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649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645)
킨사티어의 뾰족한 손가락이 살짝 가죽고리를 스치듯이 긁적였다.
바로 고리에 걸린 깃털이 전부 가죽 속으로 파고들면서 가죽에 깃털의 무늬가 울퉁불퉁하니 튀어나왔다.
‘응, 되네. 이거, 날개씨앗. 잉칼의 일족은 약탈이 전승이라는 녀석들인데, 이 씨앗을 빼앗으려 하는 생물에게 심어둔대. 그러면 날개가 자라나는데, 다 자라면 가사 상태에 빠지고 그 몸을 빼앗기 딱 좋은 상태라는걸. 다 자란 날개에는 영혼구속(靈魂拘束)의 효과가 있고…… 그 영혼을 소모시키는 이상한 기술도 쓰는 놈들이 잉칼의 일족…… 왜 그래?’
―어떤 놈들인지 알았다. 온갖 기형(奇形)의 날개를 자신들의 상징으로 삼던 지독하고 저열한 악마종, 위키드 윙라이더…… 그렇게 기록되어 있어. 설마 날개가 기생(寄生)을 통해 영혼까지 장악하는 줄은 몰랐다. 어떤 경로로 몸을 빼앗는가는 많은 추측과 의문만 남겨져 있지. 결과적으로 빼앗은 몸에 날개를 펼치고 다닌다는 것만 확인했고 말이야.
‘그래? 흐흠, 과연…… 그래서 경고가 붙어 있나 보네.’
―경고라니?
‘작은 가죽고리지만 잉칼의 영령(英靈)이 아직 숨어 있을지 모르니까 조심하래. 물품으로 남겨놓았으니 그럴 리는 없겠지만…… 잉칼의 성질머리는 델아브나인폴트람의 일족 중에서도 아주 더럽다고, 대책 없이 몸에 붙였다가는 순수한 잉칼이 될 수도 있다는데? 그 녀석들, 다른 일족의 영혼에 자기네 특성을 강제이식하는 짓도 자주 한다고 말이야.’
―잠깐, 그 말은 저 고리 안에 그놈들의 영혼이 숨어 있든 말든, 저걸 몸에 붙인 자가 악마종으로 개조된다는 이야기냐? 그런 거야?
‘어? 그런 이야기 맞는 것 같은데?’
갸웃하다가 투란은 고개를 끄덕였다.
드라고니아가 나직하게 신음하는 듯한 말투로 중얼거린다.
―그래서 그렇게 멸살(滅殺)하기 어려웠던 건가. 다른 종족의 영혼까지 개조했기 때문에…… 저런 고리를 모두 찾아서 완전히 없애기 전에는 위키드 윙라이더가 언제라도 다시 출현할 수 있는 거였군.
‘그런가 보네. 일단 영혼에 잉칼의 특성이 갖춰지면…… 자유로운 약탈자? 뭐 그런 정신상태로 변하니까 조심하래. 에네르기 하트를 다루는 기술이 없으면 그냥 당한다고…… 와, 이 녀석들 자기네 세상에서도 흉악한 놈들로 유명했나 본데? 여기 형제들 정도 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다른 일족까지 자기네 일족으로 개조한다잖아!’
―그런 거라면, 손 떼라! 괜히 만지작거릴 물품이 아니잖아!
드라고니아가 흠칫하면서, 가죽고리를 손가락 끝으로 짓누르듯이 긁는 투란에게 외쳤다. 어찌 되었든 악마를 위한 예비육체, 킨사티어의 몸이니까 괜찮겠거니 하다가 그 원래 세계에서도 악명을 휘날렸다는 이야기에 놀란 탓이었다.
하지만 투란은 히힛거리면서 가죽고리를 손끝으로 집어 올렸다.
―야!
‘나는 괜찮아, 아니 몬스터 로드는 괜찮아.’
―뭐?
‘몬스터 로드의 몸은 빼앗을 수 없다고, 얘네 능력으로 손댈 수 없는 이상한…… 마법 아닌 마법? 뭐야, 몬스터 엠블럼을 왜 이리 악랄하게 말하는 거지?’
―어? 아…… 그런가.
투란이 유골로부터 얻은 지식에 당황할 때, 드라고니아는 안도하면서 납득하는 듯했다. 물론 투란은 납득할 수 없는 기분이니…….
‘왜? 뭐가 그렇다는 거야?’
―악마를 때려잡고 그 몸을 강탈할 수 있었으니까, 몬스터 로드는 그 시절에도 그런 능력을 보였었다. 미쳐 날뛰기는 해도 결코 그 몸을 악마종에게 빼앗기는 일이 없었지.
‘미쳐 날뛴다는 점에서 이미 악마보다 위험한 거잖아!’
한숨이 투란의 입가에서 저절로 새나왔다.
악마의 몸, 그 안에 담긴 몬스터 에센스를 빼앗고 날뛴다면…… 그게 바로 미쳐 날뛰는 악마!
전혀 안심하고 웃으면서 ‘몬스터 로드니까 괜찮아요!’ 할 상황이 아니다!
하지만 드라고니아가 다음에 한 말은 꽤 뻔뻔했으니…….
―그건 옛날이야기고, 지금 여기 있는 넌 그럴 일 없잖아?
‘어? 에, 그렇긴 하지만…… 뭘 그리 재밌어하냐고!’
―악마를 잡아먹는 몬스터 로드, 악마보다 흉악해질 수 있고…… 악마조차도 부들거리게 하는 몬스터 로드! 재밌잖아?
‘갑자기 뭔 소리야…… 아, 어쨌든…… 그래도 이건 조심해서 없애야지. 이대로 다른 몸에 들러붙으면 잉칼의 일족이 다시 출현하는 거니까, 그냥 둘 수도 없고.’
투란은 가죽고리를 가만히 가슴 아래 배 위로 갖다 댔다.
‘악마의 심장’, 투란의 몬스터 형상이 가죽고리와 맞닿은 부분에 ‘투란’을 품은 채로 형성되며 가죽고리와 만났다.
그다음에 투란이 유골의 지식, 에네르기 하트의 조작법을 되새기는 사이 가죽고리는 살갗을 파먹듯이 스며들었고 배꼽 위쪽으로 둥글게 깃털 모양으로 이뤄진 고리무늬가 되어 자리 잡았다.
동시에 투란은 알 수 있었다.
몬스터 로드의 몸을 빼앗지 못하고 오히려 깃든 몸을 빼앗기는 악마종, 델아브나인폴트람의 일족은 영혼만으로도 독립적인 존재이며 영혼이란 구조, 구성을 다룰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종족.
그 때문에 단 한 번도 몬스터 로드에게 영혼을 속박당한 적은 없었다.
애써 연구해 강하게 만든 몸을 뺏긴 적은 많을지언정!
잉칼의 일족은 그런 몬스터 로드를 어떻게든 자신들의 영향하에 두기 위해, 궁극적으로는 자기네 일족으로 삼기 위해서 많은 연구를 했었다. 어떻게든 몬스터 로드의 몸을 얻어보겠다고 발버둥 쳤다 할 수 있는 연구…….
직접 빼앗을 수 없었기에 몬스터 로드에게 날개씨앗을 심어 일족으로 변이에 대한 연구가 상당히 많았다. 그 결과가 집약된 채로, 하지만 제대로 실험하기 전에 잉칼의 일족…… 그들을 비롯한 델아브나인폴트람의 악마종은 멸망했다.
드래곤의 저주로…….
유골과 깃털고리의 지식이 하나로 엉기면서 투란은 잠깐 배와 뒷골이 빠득거리는 듯한 느낌에 눈살을 찌푸렸다. 잉칼의 일족은 이곳의 손님이었고, 자신들의 멸족(滅族)을 막기 위해 날개씨앗을 품은 생체고리까지 남겼다. 하지만 절대로 칼라고드라니샥의 형제들과 그 지식을 공유하지 않았다. 잉칼의 지식을 원한다면, 일족이 되라고 당당하게 요구하며 남긴 것이다.
그 지식의 소용돌이를 ‘투란’에게 맡긴 채로 투란은 목을 가볍게 돌리면서 드라고니아에게 묻는다.
‘이 악마종족, 어떻게 끝장냈어?’
―끝장? 아……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 드라코눔의 기록에는 그리 나와 있지. 그때는 아직 드라코눔이 제대로 자리 잡기 전이었다고 하던데…… 짐작할 수 있는 일이 있지만 확실하지 않다고, 억측하지 말라는 경고가 담긴 기록이었어.
‘혹시 드래곤의 저주가 뭔지 알아?’
―뭐? 갑자기 그건……? 아, 역시 그랬나.
어리둥절하는 듯하다가 드라고니아는 바로 납득한 모양이었다.
이는 투란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뭐가? 뭔데 그랬나야?’
―고대…… 악마와의 전쟁, 그 전쟁의 끝을 맺은 것이 드래곤 로드 그림 투아란이라고 한다.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모르지만 그 끝맺음에는 드래곤의 저주가 엮여 있다고 하지.
‘저주가 뭘 했는지 몰라?’
―몰라. 그 시절의 기록은…… 애매모호하고 아리송한 것이 잔뜩이니까. 대마도사의 도움으로 드라코눔이 건립된 다음의 기록은 분명하다만, 그때는 이미 그림 투아란의 시절이 아니니까. 남은 것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소문을 옮겨놓은 것에 불과하다.
‘그래…….’
투란은 갸웃했다.
가죽고리를 통해 잉칼이 남긴 바에 따르면 드래곤의 저주만 아니었어도 자신들이 이 세계를 제압할 수 있을 거라 했다. 그러기 위한 마지막 결전을 앞두고 잉칼의 일족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칼라고드라니샥 형제들의 공방에 이 날개고리를 남긴다고 했다. 최악의 상황이라도 잉칼의 일족이 새롭게 시작할 수 있도록!
그리고 그 날개고리는 투란의 몬스터 엠블럼에 지금 먹히고 있었다.
‘악마의 심장’에 엮이면서 고유마력의 영향하에 킨사티어의 일부가 되며, 몬스터 엠블럼에 귀속(歸屬)당한 것이다. 그러니 이제 잉칼의 일족은 제대로 끝을 맺었다고 해야겠지만…….
‘악마의 공방이 여기가 마지막일까?’
불쑥 투란은 생각했다.
씁쓸한 기척과 함께 드라고니아가 대답한다.
―이전에 이미 마무리되어서 없을 거라고 여겼었다. 악마의 유산…… 그 유물은 계속해서 지속적으로 세상에 나왔어. 이런 육체공방은 발견될 때마다 없앴고, 전쟁 이후에 잔존한 악마종과의 전투에는 드라코눔의 아칸도 나선 일이 많지.
‘엥? 뭐야, 그럼 전쟁으로 다 끝난 게 아니란 말이잖아?’
―악마의 군단을 격파했고 그 지배영역을 해방했다. 전쟁은 그걸로 끝이었고, 그 뒤로는 숨어버린 악마종족을 찾아 헤매며 오랫동안 싸웠지. 다시 전쟁을 일으키려는 악마종을 막으면서 그 녀석들의 능력이 세상을 뒤틀지 못하게 말이야.
‘흠, 그런 얘기구나. 흐흠…….’
대충 대꾸하다가 투란은 두 팔을 활짝 폈다가 가슴으로 모으며 등에 힘을 줬다.
우드득, 날개가 한 쌍 돋아났다.
깃털을 지닌 날개였다.
―갑자기 뭐냐?
뭔가 시험하는 투란의 의도를 느끼고 의아해진 드라고니아가 바로 물었다.
한창 이야기하다가 뭔 짓인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으므로.
‘처음 만났던 병신, 그 킨사티어는 정상이 아니었잖아. 하지만 공방에서 만들어진 몸과 다르게 잉칼 일족이 선호하는 새의 날개를 지녔어. 그런데 망가진 채였고, 악마가 깃들지도 않았잖아.’
―그랬지…….
‘대체 여기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왜 산돌프가 그 막대를 뽑을 때까지 공방이 제대로 된 가디언을 만들지 못했던 걸까, 다시 생각해봤지만…… 역시 그 막대가 공방의 기능을 정지시킨 거잖아. 누가 그걸 꽂아뒀는지 몰라도, 악마종은 아니야. 그럴 까닭도 없고, 그럴 의도가 전혀 없어.’
투란은 유골과 고리의 지식을 통해 확실하게 말할 수 있었다.
누군가 공방을 정지시켰지만 파괴는 하지 않았다.
어쩌면 파괴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기는 했다.
하지만 공방을 정지시킬 수 있는, 그런 마도구를 꽂아놓은 이가 과연 그럴 수 없었을까? 게다가 잉칼의 일족이 깃들려 한 몸은 어째서 그렇게 망가진 몰골이었는가? 유골과 날개고리의 지식으로 판단하자면 그건 누군가 개입해서 공방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했을 때 나온 결과물이었다.
과연…….
―투란, 생각이 너무 많아. 그리고 판단을 내리기에는 정보가…… 너무 산만하고 부족하다. 유물을 남긴 악마 쪽의 지식으로는 그들이 돌아오지 못한 것만 확실하고, 돌아오지 못한 이곳에서 무슨 일이 생겼는가는 모르는 거잖아. 이 거주구역에 대해서 산돌프는 전혀 몰랐던 모양이고…….
드라고니아가 온갖 의문으로 보글보글 끓으려 하는 투란의 마음을 진정시키며 다독이는 말을 했다. 때문에 투란은 복잡한 생각을 멈췄다.
‘역시 먼저 산돌프에게 확인해야 할 일이겠지?’
그리고 자신을 이곳으로 데려온 마법사에 대한 의문이 가장 크다는 결론을 내렸다.
산돌프가 이곳에 대해서 어떻게 알았는가, 그 막대에 대해서 어떻게 알았는가.
어째서 투란만을 끌고 이리로 왔는가 또한 다시 짚어봐야 할 일이었다.
―그거, 좀 곤란하지 않냐?
하지만 드라고니아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어? 곤란? 왜?’
―뭐라고 물을 건데?
‘응? 뭐라고 묻다니…… 그야 여기서…… 어라?’
투란은 겨우 드라고니아가 뭘 묻는가를 깨달았다.
산돌프에게 이 칼라고드라니샥 형제들의 생체공방, 잉칼의 일족에 대해서 확인하려 한다면 투란이 먼저 여기서 무슨 짓을 했는가부터 이야기를 해야 했다. 즉, 여기서 어떻게 공방의 핵인 에네르기움을 제거했는가부터, 어떻게 악마의 지식을 얻게 되었는가까지 산돌프에게 설명을 해야 하는 것!
다시 되새겨봐도 처음부터 산돌프는 투란에게 뭐가 나타나면 시간 끌다 열심히 도망치라 했다. 투란이 그러는 사이에 산돌프는 염원하던 마도구, 악마랑 연관이 있는 마도구를 챙겨 따로 튈 생각이라 했고…… 지형의 특성 때문에 여러 사람 데려오는 것보다는 절벽을 마음껏 누빌 수 있는 후크 라인의 사용자 한 명이면 된다고 여겼을 뿐이라고 한다면 투란이 뭐라 더 할 말도 없잖은가.
―항아리 나눠 달라고 할 수도 있잖아. 파티니까, 산돌프가 파티 리더니까 전리품을 나누는 것도 산돌프의 결정을 따르는 것 아닌가? 여태 네가 섞여들려 했던 헌터의 관습은 그런 모양이던데?
‘왜 나눠! 나 혼자 남아서 정리한 거라고! 아, 젠장…….’
불끈하다가 투란은 한숨을 쉬었다.
이런저런 의문을 확인하려면 역시 산돌프가 어떤 과정으로 이곳을 찾아냈는가를 파악해야 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투란 스스로 품고 감춘 일이 너무 많다!
이럴 때는 어찌해야 하는가?
투란의 결론은 꽤 빠르게, 아주 금방 나왔다.
‘산돌프를 홀시딘에게 맡기자!’
―헐?
드라고니아는 그 뻔뻔함에 어처구니없다는 감상을 한마디로 바로 토해냈다.
말은 ‘맡기자.’인데 그 말투는 ‘팔아치워!’잖은가!
투란이 대체 어쩌려는가 의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