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706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702)
“투란이라고?”
이자닌이 어이없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벡커드와 델릭은 기묘하지만 그냥 넘어간다는 표정이었다.
로렐리는 당혹스러운 듯이 투란을 다시 두어 번 훑어내렸다.
뭔가 따로 알아볼 일이 있다면서 파쿠란이 이상한 가면 때문에 눈에 잘 띄는 얼굴이 된 투란을 데리고 나갔었다. 그리고 돌아올 때는 전혀 엉뚱한 사람을 데려와 투란이란다.
단순히 차림새가 달라진 정도가 아니었다.
체격이나 머리카락, 노골적으로 얼굴을 가린 가면 속에 살짝 보이는 눈동자의 색채까지도 전혀 투란이라 할 수 없는 모습이었으니…… 기다리던 이들 모두가 이자닌이 의아해하는 소리가 당연하다 여길 지경이었다.
파쿠란은 이런 궁금증을 하나씩 전부 설명해주는 대신에 바쁘게 이자닌을 재촉하는 태도로 말한다.
“이자닌, 만날 사람이 있어. 델릭, 벡커드와 로렐리는 여기 얼마간 머물도록 해줄 수 있나? 일단 하루만이라도 말이야. 다녀와서 더 자세히 얘기하도록 할 테니까.”
“나야 상관없습니다만…….”
델릭은 벡커드와 로렐리를 보며 둘은 찬성하는가를 묻는 눈길을 보냈다.
로렐리는 머뭇거렸고, 벡커드는 냉큼 이자닌을 보며 말한다.
“나는 이자닌이랑…….”
“닥쳐! 로렐리를 지켜. 무슨 일 생기면 멱을 따버릴 줄 알아!”
이자닌은 눈빛으로 칼부림하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벡커드가 입을 벙긋거리면서도 다른 소리를 못 하고 시무룩해지는 사이, 이자닌이 냉큼 파쿠란에게 손짓하는 채로 앞장선다.
“가자고. 가면서 얘기해. 벡커드, 로렐리랑 여기서 기다려!”
“아, 돌아오는 거야? 돌아오는 거지!”
벡커드가 밝게 대꾸하는데, 로렐리는 표정을 구겼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자닌은 파쿠란과 투란을 방 안에서 밀어내듯이 몰고 나갔다.
“매달아둔 것들, 그냥 둬도 되는 거지?”
이자닌이 방문을 닫자마자 목소리를 낮춰 파쿠란에게 묻고 있었다.
“괜찮아. 한 달을 저렇게 둬도 죽지 않는다.”
파쿠란의 대답은 어딘가 무심하면서도 태연했다.
이 문답이 잡아서 매달아둔 자객 셋이란 것을 투란은 금방 알아차렸다.
이자닌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다른 물음을 꺼낸다.
“어디로 가는 거야?”
“푸른 사슴의 여관, 헌터 길드 근처에 있다는군.”
“푸른 사슴……? 거긴…… 아직도 영업하려나?”
뭔가 생각하다가 아자닌이 투란이 단단한 가면을 쓴 채로 갸우뚱거리는 꼴을 보며 말을 돌리듯이 중얼거렸다. 파쿠란이 바로 몇 마디 더한다.
“거기서 투란과 같은 가면을 쓴 사람을 찾으면 된다.”
“대체 이거 누구 악취미야?”
이자닌이 투란의 가면이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란 듯이 물었다.
투란은 흠칫하며 가면의 눈구멍 틈새로 열심히 눈을 깜박거렸고, 파쿠란이 한숨을 쉬듯이 대답한다.
“괜찮은데, 뭘…… 그냥 적당히 얼굴 가릴 목적만으로 만든 가면이야. 많은 의미를 두지 마, 이자닌.”
“쳇, 기왕이면 좀 멋진 걸로 하지. 뭔 달걀에다가 물감 뿌린 모양이냐고.”
이자닌의 말은 신랄했다.
투란이 ‘다, 달걀!’이라고 어깨를 축 늘어뜨렸지만…….
퍼브의 왁자지껄한 분위기, 지하에서 올라서자마자 몰려오는 그 분위기 속에서 파쿠란은 바로 바에 붙으며 바텐더가 가까이 오자 바로 말한다.
“남겨둔 우리 일행에 가드 좀 부탁해도 될까? 비용은 우선 이 정도를 선불로 드리지. 모자라면 돌아와서 나머지를 줄 테니까.”
바텐더는 내밀어지는 파쿠란의 손 아래에서 금전 하나가 밀려오는 것을 보며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맡아두지. 적어도 여기서 다칠 일은 없게 하겠어.”
“고맙군.”
파쿠란이 살짝 손을 들었고, 바텐더의 손이 그 아래를 스쳐가며 금전을 쓸어갔다.
투란은 이런 광경을 멀찍이서 보며 이자닌의 뒤만 졸졸 따라갔다.
이자닌은 파쿠란이 뭘 하는가 별 관심도 없다는 듯이 퍼브를 나서고 있었다.
투란이 파쿠란이 뒤에 빠르게 따라붙는 광경을 확인하는 사이에도 이자닌의 걸음은 거침없이 빠르게 딛어졌다.
“으음, 같이 좀 가지!”
파쿠란이 곁에 다가왔을 때, 이자닌을 보며 투란이 중얼거렸다.
“투란, 나보다 이자닌을 지키라고.”
파쿠란의 말은 진지했다.
“음, 알았어요.”
투란은 대답과 함께 이자닌 쪽으로 빠르게 발을 움직였다.
주변의 풍경 속에서 이자닌은 조금 특별해 보였고, 건들거리는 이들이 흥미로워하면서 이자닌 쪽으로 어슬렁거리는 광경이 눈에 띄는 중이었다. 그러다가 투란이 바싹 이자닌 곁에 붙으니 주춤하다가 멋쩍은 표정으로 슬슬 물러서며 접근을 멈추고 있었다. 척 봐도 가면까지 뒤집어쓴 매우 수상한 호위에 대해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괜히 말 걸다가 좋지 못한 일을 겪고 싶지는 않은 듯…….
그쪽을 흘깃하면서 이자닌이 조금 지루한 표정을 짓다가 가까이 오는 파쿠란에게 보조를 맞추는 채로 걸으며 묻는다.
“옆 방에서 뭘 했나 얘기 안 해줄 거야?”
투란이 가면 속에서 눈을 깜박이며 보니, 파쿠란이 잠깐 생각하다가 대답한다.
“지금은 그냥 넘어가자. 나중에 기회가 되면 알 수 있을 거야.”
이자닌은 입을 다물고 걸음을 재촉했다.
파쿠란도 고요하게 걸었다.
거기에 맞춰 걸으며 투란은 드라고니아가 의아해하는 말을 들어야 했다.
―옆방이란 것을 어떻게 알았지? 대체 이 여자, 어떤 감각을 지닌 거야?
‘뭔 소리야?’
―벡커드와 싸우며 자객이 들이닥쳤을 때도 먼저 알아차렸다. 홀시딘을 만나기 위해 어디 다녀온다고 나올 때도, 곧바로 그 옆의 빈방을 이용할 때도 파쿠란은 마찬가지 마법으로 방의 안팎을 차단하는 마법을 썼다. 두 방에 모두 말이야. 한데 이자닌은 어째서 그 모든 것을 통찰하고 있느냐고.
‘통찰? 알아챘다고?’
―그래!
‘흐흠…… 오러잖아?’
잠깐 이자닌을 주의 깊이 보다가 투란은 문득 깨달았고, 바로 소리 없이 말했다.
―뭐? 오러……?
‘응, 자세히 보질 않았는데 지금 보니 오러야. 굉장히 세밀하고 넓어! 헤에…… 저 정도면 키린만큼이나 대단한걸! 약하지만…….’
―세밀? 넓다고? 오러를 기반으로 한 통찰력이란 거냐? 그런 낌새는…….
‘거의…… 아니, 제대로 보지 않으면 전혀 없지! 나도 오러로 강화된 감각으로 봐야 겨우 동류(同類)의 낌새가 엿보이는 정도니까. 이자닌, 힘은 부족해도 감지만큼은 굉장해! 저럴 수도 있구나!’
소리 없이 투란은 외치고 있었다.
모르고 있었던 것을 깨달으면서, 키린이 몸과 마음에 심어줬던 왕가의 무투술을…… 그 안에 담긴 오러의 운영법을 되새기면서 투란은 경외(敬畏)를 품은 것이다.
―투란?
조금 불안한 듯, 드라고니아가 투란이 품는 경외…… 그 감정을 따라 일어나는 변화에 놀란 듯이 불렀다. 동시에 앞서가던 이자닌이 잠깐 발을 멈추더니 투란을 되돌아보기도 했다.
의아한 듯 입술을 달싹거리다가 이자닌은 곧 고개를 저으면서 다시 앞을 보며 나아갔다. 투란이 가면을 만지작거리면서 주변을 둘러보는 시늉을 하니, 조금 전에 살짝 느낀 위화감이 무엇 때문인가 파악하지 못한 듯했다.
‘으흐흣, 예민해! 그치만 이제 나도 예민해!’
투란이 소리 없는 환호(歡呼)를 터뜨렸다.
―그게 대체 뭔 소리…… 응? 뭐야, 이 오러 가드는?
드라고니아가 어리둥절하다가 어이없다는 듯이 물었다.
투란은 헌터스 배너, 알드바인 상아탑의 오러 마크에 의해 제약이 걸린 채로 오러를 사용해왔다. 몬스터 로드란 것을 알고 있는 파쿠란과 함께 여행을 하는 동안에도 오러를 써야 할 때는 헌터스 배너를 활성화시켜 그 범위 안에서 운용(運用)하고 있었다. 덕분에 거칠고 투박한 채로, 터져나올 듯한 힘을 억지로 파편화시켜서 잘게 뿌리는 듯한 우악스러운 느낌으로 자신을 억제하는 성향이 짙게 드러나는 것이 투란의 오러였다.
한데 지금은 ‘예민’하다는 말 그대로, 분명히 헌터스 배너의 용량 한계를 지키는 채로 오러를 운영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섬세하잖은가! 바늘 끝, 털끝의 가느다란 점 위에서 춤을 추는 것처럼 투란의 오러는 정교(精巧)하게 재단(裁斷)된 채로 감각을 활성화시키고 은닉(隱匿)되고 있었다.
파쿠란이 겹겹이 쌓은 마법 방벽을 넘는 감각을 지닌 이자닌조차 잠깐 투란의 변화에 멈칫했지만, 돌아보고서는 아무런 이상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그 과정을 투란의 마음을 통해 되짚어 보면서 놀라면서도 어이없어하는 채로, 드라고니아가 다시 묻는다.
―어떻게 하는 거냐, 대체…….
‘응? 이자닌 보고 배웠지! 아하핫, 키린이 알려준 거였는데 뭔지 모르고 있었어! 이자닌처럼 보여줬으면 더 쉽게 알아차렸을 텐데! 아하핫.’
투란은 즐겁게 대답했다.
드라고니아는 투란의 이런 변화를 조금 더 깊이 관조(觀照)하려는 듯한 침묵에 빠져들었다.
그러는 사이에 거리의 풍경이 변했고, 투란은 왕도의 한 곳에 당당하게 자리 잡은 헌터 길드의 건물을 볼 수 있었다. 주변은 헌터 길드를 감싸는 듯한 주점과 여관이 즐비했고, 온갖 도구와 장비를 취급하는 상점 또한 그 사이에 들쑥날쑥한 채로 끼어 있었다.
이 새로운 풍경은 투란에게 어딘가 스타폴의 풍경과 닮았다고 느끼게 했다.
저 멀리 왕도의 중심으로 우뚝 솟아 있는 왕궁의 첨탑이 보이지 않는다면, 이 헌터 길드가 자리 잡은 거리의 풍경은 스타폴 그대로라고 해도 될 듯한 정도였다.
그 거리에 발을 딛고 나서 잠시 후, 이자닌이 걸음을 멈추고 묻는다.
“푸른 사슴이 대체 어디야?”
이름을 듣고는 쉽게 찾을 수 있을 듯했는데, 막상 이 헌터 길드 앞 거리를 보고 있자니 사슴, 멧돼지, 독수리 따위의 간판을 내건 여관, 주점이 가득했고…… 같은 종류이면서 닮은 간판까지도 잔뜩 있었다.
파쿠란이 잠깐 주변을 둘러보는 사이, 투란은 사슴을 봤다.
“아, 저기 사슴이…… 빨개요.”
얼른 손가락질하다가 보니, 색이 다른 사슴 간판이었다.
파쿠란은 그런 투란을 향해 픽 하고 새는 웃음을 짓고 말한다.
“그 가면으로 뭔가 알 수 없나? 보통 가면이 아니잖아. 상대방도 같은 가면을 가졌다고 했으니…… 뭔가 있지 않아, 투란?”
“어? 에…… 어, 그러네요.”
투란이 잠시 단단한…… 이자닌이 달걀을 떠올리게 한 가면을 두드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자닌이 바로 재촉한다.
“알았으면 얼른 가자고, 어느 쪽이야?”
“저쪽, 골목 돌아서…… 에, 가보죠.”
홀시딘이 넘겨준 가면의 마법이 묘한 색채의 점멸광을 통해 알려주는 정보에 갸웃하며 투란이 손짓하는 채로 대답했다. 벽을 뚫고 저편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대강 저편 어딘가에 녹색의 그림자가 오락가락하는 모양이 덧씌워진 듯 시각화된 광경을 보여주는 점멸광이었다. 거기 뭐가 있다는 것은 금방 알 수 있지만, 왜 껌벅껌벅하면서 녹색의 그림자가 일렁거리는 모양인가는 알 수가 없었다.
해서 투란이 바로 드라고니아에게 소리 없이 묻는다.
‘야, 이게 무슨 뜻이야?’
―응? 아, 그건 그냥 위치 정보와 현재 취하고 있는 자세를 대강 알려주는 거로군. 제한된 공유 마법이야. 전부 알려면 제대로 메시지 마법을 써야 그쪽 주변이 모두 보이고 들릴 거다. 하지만 여기 있는 너에게 저기 있는 누군가의 주변을 보여주면 위험하니, 제한이 걸린 거야. 얼마 멀지도 않군. 가보면 알 거다.
‘그래? 가보고 바로 알았으면 좋겠네.’
폴짝거리며 뛰고 구르다 껑충껑충하는 녹색 그림자의 괴상한 짓거리를 가면을 통해 보면서 투란은 조금 불안했다.
설마 저쪽에서 만나기로 한 헌터가 저런 몸짓을 하고 있는 것인가?
성큼성큼 앞장선 이자닌이 먼저 골목으로 돌아섰고, 중얼거린다.
“아, 투란…… 정말 너랑 똑같아 보이네?”
파쿠란이 재빨리 이자닌 곁에 서면서 그쪽 광경을 살피고 살짝 어이없는 듯한 넋 빠진 소리를 낸다.
“오러?”
투란은 서둘러 둘의 뒤를 따라 골목을 돌았고, 둘이 하는 말을 완벽하게 이해하면서 신음했다.
“허으? 뭐, 뭐야 저 아저씬!”
투란과 같은 가면을 쓴 채로, 입고 있는 차림새도 비슷한…… 다만 흑색과 갈색이 아주 짙어서 색채만 다른 모양인 차림새로 좌충우돌하며 주변 사람을 마구 두들기는 누군가가 거기 있었다.
조금 자세히 보니 일방적으로 패고 있기는 하지만, 맞는 쪽의 여럿도 그렇게 일방적으로 당할 생각은 없는 듯하기는 했다. 날붙이를 빼 들고 악착같이 가면 쓴 이에게 대항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에어그립까지 쓰는 저쪽의 가면 쓴 이는 거침없이 다수(多數)의 상대를 홀로 제압하고 있었다.
―툴로쉬 아니냐?
드라고니아가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