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696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692)
투란은 포크를 관찰했다.
파쿠란이 던진 평범한 포크에 마법이 걸린 채였다.
짧은 순간에 은밀하게 마력이 파문의 형태로 새겨진 것이다.
사용된 마력의 용량(用量)으로 보자면 별로 대단하게 여기지는 않았다.
하지만 파쿠란은 저 은밀한 주문만으로도 셋이나 되는 암살자, 독을 머금은 여섯 자루의 스틸레토를 모두 막아낼 수 있다고 여기고 있다.
투란으로서는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아케인 볼트 한 방 정도잖아?’
직접 세 명을 쓰러뜨리려 해도 아케인 볼트 세 방은 쏴야 하잖는가?
―그보다 훨씬 복잡하고 세심한 마법이다. 그 정도 마력으로 마법사가 뭘 어찌하는가 잘 보라고.
드라고니아는 뭔가 알아본 듯, 덕분에 더 재미있어하는 말투로 대답했다.
때문에 투란은 조금 더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너…… 단번에 알아봤는데, 복잡하고 세심하다고?’
드라고니아는 파쿠란의 저 마법을 간단히 간파했으면서도 저리 말하지 않는가.
―지켜보라고.
포크가 날아가는 짧은 틈새에 이렇게 호기심을 북돋는 말을 주고받았으니, 투란은 곁눈질과 함께 감각을 곤두세우면서…… 마법을 방해하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관찰해야 했다.
덕분에 투란도 금세 알 수 있었다.
포크가 찰랑거리면서 액화(液化)한다 싶은 순간에 가늘고 긴 실가닥이 되어 번져가는 광경, 마치 불덩이 속에서 뭔가 녹아서 줄줄 흘러내리는 것처럼 보이면서 아주 차고 시원한 느낌을 주는 금속의 이슬이 허공을 수놓으며 번져가는 광경이었다.
세 명의 암살자와 이자닌, 로렐리의 사이에 그렇게 실그물의 벽이 쳐졌다.
스틸레토 여섯 가닥이 그 실그물에 꽂혔다.
칼날 끝에서 독액이 방울방울 맺혔다.
실그물은 칼날을 타고 자루를 넘어 손등으로, 손목으로 번지며 팔뚝을 휘감고 어깨로…… 결국 헐렁대는 거미줄처럼 세 암살자의 몸을 덮었다.
세 명은 그 자리에서 동상(銅像)처럼 굳었다.
‘헤에? 진짜 대단하네? 저거 날카롭잖아? 근데 베지 않네? 어떻게 다루는 거지?’
투란이 이 광경을 이해하려고 눈을 반짝일 때였다.
“무, 무, 무슨……!”
로렐리는 이자닌의 손가락을 입술에 댄 채로 부들거리며 소리 냈다.
이자닌이 그런 로렐리를 위아래로 훑어내리면서 한심해하는 눈길부터 흘리는 채로 묻는다.
“누군지 몰라?”
“알아요! 아니까 이러는 거예요! 대체 왜! 이 사람들이 왜 나를!”
로렐리의 대답은 나직했지만 앙칼지고 날카로웠다.
이자닌의 눈매가 살짝 가늘어졌다.
누군지 알아보는데, 그 때문에 배신당해서 당황해한다는 로렐리.
그러나 그 때문에 로렐리는 억울해하거나 울면서 ‘왜 나한테 이러는 거야!’라고 따지지 않았다. 그 대신에 ‘너네가 나한테 감히!’라는 분노로 그 표정을 채우고 있을 뿐이었다. 너무 격하게 분노한 탓에 로렐리는 누가 자신을 지키기 위해 어떤 짓을 했는가도 전혀 안중(眼中)에 없다!
때문에 이자닌은 벡커드의 말을 보다 명확하게 이해할 수가 있었다.
로렐리가 예전에 이자닌이 알던 어린 소녀가 아니란 것을.
“사탕 뺏겼냐?”
그래서 이자닌은 이렇게 물었다.
분노로 붉게 달아올랐던 로렐리의 얼굴에 또 다른 빨간색이 스쳐갔다.
“지, 지금 왜 그 얘기를!”
어린 시절에 사탕 하나를 얻어 며칠을 아끼며 고이고이 핥던 로렐리였다. 그 사탕을 이웃의 심술궂은 녀석에게 빼앗기고 로렐리는 처음 이틀은 울고, 다음 이틀은 분해하고, 그다음 이틀 동안 복수를 계획했다.
이자닌이 말리지 않았다면, 대신 그 이웃 녀석을 두들겨주고 새로운 사탕을 얻어다 주지 않았다면 로렐리는 사탕의 복수로 짱돌로 이웃 꼬맹이의 뒤통수를 갈기는 만행을 감행했을 것이다.
그렇게 이자닌이 끼어들지 않았다면 로렐리에게는 그것이 첫 살인의 추억으로 새겨졌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끼어들었기에 로렐리에게 이자닌은 어린 시절의 구원자, 살아서 본 최초의 영웅(英雄)으로 새겨졌다. 때문에 이자닌이 하는 말은 뭐든지 다 옳다고 우겨대던 당찬 숭배자가 되었는데…….
지금 그 시절이 부끄러워서 분노로 달아올랐던 낯빛이 변할 정도라면 이자닌은 더 이상 로렐리의 영웅은 아닌 모양이었다. 그저 철없던 어린 시절의 추억이라 냉큼 지우고 싶은 기억이 돼버린 듯.
“누구야?”
간단하게, 모든 것을 작은 눈짓으로 함축해서 이자닌은 물었다.
로렐리가 움찔했다.
아주 작은 떨림, 그러면서도 로렐리의 눈동자는 순식간에 사방을 훑으면서 어딘가에 숨어 있을 대답을 찾듯이 움직였다. 덕분에 눈동자가 경련을 일으키면서 튀어나올 정도로 바빠 보였다.
이자닌은 대답을 기다리는 대신에 풋, 웃었다.
“그 버릇은 아직 못 고쳤니? 알았다, 말하기 싫으면 관둬.”
“누, 누가 곤란……?”
어린 시절을 자극하는 말에 발끈한 로렐리는 자기 입에서 튀어나오는 말을 마무리 짓지 못했다. 어린 시절에는 ‘말하기 곤란한가 보네?’라며 놀리던 이자닌이었는데, 지금은 똑같은 말투였어도 ‘싫으면’이라고 한마디를 고쳐 말하고 있었다.
그래서 로렐리는 숨을 고르며, 발갛게 달아오른 핏기를 의지로 억누르면서 이자닌에게 물을 수 있었다.
“왜 온 거예요?”
순간, 이자닌의 표정이 다채롭게 변화하며 수다가 낮은 소리로 빠르게 쏟아져 나왔다.
“음? 왜긴! 오늘은 네 결혼을 위해 손님을 맞이하는 다과회, 만찬의 날이잖아? 십여 년 만이니 연회의 첫날에 꼭 들러야잖아! 그래야 사흘째 무도회랑 결혼식에도 당당히 얼굴 내밀 수 있잖아? 그러니까 들렀지! 어머나? 의심하니? 쳇, 그럼 언니는 그만 가봐야겠네. 파쿠란, 여기 암살자 셋은 따로 챙겨줘요. 꼬맹이 로렐리한테 의심받고 나니 이 다과의 연회는 더 즐길 수가 없네!”
로렐리는 홱 돌아서는 이자닌의 어깨 너머로 파쿠란을 봤다.
조금 전까지 그저 조금 우중충한 누군가가 요리에 푹 빠져서 주변을 돌아보지 않는다고 여겼는데, 이제 보니 로렐리가 어린 시절에 간혹 보던 마법사가 빙그레 웃으면서 스틸레토를 들고 굳어진 셋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고 있었다.
세 암살자는 그 손가락질에 따라서 두 팔을 가슴에 곱게 포갰고, 스틸레토 한 쌍을 어깨 위로 세운 듯한 자세가 되었다. 그다음에 나란히 줄을 맞추고 발을 맞춰서 착착 걸으며 어디론가 움직인다!
떠돌이 유랑극단이 간혹 보여주는 꼭두각시, 인형놀이를 보는 듯한 광경이었다.
그 광경이 로렐리에게 어린 시절의 기억을 선명하게 떠올리게 했다.
이자닌의 곁을 맴도는 두건 쓴 마법사, 언제나 다른 색의 두건으로 머리를 덮고 얼굴에 그늘을 드리웠지만 한곁같이 짙고 검은 그림자를 뒤집어쓴 듯한 분위기…… 그 모습을 유지했던 마법사, 그가 파쿠란이었다. 그 이름조차 이자닌이 이 왕도를 떠날 무렵에 겨우 흘리는 말로 로렐리는 들어야 했었다.
이 상황은 로렐리를 한층 더 당혹스럽게 했다.
이자닌이 저 마법사와 무슨 일을 했었나를 어린 시절의 로렐리는 몰랐다.
그저 저 마법사가 아주 대단했고, 이자닌을 돕는다는 것만 어렴풋이 느꼈을 뿐이었다. 그나마 이자닌이 떠난 후에 간혹 흘려듣는 몇 마디 소문을 듣고 어린 자신이 몰랐을 뿐이지, 생각보다 더 대단한 마법사였구나 하고 흐릿한 기억 너머에 새겨뒀었는데…….
“언니! 왜 온 거야!”
로렐리는 급하게 손을 내밀어 이자닌의 팔을 잡으면서 다시 물었다.
사흘에 걸쳐 진행되는 결혼식, 그 첫날의 연회에 이자닌이 찾아왔다.
잊고 있던 누구라도 새로운 인생을 출발하려는 신랑, 신부를 축하하기 위해서 찾아오는 것이 허용된다는 첫날의 연회에 왔기에 로렐리는 이자닌이 그저 귀환을 알리기 위해서, 어린 시절의 자신을 기억하고 찾아온 것이라 여겼던 로렐리였다.
하지만 그런 연회에 온갖 음험하고 흉악한 소문을 흘리는 마법사를 데려왔다면, 그 마법사가 독이 뚝뚝 떨어지는 꼬챙이 칼을 든 암살자 셋을 단숨에 제압해서 인형놀이하듯이 끌고 가는 중이라면 로렐리는 그 생각을 포기해야 했다.
이자닌이 이 시기에, 왜 자신의 결혼식에 찾아왔는가 로렐리는 묻지 않을 수가 없는 셈이었다.
이자닌은 살짝 로렐리의 손을 뿌리치며, 상냥한 그 손짓과 어울리는 단정한 웃음을 머금은 표정으로 로렐리에게 대답하는데…….
“로렐리, 매력적인 미녀는 언제나 비밀스러워야 하는 거야. 자, 그럼…… 다음에 또 봐.”
묻는 말에 대한 대답을 아주 노골적으로 거부하고 있잖나!
물론 로렐리는 어린 시절과 다르게 이대로 이자닌을 보낼 마음이 전혀 없었다.
그러지 않아도 될 어른이 되었으니, 그 어른의 자태로 로렐리가 다시 뭐라 하려는 찰나 이자닌의 손가락이 로렐리의 입술에 닿으며 말문을 막았다.
“쯧, 아직 비밀의 매력을 모르는 거야? 그럼, 벡커드 남겨둘 테니까 나중에 찾아와. 당분간…… 며칠 동안이겠지만 왕도에 머물 테니까. 결혼식 끝나고 천천히 찾아와도 되니까, 오늘은 이만 안녕.”
로렐리가 아랫입술을 꽉 깨물며 노려봤지만, 이자닌은 우아하게 돌아서면서 뒤뚱뒤뚱하며 실그물에 묶인 채로 걸어나가는 암살자와 마법사, 그 곁에서 우물거리며 잔뜩 뭔가 입에 구겨넣던 애송이와 함께 멀어져갈 뿐이었다.
뒤늦게 로릴리의 귓가에 스쳐간 목소리는 애송이가 파쿠란에게 묻는 한마디였다.
“사탕이 뭐예요?”
* * *
“이게 사탕이야! 아, 씨! 진짜 사탕 먹어본 적 없어?”
이자닌이 으르렁거리면서 투란에게 작은 상자를 내밀었다.
상자를 받아 들면서 투란이 갸웃했다.
“나무 상……?”
“열어! 그 안에 있는 게 사탕이라고!”
“아, 흠! 에, 그러니까…….”
멋쩍고 민망한 표정으로 투란은 상자를 열었다.
짙은 가루, 어딘가 단맛이 냄새로 풍겨나오는 채로 제멋대로 생겨먹은 조각들이 그 안에 가득했다.
―너, 진짜로 캔디 본 적이 없냐?
드라고니아도 의아한 듯 묻고 있었다.
본질적으로 이자닌이 성내며 하는 말과 닮았지만, 보다 깊이 투란의 과거를 탐색하듯이 묻는 말이었다.
‘알 리가 있냐. 과자 같은 거 없는 마을이었다고.’
투란은 간단히 답했다.
―비상시에 몸을 움직일 영양제로 헌터들이 지니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만, 정말 한 번도 보지도 먹지도 못했어?
‘어? 이런 거는 처음 보는데?’
갸웃하며 투란은 이자닌과 파쿠란을 향해 웃음을 흘리는 채로 상자 안의 단내가 나는 조각을 들어 입에 넣었다.
우물거리는 그 꼴을 이자닌과 파쿠란이 지켜보는데…….
“아, 달아! 이거 돌인데 달…….”
“야, 돌이라니! 뱉지 마! 핥아먹는 거야! 으깨 먹는 거 아냐!”
이자닌은 입안에서 다시 사탕을 꺼내려는 투란에게 부르르 떨며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질렀다.
손가락으로 혀에 올려놓은 사탕을 집어내려던 투란이 시무룩하니 다시 입안에 사탕을 넣고 우물거렸다. 그러면서 키득거리는 파쿠란을 보며 투란은 우물거리는 채로 투덜거린다.
“꿀로 버무린 젤리 맛이잖아요. 근데 너무 단단해…… 이 상하겠어.”
파쿠란이 참을 수 없다는 듯이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꿀이랑 젤리 맛은 본 거냐? 푸하핫, 투란 너 정말 재밌어!”
이자닌은 그런 파쿠란을 어이없다는 듯, 한심하다는 듯이 보며 투덜거린다.
“재미? 이게 웃겨? 꿀도 맛보고 젤리도 맛봤는데 왜 사탕을 몰라! 장난하냐고!”
어깨를 들썩거리는 채로, 참을 수 없다는 듯이 파쿠란이 투란에게 묻는다.
“어쩌다 맛본 거야, 젤리랑 꿀을 어디서 어떻게 맛봤어?”
이자닌이 한층 더 어이없다는 듯, 이제는 투란보다 파쿠란이 더 황당하다는 듯이 바라보는데 투란이 대답을 한다.
“몬스터 젤리가 흘리고 간 거, 거기다가 마수 벌통의 잔해였나? 그걸 섞어서…….”
“야, 이 미친놈아! 그런 걸 대체 왜 처먹어!”
다 듣지도 않고 이자닌이 버럭 소리쳤다.
파쿠란이 흘러넘치는 웃음을 억누르면서 이자닌을 향해 다독이는 말투로 설명한다.
“먹어도 되는 거야, 이자닌. 몬스터 젤리가 남긴 잔해는 마수나 짐승도 먹는다. 주변을 녹여서 뱉어낸 것이고, 딱히 독성도 없으니 말이야. 아니, 오히려 먹을 수 있는 열매라고나 할까? 끈적거리며 질질 남겨진 것이기는 하지만…… 벌떼는 마수이든 아니든 먹을 수 있는 벌통을 만들고 말이지. 후후훗, 라비엔에서도 그걸 아는 놈들이 몇몇 있었지만…….”
“닥쳐! 시꺼! 닥쳐! 듣고 싶지 않아! 알고 싶지 않아! 그딴 거 내 앞에서 떠들지 말라고 했잖아! 먹을 수 있는 몬스터 따위 듣고 싶지 않다고! 이게 다 이놈들 때문이야! 너네 때문에 내가 이런 미친 얘기를 듣고 있잖아! 대체 왜 결혼식 연회 첫날에 칼에 독 바르고 쳐들어와서 신부한테 칼질하려는 건데! 불어! 얼른 불어! 이 미친 작자들한테 잡아먹히기 싫으면 불어! 몬스터도 뜯어먹는데 사람 하나 못 뜯어먹을 걸로 보이냐!”
이자닌이 화풀이처럼 쏟아내는 목소리는 밝혀놓은 지하실에 매달린 세 명의 암살자를 향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