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68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68)
촤아악!
돌연 옆에서 치켜 올라오는 굵은 줄기가 투란의 생각을 멈추게 했다.
손가락 두, 셋을 나란히 놓은 듯한 폭, 역동적으로 꿈틀거리는 형태가 뭔가 색다르게 보였다.
‘악마의 심장이구나.’
투란은 바로 알 수 있었다.
물속에서 잘라 온 토막과 비교하면 가늘다.
뭔가 가벼워진 느낌이었고, 그만큼 빠르게 움직이는 꼴이었다.
그렇다고 짐승처럼 빠르거나 돌처럼 단단한 것은 아니었다.
투란을 향해 흐느적거리면서 후려치려 한 줄기는 바로 손아귀에 잡힐 뿐이었다. 그다음에 꿈틀거리는 시도는, 악마의 심장이 잔줄기를 섞는 순간에 멈춰 버렸다. 스스로 알뿌리를 만들지도 못하는 덩굴줄기인 탓도 있지만 바로 붙어 버린 심장의 지배력에는 저항할 수 없는 듯했다.
때문에 투란은 간단하게 생각할 수 있었다.
‘어디, 일단 이놈이 대체 어디서 나왔나부터 따라가 볼까.’
줄기를 두 손으로 번갈아 당기면서, 투란은 흘러가기 시작했다.
물결을 따라 굽이치는 강을 거슬러…….
촤륵, 촤아악.
그것은 잠시 떠서 부유하는 듯하다가 가라앉았다.
잔뜩 부풀어 올랐다가, 오그라들면서 물속으로 잠겨 드는 모습이었다.
사람 서넛을 담아도 될 듯한 가죽 포대가 바람결에 부풀다가 바람이 빠지고 수면 아래로 스며드는 꼴과도 비슷했다.
‘어떻게 저렇게 된 거지?’
투란은 가만히 머리만 내민 꼴로 목 아래는 물에 담근 채, 저 광경을 보면서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저 부풀다가 오그라들다가 하는 것은 분명히 악마의 심장이었고, 저 녀석이 바로 이 굵은 넝쿨을 사방으로 흘리고 있었다.
저것이 제대로 키클롭스 따위에 들러붙은 상태라면, 저리 격하게 부풀다가 꺼지다가 할 리가 없었다. 문제는 뭔가에 들러붙었다면, 그 뭔가의 품속에 심장 대신 들어가 있어야 할 놈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는 것이기도 했다.
‘그냥 저 혼자 무럭무럭 자라서 저 꼴?’
이런 생각도 잠깐 들기는 했지만, 악마의 심장이 지닌 기본적인 크기와 성장 한계는 너무나도 분명했다. 다른 사람이라면 그래도 전해들은 정보가 잘못된 것이니 그럴 수도 있지 않겠느냐 여길 수도 있지만, 투란은 아니었다.
악마의 심장은 무엇인가에 들러붙지 않으면 절대로 그 크기가 어른의 심장, 맹수라든가 하는 덩치 큰 짐승이 아닌 사람의 심장 정도를 유지한다. 더 작게 쪼개지는 경우도 있지만 다시 그 크기를 키워서 얼추 맞춘다. 그것이 악마의 심장이 사냥하는 법이고, 사냥 준비를 갖추는 본능.
투란은 그 본능을 몸으로 느끼고, 심장 속의 의식을 통해 명확하게 알고 있었다. 그러니 저 녀석의 상태가 악마의 심장치고는 아주 괴상하다는 것을 알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이 주변에 흘러 나가는 덩굴줄기는…….
‘탐색을 위해 내보내는 거잖아, 이거?’
크기로 봐서는 이 정도 굵은 덩굴줄기를 내보내는 것이 어느 정도 그럴듯해 보이기는 했다. 하지만 이 굵은 덩굴줄기는 텅 빈 것이 아닌가. 따로 나가서 독립도 할 수 없는 것을 이렇게 뿌려 대다니.
투란은 잠시 물의 깊이를 가늠해 봤다.
저 녀석이 부풀고 오그라드는 쪽으로 물이 살짝 깊어졌고, 헤엄칠 줄 모르면 빠져 죽기 딱 좋다는 4, 5미터 어림으로 파악되었다. 그리고 그 바닥에는 굵은 덩굴줄기가 가득 깔려서 꿈틀거리며 그 깊이에 대한 정확한 파악은 상당히 난감할 지경이기도 했다.
점점 이상해 보이는 악마의 심장, 이에 대해서 투란의 가슴속에서 뛰는 악마의 심장은 꽤나 강한 호기심을 드러내고 있었다. 대체 어떻게 하면 저리 되는가, 대체 뭘 처먹었길래 저런 반편이 심장이 되어 씨앗도 기억도 제대로 없는, 한번 흘러가면 그저 넝쿨인 채로 번지며 갈라지고 분화만 거듭하는 이상한 줄기만 뿜어내는가?
‘얼마나 오랫동안 저러고 있었길래, 그 분홍색 녀석들이 버틴 곳까지 흘려 보냈을까? 아니, 그쪽에 갔던 덩굴줄기가 회수되었으면 거기 숨어 있는 뿌리를 통째로 뽑아먹으려 옮겨 갔을 수도 있었을 텐데…….’
이모저모로 투란은 공상해 볼 수 있었다.
진흙 더미에 휩쓸리고 묻혀 날아온 거리, 그다음에 가볍게 물결을 타고 이동해 온 거리와 지금 이 주변의 크기를 놓고 이런저런 생각은 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어떤 공상이나 생각도, 저 반편이처럼 크게 부풀고 오그라드는 악마의 심장이 위험하다는 쪽으로는 기울어지지 않았다.
‘아직 밤이고, 날이 새려면 멀었네.’
또 한편으로는, 은빛 불꽃의 열기가 부추기고 있었다.
살짝 얌전한 척하는 늑대가 투란의 마음속에 대고 포효하기도 했다.
이 밤에는 무슨 짓을 해도 된다고!
결국 투란은 슬그머니 머리를 물속에 담그면서, 바닥에 발을 붙였다.
발바닥을 간지럽히는 넝쿨의 굵은 움직임이 바로 느껴졌다.
뿌리가 가까이에 있는 탓인지 이 바닥의 넝쿨들은 투란의 지배를 거부하듯이 몸부림치기도 했다. 그렇다고 다른 악마의 심장이 다가오는 것을 꺼리는 것도 아닌 듯했다.
투란은 코와 입을 열면서, 물을 들이켜고 걸러내며 숨을 쉬었다.
아가미가 달린 물고기는 아니지만, 악마의 심장은 투란에게 물속에서 거침없이 숨을 쉬게 해 줬다. 저 하늘의 강에서 허우적댈 때처럼 여전히.
‘살갗만으로 숨 쉬는 것보다 훨씬 편하네!’
가볍게 전과 다른 도전을 성공시키면서 보다 자신감 있는 투란의 걸음이 물속 바닥을 디디며 앞으로 나갔다.
흐리고 혼탁한 물속이었지만 투란은 녀석이 물 위로 내밀고 있는 부분보다 아래편이 분명히 더 큰 것을 알 수 있었다. 굵은 줄기가 뭔가를 휘감은 것처럼 큰 덩어리를 이루고 있었고, 그 마개 혹은 꼭지처럼 알뿌리의 일부가 물 위로 숨을 쉬기 위해서라는 듯이 튀어 나갔다가 들어오는 꼴이었다.
‘과연, 저것도 일단 숨을 쉬어야 한다는 거지? 왜?’
수면 위로 들락거릴 때마다 저 넝쿨 덩어리가 자욱하게 뿜어내는 거품을 보고 느끼며 알 수 있었다. 저놈도 숨을 쉬는 중이라고.
하지만 악마의 심장이 굳이 물을 벗어나서 숨을 쉴 이유가 없었다. 당장 투란이 하는 것처럼 물을 걸러내며 코와 입으로 그냥 숨을 쉬는 것도 가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꼴이라니.
‘감고 있는 것이 뭔지 봐야겠군.’
투란은 좀 더 다가갔고, 뭉친 넝쿨 덩어리에 오른손을 가볍게 얹으려 했다. 새싹빛 손바닥에는 가느다란 악마의 심장의 잔가시가 돋아서, 닿으면 이 덩굴줄기를 놓고 녀석과 지배력을 겨룰 준비까지 되었다.
넝쿨 덩어리의 한쪽이 진한 거품과 함께 풀리고 열리는 것이 먼저 느껴졌다. 그리고 그 속에서 뭔가 튀어나오며 투란의 가슴을 맞히려 하는 것도 분명했다. 물속임에도 꽤나 빠른 움직임을 보이는 뭔가였다.
투란도 질 수 없다는 듯이 재빠르게 움직이며 대응한다.
퍼어엉!
물속이었지만, 격한 충돌음은 물 밖이나 별 차이 없이 울렸다.
투란이 내지른 발길질, 잿빛바위 일족 그랑츄의 단단한 살갗에 기대며 발바닥으로 상대를 밟고 짓이기려는 자세였다.
‘어? 어! 어어……!’
크고 강한 그랑츄를 삼켜서 가슴 아래편은 확실하게 옮겨 온 투란의 몸이 날려 가고 있었다. 그 체격을 바탕으로 가슴과 어깨도 커진 탓에 분명히 2미터 70센티 키의 거구인데도, 날려서 물 밖으로 튕겨 올라갔다!
귀를 스쳐 가며 물살이 흘러내리는 것을 느끼며, 투란은 자신이 밟은 꼴이 된 뭔가를 쳐다봤고 그 뭔가를 뱉어 내는 크고 검은 것을 알아차렸다.
어깨가 뒤틀리면서 등짝을 보이며 몸을 뒤집는 모습으로, 넝쿨 덩어리 속에 잠긴 뭔가가 엎어지는 꼴로 다시 물에 잠겨 들어갔다. 그사이에 투란은 높이 치솟아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그게 무엇인가를 알려고 애썼다.
‘검고 하얗고…… 그랑츄보다 훨씬 크고!’
기본적으로 사람이랑 같은 구조의 몸을 했고, 그 가슴 언저리에는 잔뜩 부풀며 꾸무럭거리는 악마의 심장을 매달고 있었다!
투란의 몸이 기우뚱하며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수면에서 대강 6, 7미터를 날려 올라간 다음에 추락이 시작된 것이다.
‘더 움직이지 않아?’
추락과 함께 투란은 요란한 넝쿠의 움직임, 격동하는 알뿌리의 꿈틀거림을 보면서 알 수 있었다. 좀 전의 일격, 그것이 전부였다.
‘아하, 그렇게 된 거군!’
추락해서, 발끝이 다시 수면을 찍는 순간에 투란은 알아차렸다.
이 크고 검으면서, 간간이 하얀색이 덮인 놈을 악마의 심장이 차지하려 하다가 저 꼴이 난 것이다. 어떻게 저놈의 심장 자리를 차지하기는 했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 심장을 제대로 삼키지 못한 채로 먼저 그 몸으로 넝쿨이 번져 버린 상태.
그러니까 좀 전의의 한 방으로 투란의 뼈와 살을 모조리 으스러뜨리지 못한 녀석의 기회는 전부 사라진 셈이었고, 이제는 투란이 어떻게 해 줄 차례였다.
바로 투란은 왼손을 펼치며 손톱을 쭉 내밀어서, 부풀다 오그라드는 악마의 심장과 크고 검은 놈을 한꺼번에 할퀴었다.
꽤 강인한 덩굴줄기를 지닌 악마의 심장이었지만, 투란이 휘두르는 늑대의 손톱을 버틸 정도는 아니었다. 바로 구근껍질이 갈라지고 찢어졌다.
촤르르르르!
물살이 요동을 치며, 주변의 굵은 넝쿨이 더 크게 굵어지면서 수면이 잠깐 낮아지는 듯한 광경이 보였다.
‘물을 마셔? 호오, 한 방 더 해 보겠다고!’
투란은 가슴으로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본체, 뿌리를 공격당한 악마의 심장은 자신이 가진 최고, 최강의 수단을 동원해서 한 번 더 투란을 날려 버리려 한다. 결코 두 방째를 날릴 수 없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 뿜어냈던 넝쿨로부터 그 양분을 역류로 되받으면서!
끼리릭.
투란은 늑대의 손톱을 문지르며 그 일격을 기다렸다.
촤아악!
어깨가 움직였고, 팔꿈치가 물속에서 툭 튀어나오는 광경이 이어졌다.
그대로 손등 쪽을 휘둘러서 투란을 후려 패려는 동작.
투란도 바로 맞서 나갔다.
악마의 심장이 저놈의 팔을 휘두르기 위해 장악하고 있는 힘줄, 핏줄과 그 속에 맺혀 있는 덩굴줄기까지, 한꺼번에 날카롭게 돋은 늑대의 손톱으로 베어 줄 참이었다!
그 절단을 맛보여 준다면, 서로의 우열이 명확해질 테고 그러면 그다음에는 투란이 이 악마의 심장을 포식함으로써 이긴다!
간단하고 명확한 계획이잖은가!
“끄억!”
계획한 예정과 아주 다른 비명이 투란의 입에서 먼저 터졌다.
뛰어난 지각 능력을 바탕으로, 휘둘러지는 검은 어깨의 힘줄과 핏줄, 그 속에 촘촘하게 박힌 덩굴줄기의 배열까지 염두에 둔 채로 휘둘렀던 늑대의 손톱이 몽땅 빠져 버렸으니, 투란으로서는 비명부터 지를 수밖에 없었다.
그다음 순간에는 은빛 불꽃이 이글거리며 손가락을 태울듯한 열기를 일으키며 손톱이 다시 쑤욱 돋아나며 뿌리째 빠진 정도는 끄덕도 없다고 과시하기는 했다. 하지만 늑대의 손톱을 뽑아내 버린 검은 놈의 팔꿈치가 여전히 투란을 패려 드는 중이었다. 손톱으로 가르고 베려던 곳보다 더 단단하고 강해 보이는 팔꿈치를 새로 돋은 손톱으로 어찌할 수 있을까?
투란은 바로 도톰한 살집이 오른 손바닥을 들이대고 말았다.
콰앙!
당연하다는 듯, 살집이 충격파를 토해 내며 꺼졌다.
이 정도면 이 검은 놈의 팔꿈치 쪽은 완전히 산산조각 나서 흩어지……지 않았다.
다만 충격파의 힘을 이겨 내지 못한 채, 저쪽으로 쭈욱 손바닥을 펼치면서 날아가는 검고 큰 손이 물을 밀어내는 광경만 선명했다.
촤륵, 촤르르!
요란한 소리가 일어났다.
충격파의 여운이 주변으로 번져 가며 물살을 뒤집어엎은 듯했다.
투란은 늑대의 손을 내민 채로 멍하니 선 채로 물에 잠겨 갔다.
‘이게……?’
어찌 된 일인지, 분명하고 상황을 파악하고 있지만 이를 이해하고 납득하기가 쉽지 않았다.
늑대의 손톱이 뿌리째로 빠졌다.
그 날카로운 끝이 일단 박히기는 했지만, 박힌 것이 오히려 물린 꼴이 되어 늑대의 손아귀에서 손톱을 빼 버린 것이다!
그리고 격렬한 충격파로 밀어내기는 했지만, 그냥 그것뿐!
이 충격파는 분명히 잿빛바위 일족의 그랑츄라도 으스러뜨릴 정도일 텐데, 숲의 단단한 나무를 가르고 분홍색 털 괴물의 몸통도 스친 것만으로 없앨 정도였는데…….
촤르륵! 촤악!
주변에서 맴돌던 넝쿨 가닥이 치솟으며, 투란을 향해 꿈틀거리며 몰려왔다.
물속에 잠긴 허리 아래를 휘감고, 물 위로도 뻗어 오며 투란을 휘감으려 했다.
좀 전의 상황을 자신의 승리로 확신한 악마의 심장이 양분을 얻기 위해 움직이는 모습이었다.
버럭, 투란의 외침이 터졌다.
“이게 까불고 있어!”
투란은 늑대의 손톱을 휘둘러 몸을 감는 넝쿨을 토막 내고 끊으며, 몸을 물속에 던지듯이 담그며 가득 부풀어 오르려 하는 악마의 심장을 마구 찌르고 헤집었다. 오른손의 뾰족한 타원형 손톱조차도 부풀고 있는 악마의 심장을 찢기에는 충분했다.
곧 투란이 품은 악마의 심장이 광폭하게 맥동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