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65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65)
크륵!
분홍색 세모꼴 머리가 놀란 듯한 소리를 냈다.
푸른 수정빛 칼날이 그 소리에 호응하듯 부르르 떨며 격렬하게 톱을 연주하는 듯한 소리를 내려 했다.
투란은 그 소리의 의미를 본능적으로 느꼈다.
톱을 이용해 연주하는 괴상한 나무꾼 아저씨, 주로 몬스터를 쪼개는 데 톱과 도끼를 휘둘려 드는 몬스터 헌터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생생하게 가슴 깊은 곳에서 떠오르기도 했다.
“파열과 단절의 능력을 지닌 몬스터가 있지. 보통 때는 아주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털이 꼿꼿해지면서 이런 소리를 내기 시작하다가 고요해져. 그러면 그 털에 닿은 것은 깨지거나 쪼개지는 거야.”
도끼날에 묘하게 톱을 울려 대면서 들려주던 그 소리를 분홍색 괴물이 들이대는 수정빛 칼날이 시도하고 있었다.
‘그냥 두지 않아!’
투란의 오른손에 힘이 더 들어갔다.
가느다란 줄기로 이어진 샤벨투스의 이빨 속으로 맹렬하게 피의 격류가 흘러들었고, 샤벨투스의 이빨이 1미터를 넘는 길이로 뻗어 나갔다.
키이…… 키이잉!
수정빛 칼날이 막 시작하려 했던 소리가 투란의 손에서 튀어나온 샤벨투스의 이빨에서 먼저 터졌다.
‘엥?’
투란은 조금 당황했다
하지만 손에 들어간 힘을 빼지 않고 더 세게 밀어붙였다.
곧 수정빛 칼날이 하려던 것보다 더 스산하고, 음울하며, 끔찍한 노래가 연주되는 듯했다.
카각!
격한 음향을 남기며 수정빛 칼날이 쪼개졌다.
계속해서 밀고 휘둘러진 샤벨투스의 이빨은 바로 분홍색이 가득한 머리통부터 몸통까지 사선을 그으며 지나갔다. 시뻘건 핏줄기가 파인 줄을 드러냈고, 괴물의 몸통이 갈라지며 단면이 노출되었다.
그사이에 투란의 왼손, 늑대의 손은 자연스럽게 괴물의 쪼개진 몸 한쪽을 붙들었다. 아직 멀쩡해 보이던 다른 쪽 수정빛 칼날이 시들어 버리듯이 빛을 잃었고, 이슬처럼 녹아내렸다. 칼날의 흔적이 사라지고, 칼날이 돋아났던 자리에서는 핏물이 주르륵 쏟아졌다.
스각.
꽤 힘찬 소리를 남기면서 샤벨투스의 이빨은 투란의 오른손 살갗으로 스며들었다. 용도가 끝난 순간, 악마의 심장이 바로 한 방울의 피도 아깝다는 듯이 회수한 덕분이었다.
‘줄었다?’
투란은 순간적으로 느꼈다.
샤벨투스의 이빨만 줄어든 것이 아니라, 그 안에 흘려 넣었던 피의 양도 줄었다!
마치 방금처럼 울게 하면, 피를 소모하기라도 한다는 듯했다.
조금 곤혹스러워 하면서도 투란의 감각은 예민하게 꿈틀거렸고, 주변에서 주춤거리는 붉고 노랗게 일렁이는 괴물 무리를 포착했다.
어떻게 하면 저것들을 몰아낼 것인가?
당연히 떠오르는 생각 속에 투란의 손이 반사적으로 움직였다.
두 쪽 나서 피를 괄괄 쏟아 내고 있는 녀석, 늑대의 손아귀가 붙잡은 그 반쪽을 당겼고, ‘이상한 심장’의 손아귀가 맞잡아서 투란의 입가로 옮겼다.
“크악!”
투란의 목젖이 자연스럽게 짐승 같은 소리를 토해 내며, 활짝 열린 입에 돋은 송곳니가 반쪽 난 괴물의 피와 살을 물고 삼켰다.
찌이익!
괴물의 껍질이 늑대의 손톱 사이에서 갈라지며 벗겨져 나갔고, 달빛 아래 드러난 속살은 피를 뚝뚝 떨구면서 치켜 올려졌다. 투란은 이를 보며 자연스럽게, 당연하게 혀를 날름거리며 물어 찢었다. 그러면서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았기에 투란은 조금 실망하고 말았다.
‘피도 눈물도 없는 녀석들인가.’
으적거리는 소리와 함께 투란이 동족의 속살을 씹는 광경을 향해, 분홍색 괴물들은 조금 더 조심스럽게 다가서고 있었다. 전혀 겁을 먹거나, 이 사냥감을 포기하자면서 투란을 떠날 낌새가 보이지 않았다.
‘뭐, 그러시든가!’
투란은 반 토막 난 괴물을 쉴 새 없이 찢고 씹어 삼키면서, 자신의 몸에 격렬하게 흐르는 피의 폭풍을 다시 한 번 되새겼다.
‘작은 늪’이 퍼 주는 늪의 수액을 받아들인 악마의 심장이 ‘이상한 심장’과 연계되면서 일으키는 독특한 박자, 그 고동은 서로 어우러지면서 소리와 떨림, 격한 울림을 싹 없애 줬다. 한쪽뿐이라면 그 터질듯하고 강렬한 고동으로 인해 가슴이 불끈불끈할 정도였지만, 서로 엮이면서 아무 일 없다는 듯이 그 격렬한 울림을 무마하는 듯했다. 그렇게 두 심장이 연계되어 뿜어내는 강력한 혈류는 은빛 불꽃의 열기는 물론이고, 번지려 하는 늑대의 영역조차 침식해 갔다.
그 결과 악마의 심장이 거칠게 쏟아붓는 덩굴줄기가 세밀하게 늑대의 팔에 스며들 수 있었다. 심장을 잃은 탓에 오로지 달빛을 끌어당겨 퍼붓기만 해야 하는 한순간을 놓치지 않고 스며들어, 작은 방울 같은 심장의 틀을 만들었고 이를 통해 팔에서 흘러나오려 하는 은빛 불꽃을 삼키게 했다.
그리고 투란이 강한 문장의 맥동을 느꼈다 싶은 순간이 지나더니, 은빛 불꽃을 일렁이는 늑대의 형상이 왼쪽 어깨부터 팔로 이어지면서 고정돼 버렸다. 핏줄을 따라 몸으로 번지는 은빛 불꽃의 열기는 여전했지만, 직접 발현되며 변이되는 영역은 팔에만 한정돼 버린 듯했다.
그때 투란은 맹렬한 늑대의 질투와 시기가 담긴 본능을 느꼈고, 그대로 포효하면서 팔을 휘둘렀다.
‘어떻게 버텼는지, 다시 한 번 봐주마!’
기억을 더듬으며 투란은 왼손을 당겼고, 입과 오른팔로만 토막 난 괴물을 씹고 붙들었다. 이 녀석의 무리는 투란이 뭔가 먹을 것에 정신이 팔린 사이를 노리겠다는 듯이 더욱 나무 뒤편을 가르면서 최대한 숨은 듯한 자세로 다가오는 중이었다.
잠시 콧등을 찌푸리며, 후각을 통한 시각으로 가장 가까운 놈을 파악한 다음…… 투란이 다시 왼손을 내질렀다. 팔뚝 속의 작은 심장 하나가 몇십 배로, 아까 보다 몇 배는 더 빨라진 것처럼 격동을 하며 고동쳤다. 늑대의 손바닥에서 도톰하게 부풀던 살집이 움푹 꺼지고, 다시 한 번 충격파가 내질러졌다.
크르르르!
‘어라?’
겨냥한 놈이 옆으로 튀는 광경, 충격파가 확산되면서 원뿔의 형태로 퍼져 가는 현상과 그 주변에서 튀어 올라 달빛 아래 훤히 드러나는 분홍색의 괴물 몇 마리.
팔 안에서 작은 심장 하나가 으깨지는 느낌과 함께, 투란은 이 모든 것을 새롭게 보고 듣고 느낄 수 있었다.
‘피한 거였나?’
달빛 아래 드러난, 냄새의 형상이 아닌 괴물들의 모습은 투란에게 신기했다.
토끼가 다리를 활짝 펴고 튀어 오른 듯한 하반신, 어깨를 좌우로 크게 벌린 채 굽힌 팔꿈치와 거기서 밖으로 다시 한 번 젖힌 듯한 손목, 손 대신에 길게 매달린 분홍색의 굽어진 막대, 거기에 엉덩이가 뒤로 추욱 처져서 무슨 꼬리 잘린 뱀의 뭉툭한 몸통이 달라붙은 듯한 꼴까지!
가까이에서 충격파를 느닷없이 뒤집어쓰고 완전히 피하지 못한 녀석은 한쪽 다리가 없었다. 그 다리 자리에는 희미하게 흩어지는 피안개가 얼핏 남아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튀어 오른 녀석들이 어깨를 들썩들썩하더니, 순식간에 그 모습이 땅으로 내리꽂혀 버렸다.
‘어, 저래서 아까 못 봤구나.’
한순간에 튀어 올랐다가 한순간에 내려온다.
전혀 상식적이지 않은 움직임, 그래서 투란이 정신을 반쯤 놓은 상태로 늑대의 형상과 다툼을 마무리 짓는 순간에는 파악하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 투란은 이를 전부 봤다.
다리 한 짝이 날아간 놈이 남은 다리 하나로 땅을 박차며, 수정빛 칼날 한 쌍을 좌우로 활짝 열어 나무를 한꺼번에 베어 넘기면서 돌격해 오는 광경도 똑바로 볼 수 있었다.
다리 하나가 없어진 것을 녀석은 죽기 아니면 살기의 각오로 바꾼 듯이 보였다.
투란은 들고 있던 반 토막 괴물을 옆으로 던졌고, 녀석을 향해 느긋한 자세로 왼손을 내밀었다.
늑대의 손바닥에서 살집이 다시 부풀어 올랐다.
무슨 벼락처럼 다가온 녀석이 휘두르는 수정빛 칼날 한 쌍이 좌우에서 조여들며 바로 투란의 왼팔을 자르려 했다.
콰아아앙!
투란의 왼손 손바닥이 하늘을 향해 비스듬히 내질러지는 꼴로 충격파를 토해 냈다. 이번에는 충격파의 범위가 좁았고, 투란이 그 반동으로 팔꿈치를 굽히며 저절로 손을 당겨 가슴에 붙이는 듯한 꼴이 되어야 했다.
다가와 최후의 일격을 휘두른 분홍색 괴물의 다리 한 짝이 엉덩이에서 찢긴 듯한 꼴로 투란의 발아래로 미끄러지며 굴렀다. 그 광경을 보며 투란은 인상을 조금 구길 수밖에 없었다.
‘티끌 정도까지 박살 내는 거였나.’
이러면 먹을 것이 모자라잖은가!
입맛을 다지면서, 문득 투란은 녀석들이 물가를 무슨 철벽처럼 여기고 몰아붙이려 하는 것을 되새겼다.
이 분홍색 털과 수정빛 칼날을 지닌 녀석들은 찰랑거리는 물속으로 투란이 들어간다면 따라올 것인가, 포기할 것인가?
‘물에 약한 놈들인가, 아닌가.’
투란은 양쪽에서 돌진해 오는 놈들을 보며 짧게 생각했고, 행동했다.
늑대의 손이 강하게 쥐어졌고, 은빛 불꽃이 거세게 투란의 몸속을 헤집으며 그 열기를 뿜어냈다. 그 순간 투란의 발이 땅을 박찼고, 투란은 그 자리에서 사라지듯이 옆으로 튀었다.
그랑츄에게는 없는 그러나 크고 붉은 웨어울프에게는 명백하게 갖춰져 있던 도약력과 민첩성이 발휘된 순간이었다.
왼편에서 닥쳐오던 한 놈은 멀어진 투란의 모습에 다시 땅바닥을 박차며 따라붙으려 했다. 그러면서도 은근히 가늘어진 그 눈길은 투란의 왼손에 주의를 하는 것이 충격파가 또 날아들 때를 대비하는 모습이다.
반면에 갑자기 자기 쪽을 향해 날아든 투란을 본 녀석은 거침없이 수정빛 칼날을 휘두르며 베려 했는데, 그 팔뚝이 모두 투란에게 그대로 잡혔다.
“헤엄 좀 쳐 볼래?”
괴물을 향해 자기도 잘하지 못하는 것을 권하면서, 투란은 바로 녀석을 물속으로 내던졌다. 날카로운 칼날과 기괴한 도약, 강하의 능력을 보였지만 그랑츄의 괴력과 늑대의 민첩성이 뒤엉긴 투란의 움직임을 녀석이 감당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그 불가항력의 폭력에 휘둘린 녀석이 괴성을 질렀다.
키이에에에!
투란은 귀청이 시큰거리는 소리에 놀랐고, 이게 분명한 비명이란 사실에 어처구니가 없었다.
‘아니, 물을 그렇게 싫어해? 물에 닿으면 죽냐? 아, 그런 놈인가?’
어쩌면 그럴지도 몰랐다.
“캄캄해서 불 좀 켜려던 것뿐이라고! 성냥이 없잖아! 안전 처리가 된 성냥이 다 떨어져서 부싯돌 좀 써 보려 했던 것뿐이라니까! 누가 거기가 그놈 둥지인 줄 알았냐고! 하룻밤 보냈지만, 아무것도 없었는데!”
몬스터 헌터가 실수로, 정말 실수로 괴물의 둥지에서 불씨 좀 튕겼다가 일행을 다 구워 버릴 뻔한 일에 대해 터뜨린 항변이었다. 땅속에 무슨 개미굴 같은 구멍을 숭숭 뚫어 놓는 그 괴물은 불에 닿으면 폭쇄를 일으키는 둥지에서 살고, 그 둥지 역시 그런 개미굴 모양이라 했다.
특정한 현상, 아주 작은 요소에 무지하게 민감해서 그것이 약점인 몬스터.
몬스터 사냥에 있어서 지식과 정보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마음 깊이 새겨야 하는 이유라 하지 않던가!
첨벙, 촤촤촥!
던져진 녀석이 납작한 돌처럼 잠깐 수면을 튕기고 미끄러지는 광경을 흘깃하면서, 투란은 몸을 돌렸다. 이제 반대편에서 달려들던 놈을 상대하고, 그다음에 열심히 몰려오는 나머지 놈들을 처리…….
‘응?’
……하려 한 예정이 싹 어긋나는 꼴부터 봐야 했다.
투란을 향해 한 쌍의 수정빛 칼날을 휘두르며 뒤통수 잡으려 했던 놈이 거세게 바닥을 차는데, 제대로 차지 못해서 미끄러지는 꼴을 보이고 있었다. 녀석의 머리통이 돌아가 눈길이 향한 곳은 투란에게 내던져진 채로 수면을 뒹굴며 물을 들이켠 탓에 이제는 비명 같은 괴성도 잦아든 상태인 동족.
“에, 너 지금 삿대질하냐?”
투란은 그놈을 향해 엉겁결에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수정빛 칼날은 온데간데없고 굽어진 분홍색 털이 휘날리는 손 대신 달린 길쭉한 막대 꼬챙이 부분을 투란을 향해 마구 찌르는 시늉, 사람으로 치면 딱 삿대질이었다. 그런데 그러면서 두 눈알이 툭 튀어나올 정도로 찢어진 눈을 활짝 뜬 채로 악악대는 황당한 몰골이라니.
뭔가 덤벼들 꼴을 기대했던 투란에게는 적잖이 당황스럽게 봐야 할 꼴이었다.
한 놈만 그러고 있지도 않았다. 사방에서 분홍색 털 괴물들이 다 그러고 있다!
멀뚱하니 투란이 이를 둘러본 것은 아주 짧은 순간이었다.
곧 물속에서 웅장한 굉음이 터져 나오며, 투란은 상황을 새롭게 파악해야 하는 것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물속에서 튀어나오려고 허우적대던 놈의 뒤쪽에 물기둥이 치솟았고, 바로 허우적대던 놈이 거기에 휩쓸려 높이 올라갔다.
물살이 기둥에서 흘러내리는 듯한 광경이 보이는가 싶었고, 그 속에서 보라색 진흙으로 치장한 듯한 뿌리줄기 같은 것이 꿈틀거렸다. 그리고 돌연 물속 곳곳에서 물기둥이 치솟으며 굉음을 토했다.
제각각의 높이를 지닌 채로, 솟구쳐 오른 물기둥.
그중 가장 작은 것은 물가에 바싹 붙어 있었고, 스르륵 물살을 떨구기가 무섭게 기울어지며 투란이 쪼개서 먹다 내던진 분홍색 괴물의 잔해를 덮었다.
“헐!”
투란은 자신이 이곳의 규칙을 깬 것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