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646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642)
‘어떻게 저 모양을 하고 저렇게 유쾌하냐?’
투란은 이런 생각부터 해야 했다.
굉장히 신기한 것을 보고 있기는 한데…… 마법이란 언제나 신기한 현상을 일으키는 것이었고, 마법에 익숙해져 있다 보니 목 아래가 없는 머리가 나불나불 떠든다는 기괴한 상황보다는 그 말투가 너무 유쾌한 것이 더 인상적인 때문이었다.
덕분에 아예 팔짱을 낀 채로 다음에 또 뭔 말을 하려나 기대하며 투란이 귀를 기울이며 기다릴 지경이었다.
“우오호호호홋! 동포여, 우리 형제의 관대한 환영이 수상하다 여기는가? 어쩔 수 없이 깃든 그 몸에 무슨 수작이라로 부려놨을까 의심하는가? 아하하하핫, 당연한 마음가짐이네, 동포여! 델아브나인폴트람의 동포라면 당연히 마음에 품지 않을 수가 없는 의혹이지! 그래, 델아브나인폴트람에서 우리는 다른 혈족(血族)을 부정(不貞)하며 싸워왔으니까. 그로 인해 우리의 세계가 균열을 일으키고 파괴되는 여파에 휩쓸려 다른 세상으로 내던져졌으니까. 하지만 동포여, 그 때문이 아니겠는가. 원래 우리 혈족의 신체라면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죽어야 하는 이 세계! 이 세계에서 우리는 모두 동포, 형제일 수밖에 없잖은가. 우리의 에네르기 하트로 간신히 형성할 수 있는 작은 안전지대에서, 이렇게 서로를 마주 보며 숨을 쉴 수 있는 사이…… 우리가 남긴 신체에 깃들어 당연하게 이 자리에 설 수 있는 동포여, 우리는 그대를 우리의 형제로 여긴다네!”
장황하게 멈출 수 없다는 듯이 떠드는 이야기.
투란은 문득 알아차렸다.
‘야, 이거 네 말대로 해서 이 모양인가 본데?’
드라고니아가 신음하는 듯한 말투로 대답한다.
―그래, 그런가 보군. 여기에 준비되어 있는 육체를 사용한다, 그게 바로 이 환영의 조건인가 봐. 하지만 그 얘기는 다른 육체를 지닌 침입자…… 동포가 아닌 다른 존재에게 저지를 짓을 내 말대로 해서 겪지 않아도 되었다는 증거잖아. 다행으로 여기라고, 저런 몰골로 살아 있는 대가리라면 무슨 짓을 하더라도 심상치 않을 테니까.
‘흠…….’
투란으로서도 인정할 수 있는 말이었다.
산양의 뿔, 하지만 산양의 얼굴이라 할 수는 없는 잔나비…… 비비나비의 품종 중에서 털이 가득한 채로 인간에 가까운 낯짝을 한 종류처럼 보이는 머리가 눈알을 굴리며 웃음을 가득 띤 채로 환영한다 떠들고 있는 상황이었다.
저런 상태로 말만 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는 없었다.
만약 이 공방…… 육체공방인지 생체공방인지 하는 곳의 제작품이 아닌 몸이라면 어떤 반응이 나왔을까?
“동포여! 나의 말을 신뢰할 수 없다고 고민할 필요는 없네! 으오호홋, 아하하핫! 이제부터 그대가 우리 형제를 신뢰할 수 있도록 증명해 보일 테니까! 자아, 동포여! 컨트롤 코어라네!”
―엥? 허얼!
‘왜? 뭔데?’
드라고니아가 놀랐고, 투란은 그 까닭을 궁금해했다.
하지만 뭔가 설명이 나오기 전에 투란은 새로운 것을 볼 수 있었다.
계단에 올라서자마자 나무 받침대에 올려진 채로 놓인 머리, 그 좌우를 채우고 있던 어둠이 사라지며 감춰져 있던 것들이 드러난 때문이었다.
프릇?
저절로 투란의 입에서 산양 머리에 어울리는 소리가 툭 튀어나왔다.
바라보는 왼편에는 갈기갈기 찢긴 것처럼 보이는 것이 허공에 매달려 가득 매달려 있었다. 자세히 보지 않더라도 투란이 지금 갖춘 형상, 악마의 예비육체든가 가디언이든가를 엽기적으로, 아주 적나라하게 해부(解剖)해 뭔가로 공중에 고정해놓은 광경이었다. 몬스터라 해도 그 내장, 힘줄, 뼈가 훌렁 까인 가죽과 함께 핏빛 선명하게 보이는 것은 섬뜩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오른편에는…….
“음흐아아핫! 이것을 보면 여기 준비된 신체가 어떤 구조, 구성인가 알아보기 쉽겠지? 보면 알겠지만 이 세계의 일그러진 마물, 사티로스를 바탕으로 우리 혈족의 힘을 구현하기 쉽게 구성해놓은 것이라네. 킨사티어, 이것이 우리 형제가 이 신체를 부르는 이름이지. 음하핫! 자, 그리고 이쪽이 바로 킨사티어의 몸에 그대로 장착 가능한 생체부품으로 제작된 컨트롤 코어라네! 동포여, 그대가 엔지니어가 아니라서 이해하거나 납득할 수 없다는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네! 올라서게나, 그러면 알 수 있으니까! 음하하핫!”
눈알을 데굴데굴 굴리며 머리가 떠들고 있었다.
둥근 원을 그린 바닥, 그 위에 타원의 알 같은 것이 둥실둥실 떠 있는 광경을 설명하는 말이었다. 그 원이 반짝이는 꼴은 마치 유혹이라도 하는 듯했다.
‘올라서야 하나?’
투란은 슬그머니 그쪽으로 발을 옮기는 척하며, 아주 느리게 기우뚱하는 자세로 드라고니아에게 먼저 물었다. 여차하면 발 빼고 재빨리 계단 아래로 몸을 던질 참이었다. 뭔지 모를 이상한 것에 물리기 전에!
―올라서도 된다. 저건…… 올라서면 알게 될 거야. 어차피 이 공방의 육체, 킨사티어의 몸이니까. 이 형상을 유지하고만 있으면 이 안에서 위험은 없을 거다.
‘마음에 안 드는데? 너도 그렇잖아?’
―그래, 마음에 드는 일은 아니지. 하지만…… 해 볼 필요는 있다. 저 컨트롤 코어가 완전한 것이라면…… 드라코눔에서조차 얻지 못한 정보를 얻을 수 있으니까.
‘흠?’
투란은 느린 걸음을 내디뎠다.
드라고니아의 말투는 기분이 매우 나쁘다는 것을 아주 선명하게 드러냈다. 하지만 기분 나쁜 것과 별개로 중요한 정보가 있을 가능성을 냉정하게 판단해서 투란에게 권하고 있었다.
매우 어른스럽다…… 하지만 정말 위험이 없는가?
투란이라면 괜찮을 거라 여기는 것뿐인가?
어쩐지 드라고니아의 기분에 휩쓸리는 듯해 함께 언짢은 기분이지만 그래도 투란은 컨트롤 코어라는 타원형 알을 향해 다가갔다. 원 안으로 발을 딛자마자 바로 타원형 알이 반응했다.
사앗, 알이 부드럽게 중앙이 쪼개지며 열렸고 원의 빛이 투란을 훑어 올라오더니 팔을 휘감았다. 투란은 자신의 왼팔이 부드럽게 당겨지는 것을 느꼈지만, 저항하지 않았다.
빛은 투란의 왼팔을 더듬는 것처럼, 타원형 알을 비췄다.
알이 부풀며 중앙부분이 움푹 파여 들어갔다.
내밀고 있는 팔뚝 위로 갈라진 알이 들러붙었다.
패인 부분은 딱 팔뚝의 모양과 맞춰진 듯, 손목에서 팔꿈치까지 정확하게 덧씌워지는 듯했다.
므흣! 푸읏!
사각사각, 아작아작, 팔을 씹고 먹어치우고 있잖은가!
투란이 움찔하니, 바로 드라고니아와 머리가 떠든다.
―가만히 있어! 괜찮다고.
“음허허헛, 생체부품의 장착이 처음이신가? 동포여, 놀라지 마시게! 그대의 거부감은 충분히 이해하네! 이미 완성된 신체에 새로운 것을 추가한다는 것은 우리 세계의 금기니까. 그래, 델아브나인폴트람의 동포라면 당연할 거야. 우리 형제도 처음에는 그랬으니까. 하지만 이 세상에서는 그런 금기에 속박될 이유가 없잖은가? 우리 세계에서 이리로 넘어온 순간부터, 우리는 우리가 깃들 신체를 만들어야 했잖은가? 소멸을 막기 위해서 불완전한 신체에 깃든 채로 완성해야 했잖은가. 생체부품은 그런 완성과정이라고 생각하시게나, 걱정할 것 없으니!”
투란은 코를 찡긋하면서 입술을 들썩이는 채로 갸웃했다.
‘저 머리통, 말이 바뀐 것 같은데?’
―말이 바뀌다니?
‘처음에는 생체부품인가 뭔가가 당연히 몸에 붙이는 것처럼 떠들었잖아. 그런데 지금은 그게 무슨 금기라고, 꺼림칙하게 여기는 게 당연하다고 하잖아. 말이 바뀌었든가…… 이거 왜 안 아프지?’
드라고니아에게 설명하다가 투란은 자신의 손을 뒤집으면서 팔뚝을 내려다보며 이상한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분명히 뼈까지 먹히고 있는 것 같은데, 그 감각이 선명한데 고통스럽지가 않았다. 잠깐씩 손으로 이어지는 감각이 둔해지는가 싶다가도 곧 선명해지는 것이 이상야릇할 뿐이었다. 이 감각을 가만히 더듬어보면…….
―포식(捕食) 장착이란 거니까. 육체공방에서 몸의 새로운 부분을 만들어내면, 그 새로운 것이 원래 있던 것을 잡아먹고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하도록 구성하거든. 그리고 새로운 몸의 한 부분은 육체에 바로 귀속되면서…….
“푸흐릇, 푸륵!”
투란이 자신도 모르게 움찔한 소리를 산양의 입으로 토해내고 말았다.
드라고니아의 설명이 마무리될 듯한 순간, 뒷골 한구석으로 스며오는 예리하면서도 시원한 느낌 때문이었다. 그 느낌과 함께 투란은 이제까지 몰랐던 것을 바로 알 수가 있었다.
이 킨사티어의 기본 구성, 마력을 축적하는 뿔의 특별함, 손을 덮은 견고한 각질형 피부…… 그 기본소재가 되는 것이 어떻게 엮여 하나의 몸을 이루는가.
더불어 열심히 떠들고 있는 저 머리통, 저것이 살아 있지만 영혼이 없다는 생체에 불과하다는 것까지! 그리고 머리통이 기다리고 있는 한마디가 무엇인가도, 투란은 알 수가 있었다.
“믿어줘야겠군, 칼라고드라니샥 형제여.”
산양의 입으로 투란이 말하는 순간, 나무 받침대 위의 머리통이 으스러지듯이 오그라들었다. 뿔이 뒤틀리는 채로 머리통을 안에서 강제로 구기는 것처럼!
살갗이 찢어지고, 눈구멍으로 입으로 코로 말려 들어가면서 두개골의 형체만이 뚜렷하게 남았다. 그 와중에 뿔은 계속 뒤틀리며 두개골 위로 번지는 무늬로 변했다. 어느 순간, 이상한 무늬가 가득 새겨진 비비나비의 두개골…… 거의 인간의 두개골이나 별다를 바 없어 보이는 형체만이 남겨진 것이다.
―투란? 저건……?
드라고니아가 갑작스럽게 이 상황을 아주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투란의 마음을 알아차린 듯, 조심스럽게 묻는 말을 흘렸다.
‘응? 아, 저 대가리 뼈…… 이 몸에 반응해서 묻는 말에 대답하는…… 마도구? 그런 거야.’
―정보저장을 해둔 생체도구란 말이로군.
마도구란 한마디를 지우겠다는 듯, 드라고니아는 ‘생체도구’란 말을 강조했다.
산양의 입가에 쓴웃음을 매달면서 투란은 원을 향해 왼팔을 휘둘렀다.
컨트롤 코어가 작동했고, 바로 빛의 원이 반짝이며 흩어지더니 투란의 팔로 빛의 실가닥이 되어 휘감겨들었다.
‘이거 뭔지 알겠어?’
―벌레였나.
투란의 물음에 드라고니아가 바로 대답했다.
‘유동(流動)하는 세포(細胞), 생체도구라든가 생체에 스며들어서 바로 동화되는 약물 같은 거란다. 칼라고드라니샥 형제란 녀석들, 그 동포란 녀석들이 살아 있는 살조각을 도구처럼 다룰 수 있게 해주는 기본생체가 이거야. 나노미터 이하의 영역에서 발생시켜서 이걸로 자기네 원래 몸을 만들 수 있었나 봐. 하지만…….’
―이 세상에서 악마종의 원래 몸은 버틸 수가 없지. 알아, 이 녀석들은 본래 모습대로 활동하려다가 실패하자 몬스터와 짐승, 그 조각을 이용해 새로운 몸을 만들어냈지. 그렇게 해서 이 세상에 적응해서 살아가려 했다면 다른 세상에서 온 이방인(異邦人)으로 드라코눔의 일족이 될 수도 있었을 거야.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이 녀석들은 이 세상을 자신들이 떠나온 세계로 바꾸려 했어. 이 세계의 생명체계를 모조리 파괴해버리고 말이지. 그래서 악마종인 거다.
드라고니아는 담담하게 이야기했지만, 투란은 그중 한 부분에서 움찔했다.
‘드라코눔의 일족이 되다니? 너네 악마종이었던…… 악마종일 수도 있었던 거야?’
―전에 말했잖아. 우린 이방…… 아니, 이계(異界)로부터 이 세상에 떨궈졌기 때문에 처음에는 섭리에 의해 거부되었었다고.
‘에…… 무슨 대마도사 이야기할 때 했던 말이었지? 으아, 세상에! 나중에 좀 자세히 좀 듣고 싶네.’
―새삼스럽게 뭔! 응? 나중에? 지금 뭘 하려고?
‘정리.’
투란은 간결하게 대답했다.
곧 왼손이 압축(壓縮)된 두개골을 집었다.
두개골의 뒷부분부터, 그 뼈뿐인 입을 열고 손이 내밀어졌다.
손목에 두개골이 팔찌처럼, 다소 이상한 모습으로 채워진 꼴이 되었다.
팔뚝 전체에 빛이 일렁이면서 두개골을 곧바로 삼켰다.
우득, 왼쪽 손바닥에서 두개골이 얼굴처럼 반쯤 튀어나왔다.
처음 떠들던 형체에서 압축된 두개골이 손바닥 안쪽으로 더욱 압축된 꼴이었다.
투란이 이를 저쪽 편에 갈기갈기 찢긴…… 완전 해부된 킨사티어의 생체파편을 향해 내밀었다. 두개골의 눈구멍에서 빛이 잔잔하게 흘러나와 생체파편에 닿았다. 생체파편이 빛에 휩싸이면서 사라졌다. 빛은 더욱 두툼하고 밝아졌고, 다시 손바닥에서 불거진 두개골로 모여들었다. 두개골의 입이 열리고, 밝은 목구멍이 생겨나서 모여든 빛을 모두 삼켰다.
그다음, 투란은 더 안쪽으로 움직였다.
가죽으로 덧씌워놓은 듯한 안쪽 벽, 거기에 투란이 왼손을 내밀었다.
가죽이 출렁이면서 투명해졌고, 벽이라 여겼던 곳은 텅 빈 허공에 온갖 것…… 대부분 살조각이거나 뼛조각, 눈알이라든가 털뭉치 따위의 엽기적(獵奇的)인 모양인 것이 가득했다.
―이게 뭔 수집품이지?
어이없어하며 드라고니아가 중얼거렸다.
‘채취(採取)해 놓은 생체부속품, 이라는데?’
―아하, 과연…….
투란은 컨트롤 코어가 제공하는 지식을 말했고, 드라고니아는 납득한 모양이었다.
물론 투란은 그 지식을 이해하지 못했다, 단지…….
‘악마 하나 새로 만들어볼까?’
무얼 할 수 있는가를 알 수 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