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669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665)
―이게 대체 무슨 바보짓이냐? 왜 이러는 거야? 인간은 원래 이렇게 하는 거냐? 대체 뭘 알고 싶은 거였는데?
‘그러게 말이야, 난 대체 뭘 알고 싶었던 걸까?’
투란은 자신의 상태를 살피면서 드라고니아의 잔소리에 대답해야 했다.
손목과 발목을 잇고 있는 밧줄은 투란으로 하여금 배를 깔고 바닥에 엎어진 몰골이 되게 했고, 옆으로 눕기는커녕 뒤로 몸을 젖히기도 곤란하게 했다. 그야말로 손목을 묶고 발목을 묶는 포박을 완성해서 손발을 꼼짝 못 하게 해놓은 셈이었다.
그런 채로 투란은 자신의 곁을 흘깃하며 생각했다.
‘이 아저씨가 당하는 걸 보고 싶었나?’
―뭔 헛소리냐, 대체!
‘아니, 이 멜키 아저씨 말이야. 이 아저씨까지 묶일 줄은 너도 몰랐잖아.’
멜키는 얼굴이 붓고, 입술이 터진 채로…… 저항하다가 두들겨 맞은 자의 표본 같은 몰골로 투란 곁에 묶여 있었다. 투란만큼 완성된 형태의 포박은 아니었고 손목은 뒤로해서 묶였고, 무릎 꿇린 채로 뒤로 내밀어진 발목을 적당히 묶은 모양이었다. 아무래도 저항하는 멜키를 두들겨 패다가 지쳐서 마지막 마무리를 살짝 잊은 듯한 포박이었다. 하지만 쳐맞고 힘이 다 빠진 탓에 멜키로서는 더 이상 어떻게 할 수도 없을 듯한데…… 그래도 터진 입술로 멜키는 떠들고 있었다.
“말라고! 한젤, 정신 차려! 이런 짓은 헌터가…….”
“그만 좀 닥쳐!”
멜키의 말에 한젤이 거칠게 소리쳤다.
한껏 두들겨 패놨는데 여전히 같은 소리를 하고 있는 멜키에게 질렸다는 표정이 한젤과 그 형제들 사이에 잔뜩 드러난 채였다.
엎어진 채로 가만히 그 꼴을 보던 투란이 한숨을 쉬면서 멜키를 향해 묻는다.
“음, 이게 어떻게 된 상황인가…… 설명이나 좀 해줄래요? 자다가 몸이 불편해서 일어나려고 하니 이 꼴이라…… 뭔 일인가 잘 모르겠는데 말이죠.”
―뭘 몰라, 모르긴! 대체 지금 뭘 하는 거냐고!
드라고니아가 짜증을 냈다.
‘뭘 하긴…… 난 정말로 자고 있었잖아. 그 사이에 있던 일에 대해서 이렇게 확인해서 묻는 거는 당연한 거라고. 음, 그럼…… 당연하다니까! 아무튼 인간 세상에서의 일이니까, 그냥 좀 두고 봐라.’
투란은 소리 없이 적당히 둘러대는 채로 멜키를 향해 눈길을 보내기 편안한 자세로 고개를 누였다. 얼른 말해보라는 눈빛을 담뿍 담고서.
멜키는 투란의 눈길에 머뭇거렸고, 한젤이 멜키가 잠깐이나마 침묵하는 것이 반갑다는 듯이 투란의 머리를 밟으면서 말한다.
“이제 깨어났어? 정말 세상 모르고 자더구만! 매우 고마우니까 설명은…….”
더 이어지려는 듯했던 말은 저편에서 왁왁거리고 터져나온 소리에 끊겼는데…….
“저 미친년! 그냥 두지 않겠어! 당장 끌어내려서……!”
“하지 마! 미친년 엄청 사납잖아! 몸이 좀 나은 다음에 준비해서 끌어내리자고!”
블랙 스완의 높이 솟은 돛대 위를 올려다보면서, 한젤의 형제들이 분노를 가득 담아 외치는 말이었다.
“뭔 일이래?”
밟힌 채로 투란이 웅얼거렸다.
멜키가 울컥한 듯이 외친다.
“그만! 하지 말라고! 너네 도대체……!”
퍽!
“닥치라고, 넌!”
한젤이 다시 입을 연 멜키를 걷어차면서 으르렁거렸다.
투란을 밟고 있던 발로 걷어찬 덕분에 투란은 잠깐 고개를 들었고, 꼬물거리며 몸을 움직여 돛대 쪽의 상황을 흘깃거렸다.
이자닌은 돛대 위에 매달린 것처럼 대롱거리고 있었다.
어쩌다 두 팔이 밧줄에 감기면서 돛대와 함께 솟아오른 듯한 모습이었다.
그런 채로 이자닌이 아래쪽을 향해 발길질하는 시늉을 하며 외친다.
“아직 덜 터졌냐? 제대로 터뜨려서 다시는 아가씨한테 관심이 없도록 해줄까? 이리 와, 다시 제대로 차서 터뜨려줄 테니까! 가랑이 벌리고 와봐!”
이 외침에 아래에서 소리지르던 한젤의 형제들이 움찔거리며 다리를 오므리는 광경은 투란에게 헛웃음을 짓게 했다.
‘아직 아픈 모양이네…… 아, 대체 어쩌다 이렇게 된 거야. 잠깐 잠든 사이에 이게 대체 무슨 일이라나.’
―내가 묻고 있잖아! 내가! 잠들긴 뭘 잠들어! 의식의 단편을 깨어 있는 채로 둔 주제에! 설명을 하라고, 나한테!
‘설명이라고 해봐야…….’
투란은 눈알을 굴리면서 다시 블랙 스완의 갑판 위에서 벌어지는 이 괴상한 광경을 되짚어봤다.
파쿠란은 타륜 한편에 쓰러져 있었다.
배를 칼에 찔려 쓰러진 모습이다, 일단은.
이자닌은 자신을 향해 음흉한 속셈을 품고 덮쳐온 한셀의 패거리를 공평하게 걷어차주고…… 대부분 가랑이 사이를 정확하게 가격한 덕분에 그대로 기절한 녀석이 서넛이고 기절을 하지 않고 고통을 견디는 두셋이 지금 돛대를 노려보며 으르렁대는 중이었다. 이자닌이 돛대에 매달린 꼴이 된 것은 이리저리 덮쳐오는 거친 손길을 피하려다가 엉겁결에 밧줄에 손이 엉기면서 돛대가 펼쳐진 탓에 말려 올라간 까닭이었다.
그야말로 우연이 겹쳐서 그리 된 듯했다, 일단은.
투란 자신이야 너무 힘을 많이 쏟아내서 피곤한 탓에 세상모르고 잠들어 있다가 완벽하게 포박당한 꼴이다, 일단은.
여기서 완벽하게 예외인 상황이 바로 멜키였다.
‘이 아저씨는 뭐지?’
멜키는 저 한젤 형제들과 일행이었다.
몬스터를 놓고 함께 사투를 벌이던 동료였다.
한데 그런 멜키가 한젤 형제들이 블랙 스완을 강탈하려 들고, 이자닌을 겁탈하려 드는 상황에 맞선 것이다.
갑자기 무슨 짓이냐며, 그런 거는 사람이 하는 짓이 아니라면서.
멜키는 그레이 트롤을 그랑츄라고, 슬쩍 투란이 시치미 떼는 말에 잽싸게 눙치고 넘어가려 한 모습이랑은 전혀 어긋난 선택을 한 셈이었다.
저 일행을 태워 불과 서너 시간의 항행을 한 다음에 벌어진 일 중에서, 멜키는 그야말로 생각하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얍삽하게 더 많이 챙겨 먹으려고 한 꼴은…… 꽤 치사했는데 말이야. 거참, 정말로 이런 헌터가 있네.’
―이런 헌터? 이런 성격의 인간에 대해서 이미 알고 있었냐? 아니, 그보다 대체 이 엉망진창인 상황을 언제까지 놔둘 참이냐? 이자닌이나 파쿠란은 너 하는 꼴에 맞춰주겠다고 저러는 모양인데, 어쩔 거야?
‘음, 내가 꽤 수수께끼가 많은 분이라서 조금 더 알고 싶은 모양이네. 뭐, 나야 이 아저씨들 하는 짓이 궁금했던 것뿐이고. 다 봤으니까, 이제 정리해야지.’
투란은 낑낑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몸을 부스럭거리며 움직이려는 시늉을 했다.
곁에서는 멜키가 한젤에게 두들겨 맞는 중이었다.
퍽, 퍽.
“잘난 헌터 가이드께서는 닥치라고, 이제 필요 없다고 했잖아!”
뭔가 그동안 싸인 것을 토해내듯 한젤은 멜키를 패면서 떠들고 있었다.
그러다가 불쑥 곁에서 꼼지락거리는 투란을 봤는지, 냅다 발길로 투란의 가슴을 걷어차며 비웃는 소리까지 내뱉는다.
“강철보다 단단한 밧줄이야! 오러 윌더라고 해도 풀 수 없지! 그게 원래 오러 자랑질하는 새끼들 묶는 밧줄이거든! 그래, 원래는 몬스터 잡으라는 밧줄이긴 하지! 하지만 거기 묶였던 거는 몬스터보다는 오러 자랑질하는 놈들이 더 많아! 잘난 척하고 구원자 흉내 낸 기분은 좋았지? 그러니까 이번에는 바닥에서 구르는 맛도 보라고!”
“하지 마! 하지 말라고, 한젤 이 멍청아! 걔는 널 도운 사람이라고! 우리를 도운 사람이지, 오러로 으스대면서 널 괴롭힌 사람이 아니야!”
멜키가 입안의 피를 뱉어내면서 외쳤다.
한젤의 발이 멜키의 가슴팍, 배를 연이어 걷어찼다.
“닥치라고 했지! 오러 쓰는 새끼들은 다 똑같아! 전부 저 잘난 줄만 알지! 그러니 이 한젤 님 같은 재앙을 만날 수도 있는 거야! 닥쳐, 닥쳐, 닥쳐!”
퍽, 퍽, 싹둑.
멜키가 맞고 구르는 사이에 날카로운 파열음이 끼어들었다.
“으헉!”
콰당.
한젤이 균형을 잃고 넘어지면서 비명을 질렀다.
멜키는 반쯤 감긴 눈을 떠서 무슨 일인가 봤다.
투란이 곁에 앉아서 그런 멜키를 일으켜 앉히며 말한다.
“이득은 치사스럽게 챙겨도, 사람 다치는 꼴은 못 보는 헌터라…… 이럴 때는 꽤 손해 보는 처지가 되는군요?”
멜키는 부어오른 눈을 껌벅이면서 한젤을 바라봤다.
비명과 함께 철퍼덕 앉은 꼴이 된 한젤은…… 다리 한 짝이 없었다.
핏줄기가 괄괄 터져나오는 단면(斷面), 한젤의 한쪽 다리는 그런 모양을 한 채였다. 그리고 절단된 다리는 얌전히 멜키 자신의 배에 닿은 채!
멜키가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해 끔벅거리는 표정으로 투란을 보니…….
“이 정도면 딱히 오해할 여지도 없는 거죠? 정리해도 되겠어요. 이자닌, 그렇잖아요?”
사각, 발목의 밧줄을 절단하면서 돛대 위를 향해 말하고 있었다.
멜키가 투란의 손목 위아래에서 들락거리는 칼날을 보며 상황을 납득하기 시작할 때, 이자닌이 돛대 위에서 외친다.
“징그럽게 뭘 그리 상냥하게 물어! 나 귀찮지 않게 깔끔하게 좀 정리하라고! 이만큼 맞춰줬으면 됐잖아!”
“네, 네. 그럴게요.”
건성으로 대답하면서 투란이 일어섰다.
한젤이 투란의 손목, 발목을 보며 비명처럼 외친다.
“어, 어떻게! 강철보다 단단한……!”
“단단한 게 아니라, 질긴 거였어요. 아, 몰랐어요? 강철만큼 질기게 처리했지만 나머지는 보통 밧줄. 그러니 이런 칼날에 싹둑싹둑 잘 잘리죠. 음? 왜 내 손목에서 칼날이 튀어나오냐고요? 아, 이런…… 너클 블레이드나 팜 블레이드도 모르고 살았군요! 거참…… 신경 쓰지 말아요. 앞으로 알 필요도 없으니까.”
중얼중얼, 투란이 한젤에게 대답하며 돛대 아래에서 이쪽을 보다가 칼을 빼 들고 달려드는 그 일행에게 느릿하니 걸음을 내디뎠다.
채앵, 치잉!
요란하게 내리찍히는 칼날은 투란의 팔뚝에서 튕겨나갔다.
퍽, 푹.
한쪽은 주먹 등으로, 한쪽은 손바닥으로 밀치면서 팜 블레이드로 그대로 찔러버리며 투란은 계속 걸었다.
얼굴을 쳐맞아 푹 꺼진 모양의 자국이 생긴 녀석은 그대로 주저앉으며 쓰러졌고, 배를 찔리면서 뒤로 밀쳐진 녀석은 자기 배를 부둥켜안는 모습으로 나뒹굴었다.
그 뒤로 양손에 단검을 든 채로 달려든 녀석이 있었는데, 한쪽 단검으로 막고 한쪽 단검으로 찌르려 하는 자세까지 갖춘 채였다. 제대로 칼부림을 해보자는 듯한 모습이었지만, 투란은 그냥 정강이를 걷어차고 그대로 배를, 턱을 걷어차서 뒤로 나자빠지게 했다.
그렇게 타륜 쪽으로 가서 투란이 둘러보니 이제 그나마 의식이 있는 채로 꼼지락거리고 있는 한젤의 일행은 한젤만 남은 모양이었다. 이자닌에게 걷어차여서 쓰러진 녀석들은 아직도 바닥을 구르며 입에 거품을 물고 있는 꼴이었으니까.
“정리 다 된…….”
투란이 중얼거리는데, 타륜 곁으로 허우적거리며 기는 한 명이 으르렁거린다.
“이 애새끼…… 넌, 죽었어! 다 같이 죽어!”
투란이 보니, 배를 찔리고 밀쳐난 녀석이었다.
얌전히 배를 움켜쥐고 있지 못한 채로 타륜에 들러붙는 꼴이 절벽을 타고 항행 중인 블랙 스완을 절벽 아래로 꼬라박게 만들겠다는 의도가 아주 노골적이었다.
그런 녀석을 보며 투란은 갸웃하는 소리를 낸다.
“이대로 떨어지면, 위험한가? 그냥 둥실둥실하려나? 어느 쪽이에요, 파쿠란?”
갑작스러운 말이었지만 배에서 흘러나온 피 묻은 손으로 타륜을 잡은 녀석은 상관하지 않았다. 이대로 블랙 스완의 항로를 절벽 아래를 향하게 하겠다는 의지만을 불태우면서 타륜을 움직이려 할 뿐이었다. 하지만 그 손은 타륜을 움직이기 전에 밟혔고, 타륜은 원래 다루던 이의 손에 잡힌 채로 도도하게 항로를 유지하는 자리에 고정되고 있었다.
“어……?”
손을 밟힌 녀석이 고개를 쳐들고 보니, 자기처럼 배를 찔리고 저편에서 뒹굴고 있었던…… 계속 그런 모습으로 의식을 잃고 있어야 할 파쿠란이 타륜을 잡고 있었다. 그 배에서는 여전히 출혈의 흔적이 옷감을 적신 모양인데, 전혀 상관없다는 모습이었다. 그런 채로 파쿠란이 투란에게 대답한다.
“딱히 블랙 스완이 위험하지는 않아. 다만 타고 있는 우리는 좀 힘겨운 일을 겪게 되겠지. 안에 싣고 있는 화물도 그렇고…… 그러니 이런 높이의 절벽에서는 얌전히 가는 게 좋아.”
“아, 그래요?”
투란은 알아들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곁으로 돛이 접히면서 이자닌이 내려섰다.
“그래서, 이제 이 얼빠진 녀석들 어쩔 거야?”
“음? 뭘 어째요? 당연히…….”
투란이 ‘당연’한 처분에 대해서 묻는 이자닌을 의아하게 바라봤다.
파쿠란이 흐려지는 말끝 사이로 사라지는 그 ‘당연’함을 묻는다.
“어떻게 하면 당연하지?”
이자닌도 고개를 갸웃하며 ‘뭐가 당연한데?’라는 눈길을 투란에게 보냈다.
투란으로서는 대체 드라고니아도 아닌 이 둘이 뭘 묻는가 의아해하며, ‘당연’한 일에 대해 쉽게 대답한다.
“사냥터에서 아직 벗어나지 않았는데 배신하고 죽이려 했잖아요? 덤으로 괴롭힐 작정이었고…… 몬스터 사냥에 나와서 이런 녀석들이면 당연히 칼로 온몸을 다듬어서 내버려야죠.”
―그거 진짜로 하려고?
파쿠란이 ‘역시 그런가.’라며 고개를 끄덕였고 이자닌은 ‘그건 그렇지’라며 나름대로 납득할 때, 드라고니아는 진지하게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