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657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653)
“왜라…… 그건, 우리 목적이 궁금하다는 물음인가? 아니면 자네가 왜 우리에게 그런 호의를 베풀어야 하는가를 따져보는 것인가? 아, 어느 쪽이든 일단 내가 자네를 설득해야 하는 것은 변함이 없군! 그럼, 내 이야기를 더 자세히 들어보게, 그러니까 우리가 왜 여기 왔는가부터 이야기해보자면…….”
“잠깐, 파쿠란! 잠깐 기다리라고옷!”
파쿠란이 경쾌하게 흘리는 목소리에 투란이 흠칫하는 사이, 이자닌이 냉큼 파쿠란의 어깨를 잡으면서…… 아주 꽉 잡으면서 외쳤다. 하지만 파쿠란은 별로 기다리고 싶지 않다는 듯, 가만히 이자닌의 손을 어깨에서 떼어내며 다시 말하려 한다! 그 순간…….
“닥치라곳!”
퍼억!
이자닌의 한마디가 주먹질과 함께 터졌다.
투란은 감탄했다.
파쿠란이 반항할 틈도 주지 않은 통쾌한 주먹질이니까!
단지 주먹만 날린 것이 아니고 그 전에 정강이를 한 대 걷어차서 주의를 끌기까지 했으니까!
감탄한 투란이 살짝 박수라도 쳐줄까 하는데, 드라고니아가 말렸다.
―이게 재밌어할 일이냐?
‘어쩌라고?’
―무슨 일인가 알아내야 할 것 아냐! 블랙 메이지 바라크가 뭔지 알아?
‘알 리가 있냐! 넌 알아?’
―그는…….
드라고니아가 막 뭐라 이야기를 빠르게 늘어놓으려 할 때, 투란은 그보다 먼저 귓가에 쳐들어오는 이자닌의 으르렁거림에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대체 왜 이러는 거야! 나불나불나불나불! 의논도 하지 않고, 덮어놓고 이게 뭔 짓이냐고! 저쪽에 설명하기 전에 나한테 먼저 설명을 하란 말이얏! 그냥 좋게 넘어가려고 했더니만 도저히 안 되겠네! 대체 왜!”
“이자닌, 투란은 이미 어느 정도 우리에 대해 알고 있다, 아직 눈치채지 못한 거야?”
상황에 어울리지 않게 침착한 파쿠란의 목소리였다.
“뭐?”
이자닌이 흠칫했다.
투란은 다음 순간에 이자닌의 눈길이 자신을 다시 훑어내린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너무 노골적이라 눈치채지 못하는 게 어려울 정도로!
파쿠란의 예상하지 못한 말과 이자닌의 새삼스러운 눈길에 투란이 할 수 있는 일은 어색한 표정으로 대꾸하는 것뿐이었다.
“무슨 말이에요?”
물론 너무 어색한 투란의 모습이 의미하는 바를 이자닌은 바로 간파했다.
“어떻게, 얼마나 아는데? 우리에 대해서 대체 어떻게 얼마나 아는데! 너, 대체 누구야? 어째서 시알라네랑…….”
“이자닌, 터프넥이 말한 투란이 바로 저 친구야.”
“뭐……?”
이자닌이 흠칫해서 진담이냐는 듯이 파쿠란을 봤고, 재빨리 다시 투란을 돌아봤다.
투란의 표정은 그 사이에 한층 더 어색해졌고, 매우 민망한 태도로 머리를 긁적이고 있었다. 어찌 보면 인정하는 듯한 태도였지만 그래도 투란의 입에서는 중얼중얼 부정하는 몇 마디가 새어나온다.
“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요.”
“다 아는 것 같은데?”
잠깐 눈을 가늘게 하다가 이자닌은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파쿠란을 다그치던 손길도 어느새 멈춘 채였고, 이제는 투란을 조금 더 깊이 파헤쳐보겠다는 듯한 눈길이 가득한 이자닌이었다.
―어떻게 알았지? 투란, 저 블랙 메이지에게 따져봐라.
‘따지면 바로 그렇다고 인정하는 꼴이잖아! 못해!’
단호하게 소리 없이 드라고니아에게 대꾸하면서 투란은 고개를 살래살래 저으며 소리 내서 파쿠란과 이자닌을 향해 말한다.
“솔직히 말해서, 도대체 아까부터 무슨 말을 하는 중인가 전혀 모르겠거든요. 알아듣게 말을 해요, 알아듣게!”
이자닌은 눈꼬리를 치켜뜨면서 투란을 노려봤고, 파쿠란은 빙긋이 웃으면서 투란의 말대로 하겠다는 듯이 차분한 태도로 말을 한다.
“그래, 그렇게 하는 게 좋겠지. 이자닌, 침착해. 좋지 않은 상황을 만들려는 게 아니니까. 오히려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상황이라고. 자, 그러면…… 잠깐 좀 앉아볼까? 아무래도 얘기가 길어질 수 있으니 말이야.”
파쿠란은 깨끗한 한편을 가리키면서 먼저 가서 털썩 앉고 있었다.
이자닌이 투란에게 어찌할 것인가 묻듯이 바라봤고, 투란은 파쿠란 앞으로 가서 살짝 거리를 두고 앉았다. 뒤이어 이자닌이 파쿠란 쪽으로 조금 가깝게 하지만 투란에게는 약간 먼 자리를 골라 앉았다.
간격을 통해 서로 간의 서먹함, 거리감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듯한 이자닌을 보며 투란은 쓴웃음과 함께 조금 더 자연스러운 표정을 꾸미고는…….
“왜 나한테 그런 말을 하는 건지, 그것부터 제대로 설명을 좀 해줘요. 아까부터 계속 뭔 말인가 못 알아듣겠으니까.”
무지를 한번 더 강조하는 말을 했다.
―뭘 자꾸 얼버무리려고 하냐? 그냥 인정하지?
‘시꺼, 조용히 하고 있어 봐!’
투란이 방긋 웃으면서 이자닌과 파쿠란을 바라봤다
이자닌은 마땅치 않은 표정을 지었고, 파쿠란은 당연하다는 듯이 꺼낸 이야기를 계속한다.
“일단…… 자네가 로열클래스란 것을 어찌 알았는가부터 이야기하자고. 아무래도 자네 입장에서는 그것부터 짚지 않으면 다음 이야기를 받아들이기 어려울 테니 말이야. 괜찮지?”
“음, 뭐…… 뭔 말인가 설명부터 들어야겠지만요…….”
투란은 시침 떼는 말투로 적당히 대꾸했다.
파쿠란이 재미있다는 듯이 웃으며 이야기를 잇는다.
“블랙 메이지 바라크, 그분은 상아탑과 꽤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지. 왜냐하면 그분이 활동할 당시 상아탑의 그랜드마스터 카티야 님과 교분이 짙었거든. 물론 단지 교분 때문에 상아탑의 기밀인 로열클래스에 대해서 알아낸 것을 후세의 블랙 메이지에게 전하거나 한 것은 아니야. 원래 도적길드의 자문역할을 했기에 바라크 님은 로열클래스에 대해서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다만 바라크님은 카티야님과의 교분을 통해서 로열클래스를, 로열가든의 마법을 탐지해내는 방법을 알아내셨고 그걸 도적길드에 몸을 담은 블랙 메이지, 나 같은 자를 위해 남겨둔 거야. 그래서 나는 이렇게…….”
살짝 내민 파쿠란의 손바닥 위에서 다시 여린 금빛이 맺혔고 한 톨의 미세한 모래알이 되어 빛났다.
이 순간에 투란은 퍼뜩 알 수 있었다.
‘어라, 이거는……?’
파쿠란에게서 피어난 아주 희미한 마력…… 몬스터 로드의 고유마력과도 다르지만 홀시딘에게서 느끼던 상아탑의 마법사가 풍기는 마력과도 다르고, 남매들을 통해 느껴온 황금매의 마력과도, 잠깐 맞닥뜨렸던 아겔페스의 마력과도 완연히 다른 느낌을 주는 깊고 고요한 그림자의 향기처럼 느껴지는 이상한 마력이 미묘한 파문(波紋)처럼 번졌고, 거기에 로열 가든의 마법이 반응하면서 저 금빛 모래알 한 톨을 바로 자아낸 것이다.
―호오? 흑암의 마력이 저렇게 정교한가? 보통 흑마법사랑은 완전히 다른데?
‘뭐? 흑마법사? 앗, 블랙 메이지니까 그런 건가! 아차! 이거 무슨 저주에 걸리는 거 아냐?’
멍하니 있던 투란이 흠칫했다.
파쿠란은 순간적으로 스쳐간 투란의 표정을 보며 그 내심을 이미 안다는 듯이 말을 이어가고 있었다.
“블랙 메이지의 재간이기는 하지만 무슨 저주 같은 거는 아니야. 그저 탐지할 뿐이지, 보통은 덧없이 스쳐가면서 주변의 형상, 성질이 정상적이지 않은 것을 알아내는 데 쓰는 마법이야. 하지만 여기에 바라크 님이 덧씌워놓은 마법의 형식이 로열클래스를 증명하는 징표와 만나면, 이렇게 그 반향을 담은 빛의 파편을 이루지. 그러니까 투란, 이걸로 나는 자네가 로열클래스란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거야. 조금 아까…… 대장간에서 마스터 홀시딘과 원거리로 메시지를 주고받는 순간에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어. 이 탐지 마법은 보통 아무런 자취를 남기지 않으니까, 웬만큼 마력에 민감한 이가 아니면 전혀 눈치채지 못해서 늘 걸어두고 있거든. 자, 이걸로 일단 한 가지는 증명한 셈이지? 음, 괜히 아니라고 억지 부리지는 말게나. 이 마법이 진짜 로열클래스를 찾아낸 건지 어떤 건지 증명하라는 둥 하면, 나도 꽤 과격하게 증명하는 수밖에 없거든.”
“로열클래스, 도대체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이에요?”
파쿠란의 진지한 경고에 투란은 억지 부리려던 생각을 살짝 꼬아서 물었다.
이 물음은 듣기에 따라서는 일단 파쿠란의 말을 인정하는 것도 같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그게 뭔 말인가부터 알아야겠다고 시침 떼는 말이었다.
예상보다 투란의 말이 교활한 것을 느낀 파쿠란의 입가가 살짝 치켜 올라갔고, 이자닌이 대신 투란에게 혀를 차는 소리와 함께 말한다.
“도적 길드의 초대, 길드 창시자인가 아닌가로 맨날 말다툼이 벌어지기는 하지만 그래도 어쨌든 세상에 도적 길드라는 자취를 남긴 도적왕이 로열클래스였어. 상아탑에 그 신분을 보증받고, 정체를 감추는 특별한 사람들…… 원래는 진짜 왕족이 세상에 정체를 감추고 다니려고 상아탑과 의논해서 만든 특별한 마법이라지만, 도적왕이 거기에 끼어들면서 조건을 갖춘 자에게 부여되는 특별한 보호, 그 보호를 받는 이들을 로열클래스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거. 알지? 모른다고 하면 파쿠란이 대단한 마법으로 후려칠 거야. 로열클래스를 보호하는 마법을 발동시키고, 계약한 마법사…… 네 경우에는 여기 마스터 홀시딘이겠지? 여기 와서 계속 파쿠란이 찾고 있는 마법사니까, 그를 불러내게 될 거야. 그런 상황까지 가지 말자고. 서로 귀찮잖아.”
“그건 그렇다 치고, 검은 연금술사니 뭐니 하는 말은 뭐예요?”
살짝 한발 물러서는 말투로 투란이 물었다.
파쿠란과 이자닌이 쓴웃음을 지었다.
여전히 인정할 듯 말 듯 한 경계선을 치는 투란의 태도가 재미있다는 듯!
그래도 파쿠란은 차분하고 착실하게 대답을 꺼낸다.
“검은 연금술사 라바크, 이름에서 티가 나지만 바라크 님이 위장한 신분이야. 상아탑의 그랜드 마스터와 어울리기 위해서 지어낸 신분이라고도 하고…… 하지만 사실은 도적 길드에서 활동하기 위한 위장이었지. 블랙 메이지란 것을 숨기려고 말이야. 뭐 어느 쪽이든 위험해 보이는 거고 사람을 경계시키지만 말이야. 그 이름으로 남긴 것도 꽤 되고…… 아, 얘기가 옆으로 새는군. 아무튼, 중요한 것은 라바크란 이름으로 바라크 님이 남긴 유품이 있어. 그 유품의 관리는 카티야 님, 그랜드 마스터의 후계자에게 넘겨졌고 말이야. 한데 오랫동안 카티야의 후계자라고 자처하거나 인정받은 상아탑의 마법사가 없었지. 그런데 나타났어. 여기, 알드바인의 마스터 홀시딘. 그가 새로운 그랜드마스터이며 카티야 님을 계승했다고 하더군. 그래서 만나러 왔더니, 없더군. 실망하던 차에 투란, 자네랑 원거리 메시지를 주고받는 것을 알게 되었지. 나에게는 더 망설일 까닭이 없으니까, 바로 자네에게 요청하는 거야. 홀시딘에게 물어봐 달라고 말이지.”
“흐흠…… 그 얘기가 맞다고 쳐요. 그런데 그렇다고 내가 그 부탁을 냉큼 들어줘야 할 까닭은 없는 거잖아요? 그쵸?”
여전히 한 발 뺄 여지를 둔 채로, 투란이 짓궂게 되물었다.
가만히 듣던 이자닌의 눈가에 살짝 핏줄이 솟는 듯했지만 파쿠란은 아무런 불쾌함도 없다는 듯이 빙긋 웃으며 대답을 한다.
“물론 그렇지! 당연히 나도 그냥 들어달라고 할 생각은 없어. 이 일은 내게 아주 중요한 일이고, 그런 중요한 일을 공짜로 남에게 부탁할 정도로 염치없는 인간이 아니니까 말이야! 그래서 시작부터 자네에게 정직하게, 솔직하게 내 정체를 밝히면서 말을 꺼낸 거야. 적당히 이자닌을 호위하는 쿨란이 아니라, 도적 길드의 자문을 맡고 있는 블랙 메이지 파쿠란이라고 말이지! 자아, 그러면…….”
이자닌이 한숨을 쉬었다.
손을 비비면서 제대로 거래를 하려는 듯한 파쿠란의 모습을 곁에서 보기가 답답하고 이 상황이 매우 짜증 난다는 듯!
투란은 슬쩍 그런 이자닌에게 묻는 말을 흘린다.
“도적인 거죠?”
노골적으로 따지기는 거북하지만 살그머니 확인은 해보고 싶다는 미묘한 말투였고, 대답하든 말든 괜찮다는 듯이 눈길도 다른 곳을 보는 채 꺼낸 소리였다.
이자닌은 입술을 삐죽이면서 파쿠란을 한 대 치고 싶다는 듯이 노려보며 대답한다.
“엉겁결에 덤터기 쓴 도적이지. 왜 나까지 끌어들이냐고, 끌어들이긴!”
“미리 나오지 말라고 했잖아. 내가 알아서 할 일이 있으니까 빠지라고 말이야. 하지만 나온 이상, 투란에게 정직하게 소개할 수밖에 없었던 거라고. 그건 내 탓이 아니니 따지지 말고, 자 그러면…….”
파쿠란은 넉살 좋게 이자닌의 말을 받아넘기면서 투란을 가만히 바라봤다.
뭔가 가늠하는 듯한, 뭔가 엿보려는 듯한 그 눈빛에 투란이 살살 몸을 옆으로 기울이며 피하겠다는 듯한 몸짓을 했다.
―그냥 보는 거다, 마법을 쓰거나 하는 게 아니야.
드라고니아가 말했다.
그리고 파쿠란이 다시 입을 연다.
“혹시 도적왕의 보물에 관심 있나?”
“야, 파쿠란!”
이자닌이 투란보다 먼저 대꾸하고 있었다.
투란은 그저 ‘무슨?’ 하는 소리를 내는 게 고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