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66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66)
Chapter 14. 표류하는 괴물
“물가에서 놀지 말아라.”
샤오콴 마을에서 간간이 듣는 말이었다.
갑자기 생겨난 물줄기, 강이나 큰 연못 쪽에서 심상치 않은 낌새가 흘러나올 때 자주 나오는 말이기도 했다. 그 안에서 뭐가 튀어나올지 모르거나 혹은 나오는 것이 너무 뻔할 때이기도 했다.
‘여기 사는 놈들도 그렇구나.’
투란은 물기둥이 물을 흘러내리며, 그 안의 굵은 뿌리줄기가 꿈틀거리고 보라색 진흙이 질척하게 흐르면서 버둥대는 분홍색 괴물이 그대로 그 안에 우그러지는 몰골로 삼켜지는 꼴을 봤다.
투란이 쪼개놨던 놈도 기울어진 물기둥이 똑바로 서면서, 바로 같은 꼴이 되었다.
그리고 치솟은 물기둥이 고꾸라지면서 분홍색 괴물 떼를 덮치기 시작하는, 그에게 삿대질하고 눈알을 부라리는 듯했던 녀석들이 모두 엄청난 도약력을 과시하며 뛰는 모습 위로 바로 물기둥이 겹쳐지며 찍어 눌렀다.
그 광경에 반사적으로 늑대의 손을 뒤로 빼던 투란이 흠칫했다.
‘저걸 잡았어?’
처음 보는 순간에는 투란이 거의 그 도약을 눈치채지도 못했던 분홍색 괴물의 움직임이었다. 뛴다는 것을 알고 있는 지금에야 미리 확장시킨 감각의 영역에서 대강 그 움직임의 궤도를 읽을 수 있었고, 기괴해진 지각은 어느 순간의 한 지점을 무슨 그림처럼 잡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럴 수 있다 해서 쉽다고까지 할 일은 아니었고, 덤비지 않고 저렇게 멀리 튀어 도망가는 놈을 잡아챌 방법은 지금 투란에게는 전혀 없다!
치솟은 물기둥 따위가 기울어지면서 내리찍는 정도로 잡을 거란 예상 따위를 할 수 없었다.
붙들려 물 거죽이 벗겨지는 듯한 광경 속으로, 그 보라색 진흙이 가득한 뿌리줄기 속으로 우그러져 들어가는 분홍색 괴물들이 질러 대는 비명이 아련하게 숲과 물가를 뒤흔들면서 울려 퍼졌다.
투란에게는 마치 ‘이게 다 너 때문이야!’라고 원망과 욕설을 퍼붓는 것처럼 들렸다.
‘지랄하네! 날 죽이고 잡아먹으려던 것들이!’
투란은 그 언어와 무관한 감각적인 신호에 대항해서 맞서 욕하는 기분을 거침없이 뿜어냈다. 그리고 곧 투란 자신에게 당면한 문젯거리를 봐야 했다.
치솟은 물기둥, 그중 작은 것, 딱 지금 투란보다 두 배는 더 될 듯한 높이로 선 채 물가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분위기를 풍기는 물기둥이 기울어지고 있었다. 재빨리 튀다가 번개처럼 붙들려 삼켜지는 놈들과 다르게, 투란이 꼼짝 않는 꼴로 느린 듯 보이니 딱 맞춰 보겠다는 듯한 움직임이잖은가!
뭔가 울컥하는 기분이 끓어오르면서 바로 투란을 집어삼켰다.
은빛 불꽃의 열기가 하늘에서 흘러내려 투란의 왼팔을 휘감았다.
‘어딜 얕보고 있어!’
치밀어 오른 울화에 호응하듯, 왼쪽 손바닥이 바르르 떨며 도톰한 살덩이가 꿈틀거렸다.
사라락!
그보다 먼저 발아래에서 뭔가 흘러와 건드리는 느낌이 투란의 주의를 끌었다. 눈과 귀, 코로 앞에 몰입하다 보니 어느 순간에 투란은 발아래 쪽 풍경을 소홀히 하고 있었다!
‘이크!’
투란은 흠칫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악마의 심장은 거침없이 바닥에 깔려오는 뭔가에 대응해서 잔털보다 가늘고 섬세한 잔넝쿨을 살갗 위로 흘려내 덮고 있었다. 그랑츄의 단단한 살갗 위로, 섬세한 넝쿨 껍질의 실그물이 덮인 듯했고, 이 실그물을 통해 팽팽하게 당겨진 감각이 접촉을 확인했다.
‘응?’
묘한 기분이 투란을 덮쳤다.
‘맛있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있어!’
악마의 심장이 맛을 봤다.
뭔가 아주 부드럽고 달콤하고 맛있다는 미각으로 전환되는 것이 닿아왔다!
투란의 한쪽 눈알이 여전히 앞을 보는 와중에 한쪽 눈알이 아래로 구르듯이 시야를 뒤틀며 확인했다.
보라색 진흙으로 치장된 뿌리줄기, 물가에서 기어 나온 여러 가닥이 어느새 투란의 발아래를 휘휘 저으면서 발을 더듬고 다리를 휘감을 채비를 하는 꼴이 보였다. 한데 그러던 녀석들이 지금 화들짝 놀란 몰골로 움찔거리면서 스윽 뒤로 빠지는 모양을 하고 있다!
마치 악마의 심장이 투란에게 머물고 있다는 것을 이제 알았다는 듯했다.
앞에서 물을 질질 흘리며 다가오던 물기둥도 동시에 주춤하면서, 슬그머니 뒤로 물러서며 아무 일 없다는 듯이 가라앉은 꼴이라니!
순간 투란의 가슴속에서 여러 가지 사고와 동시에 흐르면서 이 상황에 대해 새로운 생각을 맞춰 나갔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아무렇지도 않게 걸어온 물가.
종종 그 터져 나가는 눈깔꽃의 보랏빛 안개를 휘감기도 했다.
깊이 빠져 허우적대다가 겨우 발을 적시는 깊이까지 나오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에 단 한 번도 저 물속이 위험하다는, 저런 것이 튀어나온다는 체험은 하지 못했다.
중간에 이상한 것이 있었다면 뭔가 묘하게 억세고 질긴, 투란에게서 나온 것이 아닌, 전혀 다른 곳에서 흘러온 악마의 심장 넝쿨 가닥, ‘기억’도 없고 ‘씨앗’도 없어서 그 강인함을 어떻게 취할 수 없는 것들이 물속에 좀 깔려 있다는 정도였다.
‘저 괴물은 악마의 심장을 먹지 못해. 아니, 오히려 악마의 심장이 저놈을 먹는다. 그러니까 악마의 심장이 지닌 자취를 느꼈다면 나오지 않는 게 당연하지. 어, 그런데 왜 지금 나를 향해서……?’
돌연 투란은 왼팔이 불타오르는 느낌, 온몸을 향해 번져 가는 강렬한 은빛 불꽃의 감각을 새삼 되새겼다. 그 속에서 악마의 심장이 자리 잡기 위해, 버티기 위해서 동원한 것은 ‘작은 늪’의 힘! 그로 인해 지금 투란이 뿜어내는 힘의 성질은 악마의 심장과 무관한 은빛 불꽃이라든가 ‘작은 늪’이 지는 근원, 그 작은 돌이 지닌 바일 뿐이다.
‘아, 다르게 느꼈다!’
그러나 막상 접촉을 하게 되자, 저 물속의 뿌리줄기는 투란에게 악마의 심장이 머무는 것을 알았다. 투란은 저것이 악마의 심장에게 맛있는 것, 달콤한 것이라는 것을 알았고!
얼추 꿰어 맞춘 생각이 결말을 맞이하는 순간, 투란의 왼팔이 본능에 따라 내질러졌다. 저것이 ‘먹이’라면, 결코 놓칠 수 없다고 은빛 불꽃에 휩싸인 늑대의 본능이 포효한 듯했다.
콰아아아아, 콰릉!
투란은 잠시 청각이 날아간 것을 깨달아야 했다.
자신의 왼팔이 내뿜은 충격파는 상상 이상으로 강력했다.
먼 곳을 향해 뿜을 때와 다르게 바로 발바닥을 향해 뿜어내자, 너무나도 분명하게 이를 느낄 수가 있다!
‘젠장, 엄청 빠르네!’
확실하게 깨달을 수 있었다.
늑대의 왼팔이 뿜어내는 이 강렬한 힘의 파동으로는, 저놈이 분홍색 털과 수정빛 칼날의 괴물이 보이는 도약과 강하의 고속 이동을 가볍게 잡아낸 속도를 따라갈 수가 없었다.
걸리면 박살 날 것 같은데, 걸리지 않는 것!
하지만 그 와중에 바닥에 파여 남은 흔적은 투란을 놀라게 했다.
등 뒤로 지름 5미터가량 폭의 원으로, 바로 발밑 아래로는 3미터를 파고든 구덩이로, 앞으로는 거의 10미터가량을 주죽 뻗어 가며 3미터 깊이가 5미터를 넘어 거의 6미터에 달하는 작은 골짜기처럼 파여 나갔다.
이 정도 위력의 충격파였으니, 당연히 잠깐 그 폭심(爆心)에 해당하는 자리에 있는 투란의 청각을 교란시킨 것이 아닌가?
‘어, 다 놓친 것은 아닌가?’
고요함 속에서, 튀어 오른 파편 사이에 간간이 섞인 넝쿨 가닥을 발견하고 투란은 잠깐 이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곧 충격파를 타고 함께 퍼진, 청각은 봉쇄되었지만 힘을 타고 뻗은 촉각은 오히려 묘하게 날카로워진 듯한 결과로 인해 그 넝쿨 가닥이 맛있는 것이 아님을 알아야 했다.
‘이건 악마의 심장…….’
물가를 거닐다 발견한 녀석이었다.
맛있는, 물기둥을 세우며 움직인 뿌리줄기가 아니었다.
물속 가까운 곳에 늘어져 있다가 방금 충격파에 휩쓸려 피할 겨를도 없이 갈기갈기 찢겨 튀어 오른 모양이었다.
정작 노린 놈은 전부 피해 달아난 듯한데!
투드득, 두드득!
왼팔에서 부서진 작은 심장 자리를 채우는 듯한 거친 느낌이 피어났고, 투란은 하늘의 은빛 불길이 좀 더 거세고 사납게 팔뚝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느꼈다. 마치 좀 전의 자극이 더 필요하다는 듯, 더 날뛰고 싶어 하는 늑대의 본능이 투란에게 울부짖는 듯했다.
‘몇 번 더 파내면, 드러날까?’
투란의 생각은 이렇게 흐르고 있었다.
파여 나가고 남은 작은 골짜기 속으로 보라색 진흙이 뭉클거리며 흐르다가 물결에 덮이면서 제대로 물이 다시 들어차는 중이었다. 이대로라면 고스란히 투란이 서 있는, 3미터 깊이까지 물이 차오르고 갑자기 생겨난 지름 5미터의 반원 구덩이가 모두 물과 저 보라색 진흙으로 메워질 터였다.
물줄기와 함께 기둥이 되어 솟구쳤던 뿌리줄기의 재빠른 움직임은 아무런 잔해도 남기지 않았지만, 저 안 깊숙한 곳에 숨어 있는 것은 분명했다. 이 근방을 겁 없이 싸돌아다니는 괴물 떼가 서로 물에는 닿지 않기라는 규칙이라도 정한 것처럼 행동하며 투란을 몰던 상황을 되짚어 본다면 분명히 저 뿌리줄기는 이 물속 깊은 곳에 보라색 진흙을 덮고 있을 것이다.
비스듬히 내지른 한 방에 이 정도 구덩이와 작은 골짜기 같은 흔적을 남길 충격파를 제대로 바닥에 처먹인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그르르르…….”
투란의 목젖이 늑대의 본능을 따라 울었다.
그 울음의 의미가 고스란히 투란의 마음에 그려졌다.
‘해 봐, 해 보자고! 심장을 터뜨려! 전부 날려 버려!’
미쳤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기괴한 본능의 충동, 왼팔 안에서 피어나는 작은 심장이 은빛 불꽃을 더 깊이 빨아들이는 듯하면서 이에 호응하는 느낌, 투란에게는 딱히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심장이 달랑 하나뿐인 것도 아니잖은가?
투란의 발이 쿵쾅거리며 바닥을 디뎠고, 다리 속으로 그랑츄의 단단한 힘과 늑대의 유연한 탄성이 함께 깃들였다.
투란은 물 위로 몸을 날려, 3미터 정도의 폭을 뛰고, 약 1미터 높이에서 수면을 내려다보는 자세가 되었다. 뭔가 늑대의 입장에서는 엄청나게 불만스러운 도약이었다. 하지만 그랑츄의 입장에서는 ‘우와! 내가 날아!’ 하는 듯한 기묘한 쾌감이 차오른다!
‘아, 이런…… 이것들 정말 잘 안 섞이는구나!’
비록 은빛 불꽃의 열기로 인해 지금 좀 섞인 척하지만, 본질이 너무나도 다른 것들이라 한군데 몰아넣고 함께 그 힘을 발휘하는 것이 얼마나 난해하고 복잡한 짓인가 투란은 정말 몸으로 체험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깨침가 별개로, 지금 이순간 투란의 왼팔은 악마의 심장에서 태어난 작은 심장들을 격동시키며 늑대의 팔에 은빛 불꽃을 더 깊이 휘감고 그 힘을 폭발시킬 뿐이었다.
소리가 다시 투란의 감각 속에서 사라졌다.
물이 오목하게 눌리며 파여 나갔고, 동심원 같은 물결이 격하게 주변으로 퍼지며 3미터나 되는 깊은 물이 순식간에 바닥의 보라색 진흙을 드러냈다. 곧 진흙이 보라색 파문을 일으키며 흩어져 가는 광경이 뒤를 이었다.
투란은 자신이 거대한 보라색 흙벽에 휩싸인 것부터 알아야 했다!
‘어?’
둥글게, 그를 중심에 둔 물결과 진흙의 성벽 같은 것이 일어서고 있었다.
힘차게 충격파로 때린 곳을 중심으로 파이며 퍼진 파문이 높이 치솟는 광경이었다.
‘어!’
곧 투란은 자신이 뭔 바보짓을 했는가 뼛속 깊이 깨닫게 되었다!
진흙탕 속으로 작은 돌을 세게 내리꽂으면, 진흙탕이 파악 튕겨 오르면서 작은 돌은 그 안에 박혀 사라진다! 진흙탕이 내리찍은 돌멩이를 꿀꺽하는 것이다!
‘아니, 이게 아닌데!’
당황하던 투란은 늑대의 팔이 부르르 떨면서 은빛 불꽃이 사그라드는 느낌부터 깨달아야 했다. 원인은 금방 알 수 있었다. 이 치솟는 진흙과 물살의 장벽이 달빛을 확실하게 차단하는 것!
급히 투란은 고개를 돌렸고, 아직 위쪽으로 높이 구멍처럼 보이는 하늘을 가로지르는 은빛 불꽃을 눈으로 포획했다. 그다음에 투란은 간단한 산수를 했다.
‘하나보다 둘이 더 세지 않겠어?’
하나의 심장을 으깨서 뿜어낸 힘으로 치솟은 이 장벽, 이것을 깨기 위해서는 심장 두 개 정도는 터뜨려야 하지 않을까? 세 개면 더 좋은 것이 아니겠는가!
실로 간단한 산수였고, 투란에게는 이를 실행에 옮길 방법이 있었다.
두 개의 심장을 연동시켰던 경험이 곧장 왼팔 속에 작은 심장 몇 개를 이으며 발휘되었다.
황금색 눈동자로 집어삼킨 은빛 불길의 힘이 곧장 팔로 스며들었다.
손바닥의 도톰한 살이 바로 차올랐고, 손목으로 손가락으로 번져 갔다.
손끝에서 팔꿈치까지 모조리 도톰하고 억센 살집이 잡힌 듯한 느낌이 생겨나는 순간, 투란은 몸을 뒤틀며 어깨를 넓게 휘돌리듯이 팔을 후려쳐 돌렸다.
원형을 그리는 진흙과 물살의 성벽을 향해, 새로 원을 그리는 충격파가 뿜어져 나갔다.
‘으악!’
뼛속까지 스며드는 이글거리는 감각, 팔이 순식간에 말라 가는 격렬한 열기!
투란이 지나치게 타오르는 늑대의 팔에 당황할 때, 진흙과 물살의 성벽은 넓은 폭으로 갈라지며 아래층이 사라진 듯한 꼴로 허공에 고리처럼 둥실거리는 꼴이 되어 있었다.
투란은 그 고리가 아까부터 보이던 구멍을 막는 듯이 여전히 처음의 힘을 따라 뭉치는 곳을 향해 바싹 말라 가는 왼손을 내밀었다. 주변을 싹 밀어낸 충격파의 마지막 여운이 그 뭉쳐 가는, 뚜껑 같은 진흙과 물살의 덩어리를 포악하게 뭉개며 흩어 버렸다.
달빛이 다시 투란을 향해 쏟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