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673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669)
“꽤애애애! 뒈져!”
와직, 빠악!
멜키가 우렁찬 고함과 함께 손도끼를 휘둘렀고, 멜키 곁에 불쑥 나타난 멜키는 이마빡에서 핏줄기를 뿜어내며 머리가 쪼개지는 음향과 함께 뒤로 벌러덩 넘어갔다. 그리고 멜키는 다시 손도끼를 휘둘러 자신의 모습과 함께 선 투란도 찍었다.
콱, 가슴팍에 도끼를 맞은 투란이 뒤로 물러서면서 피를 흘렸다.
멜키의 등 뒤, 대여섯 걸음 떨어진 자리에서 투란이 외친다.
“어이! 아저씨! 그게 진짜 나면 어쩌려고 그렇게 과감하게 두들겨 패요! 맨손도 아니고 도끼로!”
“트롤 밟고 칼질하잖아, 너는! 넌 나한테 맞을 리가 없지! 꾸에엑! 저리 갓!”
대꾸하면서도 멜키는 다시 불쑥 나무 뒤에서 나타난 이자닌을 향해 냅다 돌을 던지고 있었다. 한 손에 손도끼, 한 손에는 돌팔매를 준비한 셈인데 두 손 어느 쪽에도 어설픔 없이 능숙한 모습이었다.
퍼억, 이자닌이 이마빡에 돌을 맞고 뒤로 휘청거렸다.
역시 멜키의 등 뒤에서 이를 보던 이자닌이 으르렁거린다.
“아주 좋아라 하고 패는구만! 날 향해 그렇게 거침없이 돌을 날려?”
멜키는 투란에게 한 것처럼 이자닌에게도 잽싸게 대꾸한다.
“멀쩡한 장정 여럿도 잘 피하잖아, 내가 던진 돌에 맞을 리가 없지!”
말을 하면서 멜키는 발을 잔망스럽게 디디면서 이자닌에게서 멀어지고도 있었다. 변명은 완벽하게 했다고 여기면서도 이자닌이 뒤통수 때리려는 것은 피하겠다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런 멜키를 향해 파쿠란이 느긋하게 말하는데…….
“내 모습이면…….”
“죽엇!”
말을 맺기도 전에 멜키 앞에 불쑥 파쿠란이 나타났고, 멜키는 사정없이 바로 손도끼로 그 낯짝을 찍고 있었다.
투란은 멀뚱거리며 선 채로 멜키가 나무 사이에서 툭툭 튀어나오는 거울 마수를 때려잡는 광경을 향해 중얼거린다.
“왜 저 아저씨만 노리는 것처럼 저쪽에서만 튀어나오는 거래요?”
코발트 게이트로 들어선 다음, 거의 백여 미터 가까이 걷는 사이에 거울 마수 떼는 나무 위에서 바쁘게 움직이며 자취를 숨기는 듯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한 마리씩 툭툭 튀어나오는데, 왠지 모르게 계속 투란의 말처럼 멜키 주변의 나무 틈새로만 고개를 들이밀면서…… 멜키부터 시작해서 투란, 이자닌, 파쿠란의 모습을 꾸민 채로 걸어나오고 있었다.
그 걸음걸이조차도 흉내 낸 모습과 닮은 것을 보면 숲에 진입해서 걷는 사이에 나름대로 관찰을 하고 외모에 걸맞게 흉내 낸 것이 아닌가 싶었다. 한데 그렇게 정성을 다한 변신을 하고는 멜키 쪽으로만 툭툭 튀어나오고 있으니, 확실히 뒤에서 구경하기는 좋지만 상황이 이상해 보일 수밖에 없었다.
비록 가짜지만 가차 없이 자신의 낯짝을 찍는 멜키에게 살짝 눈살을 찌푸렸던 파쿠란이 투란이 꺼낸 의문에 실실 웃으면서 대답한다.
“앞장서니까 우두머리라고 여기고 먼저 제압하려 드는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우리 중에 제일 약하니까 일단 간단히 제거하자고 저러는 것일 수도 있지. 뭐, 짐승이랑 대화하는 법을 몰라서 어느 쪽인가는 잘 모르겠군. 아무튼 우리 쪽으로 덤비지 않으니 좋잖아?”
“크어엇! 내가 제일 약골이라고! 젠장, 정말로 그렇기는 하다만! 그렇다고 얌전히 약골처럼 죽어줄 줄 아냐! 나보다 약한 것들한테 그렇게 쉽게 죽어줄 수는 없어! 덤벼봐, 내가 먼저 죽여줄 테다!”
멜키가 귀를 쫑긋하다가 울화를 터뜨리며 외쳤다.
덤벼드는 것이 마수가 아닌 인간이었다면 멜키의 외침은 충분히 고려해야 할 듯했다. 하지만 거울 마수는 멜키가 뭐라 떠드는가 전혀 관심이 없는 모양이었다. 그저 앞으로 나아갈 때마다 간간이 한 마리, 두 마리씩 계속 나무에서 내려와 멜키 앞에 나타날 작정이란 듯이 나무 위에서 부산스럽게 움직일 뿐이었다.
투란이 그 광경을 흘깃거리면서, 어디에 뭐가 있나 찾는 시늉을 하면서 드라고니아에게 소리 없이 묻는다.
‘원래 거울 마수란 것들, 저렇게 멍청하고 약해?’
―아니. 거울 마수는 무리 중에 약한 개체를 먼저 사냥감을 향해 보낸다. 광파, 빛의 파문을 통해 상대를 분석하는 능력이 있다고 했잖아. 그러니까 그 능력으로 상대를 최대한 분석해서 무리 중의 약한 것들로 약한 사냥감부터 노리는 거야. 지금 이 일행 중에 멜키, 저 가이드 헌터가 가장 약한 걸로 찍힌 거다.
‘벌써 한 열 마리가량 때려잡았다고, 약해도 자기네가 보낸 녀석들보다 강한 게 뻔하잖아. 그래도 계속…… 응? 뭐야, 그 사이에 포위한 거야?’
의아해하다가 투란은 문득 거울 마수가 나무 위에서 내려오지 않은 채로 주변을 둘러싼 것을 알아차렸다. 여기저기 제멋대로 튀며 울창한 나무 사이에 숨어 있다 싶었는데, 어느 틈엔가 투란 일행을 둘러싼 자리를 잡은 것이다. 한꺼번에 뛰어내린다면 제대로 포위하고 섞여들 수 있는 듯한데…….
―뛰어내리면서 순식간에 사냥감의 모습으로, 너랑 이 일행의 모습으로 바뀔 거다. 상대을 혼란시킨다는 능력의 본질은 본능적으로 알고 있으니까. 이제까지 실패하기는 했지만 이제부터는 제대로 된 강한 놈이 덤빌 거야. 조금 조심해라. 넌 멀쩡해도 이자닌이나 파쿠란은 다칠 수 있으니까.
‘글쎄, 그러려나.’
투란은 멜키가 씩씩거리는 모습을 보면서 아주 여유가 있는 이자닌, 파쿠란을 흘깃하면서 아예 묻는 말도 꺼낸다.
“이대로 가요?”
이자닌 어깨를 으쓱하며 파쿠란을 봤다. 어떻게 할 거냐고 묻는 그 눈길에 파쿠란이 둘을 둘러보고 앞에서 씩씩거리는 멜키를 보는 채로 답한다.
“괜찮아. 이 숲에서…… 내 전임자들이 죽었다는 얘기는 못 들었어. 정확한 대처법을 이어받았으니까, 괜찮아.”
“흠? 그럼, 가죠!”
투란이 냉큼 대답하며 멜키 쪽으로 다가섰다.
멜키는 앞을 보고 있지만 투란의 움직임을 느낀 것처럼 두어 걸음 더 앞으로 내디디면서 소리친다.
“헷갈리게 하지 마! 그냥 막 찍게 놔두라고!”
“역시, 그냥 막 찍고 싶은 거였구나! 이 아저씨, 왜 내가 그렇게 미운데!”
투란은 바로 멜키에게 붙을 것처럼 한 걸음 더 디디면서 소리쳤다.
멜키는 앞뒤를 살피면서, 그 와중에 투란을 흘깃하며 대답한다.
“넌 미운 게 아니라, 헷갈린다고!”
그 말투에 바로 이자닌이 외친다.
“우린 미운 거였구나!”
“젠장, 이럴 때 그딴 얘기를 꼭 해야 하나! 혼란스럽게 하지 말라고!”
멜키가 움찔하면서도 다시 두어 걸음 내딛는 채로 외쳤다.
그 순간 멜키와 투란의 간격이 살짝 멀어졌고, 나무 위의 부산한 움직임이 한꺼번에 떨어져 내렸다. 투란과 멜키의 틈새로 멜키의 모습이 떨어졌고, 멜키를 덮치는 멜키 두엇이 뒤엉키는 광경이 펼쳐졌다.
이자닌과 파쿠란 주변으로도 멜키, 투란, 이자닌, 파쿠란이 제각각 두엇씩 생겨나면서 시선을 끌고 뒤엉키려 했다.
이대로 뒤섞이면 누가 누구인가 눈으로 보고 당장 구분해내는 것은 어려울 터였다.
짐승이 생각했다기에는 조금 영리해 보이는 짓이었다.
투란은 순수하게 감탄할 수 있었다.
‘와아, 제법인데? 이게 원래 이놈들이 하는 짓…….’
―조심해라. 이 녀석들은 무리 중에서도 제법 강한 놈들이고, 멜키의 손도끼를 제대로 복제해서 들고 있으니까.
‘어? 그러고 보니, 어떻게 그렇게 하지? 몸이 도구로도 변하는 거잖아?’
투란은 문득 멜키들이 손도끼를, 돌멩이를 든 모습을 봤고 자신을 거울처럼 베낀 녀석들은 자신의 장비를, 적어도 그 외형을 제대로 몸에 붙인 것을 봤다. 거울에 비췄다고 해도 저런 돌이나 도끼, 갑옷의 형체는 대체 몸의 어디로 어떻게 만들어내는 것일까?
―지금 그거 따질 때가 아닌데?
드라고니아가 핀잔했다.
이자닌이 외치는 소리도 투란의 귓가에 울린다.
“파쿠란.”
왜 불렀는가 의아해할 겨를도 없이 파쿠란의 힘이 담긴 목소리가 터진다.
“빛이여…… 어둠이여! 빛이여!”
한마디마다 그림자처럼 기묘한 음향이 들러붙은 것 같다고 투란이 느낄 때, 섬광(閃光)이 뿜어졌고 암흑(暗黑)이 드리워졌다가 다시 섬광에 으깨졌다. 그 첫 번째 광채가 눈앞에서 터진 섬광이었다면 확실히 얼마 동안 앞을 제대로 못 하게 할 정도라고 투란이 생각하는 순간, 주변에서 섬광을 비춰내는 거울이 인형처럼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우앗! 이게 뭔!”
―거울 마수가 거울이 되어 저 빛의 폭발을 그대로 비춘 것뿐이야. 지금 잘 구분할 수 있잖아, 어서 때려잡지?
투란이 놀라내는 소리에 드라고니아가 냉랭하게 말했다.
그 사이에 드라고니아의 말처럼 상황은 싹 바뀌고 있었다.
여러 멜키들과 뒤엉켰긴 듯 보였던 멜키는 거울로 만들어진 인형 사이에서 허우적거리는 꼴이었고, 이자닌은 주변에서 엉거주춤한 자세로 숲을 몸에 가득 비추고 있는 인형 거울들을 향해 채찍을 휘둘렀다.
그 틈새로 어둠이 스며들듯이 번졌다.
요란한 소리가, 잔나비의 비명 같은 소리를 주로 해서 사방에서 터지는가 싶은 순간에 다시 섬광이 번져나가며 여러 덩어리의 거울에 비쳤다.
잠깐 사이에 이어진 이 두 번째 광채 속에서 투란은 놓치고 있던 것을 알아차렸다.
거울로 된 인형, 마수인 잔나비가 꾸미고 있던 모습을 잃어버리면서 흉내 냈던 도구의 형상조차 찰랑거리는 거울…… 몸에서 길게 흐느적거리듯이 흘러내는 체모(體毛)의 모양으로 돌아간 채란 점이었다.
거울의 능력이 섬광을 삼키면서 해제되었고, 잔나비란 원래 형태로 되돌아간 상황이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아직 손톱, 이빨과 잔나비의 강건한 근력은 그대로인 듯했지만…….
촤륵, 촤악!
채찍이 허공을 흐느적거리는 순간, 잔나비 떼의 몸이 출렁거리는 거울처럼 보였고 털과 살이 한꺼번에 갈라지면서 피가 맺힌 속살이 드러났다.
“나 좀……!”
멜키가 도움을 청하면서 신음하는 외침이었다.
투란이 바로 멜키 곁의 잔나비들을 발로 걷어차고, 주먹질로 밀어내면서 멜키를 끌어당겼다. 갑작스럽게 변신이 해제된 탓인가 잔나비들은 아직 멜키를 제대로 물고 할퀴지 못한 채였다. 그래도 갑작스럽게 위기를 겪은 탓인가 멜키는 창백함과 동시에 달아오른 기묘한 얼굴로 숨을 몰아쉬면서 투란을 향해 꿈지럭거리는 채로 말한다.
“고, 고마…….”
“도끼!”
그 말을 자르며 투란이 손을 내밀었고, 멜키는 쥐고 있던 손도끼를 냉큼 투란의 손에 올려줬다. 바로 손도끼가 좌우로 흔들렸고, 멜키의 얼굴 위로 핏줄기가 좌우에서 터져 쏟아져 내렸다.
“우엑, 내 눈!”
멜키가 낮게 비명을 질렀다.
투란이 쓴웃음을 지으면서 바로 멜키를 더 끌어당기며 외친다.
“파쿠란, 이거 다 때려잡아야 하는 거 아니죠? 어떻게 좀 해봐요!”
마수의 약점을 찌른 마법, 그것만으로는 이 거울 마수 떼를 당황시킬 수는 있었지만 없애지는 못했다. 단순히 사람을 공격하는 잔나비 떼라 해도 이 숫자면 분명히 위협적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파쿠란이 물려받았다는 대처법에는 분명히 이 정도 수의 잔나비 떼를 상대할 방법도 있을 터였다.
이렇게 나름대로 잔머리 굴려서 묻는 투란을 향해 파쿠란이 조금 뚱한 소리부터 흘린다.
“그냥 다 때려잡지? 싫어? 쳇…….”
“파쿠란! 장난치지 마!”
성난 목소리는 투란이 아닌 이자닌이 터뜨렸다.
이렇게 뒤섞인 난투 속에서 투란이 한 마리씩 때려잡다가는 남은 사람이 무슨 꼴을 겪은 다음에 정리가 될지 모를 일이었다. 그러니 이자닌으로서는 그럭저럭 몸을 지킬 수 있다고 해도 이모저모로 짜증 낼 상황이기는 했다.
파쿠란도 더 뭐라 놀릴 생각은 없는지, 바로 두 손을 모아 치켜올리면서 외친다.
“아케인 볼트, 멀티슛!”
―응? 멀티슛? 그런 거는…… 어라?
드라고니아가 어리둥절하다가 살짝 놀랐다.
‘왜?’
투란은 그런 반응에 의아해하면서 파쿠란의 마법을 살펴봤다.
두 손 사이에서 소용돌이처럼 휘둘린 마력이 옅은 바람결 같은 화살 무더기가 되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듯이 사방으로 뿌려지고 있었다. 제대로 나무를 꿰뚫을 정도였고 거울 잔나비를 관통하는 위력이었다.
‘이게 뭐지? 겨냥 안 했잖아? 아니, 나도 맞고 있는데!’
투란은 뒤늦게 당황했다.
파쿠란이 마법으로 저지른 쇠뇌질은 그냥 주변에 쇠뇌살을 마구 뿌린 것뿐이었다. 겨냥 따위는 아예 없고, 어디 맞는가도 전혀 관심 없다는 듯이!
덕분에 투란도, 이자닌과 멜키까지 전부 아케인 볼트에 몇 발씩 맞는데, 그 결과는 나무나 거울 잔나비랑 완연히 달랐다. 그저 둔한 바람이 부드럽게 몸을 더듬으며 지나가는 정도만 느껴질 뿐이지, 몸을 꿰고 관통하는 효과는 전혀 없는 것이다.
―재밌는 재주로군. 저건 전장(戰場)의 마법이다. 적대적인 상대와 우호적인 상대를 미리 분별해서 마킹해놓고 마법이 다른 효과를 내도록 유도한 거야.
‘뭐……?’
투란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잠시 더 파쿠란의 아케인 볼트를, 소나기처럼 뿌려지는 마법의 쇠뇌살을 지켜봤다.
몬스터를 꿰고, 일행을 다치지 않게 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