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659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655)
“파쿠란, 이 아저씨야. 그건 지금까지 이 한적한 옥상에서 질러댄 아저씨 이야기가 전부 사실일 때 통하는 말이잖아! 정말로 진짜로 한 마디 거짓도 없이 이제껏 투란이랑 나한테 사실을…… 아니, 진실만 말하고 있었어? 진짜로 정말로 코인 백이 금전을 낳는 가방이란 거야?”
이자닌이 으르렁거렸다.
투란도 재빨리 여기 보탠다.
“맹세해봐요, 맹세! 마법사답게 마법에 걸…….”
“그건 아니지! 맹세는 하지 마! 제약 없이 날 지원해야 하는 블랙 메이지가 섣불리 맹세 따위를 하면 내가 곤란하다고!”
흠칫한 이자닌은 투란의 말을 자르면서 파쿠란의 입을 막는 시늉을 했다.
투란은 조금 입술을 삐죽이면서 ‘맹세는 진짜 안 되나?’라고 웅얼거리려 했지만, 이자닌의 말은 보다 거세게 이어졌다.
“그냥 보통 사람처럼, 일이 잘못되어도 그냥 넘어가도 되는 약속이나 해! 마법사의 맹세 따위는 하지 마! 절대로 그건 안 돼! 그건 하는 쪽도 지켜보는 쪽도 모조리 휩쓸리는 저주가 될 수 있잖아, 블랙 메이지니까!”
“헉? 저, 저주! 그런 거면 하지 마요!”
투란이 바로 꼬리를 내리는 시늉을 했다.
―뭐 하는 거냐, 대체…….
드라고니아는 한숨을 쉬었지만, 투란만 듣는 잔소리일 뿐이었다.
조금 소란스러운 둘을 보며 파쿠란이 입술을 뒤틀리면서 또박또박 말한다.
“목소리 좀 낮추고…… 진짜인가 아닌가 그렇게 의심되면, 일단 내가 하자는 대로 해봐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 이자닌, 이곳에 온 까닭은 혹시나 시알라랑 형제들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기 때문이잖아? 하지만 시알라 남매들은 이곳에 정착할 생각이니 당장 도움을 받기 어렵다는 거, 확인한 다음이라고. 반면에 투란은 자유롭게 의뢰를 받아 움직이고 있다잖아. 그러니 투란에게 의뢰하라고. 투란, 자네에게 코인 백을 넘기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금전 오십 닢 이상의 보수를 약속할 수 있어. 그 정도면 전설의 대마도사가 만든 아티팩트가 아니더라도 멀리 여행해도 괜찮은 보상 아닌가? 물론 전설의 대마도사가 남긴 아티팩트를 손에 넣겠지만, 어쨌든 출발의 보상으로는 충분하지? 그렇지? 그 과정에서 덤으로 나는 자네의 비밀스러운 신분에 도움을 받고 말이야. 좋잖아, 다들 원하는 것을 얻고 즐거운 여행이 되지 않겠어?”
이자닌도, 투란도 줄줄 흘러나오는 파쿠란의 말을 막을 수가 없었다.
중간에 살짝 몇 마디 끼어들려 했지만, 이번에는 파쿠란이 손을 들어 그 말문을 탁탁 막는 시늉을 하면서 자기 할 말을 전부 쏟아낸 탓이었다.
그리고 그 말이 끝난 다음, 대답을 기다리는 파쿠란을 외면하듯이 이자닌과 투란이 서로를 마주 봤다. 이자닌은 약간 한숨짓는 표정으로 복잡한 기분을 드러내며 망설이는 듯했고, 투란은 이젠 알 게 뭐냐라는 표정으로 묻는 말을 꺼낸다.
“혹시 의뢰할 일이 있어요? 나는 오늘 막 마법사의 의뢰를 마치고 돌아왔으니까, 며칠 쉬어야 할 것 같기는 한데…….”
“마법사의 의뢰?”
이자닌이 말꼬리를 잡겠다는 것처럼 물었다.
투란은 으쓱하면서, 흔히 의뢰를 받기 위해 자신을 과장한다는 헌터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대답한다.
“예, 마법사의 의뢰였어요. 아, 그러고 보니 그 마법사가 얻은 것이 카엘의 유물이었나 그렇다던데…… 맞아요, 대마도사 카엘의 유물인 지팡이! 그래서 금전 열 닢이나 주면서 나에게 의뢰를 했죠!”
“헤에, 대단하네!”
이자닌은 순순히 감탄하는 말을 했다.
투란은 그런 이자닌의 눈빛에 담긴 말, ‘진짜냐?’라는 물음에 곧장 대답한다.
“마스터 홀시딘에게 몰래 물어보면 알 거예요! 마스터 홀시딘이 진짜 카엘의 지팡이라고 했으니까, 대마도사의 유물 맞겠죠, 파쿠란?”
“맞아, 그건 어제 확인했다. 이자닌, 인정하지?”
파쿠란이 하는 말에 이자닌은 볼을 부풀리면서 불만스럽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바로 뭐라 대꾸하지 않았다.
하지만 투란은 흠칫해서 다시 물어야 했다.
“어제 뭘 확인했어요?”
파쿠란은 피식 웃으면서 대답한다.
“성벽 너머에서 아주 괴상한 마력을 휘날리는 이상한 변태 같은 마법사를 발견했지. 알고 보니 그만 한 마력을 휘두를 리가 없는…… 별명부터 마력이 일발조루라고 하는 마법사더군. 한데 그 마법사가 소문답지 않은 마력을 휘두르는가 싶더니만, 금방 성벽에 먹힌 것처럼 사라졌다. 가까이 있었기에 나는 그게 무슨 일인가 알아차렸고, 유서 깊은 대마도사 카엘의 유물, 마력을 머금은 지팡이를 그 마법사가 획득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게 어제 일이야. 여기 와서 꽤 재밌는 것을 봤다 싶었고…… 이자닌도 그 마력을 느꼈기 때문에 말해줬다.”
“아하…… 에헤…… 하, 하, 하. 그……랬군요.”
뭔가 말이 목구멍에 걸린 것처럼 투란이 더듬으며 대꾸했다.
―흐흥, 어제부터 이 근처에 있었다면 당연히 알아차렸겠군. 로열클래스를 탐지할 수 있는 마법이 로열클래스만 찾아낼 리가 없으니, 당연한 일이다.
드리고니아가 이렇게 보충해서 하는 말은 투란의 어색함을 더 짙게 해줬다.
‘젠장, 허풍 치듯이 얘기했는데 진짜란 걸 들통난 꼴이잖아!’
―들통난 거는 이미 이 작자가 말을 걸어올 때부터 확실했잖아. 그보다 이제 어쩔 건가 마음을 정하지? 이대로면 그냥 끌려가는 꼴이잖아? 제대로 의뢰받는 모습으로 가는 게 좋지 않겠어?
‘페브라가 대체 어디야?’
어색한 표정인 채로, 더 뭐라 해야 할지 몰라서 아무 소리도 모른다는 표정인 채로 투란은 드라고니아에게 소리 없이 물었다.
―브로큰 킹덤의 북방 왕국, 칠왕국의 북서쪽 왕국이 페브라. 춤추는 산맥과 검은 산맥이 마주하는 곳에 걸쳐 있는 왕국이다. 아, 지금 홀시딘이 가 있는 곳이 그 근처 아니던가? 왕국 순례 중이라고 했었는데 거기 어디서 한참 발이 묶인 채라 안 했어?
‘응? 그랬나?’
홀시딘의 현재 위치에 대해 투란은 아무것도 묻지 않았고, 들은 기억도 없었다. 그저 칠왕국 어딘가로 갔겠거니 하고, 떠나기 전에 잠깐 귓가로 흘려들은 것 같기는 한데…… 지금 어딘가는 전혀 알 리가 없다!
“어이, 투란. 그러니까 본명이 투란 맞지? 한 가지 확실히 하자고.”
이자닌이 이젠 포기했다는 듯이 긴 한숨을 세게 내쉬고는 말하고 있었다.
투란도 퍼뜩 정신 차렸다는 표정으로, 새삼스럽게 진지하게 눈을 부릅뜨면서 이자닌을 바라봤다.
너무 꾸민 투란의 낯짝에 이자닌이 잠깐 입술 사이로 새려는 웃음을 참듯이 입술을 지그시 깨물고 나서 말을 잇는다.
“너랑 나랑, 지금 파쿠란을 설득할 방법이 없어. 너한테 진짜 어마어마하고 비밀스러운 신분이 있든 말든, 지금 파쿠란에게는 전혀 관심이 없어. 이 아저씨가 일단 이렇게 고집부리면, 나는 어쩔 수 없다는 거야. 하지만 정말로 네게 능력이 있다면, 뭐 있다고 생각해…… 아무튼, 네가 내 의뢰를 받는다면 보수는 제대로 주겠어. 응, 아까 이 아저씨가 생각 없이 말한 금전 오십 닢…… 말 나왔으니 어쩔 수 없잖아. 뭐, 전설의 아티팩트를 찾아낸다면 안 줘도 되는 거지만…… 받을 필요도 없겠지? 흐흠, 어쨌든! 이 일은 위험해, 정말로 위험한데…… 왜 위험한가는 의뢰를 수락한 다음이 아니면 말해줄 수 없어. 이쪽 사정이 그래, 그러니까…… 어쩔래, 금전 오십 닢이고 목숨이 걸린 의뢰인데 받아들이겠어?”
이번에는 이자닌이 손짓으로 파쿠란의 입을 막는 광경을 투란은 볼 수 있었다.
그러면서 길고 차분하게 나온 의뢰 요청은…… 구체적인 상황 설명 따위는 전혀 없기는 했다!
그래도 투란에게는 나름대로 생각할 여유가 있었고…….
‘이럴 때는 뭐라 해야 하는 것 같아?’
―인간 사이의 일이잖아, 나로서는 딱히 뭐라 할 말이 없다만?
‘카엘이 정말로 그런 아티팩트를 남겼을까?’
―드라코눔이 기억하는 대마도사 카엘이라면,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만들 능력이 되는가를 따진다면 당연히 된다. 하지만 금이라는 물질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교환용 화폐로서의 금전이라는 형태라면, 솔직히 대마도사가 왜 그런 것을 만들어야 하는가 납득할 수가 없는 일이지.
‘그럼 없다고 치고, 금전 오십 닢의 여행에 대해서는……?’
―그건 순전히 인간적인 관점에서 결정할 일이잖아? 뭐, 단순히 금전이 필요하다면야 다녀오는 것도 괜찮겠지. 여기서 딱히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잖아? 게다가 목숨이 위태롭다니, 과연 지금 너의 목숨을 위협할 만한 일이 있을까? 그런 것이 있다면 구경하고 싶은걸.
‘방심해서 죽는 몬스터 로드가 한둘인 줄 아냐! 이상한 거 보고 싶다고 하지 마! 괜히 우쭐하다가 뒈질 것 같다고! 세상은 어디에든 위험한 것투성이라고!’
―그래서 인간적인 기준으로는 방 밖으로 한 걸음도 안 나오는 너잖아. 몬스터 엠블럼이 봉쇄당할 경우까지 완전히 대비한 너를 대체 뭐가 위협할 수 있지? 난 정말 궁금하다만?
‘에잇, 시꺼! 도움이 안 돼요, 도움이!’
―인간적인 일에는 내가 뭘 말해도 소용없다고 미리 말했잖아! 뭐가 도움이 안 돼, 안 되긴!
머리를 긁적거리면서 드라고니아의 잔소리를 마음 한편으로 멀리 밀어내는 채로 투란이 이자닌에게 묻는다.
“선불인가요?”
“선금이야 있지, 하지만 전액 선불은 안 돼. 의뢰할 일은 내 안전이기도 하니까, 내가 안전하지 않으면 잔금도 안전하지 못하다는 걸 각오해야 하는 의뢰야.”
넌지시 묻자마자 이자닌이 딱 부러지게 대답했다.
투란은 입술을 삐죽거리면서 파쿠란을 바라봤다.
파쿠란은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그 눈길에 대답한다.
“이자닌에게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내가 보수를 책임지도록 하지. 가능하다면 이자닌의 안전을 지켜주도록 노력은 해주게.”
“아, 나! 그게 뭔 말이야, 대체!”
이자닌이 바로 발끈했다.
투란은 방긋 웃으면서 얼른 말한다.
“노력할게요! 음흐흣, 이자닌, 걱정 말아요. 무슨 일이 있더라도…… 비밀스러운 일이라도 소문나지 않게 잘해보도록 하죠! 음흐흐흣!”
“그 웃음은 대체 뭐야!”
이자닌은 투란에게도 발끈한 소리를 질렀다.
곧장 딴청 피우면서 투란이 되는대로 중얼중얼한다.
“그런데 대체 뭔 마법이라도 걸렸나…… 카엘의 지팡이를 찾고 난 다음에는 카엘이 남긴 금전 낳는 아티팩트라니…… 설마 이게 무슨 상관이 있지는…… 않겠죠? 마법사로서 어떻게 생각해요, 파쿠란?”
이자닌이 어이없다는 듯이 투란을 노려보는데, 파쿠란이 손가락 셋을 펼치면서 대답한다.
“카엘은 셋을 휘두른다, 그런 말이 있어. 운명을 농락하는 대마법사, 대마도사 카엘이 언급되고 거기에 진짜 카엘의 자취가 엮였다면 반드시 세 번째가 있다고 말이야. 만약 지팡이가 첫 번째고, 내가 언급한 아티팩트가 두 번째라면…… 투란, 너는 이번 여행에서 카엘의 세 번째 자취를 만나게 될 거야.”
“그런 말이 있어요?”
투란이 눈을 껌벅이며 당황해서 물었다.
파쿠란은 단호하게, 이자닌이 곁에서 황당해하든 말든 대답한다.
“그게 행운이 될지, 불운이 될지는 아무도 몰라. 하지만 대마도사 카엘의 세 번째 자취가 반드시 나타날 거다. 어쩌면…… 어딘지 모르고 아무도 깨닫지 못하지만, 어디에든 있고 누군가는 반드시 알고 있는 상점에 들러볼 수도 있어.”
“에, 예?”
투란은 갑작스러운 수수께끼가 가득한 말에 다시 눈을 껌벅였다.
이자닌이 투덜거리듯이 보태 말한다.
“그 가게 이야기야, 그 가게라고…… 어떤 사람은 항상 찾아갈 수 있지만 어떤 사람은 절대로 찾아가지 못하는 가게. 몬스터 헌터를 위한 장비가 골고루 갖춰졌다는 가게…… 대마도사 카엘이 마법으로 보호해서 그렇다는 그런 가게가 있다네. 뭐, 난 못 가봤고, 파쿠란도 못 가봤어. 그렇죠?”
“블랙 메이지 바라크는 거기에 납품해서 돈 좀 벌었다고 했다.”
파쿠란이 조금 뚱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자닌은 더 말하고 싶지 않다는 듯이 입을 다물어버렸다.
투란은 머리를 긁적였고, 마무리 짓는 말을 해야 했다.
“어쨌든…… 장비도 점검하고, 좀 쉬기도 해야 하니까…… 출발을 며칠 뒤로 한다면…… 그 의뢰 받기로 하죠.”
파쿠란이 밝게 웃었다.
이자닌은 조금 곤혹스럽게 쓴웃음을 지었다.
드라고니아는 갸웃하는 말을 하고 있었다.
―그 가게……? 그거…… 키린이 몇 번 들렀던 것 같은데? 그게 그런 곳이었나?
투란은 드라고니아의 말을 못 들은 척해 버렸다.
더 물어봐야 소용없다는 것을 그 어리둥절한 말투에서 느낄 수 있었으니까.
대신 투란은 세 번째에 대해서 생각했다.
정말로 대마도사 카엘의 자취에 엮이고 있는 것인가?
지팡이에 엮이면서 이들과 이어진 것인가?
그렇다면 이건 진짜 대마도사의 이적이라는 마법에 휩쓸리고 있는 셈이 아닌가?
어떤 명확한 답도 없었지만, 투란은 한 가지 확실히 정한 것을 깨달았다.
‘페브라까지 먼가?’
먼 곳으로 여행이 결정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