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671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667)
‘바다? 저게 바다라고? 알드바인 앞의 화이트 레이크 같은 호수가 아니라?’
―그래, 저게 바다야. 수평선이 멀리 보이잖아. 땅이 끝나고 물이 시작된 것 같은 저 풍경의 끝 말이야.
‘헤에…… 그냥 멀리 보이는 물가가 아니었다니…….’
―가이드 헌터 얘기나 해봐.
‘어? 아, 그거…… 별거 아닌데…….’
투란은 점차 낮아져 가는 절벽의 높이, 절벽 탓인 것처럼 위아래로 갈라져 있던 두 쪽의 거대한 숲이 하나로 서서히 엮여가는 듯한 풍경의 한편을 장식한 채 달빛별빛을 받아 반짝이며 길게 이어진 물빛을 보며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투란이 샤오콴 마을에서 어린 시절 들었던 가이드 헌터, 헌팅 가이드가 무슨 일인가에 대해서…… 드라고니아는 가만히 들었다.
헌팅 가이드.
기본적으로 길잡이, 몬스터가 서식하는 곳까지 사냥하려는 파티를 안내하는 것을 의미했다. 거기에 가이드 헌터가 들러붙으면 상황이 조금 특별해진다.
가이드 헌터는 통상적인 길잡이와 다르게, 사냥 파티의 리더를 맡기 때문이었다.
파티가 길잡이를 고용한 것이 아니라 사냥을 이끌어줄 리더를 고용한 경우, 그 리더 역할을 맡게 된 헌터가 바로 가이드 헌터.
길잡이 역할은 물론이고 사냥의 준비에서 시작해 결과를 얻고 귀환할 때까지 파티를 이끌고 책임지는 역할이 바로 가이드 헌터였다.
샤오콴 마을에 도달한 몬스터 헌터 사이에서는 ‘그냥 파티를 만들면 되잖아? 왜 그런 짓을 하지?’라고 의아하게 만드는 일이기도 했다. 사냥을 준비하면서 리더를 뽑는 파티가 제대로 된 놈들이겠냐는 비아냥도 꼬박꼬박 그 의문에 꼬리로 들러붙기도 했다.
그러니까 그런 게 있기는 한데, 그런 일을 하는 이상하고 심심한 녀석은 몬스터 헌터가 아닐 거라는 결론으로 끝나는 이야기였다.
샤오콴 마을에서는 그것이 가이드 헌터에 대한 평가의 전부였다.
애초에 왜 그런 일감이 있는가도 의아해하는 지경인 셈이다.
―그러면, 너도 이해를 못 하는 얘기였냐?
‘응, 본 적도 없었고 그렇다니까 그런가 보다 하는 거지. 아, 그러면 이해고 뭐고 그냥 그런 것도 있나 하고 들은 셈인가?’
―그런 수준이구만, 아무래도 칙명에 따른 사냥에 대해 전혀 모르니까 그렇게 얘기가 나오는 거겠지.
‘어? 뭐야, 넌 이해를 하는 거야? 조금 전까지 뭔지도 몰랐으면서?’
―가이드 헌터니 뭐니 하지는 않지만, 그런 역할이라면 드라코눔의 전통 속에 자주 있는 일이니까.
‘응? 자주 있어? 왜?’
―몬스터 헌터가 사냥에 나서지 않으려는 몬스터, 수준이 너무 달라서 도전하기조차 어려운 괴수(怪獸) 같은 것이 있다면…… 그냥 날뛰는 꼴을 두고 볼 수만 없는 경우에는 어쩔래?
‘피할 수도 없는 경우? 음, 그러면…… 싫어도 싸워야겠지.’
―싫은 놈이지만 거기에 대해서 아는 누군가 있다, 그러면 그 누군가에게 정보를 얻어야겠지? 하지만 만약 그 누군가에게 명령을 내릴 수가 있다면, 강제적으로 사냥에 나서도록 시킬 수 있다면? 그 대신에 그에게 사냥을 성공시킬 수도 있을 만한 강한 동료를 붙여줄 수 있다면? 그런 경우라면 그는 그런 멤버를 이끄는 파티의 리더를 맡을까, 말까?
‘갑자기 조건이 확 좋아지네? 뭐, 그렇게까지 해준다면야…… 못 할 것도 없잖아? 아, 그런 처지가 된 헌터가 가이드 헌터라는 거야?’
―그래, 왕의 칙명을 받아 반드시 사냥을 성공시켜야 하는 임무를 맡은 자. 토벌을 이끌어야 하는 책임자, 보통은 토벌대를 이끄는 장군이라 해야겠지만 군단보다 소수의 특별한 헌터를 이끌어야 하는 토벌대장. 거기서 왕의 칙명이란 공식적인 부분을 제외하면 그게 가이드 헌터가 되는 거야. 뭐, 굳이 왕궁이 나서지 않더라도 뭔가를 사냥하고 싶지만 정보도, 능력도 모자란다면 이끌어줄 리더가 필요하잖아.
‘헤에…… 그러면 사냥을 포기하는 게 정상일 텐데…….’
―냉정하게 생각하면 그렇기는 하지. 하지만 위협적인 몬스터를 놓고 그렇게 냉정한 생각만을 할 수는 없으니까. 인간의 경우라면 원한 때문에 사냥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면서? 그러면 그럴 때 가이드 헌터를 구할 수도 있는 거잖아.
‘응? 원한? 아, 그건 또 그렇네. 아항, 그런 식이라면…… 말이 되네. 있을 수 있는 거였구나, 가이드 헌터…….’
투란은 서서히 납득할 수 있었다.
샤오콴 마을에서 이야기를 들은 때에는 그냥 능력 있는 녀석이 제대로 된 자기 파티를 만들지 않고 남들이 만든 파티에 슬쩍 얹혀가려고 잔머리 굴린다라는 평가가 맞는가 보다 했었다. 하지만 토벌단과 관련된 이야기라면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었다. 강제로 토벌단을 맡아 단장 노릇을 해야 했던 이도 샤오콴 마을에 왔었으니까. 단지 그를 가이드 헌터라고 부르지 않았다. 그저 어른들 따라서 투란도 불운하고 재수 없는 기사로 여겼을 뿐이다.
“뭘 그리 생각해?”
불쑥 곁에서 묻는 이자닌 덕분에 투란은 흠칫했다.
설마 생각하다가 입술이라도 달싹이며 꿍얼거리는 소리라도 냈던가?
이자닌이 갑작스럽게 접근한 방식이 뜻밖이라서 투란은 조금 당황했다.
물론 드라고니아는 그 접근에 대해 간단하게 평가했다.
―호오? 이게 도적의 은밀한 걸음이란 건가?
‘빨리 말하라고, 이렇게 가까이 붙기 전에!’
마음속으로는 투덜거렸지만, 이자닌을 향해서는 살짝 얼버무릴 수밖에 없었다.
“어? 아니, 그냥…… 이것저것…….”
투란이 어벙한 말투로 대답하니 이자닌이 혀를 차며 다시 묻는다.
“몬스터 에센스 필요 없는 거야?”
“응? 갑자기 무슨……?”
“멜키, 재워놨어. 뒤쪽 방에 아예 집어넣고 잠가놨으니까, 해 뜨고 한낮이 될 때까지 깨지 않아. 그러니까 솔직하게 행동해도 된다고.”
“아니, 대체 뭘 솔직하게 행동하라고?”
툭툭 내뱉는 이자닌을 보며 투란은 당황해서 파쿠란 쪽도 흘깃해야 했다.
파쿠란이 그 눈길에 흥미로운 표정과 함께 대답한다.
“그레이 트롤. 포레스트 트롤로 분류되기는 하지만, 이건 그중에서도 꽤 특별한 놈이니까. 몬스터 로드라면 그 피 한 방울로도 엄청난 이득을 본다고 하더군. 그런데 통으로 잡았잖아. 그러니까 몬스터 로드로서 삼킬 생각 없느냐는 거지, 이자닌의 말은.”
“아, 그런 얘기였어요? 음…… 금전 이백 닢인데!”
알아들었다고 고개를 끄덕이던 투란은 돌연 정색하며 되묻고 있었다.
뭔가 애매한 포상금도 금전 육십 닢이라 했다.
찢고 해체해서 팔면 이백 닢까지도 벌 수 있다고 마법사로서 파쿠란이 말했고!
그런데 그걸 턱하니 몬스터 로드에게 내놓는다니?
이자닌이 잠깐 ‘뭐?’라고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고는 다시 말한다.
“뭘 다 삼킬 궁리를 하는 거야! 저 그레이 트롤의 핏덩이 한 움큼을 얻어서 불사신(不死身)을 얻었다고 으스대는 녀석도 있다고! 피만 얻어도 몬스터 로드에게는 엄청난 재생…… 능력 필요가 없는 거야? 아니면 이미 있어?”
구박하듯 말하다가 이자닌은 투란이 눈을 껌벅이는 표정이 전혀 감동도, 감탄도 없다는 것을 느꼈고, 하던 말을 바꿔 묻고 있었다.
“어? 아니, 그런 게 아니고…….”
잠깐 곤란한 표정을 짓다가 투란은 슬쩍 한숨을 쉬었다, 마치 이것저것 생각해둔 것이 있다는 척! 그러고 나서 맹렬하게 잔머리를 굴린 다음, 드라고니아에게 ‘불타 없어지겠구나, 이렇게 뜨겁게 생각하느라!’라는 핀잔을 들으면서 말을 더한다.
“애매해서 그렇죠. 피를 한 그릇 얻는 것만으로 목이 잘려도 눈을 껌벅대다가 낫는 능력이 생길지 어떨지 모르잖아요. 실제로 그저 살갗만 메워지는 정도일 수도 있고, 잘 모르겠거든요. 포레스트 트롤이란 품종에 대해서 말이죠.”
“애매해?”
이자닌이 갸웃거리며서 투란의 말을 의아하게 여겼고, 파쿠란은 납득한다는 듯이 투란에게 이야기한다.
“포레스트 트롤을 삼킨 경우의 몬스터 로드라면, 들은 바가 있어. 피만 흡수하면 근육과 혈관, 살갗의 회복능력이 압도적으로 강화되지만 뼈의 회복은 서너 배 증가하는 정도라 하더군. 하지만 피와 뼈를 흡수한다면 뼈의 재구성까지 가속치유가 가능해진다더군. 거기에서 섬세한 감각기관은 제외되는 경향이 조금 있고 말이야. 이를테면 눈, 귀 같은 감각기관은 재생이 많이 더디다더군. 하지만 머리까지 그 에센스를 얻게 되면, 파여나간 눈알조차 그 자리에서 몇 분 안에 재생할 수 있게 된다네. 그게 포레스트 트롤의 몬스터 로드라고 하더군.”
“그래요? 그렇다면…….”
투란이 갸웃했다.
―삼키려고?
드라고니아는 조금 어이없어했다.
투란에게 지금 포레스트 트롤, 비록 그레이 트롤이라 불리며 특별히 강력한 녀석이라 꼽힌다지만 별 의미가 없을 터였다. 그런데 그걸 굳이 삼킬까 말까 고민하는 태도로 문제를 만든 셈 아닌가!
드라고니아의 속삭임을 무시한 채, 투란은 갸웃하는 자세 그대로 묻는다.
“도대체 어떤 부위를 얼마나 쪼개 삼키…… 흡수해야 한다는 거죠?”
이자닌도 ‘그러게?’라고 중얼거렸고, 파쿠란은 거침없이 대답한다.
“머리는 대충 전부, 등뼈와 심장, 피는 일 리터가량이면 포레스트 트롤의 정수는 거의 다 흡수할 수 있다고 들었어. 거기에 굳이 더한다면 살갗까지 포함한 살 한 덩이 정도가 되겠지. 그러고도 상당히 남을 테니까, 이백 닢은 무리더라도 백 닢 이상은 확실히 팔아치울 수도 있고 말이야. 어때, 흡수하겠나?”
투란은 은근히 권하는 블랙 메이지를 보며 잠시 생각해야 했다.
뭔가 마냥 호기심이 가득하고 흥미로워하는 표정을 숨기지 않으려는 파쿠란, 대체 뭘 보고 싶어서 저렇게 열심히 권하고 있는가? 너무 열심히 권하는 모습에 오히려 ‘왜?’ 하는 의아함이 무럭무럭 싹틀 지경이잖은가!
그나마 멜키가 잠들기 전에 저러지 않은 것이 다행인가 싶기는 한데…… 달리 생각하면 은근히 멜키를 부추겨 잠들게 하지 않았나 의심도 된다!
‘굉장히 열심히 가르쳐주네? 블랙 메이지에게 몬스터 로드가 그렇게 신기한가?’
―그런 까닭은 아닐걸. 그저 너에 대해 궁금한 거겠지.
‘어? 나? 삼키는 거 보면 뭘 알 수 있어?’
―당연하잖아! 단지 네 기량에 대한 탐색뿐이 아니고, 마법사에게는 그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꽤 큰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면 더욱 그럴 테고, 몬스터 로드마다 독특한 버릇이 있기도 하니까…… 게다가 몇 번 봤다고 전부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잊었나 본데, 몬스터 엠블럼은 고대의 대마법이 낳은 비전이라고. 너무 간단히 전이되는 과정 때문에 별것 아니라고 여기지 마라.
‘흠…….’
투란은 어스름하니 주변을 밝혀오는 햇살을 느끼면서 잠깐 더 생각했다.
드라고니아가 짚어준 바를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는 납득할 수 있었다.
마법사로서의 호기심, 블랙이든 화이트든 그거야 당연할 테고…… 투란이 몇 가지 몬스터를 더 삼킬 여유가 있는가에 대한 궁금함이라든가, 그레이 트롤이란 특별한 포레스트 트롤 개체를 삼키지 않을 정도로 대단한 몬스터를 간직하고 있는가에 대한 호기심도 있을 터였다.
지금처럼 망설이는 모습이라면 분명히 투란이 그레이 트롤을 능가하는 몬스터, 혹은 그레이 트롤에 버금가는 몬스터를 놓고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여길 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이럴 때 어찌해야 하는가?
“좋아요! 적당히 남겨서 금전을 챙길 수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네요!”
넉살 좋게, 아예 호기롭게 투란이 외쳤다.
이자닌은 ‘금전 참 좋아하는구나!’라고 어이없어했고, 파쿠란은 가만히 블랙 스완의 갑판을 조작하며 자신이 말했던 그레이 트롤의 부위를 드러내줬다. 갑판에 네모난 구멍이 생겼고, 구멍 안에는 칸막이로 나눠진 채 그레이 트롤의 머리통, 등뼈, 어깨 언저리의 살덩이와 심장이 여전히 맥동하며 담겨 있었다.
그 광경에 투란은 쓴웃음을 지었다.
역시 마법사답게, 비록 블랙 메이지라 해도 파쿠란은 말하기 전에 미리 잔뜩 대비를 해둔 모습 아닌가!
“고마워요.”
간단히 말하면서 투란은 가만히 그레이 트롤의 잔해를, 특히나 아직까지도 그 눈알을 데굴거리고 있는 낯짝을 보며 몸을 숙였다.
심장이 맥동하는 채인 것처럼, 그레이 트롤의 머리는 얼굴을 찌푸리거나 귀를 쫑긋하는 꼴이 다시 토막 나서 흩어진 몸을 모아두면 엉겨 붙어 벌떡 일어날 것처럼 보였다. 그야말로 칸막이로 나눠놨기에 그러지 못하는 듯했다.
‘생각보다 대단한데? 그럭저럭 이런저런 핑곗거리로 쓸 만하겠어. 흐흠…….’
문득 짓궂은 웃음을 피워내면서 투란은 가만히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무슨 마법을 펼치는 마법사처럼, 미묘한 손짓이 그레이 트롤의 피를 가슴으로 가슴에서 다시 그레이 트롤의 잔해로 움직였다.
어스름한 새벽의 광채가 점차 지워지는 풍경 속에서 붉은 고리가 핏빛을 내며 투란의 손에서 그레이 트롤에게로 옮겨갔다.
파쿠란과 이자닌은 그 핏빛에 흠칫하며 지켜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