있는 부분은 작용하지 않은 것이 가디언이란 말이다.
‘으흠…… 그래도 대단한 몸이었잖아? 불도 뿜고, 날개도 등에서 쭉쭉 뽑아내고…… 직접 쓰면 또 뭐가 나올지 모르지. 사티로스 닮았지만 사티로스보다 훨씬 세 보이고…… 카프리곤보다는 연약하지만…… 적당했는데!’
투란이 아쉬워하니, 드라고니아는 어이없다는 듯이 말한다.
―투란, 설마 아까 묶어둔 몇 마리 남아 있는 거 잊었냐?
‘어? 남아 있어?’
―육체공방의 내부는 모조리 부쉈다만, 통로랑 이어진 동굴 쪽에 묶어둔 것들은 계속 묶어 굳혀둔 채잖아.
‘에? 어! 앗! 깜박했다! 아하핫!’
문득 위를 올려다보면서 투란이 민망함을 숨기기 위해 웃는 척했다.
에네르기움을 찾아, 공방의 핵을 제거하기 위해 내려와서 집중하다가 살짝 잊고 있었다. 내려오기 전에 우르르 튀어나왔던 몇 마리, 왕의 거미줄로 돌돌 말아 단단히 굳히듯 묶어놓은 것을!
―감지할 수 있으면 뭘 하냐, 훤히 파악하면서도 생각 없이 넘기다니…….
드라고니아가 바로 놀려대는 잔소리를 한편으로 흘려내면서 투란은 서서히 위로 솟구쳐 올라갔다. 다시 한번 왕의 감각을 통해 주변을 살피면서…….
‘완전히 다 부서지지는 않았네?’
육체공방의 내부를 가득 채우고 대신 그 자리를 차지하듯이 번져나간 마그마 로드의 형상, 그 형상에 감싸였으나 멀쩡한 곳이 있었다. 그곳은 육체공방의 일부였지만, 그 내부가 수정의 형질로 가득 채워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번져나간 마그마 로드의 형상은 새로 그 견고한 외벽이 돼버린 듯했다.
―거주구역이로군…….
‘그래, 악마가 살고 있나 들어가 봐야겠지?’
―살고 있는데 이 소란을 그냥 숨어서 보기만 했겠냐!
‘소심한 놈일 수도 있지! 자, 그러면…….’
투란은 검게 변한 동굴에 발을 디디면서 묶어둔 악마의 예비 육체 몇을 살펴봤다.
새로운 가디언을 기동시키기 위해서 서로 뿔을 꺾어대려다가 멈춘 모습으로, 검게 변한 바닥에 닿은 부분이 조금 그을린 듯했다. 무방비로 뜨거운 석쇠 위에 올려진 꼴이 된 탓인 듯!
투란은 그중에서 맨 처음 멀쩡하게 나와 날개를 펼쳤던 녀석과 또 하나를 골라 분리해낸 다음, 목덜미를 꽉 붙들었다. 순식간에 투명한 형체로 변하며 둘은 거칠어진 뿔과 삐죽한 이빨 몇 개, 굽은 발톱, 팔뚝으로 이어지는 손가죽을 남긴 채로 사라졌다.
잠시 투란은 문장의 풍경 속에서 삼킨 둘을 지켜봤고, 금방 결론을 내렸다.
‘카프리곤이랑 완전히 다르네, 외모 말고는 닮은 부분이 전혀 없잖아. 자기네끼리는 완전히 일치하면서…….’
―공방 제작품이니까. 개체 간 편차나 개성이 생겨나는 때는 아마 악마가 깃든 다음일 거다.
‘흠…… 나머지는 황금매 몫으로 일단 남겨두고, 거주구역부터 올라가보자.’
투득, 우드득.
왕의 형상을 지우고, 사람의 형체 위에 마그마 로드를 덧씌우는 모습을 꾸민 채로 투란은 벽으로 다가갔다.
수정알을 토해내던 벽은 이제 뜨거운 붉은 빛을 토해내는 틈새를 머금은 채로 시커멓게 되어 있었다. 그 벽에 투란의 손이 닿으니, 안쪽으로 밀려나면서 옆으로 올라서는 계단의 모양이 만들어졌다.
투란이 나름대로 경계하며 그 계단을 밟는 순간…….
―잠깐, 투란. 악마의 육체를 입고 올라가는 것이 좋겠다.
드라고니아가 불쑥 말하고 있었다.
‘뭐?’
투란이 걸음을 멈칫하니, 드라고니아가 바로 설명한다.
―악마종이란 것의 습성이 자기 거주구역에 남이 들어오면 일단 말살시키려 하니까. 자신이 부재중일지라도 말살을 위한 함정은 확실히 갖춰놨을 거야. 공방을 지키기 위해 가디언이 기동하도록 해놓은 것처럼. 하지만 자기가 준비한 몸을 한 채로 들어서는 경우라면, 그 함정이 바로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영혼으로 뭔가 조작해야 멈추는 함정일 수도 있잖아? 영혼인 채로 오락가락하는 놈들이라면 말이야.’
―영혼인 채로 능력을 온전히 발휘할 수 없는 경우에 이런 육체공방을 몰래 만들어두곤 했다니까, 몸을 갖춘 다음에는 입구에서 바로 말살하려 들지는 않을 거야. 바로 악마의 함정을 몸으로 들이대고 겪는 것보다는 조금 지켜볼 여유를 갖자고.
‘알았어. 그런데 영혼으로 뭔가 수작을 걸어오는 경우라면, 몬스터 로드니까 버틸 수 있는 건가?’
후득, 뿌드득.
한 걸음 더 딛는 순간, 투란의 머리에서 뿔이 솟구쳤고 두 다리의 모양이 바뀌었다. 그 변신의 결과는 사티로스를 닮은 공방의 가디언의 모습이었다.
―투란, 너의 정신방벽(精神防壁)은 네 생각 이상으로 견고해. 설혹 신성(神聖)한 권능(權能)이라도 멋대로 침투할 수 없다. 그 부분은 안심해라. 내가 보장한다!
‘어? 어…… 그래.’
너무나도 자신만만한 드라고니아의 말투에 투란은 살짝 당황했다.
마음 한구석, 드라고니아에게 닿지 않는 생각이 살짝 피어날 정도였다.
‘정신방벽? 그런 게 있었나? 정령방벽을 잘못 말한 건가?’
작은 의아함도 있었지만 투란은 성큼성큼, 발을 디디며 계단을 올라가는 데 집중했다. 계단 위에 열린 구멍 너머로, 아주 이질적(異質的)인 분위기가 느껴지고 있었으니까. 지금은 저 악마의 거주구역에서 튀어나올 뭔가에 대비할 때였다.
“오호호홋! 요오호홋! 어서 오시게나, 동포여! 우리 칼라고드라니샥 형제들의 생체공방(生體工房)은 델아브나인폴트람의 동포를 언제라도 환영한다네! 그러기 위해서 여분의 신체(身體)를 늘 천(千) 기(機) 이상 보유(保有)하고 있지! 아하하핫, 동포여! 우리 형제의 관대함과 친절함, 환영에 너무 놀라지 말게나!”
우렁차게 울리는 목소리였다.
놀라지 말라고 껄껄대며 하는 말이었다.
하지만 투란은 놀랐다.
드라고니아도 투란만큼, 어쩌면 투란보다 더 놀라고 있었다.
―이게…… 뭔…… 대체…….
‘대가리잖아, 대가리.’
투란은 드라고니아를 진정시키겠다는 듯, 기왕이면 자신도 냉정하게 상황을 파악하겠다는 듯이 심호흡을 하면서 소리 없이 말했다.
푸릇, 므흐흣!
덕분에 투란의 입가에서, 산양 머리를 한 투란의 입가에서 사람이 낼 수 없는 숨결이 퍽퍽 터져나갔고!
“으오호호홋! 우리 칼라고드라니샥 형제들은 생각했다네! 이곳은 이미 델아브나인폴트람이 아닌 세계! 우리의 원천(源泉)과는 단절된 세상! 동포여, 이 세계에서 우리에 대해 하는 것은 우리뿐이라네! 오직 델아브나인폴트람의 동포만이 서로를 알고 지지해줄 수 있다네! 이 세상의 누구도, 우리가 어떤 존재인가를 납득할 수 없잖은가! 그러니, 동포여! 우리는 서로에게 관대하고, 친절해야 하지 않겠나! 그래서 우리 형제가 준비한 것이라네, 동포여! 깃들어야 할 신체를 잃고 방황하다 소멸할 델아브나인폴트람의 동포라면, 누구라도 우리 형제의 생체공방을 이용할 수 있게 말이야! 으오호호호홋!”
다시 괄괄괄, 물을 쏟아내듯 말을 쏟아내는 것을 보며 투란과 드라고니아는 확실하게 이 상황에 대한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대가리야, 대가리.’
―그래…… 목 아래가 없이, 목 위만 있는 대가리.
‘마법이라고 생각하라고, 마법.’
―음, 마법이라면 대가리가 혼자 좋다고 떠들게 할 수 있지, 그래…… 마법이 아니잖아! 이런 망할! 저 악마 새끼, 살아 있다고! 대가리만 남아서!
‘에, 살아 있는 건가? 저 꼴로?’
투란은 상식적인 의문을 제시했다.
일단은 대가리의 모양을 살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