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675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671)
Chapter 135. 국경도시 스타폴
―그림자는 객체(客體)가 될 수 없어. 그림자를 일으키는 원본(原本)이 변질되거나 변형되기 때문이지. 본래 지속적인 마법을 걸 수가 없는 대상이다. 예외적인 몇 가지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마법에 대한 압도적인 저항력을 지닌 몬스터 로드가 원본일 때는 그 그림자는 마법의 객체가 되지 못해. 그러니까, 파쿠란이 보인 전장의 마법은 결코 그림자를 대상으로 할 수가 없다. 그래서 그런 마법이 없다는 말이다.
‘파쿠란이 허풍 떠는 것 같지는 않은데?’
투란은 가만히 들으면서 파쿠란을 보는 채로 드라고니아에게 반문했다.
드라고니아는 투란이 어떤 기분으로 그런 말을 하는가 즉시 알아차렸다.
마법은 언제나 이상한 것이고 상식으로 가늠할 수 없는 일을 일으킨다. 때문에 마법사끼리도 서로 전혀 모르는 마법, 서로 불가능하다는 마법을 서로 앞에서 펼쳐 보이는 경우가 있다. 그러니 드라코눔의 아칸이 모르는 마법이라 해도 블랙 메이지는 알 수가 있잖은가?
드라고니아로서도 이를 부정할 수는 없었다.
희귀한 경우기는 하지만 별 볼 일 없는 마법사라도 금단(禁斷)의 영역이라 불리는 경계를 넘어선 마법을 발휘했다는, 어이없지만 기적 같은 일이 있었노라고 드라코눔의 기록은 후세에 경고한다.
어쩌면 그림자에 거는 마법이 있는데, 그런 것이 밝혀졌는데도 아직 드라고니아가 모를 뿐일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렇다면 엄청나게 희귀한 마법이겠지. 아니면 아주 기발한 재치이거나. 어느 쪽이든 듣기 힘들 것 같은데?
‘음, 그러려나.’
눈가를 살짝 찌푸린 채로 투란은 계속 파쿠란을 바라봤다.
불빛에 얼굴을 들이대면서 히죽 웃음과 함께 파쿠란이 말한다.
“왜? 내 말이 믿기지 않나?”
이자닌이 주먹을 파쿠란 앞에 내밀면서 나직하게 으르렁거린다.
“말해줄 거면 빨랑 말해주고! 잠이나 쳐 자라고! 시끄럽잖아! 스타폴에 하루 안에 들어가야 하고, 가자마자 해야 할 일이 잔뜩이야! 잠 안 자고 놀고 있을 때가 아니라니까! 말하기 싫으면 그냥 자고, 할 거면 빨리해!”
투란은 쓴웃음으로 이자닌을 곁눈질하면서 파쿠란에게 말한다.
“아무리 그림자라도 몬스터 로드의 그림자인데, 마법이 마구 걸린다는 거는 쪼금…… 믿기지가 않죠. 그렇게 턱턱 마법이 잘 걸리면 몬스터 로드가 마법도구 깨먹는다고 징징거리는 소리가 나오겠어요? 어떻게 한 건지 엄청 궁금하기는 하지만…… 무슨 비전 같은 거면…… 돈 없어서 못 듣겠군요. 그걸로 금전 때우자고 하기도 싫고!”
흥미를 갖고 귀를 기울이는 파쿠란이었기에 투란의 말은 조금 길어진 채였다.
이자닌은 이것저것 다 귀찮다는 듯이 한 귀퉁이에 푹 쓰러지듯이 몸을 웅크리고 누우면서…….
“금전은 제대로 줄 거야. 헛소리로 때울 일은 없어. 그러니까…… 자라고, 자!”
마지막 경고란 듯한 잔소리와 함께 눈을 감아버렸다.
키득거리는 웃음과 함께 투란도 모닥불 한쪽에 누웠다.
파쿠란이 가만히 그런 투란을 바라보니, 투란이 반쯤 눈을 감은 채로 말한다.
“궁금하기는 한데…… 알려줄 거면 얼른 알려주고…… 아니면 잠이나 자자고요. 아침부터 바쁘다니까. 아, 불침번이면…… 난 마지막에 깨워줘요. 오래 자고 싶으니까.”
“마법 걸고 난 깨우지 마.”
바로 흠칫한 듯한 이자닌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투란보다 먼저 마지막 불침번을 말하지 못해 아깝다는 표정인 채로 이자닌은 아예 불침번을 거부해버린 것이다. 그야말로 마법사에게 모두 떠넘긴 듯한 뻔뻔한 태도였고, 파쿠란은 쓴웃음을 지으면서 대답한다.
“편히 자도 괜찮아. 거울 마수도 그렇고, 이 숲의 녀석들은 아무도 우리의 밤을 방해하지 못하니까. 멜키처럼 늘어져 자라고, 편안하게.”
이야기를 마무리한 듯한 그 말투를 느끼면서 투란은 눈을 꼭 감았다.
드라고니아가 ‘그냥 넘어가는 거냐!’라고 어이없어했지만, 투란은 그 외침을 호기심과 함께 마음 한구석으로 밀어넣으면서 모닥불의 따스함에 기대는 것처럼 잠을 청했다.
숲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듯한 밤의 고요함이 사방을 채우는 듯했고, 잠의 요술이 펼쳐진 것처럼 모닥불가에서 일행은 휴식을 취했다.
그리고 아침이 찾아오니…….
“우와, 이 숲에서 아침해 뜰 때까지 이렇게 잤다니! 대단해졌구만, 나도!”
멜키가 어이없다는 듯이 솥을 얹은 채로 아직 타오르는 모닥불을 보며 중얼거렸다. 일어나자마자 잠시 멍한 표정으로 앉아 주변을 지그시 둘러보고 한 말이었다. 간밤에 아무 일 없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태도였다.
이자닌이 그런 멜키를 한심하다는 듯이 보며 구박한다.
“헛소리 말고 얼른 처먹으라고! 늦게 일어났으면 준비라도 빨리하란 말이야! 오늘 안에 스타폴에 들어가야 하니까!”
“어, 아침 끼니까지 준비 끝나 있다니…… 나 정말 대단해진…… 먹어, 먹는다고! 버리지 마, 먹을 테니까!”
웅얼거리려는 멜키의 모습에 이자닌이 바로 그릇을 기울여 준비된 끼니를 땅에 쏟아부으려 하니, 멜키가 급하게 손을 내밀어 받는 자세로 외쳤다.
그 모습에 투란이 우물우물 씹는 채로 말한다.
“흙 묻어도 먹을 수 있는 거예요. 그거 전부 마른 포니까.”
“뭐가 흙에 섞여 묻을지 모르잖아.”
빼꼼히 받아낸 그릇 안에 아직 솥에서 보글거리는 스튜 국물은 한 방울도 없는 것을 확인하면서 멜키가 중얼거렸다.
파쿠란이 멜키가 든 그릇에 솥의 스튜를 한 국자 떠서 내밀며 묻는다.
“숲을 벗어난 다음에는 반나절이면 도달하겠지?”
“음? 아, 스타폴…… 어디로 나가느냐에 따라 많이 다르지만, 대강 그럴 거요.”
후후, 그릇에 따끈하게 채워진 국물을 입으로 식히면서 멜키가 대강 대답했다.
파쿠란이 다시 묻는다.
“숲의 길을 알고 있지 않나?”
멜키가 ‘어?’ 하다가 쓴웃음과 함께 대답한다.
“아는 길도 있고, 모르는 길도 있지. 여기는 조금 아는 길이라…… 멀리 돌아가는 길을 알지. 서두르려면 내가 모르는 길로 방향만 잡아서 쭉쭉 나가는 것이 낫지. 어차피…… 뚫고 나갈 힘은 있잖소?”
“가능하면 충돌은 피하고 싶지. 그러면…… 스타폴은 요새 어떤가?”
파쿠란이 국자로 솥을 저으면서 슬쩍 잘 익은 고기 한 덩이를 들어 올렸다 내리면서 멜키에게 지나가는 말처럼 또 물었다.
뭔가 음식으로 꼬드겨 탐문하려는 것이 노골적인 태도였지만 멜키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릇을 내밀면서, 마른 포 위에 잘 삶아진 고기 한 덩이를 달라는 표정을 뚜렷하게 드러낸 채로 대답한다.
“내가 스타폴은 한 서너 달 전에 나와서 요즘 분위기는 잘 모르는데…… 서너 달 전 분위기라도 괜찮아요?”
“뭐, 이쪽은 몇 년 전에 한 번 들른 거니까…… 서너 달 전도 괜찮겠지. 그래, 어떤가?”
파쿠란이 고기를 그릇에 담아주면서 물었다.
투란이 그 국자 곁으로 그릇을 내밀면서 ‘나도, 나도 고기!’ 하는 사이에 멜키는 고기를 씹으면서 이야기한다.
“이래저래 몇 년 동안 비슷하다고 해야 할 거요. 뭐, 그게 뭐냐고 한다면…… 현상금 노리고 모여든 녀석들이 가득하고…… 아, 당연히 마르크 왕국이랑 페브라 왕국 쪽에서 오는 녀석들이오. 거기서 사고 친 놈들이 스타폴로 잔뜩 도망쳐 오니까. 인간을 피하려는 놈들이 몬스터 가까이 숨으려는 짓은 여전한 거지. 그런 녀석들 등쳐먹으려고 모여드는 로그메이지도 상당하고…… 음, 그러고 보니 로그메이지가 이, 삼 년 전보다 왕창 늘어난 기분이었지만…… 전부 셈해본 것도 아니니, 그건 좀 애매하네. 냠냠, 후루룩! 아, 따끈한 게 역시 좋아. 어? 아, 그거 말고라면…… 맞아! 레드 드레이크 얘기 들어보셨소? 스타폴이란 도시를 만들었다는 그놈 말이야. 하늘에서 팍 내리꽂히는 광경이 무슨 붉은 별이 번쩍하며 내리꽂힌 것 같다는 그놈이 활동 개시한 거 아니냐는 소문이 돌았었지. 그리고…… 아, 그 얘기가 있네! 스타폴의 북쪽 산자락에 지저미궁(地底迷宮)으로 통하는 동굴이 뚫렸다고 합디다. 원래 스타폴에서 페브라 왕국으로 올라가는 길목에 이것저것 파묻힌 게 많다고 하잖소. 그러니까…… 옛날 왕국이 파괴될 때 가라앉은 유적 얘기 알잖소. 암튼, 그때 유적인지 아니면 고대 전쟁기의 유적인지는 모른다고…… 그 무슨 학자가 이러쿵저러쿵하던데, 자세히 못 들었지 그 얘기는…… 어쨌든 그런 분위기요. 사냥하는 놈들, 사냥당하는 놈들…… 한몫 잡으려는 놈들…… 와글거리는 거지. 대강 알겠소?”
“대강 알겠군. 옛날 분위기 그대로군. 사냥감은 많이 바뀌고, 소문도 바뀌어도 스타폴은 스타폴이군.”
파쿠란이 조용히 대답하면서 국자를 솥에 걸었다.
냉큼 투란이 국자를 쥐고 솥을 휘휘 저었고, 이자닌이 그 곁에 그릇을 내밀며 말한다.
“고기 없어도 되니까 한 국자 퍼줘. 따뜻한 국물이면…… 야, 기왕 떠진 고기면 그냥 줘도 되잖아!”
“여기, 국자!”
뜬 고기와 따스한 국물을 자신의 그릇에 냉큼 부으면서 이자닌에게는 국자를 건네주는 투란이었다. 이자닌이 그런 투란을 입술을 삐죽이며 흘겨보는 사이에 멜키가 슬그머니 국자를 향해 손을 내미는데, 바로 이자닌이 숟가락으로 그 손등을 치며 냉큼 국자를 챙겨간다.
“새치기하지 말라고!”
“떠주려고 그랬지…… 아, 얼른 좀!”
변명하는 듯하다가 멜키는 이자닌이 솥을 열심히 휘젓는 것을 보며 재촉했다.
이런 소소한 툭탁거림 끝에 아침 식사가 끝났고, 일행은 다시 숲을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어느덧 숲을 비추는 햇살이 높은 곳에서 나뭇가지와 잎을 뚫고 내려오는 듯한 풍경이 끝나갔고, 멀리 성벽이 희미하게 보이는 숲의 경계에 도달했다.
“아하하…… 해가 지기도 전에 나왔네?”
멜키가 한숨 쉬듯이 중얼거렸다.
투란이 그런 멜키를 보며 갸웃하는 채로 묻는다.
“덤비는 놈 없으니까 금방 나온 거잖아요. 이러면 안 돼요?”
“이러면 좋지! 근데…… 이럴 수 있을 줄은 몰랐지.”
멜키는 고개를 팍팍 저으면서 투덜거렸다.
투란은 웃었고, 이자닌은 혀를 찼다.
파쿠란이 가만히 스타폴의 성벽을 가늠하듯 바라보다가 말한다.
“아직 마음 놓지 말라고. 코발트 게이트가 끝났다고 안전한 건 아니니까. 겁을 먹은 마수 녀석들은 눈치를 봐도 정신 나간 몬스터는 미쳐 덤비잖아.”
“아, 그러고 보니…… 이 숲에 가득한 개머리 녀석들이랑 마주치질 않았네? 뭘 어떻게 한 거요?”
멜키가 퍼뜩 생각난 것처럼 물었다.
파쿠란이 멜키를 흘깃하면서 혀를 찼다.
이자닌도 혀를 차는 소리를 냈고, 투란은 웃으면서 멜키에게 핀잔한다.
“가르쳐줄 리가 없잖아요. 그런 거…….”
“할 수 없는 거라 입 다무는 거면 그러려니 하지. 근데 쉬운 요령이면 좀 알려줄 수도 있잖아.”
멜키는 입술을 삐죽거리며 투덜거렸다.
이자닌이 딱 부러지게 말한다.
“쉬울 리가 없잖아! 쉬우면 스타폴 녀석들이 어떻게든 벌써 알아냈겠지. 닥치고 가자고!”
이렇게 이러쿵저러쿵 떠드는 사이에도 일행의 발은 멈추지 않았다.
그래서 잠시 후 숲의 경계를 벗어났고, 어느새 들판과 높이 자란 수풀이 숲을 대신하며 저편의 성벽과 숲 사이를 메우는 곳을 걷기 시작했다.
―재밌는 곳이로군. 진청의 숲과 금은(金銀) 색의 들판인가.
‘음? 어, 그러네…… 하얗고 노랗네.’
드라고니아가 불쑥 흘린 감상에 투란은 동의했다.
멀리 보이는 스타폴의 성벽…… 희미한 회색 바탕에 얼룩이 여기저기 엉긴 듯한 띠처럼 보이는 성채 앞으로 들판은 노랗게 물든 채로 고개 숙인 풀이 가득한 곳에 뭉치듯이 엉긴 하얀 꽃 무더기가 잔뜩 꽂힌 듯한 풍경이었다.
그 고개 숙인 긴 풀을 보며 투란의 입가에서 중얼거림이 흘러나온다.
“먹을 수 있는 풀인가.”
이에 바로 이자닌이 귀를 쫑긋하더니,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투란에게 묻는다.
“야! 알드바인에서 곡식 키우는 것 잔뜩 봤잖아!”
“어? 엥? 저것도 곡식이에요? 그건 사람이 키워야 하는 거잖아요? 이렇게 성벽 밖에 누가 곡식을 키워요?”
“그냥 뿌려둔 거야. 얘기 안 들었어? 안 했나, 그런 얘기? 스타폴에서는 성벽 밖에다 그냥 곡식 씨앗을 뿌려둔다고 했잖아? 옛날에 성벽 약할 때 덤벼드는 몬스터나 짐승 떼에게 그거 먹고 성벽 안에 관심 끊으라고 시작한 일인데, 들판이 워낙 힘이 좋아서 그냥도 막 자라니까, 틈을 봐서 수확하는 양이 적지도 않으니까 지금까지 계속 씨뿌리기를 한다고.”
이자닌이 구박하다가 설명이 모자랐나 갸웃하면서 되풀이라도 해주겠다는 듯이 이야기했다.
“헤에…… 독을 팍팍 뿜어내는 마수 꽃 같은 게 아니었구나. 성벽 밖이니까 그냥 그런 거려니 했더니…….”
투란이 중얼거렸다.
맹하니 듣던 멜키가 파쿠란을 향해 속닥거리듯이 묻는다.
“쟤, 대체 어디서 살다 온 녀석이오?”
파쿠란은 손가락을 입술 사이에 대면서 ‘쉿!’ 하는 소리로 대답했다.
드라고니아가 투란의 뇌리에 속삭인다.
―그만 좀 티 내라, 그러지 않아도 너 위험한 놈이라고 잘 알고 있을 테니까!
‘어? 아니, 그냥 말도 못 해? 쳇!’
투란은 일행을 스윽 돌아보면서 입술을 삐죽여 보였다.
모를 수도 있는 거지 뭘 그러냐고 따지는 듯!
그러는 사이에도 일행은 스타폴의 성채에 다가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