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67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67)
늑대의 팔이 바삭거리며 부서지려는 듯하다가, 다시 꿈틀거리며 거칠게 부풀어 오르고 그 속이 차오르는 느낌이 투란을 아찔하게 했다. 고통이라기보다는 뭔가 이해할 수 없는 상쾌함이었고, 새로운 팔이 더 억세고 강해진다는 느낌이었다.
‘새로운 팔?’
마치 털갈이를 한 짐승이 새로운 털이 돋았다기보다는 아예 가죽을 새로 뒤집어쓴 것처럼 산뜻해진 것을 보는 기분이었다. 그 새것이 자신의 팔이라서, 더욱 신기하고 즐거웠다!
한편으로는 왼팔의 뼛속 깊은 곳에서 은은하게 맥동하며 이글거리는 은빛 불꽃을 느낄 수 있었다. 저 하늘을 활활 태우며 쏟아지는 것과 같으면서도 미묘하게 다른, 마치 이제 자리 잡았다고 의기양양한 듯한, 도도함!
겨우 하늘의 은빛 불길, 그 조각을 제대로 삼켰다는 듯했다.
투란은 좀 더 그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싶었다.
그러나 그럴 겨를이 없었다.
바로 등 뒤에서 와글와글 끓어오르는, 너무 커서 좀 다른 느낌이지만 이건 확실히 가륵거리며 못된 헌터가 가래침 뱉기 전에 목을 울리는 꼴을 보고 듣는 거랑 비슷하다!
‘설마?’
화들짝 놀라서, 투란은 얼른 고개를 돌렸고, 부풀어 오르는 거대한 진흙의 거품을 봐야 했다.
거품의 안쪽에서는 아주 빠르게, 오밀조밀하게 뭉쳐서 보다 굵은 가닥이 되어 움직이는 뿌리줄기가 보였다. 소용돌이치듯, 여러 개의 소용돌이가 한꺼번에 그려지는 듯한 그 움직임이 물살과 진흙을 거침없이 휘말아 거품을 피워 내고, 그 안을 단단하게 채우고 있었다. 그 격한 흐름 속에 거품의 표면을 따라 보글거리고 바글거리는 듯한 작은 방울들이 흐트러지고 터지면서 기분 나쁜 소리를 내는 것이었다.
팔다리를 허우적거렸지만, 투란은 자신이 하늘을 날거나 공중에서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못한다는 것을 분명히 확인했을 뿐이다.
‘제에엔장!’
보라색으로 똘똘 뭉친, 거대한 진흙 더미가 그 속에 꽉꽉 눌린 물줄기를 담은 채로 투란을 향해 투에엣 하는 꼴로 쏘아졌다. 곧 투란은 산사태에 깔린 꼴의 정반대 방향, 크고 방대한 진흙 더미에 휩쓸려 날아가는 몰골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투란은 큰 진흙 덩어리 속에 섞인 자갈 꼴이 되어 자신이 어디로, 어떻게 가는지 모르는 채로 날려 갔다.
달빛이 쏟아지는 밤을 질질 흘러가는 진흙 덩어리의 비상이었다.
첨벙!
높이 날았던 것은 결국 날개가 없이 쏘아진 것임을 확인시켜 주듯이 떨어져야 했다. 그 안에 담겨 있는 투란에게는 어디로 어떻게 얼마나 날려 왔는가 전혀 알 수 없는 상태로, 그저 단단한 것에 부딪치는 꼴이 아닌 뭔가 출렁이는 것에 휘말리는 것만 알려 주는 추락이었다.
그 속에서 투란이 기어 나온 것과 진흙 덩어리가 색을 잃고 녹아내린 것은 비슷한 시간이 걸렸다.
“엣, 퉷!”
입을 가득 메운 것을 뱉으면서 투란은 고개를 쳐들어서 일단 위를 봤다.
아직 은빛 불길이 하늘을 태우고 있었다.
바로 왼손을 하늘을 향해 내밀었다.
은빛 불길이 하늘을 태우는 광경 안에 늑대의 손이 담긴 듯한 풍경, 이를 투란은 한껏 자신의 시야 안에 담았다. 은빛 불꽃이 갈고리 손톱 끝에 피어나고, 그 열기가 핏줄 속으로 살점 속으로 스며들어 뼛속 깊이 맺히는 ‘광경’이 고스란히 ‘보이는 냄새’가 되어 투란의 마음속에 비쳤다.
‘뜨겁……지가 않네?’
숨이 막힐 듯한 진흙 속에서 나름대로 각오를 했던 투란이다.
그 돌돌 뭉친 흙더미의 커다란 압력 탓에 온몸이 꼬깃꼬깃해진 답답함에 시달렸고, 그런 기분보다 더 크게 몸이 뒤틀린 상처가 남아 있었다. 악마의 심장과 ‘이상한 심장’을 통해 이를 복구하기 위해서는 양분이 필요한데, 지금은 그런 양분을 얻을 수가 없다. 그래서 투란은 이글거리는 은빛 불꽃의 열기로, 웨어울프의 팔을 통해 얻는 이 열기 가득한 마력으로 몸을 회복시키려 했다.
그 과정에서 화끈거리고 뜨거운 체험을 피할 수가 없으리라 각오했다.
‘따뜻하잖아.’
지금 투란이 느끼는 은빛 불꽃은 따스하게 몸을 흐르면서 망가진 몸을 부축하며 채워 주는 중이었다. 만월의 광채가 아직 완연함에도, 은빛 불길의 세력이 여전히 하늘을 불태우고 있는데도.
투란은 이 차이가 어디서 오는지 알 수 없었다.
그저 울부짖던 늑대의 포효가 잔잔해진 때문이 아닐까 추측할 수밖에 없었다.
‘왜?’
등 뒤에서 덮쳐 투란을 휘말고 날아온 진흙 더미를 녹이는 것은 물이었다. 눈가의 진흙을 닦아 내고 둘러보니 좌우로 물가가 보이는 큰 강 위에 던져졌고, 녹으면서 진흙의 보라색이 물속으로 퍼지는 꼴이 보였다.
그 물속에서 굵은 것이 느릿하게 움직이는 광경도.
투란의 몸이 바로 물속으로 뛰어들었고, 물속의 굵은 줄기를 잡았다.
얼핏 봐도 사람 팔뚝 굵기는 가볍게 넘어설 듯한 두께.
닿는 순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 굵은 줄기는 악마의 심장에서 나온 것이라고.
투란의 기분이 가라앉았고 조금 언짢아졌다.
맛있는 것이 아니라니!
‘응? 나 지금 무슨……?’
자신의 실망을 느끼는 순간, 투란은 가슴 한구석이 차가워지며 생각해야 했다.
도대체 왜 알아서 도망가는 그놈의 뿌리를 쫓아 물속으로 뛰어들어 그 난장판을 만들고, 이렇게 뱉어 낸 진흙 덩어리에 휩쓸려 날아왔는가?
생각해 보니, 실로 이보다 바보 같을 수가 없다!
앞뒤 가리지 않고 오직 맛있는 것을 찾아 뛰어든 꼴이라니!
생각도 없고, 주변 상황도 돌보지 않는 미친 짓이 틀림없잖은가!
‘도대체…….’
투란은 그 순간의 자신을 두 번, 세 번 되새겨 봤고 전혀 이해할 수도 납득할 수도 없었다. 배가 고파 눈에 뵈는 게 없는 경우라는 것이 있기는 하지만, 그 순간의 투란은 배가 고팠다거나 하는 상황이 아니었다.
달이 쏘아 내는 은빛 불꽃에 의해 몸은 끊임없는 열기로 달아오른 채였고, 이를 이용해 망가진 몸을 회복시킨다는 생각을 당연히 여길 정도였다.
그 순간에 투란이 쫓은 것은 오로지 맛, 그 달콤함에 미쳐 날뛰었을 뿐이었다.
악마의 심장이 본능을 발휘한 것일까?
차갑게 가라앉은 맥동이 바로 이런 투란의 생각을 부정했다.
그렇다면 ‘이상한 심장’이었을까?
이 또한 격한 열기에도 불구하고 그 맥동이 식어가는 ‘이상한 심장’의 침착함에 바로 부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그랑츄?’
발가락을 꼼지락거려 보지만, 위장 속의 묵직함은 그딴 맛 따위는 관심이 없다!
잠시 딴생각을 하는 사이, 투란에게 잡힌 굵은 줄기가 꿈틀거렸다.
투란은 바로 손톱을 휘두르고 손에 힘을 줘서 줄기를 토막 냈다.
손에 쥐고 올라올 정도의 토막을 쥔 채, 바닥을 박차고 물 위로 솟구쳐 나왔다.
푸웃!
입에 맺힌 물을 뱉어내며, 투란은 그대로 물에 누워 버렸다.
찰랑이는 물결이 얼굴을 덮었지만, 몸은 그대로 물 위에 띄워졌다.
잠시 생각을 멈추고, 투란은 잘라 온 줄기 토막을 세심하게 더듬으면서 눈에 보이는 것을 보고 귀에 들리는 것을 들으며, 감각을 하나씩 더듬었다.
환한 은빛의 불길이 여전히 밤하늘을 태우는 광경이 보이고, 보이는 냄새가 보다 선명해졌다. 그 속에서 늑대가 마음 한구석에서 그릉거리는 목 울림을 토하는 듯했고, 투란은 그로부터 전해지는 이상한 기분을 확인했다.
‘뭐야, 이게…… 저쪽은 싫고 나쁜 곳? 이쪽도 그렇게 좋지는 않지만 저기보다는 낫다?’
다른 몬스터의 감각을 더듬을 때는 느끼지 못한 기분이었다.
그랑츄는 ‘그래서 뭐?’라고 저편의 물가라든가 숲의 풍경 따위는 그냥 짓밟고 헤집으면서 나오면 싸우지 하는 듯이 무덤덤했다. 자기 심장을 파내는 놈의 머리통을 후려갈긴 성질 그대로.
‘이상한 심장’은 저편에 대해 아예 알 바 아니란 듯, 처음 삼킬 때 그대로 빠르고 강하게 맥동하며 투란의 몸속에 더 넓은 영역을 차지하고 싶어 할 뿐이었다.
악마의 심장의 경우에는, 투란에게 또 하나의 ‘투란’을 부여하면서 여러 가지 각도로 생각하고 그 추측된 결과를 푹푹 마음에 처박아 준다! 멋대로 날뛰는 것은 아니지만, 뭔가 투란에게 ‘이건 아니잖아?’ 하는 기분을 느끼도록.
하지만 어떤 생각도 이 상황에 대한 확실한 파악은 불가능하다는 결과로 이어질 뿐이었다. 그저 막연한 추측이고, 상황에 따라 몽땅 달라질 수밖에 없는 생각들…….
이렇게 투란은 삼킨 몬스터를 더듬다가 ‘작은 늪’에 도달했고, 그 중심에 자리 잡고 가만히 힘을 뿜어내는 작은 돌을 느꼈다. 마음이 진정되면서, 굳이 억측을 할 까닭이 없다는 다독임이 피어났다. 마치 큰 바위는 주변의 작은 소란 따위는 전혀 관심이 없어야 한다는 듯했다.
얼굴이 수면의 경계를 넘나드는 사이, 투란의 입가에 웃음이 맴돌았다.
‘그러니까 저쪽을 싫어하는 거는 늑대뿐이네?’
늑대는, 웨어울프는 저편을 굉장히 기분 나쁜 곳으로 여겼다.
팔을 들어 다시 하늘을 향해 손바닥을 펼쳤다.
은빛 불꽃이 내뿜는 열기가 어느새 투란의 몸을 모두 회복시킨 채로, 은근하게 뼛속으로 잠겨 드는 것이 느껴졌다.
팔에서 이뤄졌다 충격파와 함께 으스러진 작은 심장이 어느새 원래의 수를 채웠고, 어깨에 가까운 겨드랑이 쪽 팔죽지 속에 좀 더 굵고 강인한 작은 심장이 도도하게 자리 잡기까지 했다. 마치 늑대의 팔은 자신이 모조리 담당한다는 듯한 새로운 느낌을 주는 작은 심장의 우두머리 같은 녀석이었다.
‘뭐, 괜찮네.’
투란은 그 작은 심장이 맥동하면서 은빛 불꽃의 미쳐 날뛰는 열기가 보다 따뜻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니 그냥 될 대로 되라는 기분이 저절로 피어난다!
출렁이는 물결이 저절로 투란을 실어 날랐고, 투란은 오른손으로 만지작거리는 굵은 줄기토막에 마음을 옮겼다.
‘이건 정말 뭐지?’
분명히 악마의 심장에서 흘러나온 것인데, 이건 너무 굵다!
굵은 데다가 전혀 뿌리를 만들지 못하는 꼴이고, 역시나 강인하기만 할 뿐이며 기억도 씨앗도 갖춘 바가 없다니.
어째서 이렇게 굵어졌을까?
악마의 심장이라면 자신이 삼키려는 심장의 크기에 맞춰 적당한…….
‘키클롭스?’
돌연 투란은 기억해 냈다.
춤추는 산맥에는 이렇게 굵은…… 아니, 어쩌면 이보다 더 굵은 핏줄과 힘줄을 가진 몬스터가 있었다.
사람이 거대하게 변한 듯한 몰골 그러나 두 눈이 있어야 할 자리에 얼굴의 반 혹은 반의반보다는 큰 눈알 하나를 대신 끼고 있다는 인형(人形)의 괴물, 작은 놈도 6미터에 달하고 좀 큰 놈은 7미터를 넘기도 한다는 외눈박이 거인으로 일컬어지는 키클롭스가 있었다.
가끔 마을로 흘러오는 몬스터 헌터라든가 마수 사냥꾼 중에는 로그람 왕국 쪽이 아닌 기가둠 왕국 쪽에서 오는 이들이 있었고, 그중에는 또 거인 병사가 날뛰는 현장을 피해 왔다는 경우도 있었다.
“으아! 이 못된 생명의 은인! 끙끙 앓다 뒈졌으면 좋겠다!”
‘그래, 그렇게 말했지.’
투란의 기억 속에서 자신의 생명을 구해 줬다는 거인 병사를 향해 분노를 거침없이 토해 내는 이들의 말이 선명해졌다.
키클롭스 무리, 대략 다섯이나 여섯 정도 되는 패를 만나 죽을 뻔했을 때 기가둠 왕국의 거인 병사가 나타나 구해 줬다고 했다. 그래서 거인 병사를 향해 온갖 악담을 퍼붓는 그 이상한 모습이 기억에 선명하게 남았다.
“썩을! 그냥 키클롭스 멱을 따면 되잖아! 들고 있는 그놈의 ‘단도’면, 칼질 한 번에 하나씩 멱을 딸 수 있었다고! 근데, 그놈의 기가둠 거인 새끼는 대체 왜 키클롭스 귀싸대기를 날리냐고! 대체 왜 자기 허리밖에 오지 않는 새끼들을 굳이 건드려서 애꿎은 우리가 뭐 빠지게 뛰어야 하냔 말이야!”
기가둠 왕국 거인 병사의 키는 얼추 15미터를 가볍게 넘었고, 대략 16미터 언저리에 달한다고 했다. 키클롭스 다섯이나 여섯이 그 앞에 서면, 어른 허리춤에 키가 닿는 애들 대여섯이 옹기종기 모여서 꼬물락거리는 꼴이 될 수밖에 없다 했다. 그러니 거인 병사가 키클롭스의 머리통을 한 손으로 잡아 올리고 가볍게 옆구리에 찬 ‘단도’로 그 목을 스윽 그으면, 그냥 피 보라가 자욱하게 피어나고 간단히 끝난다고.
하지만 거인 병사는 어른이 애를 패듯이 키클롭스를 후려패고, 등짝을 밟아 대며 날뛰었단다. 키클롭스 무리가 도망치기 위해 덩달아 날뛰었고, 그 바람에 근처에서 숨죽이며 숨어 있던 사냥 패에 날벼락이 떨어진 꼴이 되었다.
“그 새끼, 일부러 그랬어! 우리 있는 거 뻔히 알면서, 골탕 먹이려고 그랬어! 저 딴에는 장난이었겠지! 우린 뼈가 으스러지고, 목숨이 밀포처럼 납작해질 수 있는 대형 참사였는데!”
‘덩치가 괴물인 경우…….’
문득 투란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뭔가 생각이 날 듯 말 듯 한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