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695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691)
Chapter 139. 페브라 왕도에서 Ⅳ
단층으로 된 저택은 넓은 마당을 입구에 뒀다.
마당을 중심으로 저택의 건물이 벽을 이루며 구축된 형상이었다.
그 마당에는 적당한 기둥을 세우고 천막을 지붕 삼아 쳐놓았다.
탁자 위로는 다양한 음식이 놓여 있었고 오가는 이들이 마음대로 덜어내 먹을 수 있도록 비어 있는 식기(食器)까지 배치된 채였다. 하지만 그 음식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은 적었다. 음식보다는 여유를 둔 마당의 중앙 빈자리를 채우며 와글거리는 모습으로 대화에 몰입하는 모습이었다. 그 한편에서는 악사 몇몇이 적당히 연주하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이들도 있었다.
이 모든 것이 투란에게는 매우 낯선 광경이었다.
“우아, 정말로 저기 가서 마음껏 먹어도…….”
“적당히 먹고 멀리 가지 마. 우리랑 간격을 계속 유지하라고.”
파쿠란이 진지하게 투란의 식욕이 가득한 말을 자르며 말했다.
입술을 삐죽거렸지만 투란은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벡커드와 팔짱을 끼고 앞서가는 이자닌에게 한마디 하는 것은 잊지 않는 투란이었다.
“이자닌, 저기 맛있는 거 쪽으로 가요!”
파쿠란은 어이없어했고, 벡커드는 그 반대쪽을 손짓하며 이자닌에게 속삭인다.
“저기 보이지? 저게 이 저택의 주인이고 로렐리가 결혼을 하는 상대방이야.”
이자닌이 서늘한 말투로 묻는다.
“못생겼는데? 재산? 능력?”
투란에게는 무슨 뜻인가 알 수 없는 물음이었다.
벡커드는 간단하게 대답한다.
“재산.”
투란이 갸웃하니, 파쿠란이 슬쩍 그 어깨를 쳐서 만찬이 가득한 식탁 쪽으로 고갯짓하면서 말한다.
“저쪽으로 가서 상황 보자. 먹으면서 멀리 가지만 않으면 된다고.”
“이옙!”
투란이 명랑하게 대답하며 앞서는 파쿠란을 뒤따랐다.
이자닌은 벡커드를 끌고 저쪽의 사람들이 뭉친 곳으로 움직였다.
투란이 음식이 가득한 탁자를 흘깃거리면서 이자닌과 벡커드의 움직임도 눈가에 담으면서 파쿠란에게 나직하게 묻는다.
“너무 헐벗은 거 아니에요?”
파쿠란은 갸웃하며 투란을 바라봤다.
대체 뭘 묻냐고 되묻는 눈길이었다.
투란은 접시 하나를 들고 음식을 담으면서 다시 묻는다.
“여기 사람들…… 어디 긁히기만 하면 살갗이 다칠 정도로 헐벗고들 있잖아요. 남자들은 그래도 팔다리 다 가렸지만…… 여자들은…….”
“연회를 위한 복장이다. 몬스터 사냥을 위해 헌터가 장비하는 것처럼 연회를 위해서 저리 입는 거야. 지금 네 차림도…… 투란, 너 설마 그 안에 장비 챙겨 입고 있는 거냐?”
파쿠란은 잠시 문명(文明)사회의 연회, 잔치에 대해서 설명하려다가 투란의 차림새를 다시 보며 물었다. 투란이 헐벗었다고 묻는 대상은 일단 연회에 참여한 여인들, 등이 파이고 팔다리가 드러나는 화려한 옷차림새를 한 여자들이었다. 반대로 남자들의 경우에는 투란 자신과 비슷한 차림이니 넘어가는 듯한데, 정작 자신과 닮은 차림새에 대해서 왜 전투를 위한 장비가 없냐고 묻지를 않았다. 그 의미를 파쿠란은 몇 마디 하다가 바로 깨달은 것이다.
투란, 이 녀석이 지금 연회를 위한 정장(正裝)을 입혀놨더니 그 속에 헌터의 장비를 챙겨입고 있다고!
그리고 지금 확인하려고 파쿠란이 묻는 말에 투란이 고개를 갸웃하면서 대답하는 말이란…….
“당연하잖아요?”
“들키지 않게 해라, 제발! 꺼내지도 말고!”
파쿠란으로서는 이런 말을 겨우 쥐어짜 낼 수밖에 없었다.
그 사이에 저쪽에서 이자닌은 벡커드를 끌고 이 연회에서 만나려 했던 로렐리를 만나는 중이었는데…….
“오랜만이네, 로렐리! 꼬마일 때 보고 지금 보니…… 와우우! 벌써 이렇게 아름다운 숙녀가 될 줄 몰랐는데! 아, 이분이 로렐리의 새 남편?”
방긋 웃으면서 이자닌이 던지는 말은 벡커드부터 화들짝 놀라게 했다.
“아니, 잠깐! 새 남편이라니 말이 이상하잖아! 로렐리는 초혼이라고!”
“응? 그러니까 새로 얻는 남편이잖아? 아닌가?”
이자닌이 이렇게 되물었다.
화사하게 웃으며 금발을 찰랑찰랑 흔들면서 녹색의 눈동자가 진심을 담아 잘못된 말이 뭔가 모르겠다는 듯이 반짝이는 모습이었다.
벡커드는 그 모습에 잠깐 넋이 나간 표정을 지었고, 한숨을 쉬는 로렐리의 대답이 나온다.
“십여 년 만인데 이자닌 언니는 여전하시…… 아니, 이게 아니지! 언니, 도대체 어디가 있었어요? 언니 찾는다고 벡커드 씨가 얼마나…….”
“어흠! 로렐리, 결혼을 축하해. 아, 남편분 소개도 정식으로 좀 해달라고.”
벡커드가 로렐리의 말을 자르면서 물었다.
로렐리는 입을 다물며 빨간빛이 맴도는 갈색 머리를 흔들면서 자신의 곁에 선 남자, 이 결혼식에서 자신과 마찬가지로 주인공인 신랑의 팔을 끌어당겨 팔짱을 더 굳게 맺는 채로 대답한다.
“에반, 이분들은 내가 어릴 적부터 신세를 졌던 언니랑, 내게 숙부 같은 아저씨에요. 이자닌 언니, 벡커드 아저씨!”
“아, 로렐리가 말했던 분들이로군! 하핫, 에반이라고 합니다.”
로렐리의 신랑, 에반은 잠시 이자닌의 말에 황당했던 표정을 지우면서 밝게 인사하고 있었다. 누군가 알게 되자 조금 전의 이자닌이 했던 말이 바로 납득이 된다는 것처럼, 명랑한 웃음을 띤 채였다.
이자닌이 그런 에반을 향해 치마를 살짝 잡은 채로 우아하게 인사한다.
“좋은 이야기를 들었기를 바라요! 이 꼬마 로렐리가 어릴 때부터 입이 험해서…… 호홋, 이제는 다 커서 그러지 않으려나?”
“언니, 심술부리는 거 보니 아직도 결혼 안 했나 보네?”
로렐리가 입가에는 웃음을, 눈가에 서늘한 광채를 머금은 채로 말했다. 묻는 척하면서도 당연한 사실을 말하듯!
“흐흥, 로렐리. 언니는 너랑 다르게 얼굴을 굉장히, 괴에엥자앙히! 따지잖니. 오호홋, 어마나 실례, 에반 씨가 딱히 못생겼다는 거는 아니니 화내지 마세요. 오호홋!”
이자닌의 말은 로렐리의 눈가에 살짝 핏대가 서게 했고, 에반과 벡커드 두 남자를 많이 당황시켰다. 전혀 사양할 줄 모르는 채로 독설(毒舌)을 하는데, 어째서 이자닌의 자태가 이리 우아한 것인가, 벡커드와 에반은 서로를 보며 쓴웃음을 교환하는 채로 이 사태를 어찌 진정시켜야 하는가 말 없이 의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어쩐지 이자닌과 로렐리가 서서히 칼날을 품은 듯한 독한 소리로 서로 치고받을 듯한 낌새가 너무 역력하니, 걱정할 수밖에 없기도 했다.
그래서 딱히 생각나는 것이 없는 벡커드는 주변을 둘러보며 어색한 웃음을 흘렸고, 에반은 살짝 저편의 식탁 쪽을 흘깃하며 말한다.
“오랜만에 만나서 할 이야기도 많아 보이시니, 가벼운 음료로 목을 좀 축이고 이야기하는 편이 좋지 않겠습니까?”
이자닌이 살짝 에반의 눈길을 따라 보는 시늉을 하며 재빨리 대답한다.
“네, 그러는 게 좋겠네요. 아, 에반 씨를 찾는 손님이 많은가 보네요. 으흠, 로렐리는 언니랑 밀린 이야기를 좀 많이 해볼래?”
“아주 많이 해야 할 것 같네! 에반, 저기 있을 테니까 필요하면 불러요. 괜찮아요, 이 언니 말버릇은 심술 가득해도 손버릇은 착하니까.”
로렐리가 에반의 팔을 두드리며 팔짱을 푸는 채로 말했다.
에반은 벡커드처럼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흐흥, 많이 컸네! 우리 로렐리가 이렇게 언니랑 맞먹으려 들다니! 벡커드, 여자끼리 찐한 얘기 좀 하고 있을 테니 여기 새 남…… 아니, 새신랑이 외롭지 않게 함께 좀 있어 줘!”
이럴 때 뭐라 해야 할지 몰라 하는 두 남자는 이자닌의 말에 뭐라 대답하지 못한 채로 고개만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두 남자 주변으로 축하인사를 하는 손님들이 모여드는 광경을 남겨둔 채로 이자닌과 로렐리는 요리가 잔뜩 놓인 탁자 쪽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흠? 이리로 오네요?”
투란에게는 매우 의아한 광경이었다.
뭐라고 떠들더니 순식간에 이자닌이 로렐리란 빨간빛 갈색머리 여자를 데리고 오고 있다니, 협박이라도 했나 의아한 것이다.
파쿠란이 돌아보지도 않고 투란에게 말한다.
“쳐다보지 말고 먹기나 해. 너 관심 있는 일은 아니잖아.”
투란이 으적으적, 고기와 야채를 섞은 요리를 씹으면서 나직하니 대꾸한다.
“쪼르르 따라오는 사람들, 소매가 두꺼워요. 나보다 더 굵은 팔찌를 찬 모양이라고요. 꼬챙이 칼 몇 자루는 넉넉히 나오겠네.”
파쿠란은 요리를 옮겨 담던 손짓을 멈췄다.
투란은 그 순간에 얕은 마력의 파동을 느꼈다.
파쿠란이 한숨과 함께 중얼거린다.
“정보 얻으러 왔는데 웬 암살자야…….”
“쿨럭, 암살자요?”
투란이 놀라서, 그래도 목소리는 더 낮춰서 물었다.
파쿠란의 손이 다시 가볍게 요리를 옮기는 채로, 입술은 꼼짝도 않는 표정으로 대답이 나온다.
“암살용 스틸레토, 칼날 속에 독액을 머금고 있다가 찌를 때 독사처럼 뿜어내서 핏줄 안으로 흘려넣는다. 몰래 사람 죽이려는 놈들이 아니면 갖고 다니질 않지. 투란, 몇 명인지 알겠어?”
“둘, 셋…… 소매 두꺼운 거는 둘이고, 한 명은 맨손으로 사람 머리를 뽑을 정도로 세 보이는데요?”
투란이 접시를 들어 입가에 대고 남은 요리를 쓸어 넣는 척하며 대답했다.
파쿠란은 저편을 보는 시늉도 않고 입에 고기 조각을 밀어넣으면서, 여전히 기본적인 구강(口腔) 구조랑은 전혀 상관없는 방식으로 말한다.
“둘이 더 있다. 가까이 오지 않고 시야만 확보하고 있어. 그 녀석들 소매 안에는 미니 크로스 보우가 있다. 독화살을 날릴 수 있어. 타깃은…… 로렐리로군.”
“어떻게 해요?”
투란은 빈 잔을 놓고 뭔지 모를 음료를 채우며 물었다.
가능하면 저편을 보지 않는 자연스러운 모습을 꾸미는 투란을 곁눈질하며 파쿠란이 대답한다.
“넌 이자닌만 지켜. 나머지 일은 내게 맡기고.”
“넵.”
짧은 대꾸를 하면서 투란은 목젖이 크게 울리도록 음료를 들이켰다. 주변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전혀 관심 없이 이 음료의 맛에 몰두한다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리고나서 바로 으엑 하는 투란의 짧은 비명은 몇 미터 너머에 있는 로렐리의 눈길을 끌었다. 그 곁에서 이자닌도 덩달아 고개를 돌리며 무얼 보는가 함께 본다는 시늉을 했다.
―허? 블로우 스팅거잖아?
갑자기 드라고니아가 하는 말은 투란의 눈동자를 빠르게 움직이게 했다.
‘그거 마법도구 아냐? 아니, 대롱 문 녀석이 어딨는데?’
블로우 스팅거는 대롱처럼 생긴 마법도구였고, 몬스터를 독으로 어떻게 해보려는 헌터들이 즐겨 썼다. 작은 대롱을 입에 물고 훅 불기만 하면 마법에 의해 독바늘이 아주 세게 날아가니, 인간을 상대로 쓰면 미리 피하거나 방패로 막지 않으면 어지간해서는 피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대롱을 입에 문 이는 투란이 보질 못했는데, 난데없는 얘기였다.
드라고니아는 투란의 물음보다 상황 설명을 먼저 했다.
―맞다. 음, 잡혔네. 파쿠란이 마법으로 잡아 버렸다. 깔끔한 마력 제어로군.
‘야, 누가 대롱을…….’
―네가 아는 블로우 스팅거랑 다르게 생겼다. 입안에 감추고 혀끝에 올려놔도 되는 작은 거야. 입안에 물고 있다고 이빨로 물고 입술 너머로 가볍게 쏘아내는군. 아마도 대인(對人) 암살용으로 만든 거겠지. 저걸로 몬스터 가죽은 못 뚫을 테니까.
‘입안?’
투란은 황당했다.
사람을 상대로 쓴다는 것이야 그러려니 한다 해도, 독을 머금은 바늘이 담긴 도구였다. 불면 쏘아지는 그런 걸 입에 물고 움직이다니, 그냥 토해내는 숨결에 쏘아지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런 무서운 짓을 하는가!
하지만 그런 마법도구에 대한 의문을 풀기 전에 상황은 조금 거칠어지고 있었다.
파쿠란이 마법의 방패로 슬그머니 로렐리와 이자닌을 지킨 탓에 블로우 스팅거는 연속으로 쏘아졌지만 효과를 전혀 보지 못했고, 이는 곧바로 스틸레토를 빼든 세 명이 가볍고 빠른 걸음걸이로 다가서서 대놓고 찌르려는 시도로 이어졌다.
이자닌은 그런 습격자를 태연하게 보면서 웃었고, 블로우 스팅거를 전혀 눈치채재 못한 로렐리는 난데없이 자신을 찌르려 덤비는 암살자를 그제야 깨닫고 놀라고 있었다.
“누, 누구……?”
“로렐리, 쉬잇! 신부가 이런 일에 놀라면 쓰나!”
비명을 지르고 막 목소리를 높이는 로렐리의 입가에 손가락을 올려놓으면서 이자닌이 방긋거리는 표정으로 달래는 소리를 쏟아냈다. 그제야 자기 곁에 십여 년 만에 나타난 이자닌이 있다는 것을 실감한 듯, 로렐리는 재빨리 자기 입을 손으로 틀어막으면서 이자닌에게 바싹 붙었다.
세 사람이 내민 세 쌍의 스틸레토, 여섯 가닥이 칼날이 둘을 난자(亂刺)하려는 순간이었다.
그 앞으로 파쿠란이 포크를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