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677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673)
수십 미터의 거체를 지닌 지닌 몬스터 드레이크가 큰 구덩이를 만들 수는 있다. 하지만 지름이 얼핏 봐도 수십 킬로미터이고 둘레는 거의 백 킬로미터를 휘감는 거대한 분지는 좀 아니지 않은가!
거창하게 미쳐 날뛰었다고 해도 수백 미터를 데굴거리며 파내고 굴렀을 정도까지나 납득이 가지, 이 스타폴의 분지는 전혀 납득할 수가 없다!
차라리 하늘의 별이 뚝 떨어져서 파놓은 구멍이라 하는 쪽이 더 믿을 만하다!
그러니까 투란은 간략하게 이 의혹을 토해낼 수 있었다.
몬스터보다는 별 쪽이 더 믿을 만하다고.
파쿠란이 냉정하게 투란의 생각에 동조하겠다는 듯이 말한다.
“이자닌, 난 그 레드 드레이크 얘기를 신뢰하지 않는다. 여긴…….”
“대마법사가 악마를 때려잡으려고 별을 때려 박은 흔적이라고? 그만해, 파쿠란! 그딴 대마법사가 세상에 있다는 말만 들어도 소름 끼치니까!”
이자닌은 진지한 파쿠란의 말에 어깨를 부르르 떠는 시늉을 하며 으르렁거렸다.
투란은 또 다른 의견에 눈을 끔벅거릴 수밖에 없었다.
대마법사가 별을 때려 박다니…… 그게 대체 뭔가!
앞장서서 걷던 멜키가 돌아보며 한심하다는 듯이 셋을 향해 말한다.
“그런 쓸데없이 한가한 이야기는 조용한 곳에서 따로 하셔! 누가 들으면 엄청 심심하고 할 일 없는 이상한 것들이라고 바로 사기 치려고 오니까! 아, 진짜…… 누가 팠든 그게 뭔 상관이야! 여기 사람들 태어나기도 전 일인데, 당장 살기 힘들어 죽겠는데…… 길드는 저쪽이고, 마법사들이 자주 모이는 거리는 저기…… 어느 쪽으로든 가다 보면 간판도 있고, 길 물어볼 사람들도 잔뜩 있소다. 자, 그럼…… 난 여기서 작별해도 되겠지?”
까닥까닥, 건들거리는 태도로 하는 이야기에 투란은 웃었고, 묻는다.
“상금 분배 안 받아요? 일단…… 우린 끼어든 거고, 의뢰받은 쪽은 멜키잖아요?”
“의뢰는 무슨…… 원래 상금 걸린 거였어. 사냥 가이드를 의뢰받기는 했지만, 말 안 들어 처먹고 헛짓거리하는 순간에 끝난 일이지. 그래도 절반 받아서 길드 계좌에 담아뒀으니까 내 걱정은 하지 마. 암튼, 이걸로 된 거지?”
투란에게 목소리를 낮춰 말하고서 멜키는 다시 이자닌과 파쿠란을 보며 확인하겠다는 듯이 물었다.
이자닌은 파쿠란을 바라봤다.
고개를 끄덕이며 파쿠란이 말한다.
“난 괜찮아. 숲을 넘어 여기까지 오는 동안에 할 만큼 해줬으니까. 이자닌?”
이자닌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는데…….
“그래, 이걸로 됐어. 별로 좋게 시작한 만남은 아니지만…… 알아서 잘 간다니, 작별해야지. 잘 가, 멜키.”
팔랑팔랑, 손짓은 완전히 훠이 꺼져라 하는 시늉을 하는 채였다.
멜키는 볼을 잠깐 실룩였지만 한숨을 쉬고는 몸을 홱 돌려 가버렸다.
투란이 그 뒷모습이 구불거리는 거리의 풍경 속에서 사라지는 것을 가만히 보다가 불쑥 말한다.
“귀한 집 사람이겠죠?”
가만히 서서 사라져가는 멜키를 관찰하듯 바라보던 이자닌이 어리둥절해서 투란을 봤고, 파쿠란이 대꾸한다.
“그럴 가능성이 크지.”
이자닌이 둘을 둘러보고 묻는다.
“갑자기 뭔 얘기야? 멜키가 귀한 집 자식이라고? 왜 느닷없이 따지는데?”
투란은 히힛 하고 웃었고, 파쿠란은 피식 새는 웃음과 함께 대답한다.
“바닥에서 뒹구는 헌터라면 더럽고 치사하더라도 반드시 상금을 챙겨. 알잖아, 이자닌. 하지만 어떤 목적을 감추고 몬스터와 대적하며 경험을 쌓는 녀석이라면 상금보다도 자기 갈 길을 더 중요하게 여기지. 멜키는 아무래도 경험 쪽을 중시하는 것 같다, 이 말이야. 눈치채고 있었잖아?”
“남의 사정 따위 관심 없거든? 그딴 일에 신경 쓸 때가 아니잖아! 가자고, 얼른!”
이자닌은 투란과 파쿠란에게 고개를 휘휘 저으면서 앞장섰다.
멜키가 간 쪽과 다른 방향이었다.
마법사가 많이 모인다는 거리로, 이자닌은 성큼성큼 전혀 망설이지 않고 걸었다.
파쿠란과 함께 투란은 가만히 그 뒤를 따르면서 스타폴의 거리를 둘러보는 채로 드라고니아에게 몰래 묻는다.
‘드레이크야, 대마법사야? 어느 쪽이야?’
―글쎄…… 바퀴 모양의 지형이 발견되고 기록되기는 했지만…… 특별히 그 원인을 해명한 적은 없군. 혹시 기록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본 적 없다.
‘넌 어느 쪽이라고 생각해? 드레이크가 이런 짓을 저질렀을 것 같아? 아니면 대마법사 쪽인 것 같아?’
―어느 쪽이든 가능은 하다고 본다.
‘뭐? 어째서? 드레이크라면 내가 좀 아는 거 알잖아, 이렇게까지는 드레이크라도 무리라고. 그럴 수 있는 드레이크가 있는 거야? 엄청난 대마법으로 이런 짓을 저질렀다는 쪽이 좀 더 그럴듯하잖아. 아냐?’
골든 드레이크의 기억까지 더듬으면서, 주변 풍경을 열심히 살피는 채로 투란은 왕성한 호기심을 드러내고 있었다. 드라고니아는 잠시 쓴웃음을 짓는 듯한 낌새를 흘리고는 대답한다.
―투란, 스타폴은 오래된 곳이야. 바퀴 도시라고 명명된 것도 거의 천 년에 가깝다. 인간의 도시 중에서 천 년을 헤아리는 곳은…… 음, 생각보다 많나?
‘야…….’
―아무튼, 멜키가 말한 것처럼 이제 와서 어떻게 생겨났는가를 따지는 게 의미가 거의 없어. 다시 재현된 적이 없으니까 이런저런 말이 나오는 거잖아. 이제는 그저 오래되고 독특한 도시일 뿐이지.
‘말 돌리지 말고, 어떤 드레이크가 있길래 이런 짓을 저지를 수도 있다고 여기는 거냐? 자주 보기 힘든 것 같은데, 무슨 비밀이야? 얘기해주면 안 돼? 그냥 대마법사가 별을 불러 때렸다고 하고 넘어가지도 않으면서…… 대체 뭐야?’
―대마법사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떠드는 짓은 위험하다. 정말로 그런 대마법사가 있다면 자신이 이런 짓을 했다고 떠드는 녀석들에게 작은 저주라고 걸리게 해놨을 테니까. 너도 마법사에 대해서 함부로 말하면 위험한 거는 잘 알잖아? 대마법사면 얼마나 더 위험하겠냐고. 어쨌든, 그런 면을 따지지 않더라도 스타슈터라는 드레이크가 있었으니까…… 그 시뻘건 놈이라면 몇 백 킬로미터의 테두리를 지닌 분지를 만들 능력이 있거든.
‘스타…… 슈터? 뭐야, 왜 그렇게 불러?’
오싹한 느낌에 뒷덜미를 긁적이면서 투란은 외면하듯이 물어야 했다.
그러면서 투란이 이리저리 둘러보는 스타폴의 거리는 어딘가 알드바인과 엘데인이 섞인 듯했다.
몬스터 헌터로 여겨지는 이들이 제법 보이기는 했지만 완전히 장비를 갖춘 경우보다는 조금 느슨하게 풀어놓은 모습이었다. 그렇다고 주변을 경계하는 모습이 아예 없지도 않은 것이 사냥의 긴장이 덜 풀린 채로 거리에 들어선 것처럼 보였다. 그런 모습과 전혀 다르게 오가거나 가게 안에서 손님을 부르는 이들도 적지 않았는데, 성벽 안의 거리에서 긴장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듯한 분위기가 뚜렷했다.
그렇게 거리를 채운 이들 중 누구도 이 스타폴이 어떻게 생겨난 분지에 자리 잡았는가에 대해서 궁금한 낌새는 없어 보였으니, 투란 스스로도 괜한 일에 관심을 갖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살짝 들기는 했다.
그래도 드라고니아는 기왕 나온 이야기를 끝까지 해보자는 듯이 말한다.
―스타 슈터는 극렬한 화염을 뿜어내는 붉은 드레이크 별명이야. 입안에서 뭉쳐 단숨에 내쏘는 화염이 별처럼 빛난다고 해서 스타 슈터란 별명이 붙었지. 그 위력은…… 작은 산을 간단히 뚫는다고 하지.
‘별명이라, 그럼 본명도 있냐?’
―화룡(火龍) 스타파이어. 그게 드래곤로드 그림 투아란이 부여한 녀석의 본명이다. 붉게 타오르는 것처럼 일렁이는 비늘 속에서 끊임없이 반짝거리는 별빛 같은 광채를 뿜어낸다고 그런 이름을…….
‘자, 잠깐! 드래곤로드? 화룡? 뭐야 그게 드래곤로드의 드래곤이란 거야? 그럼 드레이크가 아니잖아! 아니, 진짜 그런 괴물이 있었어?’
투란은 당황했다.
너무 갑작스럽게 이야기가 껑충 뛰는데 전혀 예상하지 못한 전설로 이어지고 있었다. 너무 전설적이라 아예 세상에 없는 꾸며낸 이야기로 취급하는 것이 보통인 그런 전설이 갑자기 툭 튀어나오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투란은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이 스타폴의 거리에서 느낀 바를 살짝 토해내며 파쿠란의 곁눈질에도 답해야 했다.
“와, 맛있겠다. 배고프네…… 저거 좀 먹고 가죠?”
거리 곳곳에서 흘러나오는 음식 냄새, 요리점의 풍경을 보니 새삼 끼니때가 된 것이 느껴진다고 고백하는 말이었다. 사실 그럴 만도 했기에 파쿠란이 고개를 끄덕이는데, 앞장서던 이자닌이 고개를 홱 돌리며 거부한다.
“안 돼. 나중에 먹어. 마법사 만나러 가는 길이야. 괜히 입 냄새 풍기고 배 속 채웠다고 이상한 짓에 당하면 먹은 만큼 손해라고!”
“사람 토하게 만드는 마법사 만나러 가는 거예요? 왜?”
투란이 잽싸게 따지고 드니, 파쿠란이 떨떠름한 웃음을 흘리며 대답한다.
“그런 장난을 칠 수도 있는 녀석을 보러 가는 거야. 장난을 치지 않으면 좋겠지만, 칠 경우를 대비하는 거지. 너무 긴장하지 마…… 너랑 나한테는 그런 장난 안 칠 테니까. 아마도.”
어느새 슬쩍 말꼬리가 낮추면서 파쿠란은 이자닌의 뒤통수를 눈짓했다.
투란은 바로 알아들었다.
누군지 몰라도 이자닌에게 기꺼이 그런 장난을 칠 수도 있는 마법사를 보러 가는 길이고, 이자닌과 함께 그 장난에 휘말릴 수 있다!
“만나고 먹죠.”
거리 곳곳에 늘어선 식당들을 아쉽게 바라보며 투란이 중얼거렸다.
이자닌은 어깨를 으쓱하고 앞으로 더 빨리 걸어 나갔고, 투란과 파쿠란은 그 뒤를 더 빨리 쫓아야 했다.
그러는 사이, 투란의 뇌리에는 드라고니아의 이야기가 줄곧 이어지고 있었는데…… 느릿하고, 명확하게 골라낸 듯한 한마디 한마디가 푹푹 투란의 마음에 꽂히는 듯했다.
―스타파이어는 드래곤이 아냐. 드레이크다. 분명히 드레이크지만…… 그림 투아란에게 용(龍)의 이름을 허락받은 경우지. 지금 인간에게 전승되는 전설 속에서는 잘 표현되지 않는 모양이다만, 진정한 드래곤과 계약했기에 드래곤로드라 불리는 그림 투아란은 드래곤의 화신(化身)으로 이 세상에 형성된 드레이크에게 진짜 드래곤의 능력을…… 완전히는 아니고, 그 일부를 허락할 수 있었다더군. 그러니까 그 허락을 통해 진정한 드래곤의 능력을 발휘하는 드레이크, 드래곤로드가 휘하로 거느린 드레이크 몇몇이 용의 이름을 부여받은 거야. 화룡 스타파이어, 수룡 크리스탈가드, 사룡(砂龍) 더스크라이더…… 가장 유명한 셋이지. 그 셋 중에서 둘은 봉인되었고, 스타파이어는 산맥의 깊은 곳을 들락이며 봉인을 피한 채로 수백 년간 활동했지. 그 때문에 그림 투아란의 시대를 넘어서 스타 슈터의 별명을 지니게 된 거야. 그리고 그 지속적이고 왕성한 활동 중에는…… 자손을 번창하게 한 것도 포함된다. 그래, 스타파이어는…… 용의 호칭을 허락받은 녀석들은 정상적이고 일반적인 방식으로 후손을 볼 수 있어. 드라코눔에서 레드 드레이크 중에서 마수의 속성을 획득한 녀석들은 거의 모두 스타파이어의 피를 이은 자손이라고 추측하는 까닭이 그 때문이지. 아, 물론 후손이란 녀석들이 스타파이어의 능력, 특성을 그대로 물려받지는 못했어. 말했잖아, 정상적이고 일반적인 방식으로 남긴 후손이라고. 뭐, 그렇다고 해도 그 특성, 능력의 일부만으로도 엄청나기는 하지. 어쨌든 그 스타파이어가 지닌 기간투스 맥시멈이란 거대화능력이 있는데…… 보통 기간테인(Gigantein)이라 칭하는 거대화능력을 극대화시킨 능력이라 부르는 이름이 싹 바뀐 경우야. 그 능력으로 스타파이어는 수백 미터에 달하는 몸뚱이를 과시할 수 있고, 그런 채로 그 압축시킨 불덩이를 쏘아내면…… 이런 스타폴의 지형이 간단히 만들어진다, 뭐 그런 이야기지. 알았냐?
긴 이야기가 끝났지만, 투란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졸졸 따라가는 사이에 이자닌은 좁은 골목으로 들어섰고, 파쿠란을 맨 뒤에 둔 채로 투란은 이자닌의 등을 보며 양쪽 어깨가 스치는 골목을 지나가느라 바빴다. 위에서 뭐가 떨어질지, 발아래에 걸리적대는 것은 없는지 살펴야 했고 왠지 을씨년스럽고 우중충하며 위험한 곳으로 가는 분위기가 한층 짙어졌으니 경계심을 드높여야 했던 것이다.
투란으로서는 아득한 먼 옛날의 전설, 지금 와서는 무슨 의미인가조차 아리송한 이야기보다는 당장 이 좁은 골목 어딘가에서…… 지나가는 담장 한편에서 의미를 알 수 없게 달린 창문을 열고 누군가 칼질하거나 쓰레기를 내버리는 상황에 대비해야 했다!
잠깐 딴생각하고 한눈팔면, 지금 막 훅 열린 창문으로 확 던져진 오물(汚物)을 뒤집어쓰거나 뒤늦게 밟을 수 있다!
“야! 어디다 똥쓰레기를 내던져! 사람 지나가는 거 안 보여!”
이자닌이 단검으로 벽을 후비며 고함을 치지만, 창문 닫고 안에서 걸어 잠근 작자는 대꾸도 없었고, 다시 낯짝을 비추지도 않았다.
앞장서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기며, 그 와중에 이자닌이 재빠르게 피한 광경에 감탄하며 투란은 살며시 안도했다. 이 위험한 골목, 정말 더럽게 꾸며놓은 길이 유일한 길인가 의심하며!
투란의 뒤통수를 향해, 파쿠란이 이자닌에게 들으란 듯이 말한다.
“돌아가는 길 놔두고 지름길 택한 탓이잖아. 창문 후비지 말고, 얼른 지나가자!”
투란으로서는 한마디 참을 수가 없는 말이었다.
“다른 길 있어요!”
멀쩡하고 깨끗한 길이 있는데 왜 이 좁고 답답하고 더럽고 위험한 길로 간단 말인가! 이자닌,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가!
이자닌이 스윽 돌아보며 매섭게 대답하는데…….
“시꺼, 급하니까 급한 척하는 거야. 급한데 급한 척하지 않으면 몰라라 할 놈 찾아가는 길이니까 어쩔 수 없어! 닥치고 따라와!”
무슨 뜻인가, 좀 애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