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71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71)
Chapter 15. 전설의 괴물 왕자!
흐릿한 하늘을 보며 투란은 천천히 숨을 들이쉬고 내쉬었다.
굵은 줄기로 된 작은 배 위에 엎어진 오러 몽거를 실은 채로 떠내려가다 보니, 조금씩 맑은 냄새가 짙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고민은 고민이고, 일단 확인을 해 봐야 할 일이었다. 이제는 사람이 숨 쉬어도 되는 곳인가, 아닌가?
그러나 이전처럼 바로 숨구멍을 몽땅 사람의 것으로 바꾸다가 피를 토하는 짓 따위를 하고 싶지는 않았다.
‘생각을 좀 하자고. 그냥 숨을 쉬면서 알아내는 방법이 없겠나.’
자신을 향해 던진 물음이었고, 생각할 과제였다.
이에 대해 바로 가슴을 울리는 묘한 답이 나왔다.
악마의 심장이 자신이 심장을 삼키고 들러붙은 몸의 기량과 성능을 파악하고 환경과 엮이는 능력, 그 능력을 이용해서 겪지 않아도 대강 파악이 된다는 ‘정보’였다. 확실히 이전에는 그게 가능한지 아닌지 몰랐지만, 여러 가지 경험을 하고 새로운 몬스터의 힘을 손에 넣으면서 악마의 심장도 나름대로 성장한 것처럼 느껴지고 있었다.
전보다 더 깊이 생각하고 판단이 가능하다는 듯했다.
‘정말?’
그래서 투란은 이를 바로 시험해 보기로 했다.
숨을 한껏 깊이 들이쉬고 내쉬고…….
짜릿한 감촉이 허파에서 느껴졌고, 목구멍이 마르면서 바로 시드는 듯한 감각이 있었다. 하지만 그 감각과 함께 넝쿨의 실 가닥 그물이 꿈틀거리면서 온화하게 감싸는 느낌이 통증을 미리 막는 것도 선명했다. 그리고 분명하게 뇌리에 스며드는 정보가 있었다.
‘아직은 제대로 숨을 쉴 수 없고…… 물속과 밖의 차이도 심하고…… 과연, 물 위를 흘러가는 중인데도 습기를 느끼지 못하고 오히려 바싹 마른 느낌만 있는 게 그런 탓이구나.’
투란은 조금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물가에 있으면 흔히 느끼는 습기, 축축하지 않더라도 느껴야 하는 촉촉함, 그런 것이 없었다. 물 위에서 둥실거리며 내려가는 중이지만, 이곳은 사람의 살갗을 바로 말라 버리게 하고 갈라지게 하는 이상한 건조함이 가득한 곳이었다.
이런 곳에서 쑥쑥 자라는 나무라든가 버티고 있는 짐승 같은 것들, 모두 몬스터가 아니면 마수라든가 요목(妖木)이라 할 만한 것뿐이다.
‘정말 깊이 들어왔구나.’
이전과 다르게 투란은 희미한 기억을 더듬으며 생각할 여유가 있었다.
피를 토하느라 바쁠 때는 없던 여유.
“앙? 춤추는 산맥 깊은 곳? 당연히 숨도 제대로 못 쉬는 곳이겠지. 아무나 못 들어가. 헌터 중에서 거기 들락대는 작자들 장비 못 봤어? 물속에서도 숨 쉴 수 있게 해 주는 가면이나 가리개를 꼭 갖고 다니잖아. 그거 엄청 비싼 거래. 근데 그게 없으면 들어가서 숨도 못 쉰다잖아.”
마을에서 함께 자라고 먼저 세상으로 나간 누군가가 잘난 척하며 했던 말이다. 저 산맥 깊은 곳에 있을 강력한 몬스터는 뭘까 하고 시작된 이야기가 저 안은 어떤 곳일까 하는 부분에 이르렀을 때였다.
그리고 지나가던 몬스터 헌터가 애들이 그렇게 까불거리고 노는 꼴을 보며 피식 웃으며 한마디 했다.
“살아서 들어가기도 어렵지.”
투란은 자신이 정말 그런 곳에 온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샤오콴 마을에서 가까운 혼돈의 늪이 소용돌이 늪처럼 투란을 날려 보내 준 것이다.
‘그 큰 뱀도 나처럼 날려 왔는데…… 굉장히 센 놈이었는데…….
투란은 문득 허리춤을 더듬어 뱀 가죽을 만지작거리며 생각했다.
크고 강한 뱀도 버티지 못하고 죽었던 곳에서 그는 살아남았다.
그리고 지금 여전히 사람이 숨 쉬기도 거북한 물길을 따라 흘러가는 중이다.
한 번 만날까 말까 하다는 희귀종을 물리치고, 희귀종을 곁에 둔 채로.
‘다시 눈깔꽃 떼를 만나면 어쩌지?’
투란은 간밤의 일을 떠올리면서 눈살을 찌푸렸다.
이 굵은 줄기로부터 양분을 얻고 있었고, 지금은 달이 뿌려 준 은빛 불꽃의 마력도 넉넉하게 발휘할 수 있어 감당할 수 있었다. 낮이기는 해도, 아직 그 힘의 여력은 넉넉했다. 그리고 밤이 되면 만월은 아니더라도 달빛의 마력이 효과를 발휘하는 몸이시다. 그러나 과연 이 정도로 그 섬광의 가혹한 힘에 버틴다고, 다시 이겨 낼 것이라고 자신할 수 있는가?
‘어렵지.’
가슴에서 나온 대답에 투란도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간밤에 이 오러 몽거의 가슴에 뚫린 구멍 속에 숨었기 때문에 꽤나 편안하게 그 섬광을 몸에 다 뒤집어쓰지 않았다. 오러 몽거가 없거나 저 숨어들 구멍이 아니라면 굵은 줄기가 긁히고 찢긴 것처럼 투란도 거칠게 간밤의 흔적을 몸에 새긴 꼴이 되었을 참이다.
‘그러니까…….’
투란은 결국 생각이 한 가지로 맺어지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 오러 몽거를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가 없는가를 따질 때가 아니었다.
어찌 되었든 투란에게 이 녀석의 검은 가죽이 필요한 것뿐이다.
‘삼키자.’
구멍 속의 속살은 피로에 지치고 고통스러워하던 악마의 심장, 이제는 투란에게, 악마의 심장에 흡수된 녀석이 껍질로 덮고 메운 채라 아직 싱싱한 형상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아마도 이 구멍이 뚫리고 얼마 되지 않아 바로 악마의 심장이 흘러들어 자리 잡은 모양이었다.
투란은 손끝으로 악마의 심장이 낳아 덮은 껍질을 헤집고, 순수한 오러 몽거의 속살을 쥐었다. 질척거리는 느낌이 독하게 손가락을 쥐어오는 듯했다. 심장이 없더라도 그 피와 살은 여전히 생기를 지닌 채로, 그동안 죽지 않고 살아 있었다는 것을 과시하는 느낌이었다.
끄적이는 피와 살의 흔적이 손가락에 스미고 손바닥에 잘 스며든 것을 투란은 가슴으로 옮겨 문질렀다. 가슴살이 살짝 에이는 듯한 느낌이, 오러 몽거가 보여 주는 생명의 괴력이 어느 정도인가 다시 한 번 고스란히 전해졌다.
‘껍질만 어떻게 해 보자고, 껍질만.’
다시 한 번 투란은 자신에게 되뇌면서 천천히 ‘천칭의 문장’을 불러냈다.
가슴 살갗에 작고 검은 톱니바퀴가 생겨났고, 바로 묻힌 피와 살을 당기며 돌았다. 핏빛의 톱니 고리가 곧장 강한 맥동처럼 피어났고 투란은 늑대의 손바닥에 이를 받아들었다.
독한 느낌을 물씬 풍겨내면서 손바닥 꽉 박힌 듯한 감각을 주는 핏빛 고리.
투란의 몸이 조금 더 긴장하고, 몬스터 엠블럼의 마력이 새로운 몬스터를 갈망하듯이 요동쳤다. 아무래도 오러 몽거를 매우 특별하게 여기는 투란의 기분을 그대로 드러내는 듯했다.
‘흥분하지 말고, 침착하라고!’
투란이 자신에게 되뇌었고, 곧 ‘작은 늪’이 심장 속에서 소용돌이치며 돌의 힘이 몸을 채우듯이 번졌다. 투란은 작은 돌이 된 느낌으로 들뜬 기분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 곧 평온하지만 뭔가 희한한 기분이 맴돌았다.
‘작은 늪’이 속삭여 오는 듯했다.
고무쇠처럼 이걸 바싹 말려 버릴 늪을 뿜어낼까, 하는 듯했다.
‘아니, 삼킬 거라고!’
투란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작은 늪’의 중심이 되는 작은 돌을 다독이는 생각을 하고, 핏빛 고리가 달라붙어 서서히 그 회전을 빨리하는 늑대의 손을 오러 몽거의 살점 속으로 밀어 넣었다.
반응은 격렬하고, 신속했다.
오러 몽거의 몸이 한순간에 빛나는 듯한 검붉은 색채와 흐린 날조차 무시하는 금빛 은빛의 잔광을 뿌려내며 투명해져 버렸다. 그리고 핏빛의 톱니 고리는 두껍고 무거운 색채로 물들었다. 하얀 털이 붙어 있는 얇은 가죽 몇 점, 원래는 크고 굵은 뼈대의 원형을 짐작하게 하는 몇 곳이 앙상하게 마른 것처럼 남아 있는 광경이 오히려 신기할 정도였다.
‘이거 괜찮은 거야!’
너무나도 빠른 진행이었기에 투란이 어이없어 한순간 망설이는 생각까지 해야 했다. 하지만 투란의 손은, 늑대의 손아귀는 이미 자연스럽게 당연하다는 듯이 가슴으로 돌아와 둔탁하고 무거운 핏빛 톱니 고리를 ‘천칭의 문장’으로 거두고 있었다.
‘으큭!’
한순간에 가슴을 관통하는 듯한 느낌이 투란을 당혹스럽게 했다.
서서히 톱니바퀴가 돌고 감아가던 듯했던 것과 너무나도 다른 생소함이었다.
팔딱거리는 번개가 기다렸다는 듯이 가슴에서 등짝까지 스쳐 가며 관통하는 듯하다니.
그리고 바로 변화가 투란의 온몸을 찾아 덮쳤다.
“으그!”
신음이 작게 투란의 입술에서 새고 말았다.
몸이 무겁고 둔해지면서 뱃가죽부터 검게 물들어 가는데, 저절로 바닥을 향해 가라앉는 이 감각. 헤엄칠 줄 모르는 채로 물에 빠졌을 때, 맨땅처럼 보이는 수렁에 잘못 뛰어들었을 때 몸이 가라앉는 것이랑 비슷했다.
게다가 지금 투란은 확실하게 물 위를 떠내려가는 굵은 줄기를 타고 있었다!
사라라락.
생각이 닿는 순간, 투란이 딛고 있던 굵은 줄기가 움직였다.
굵은 줄기가 투란을 감싸며 휘감아, 크고 봉긋한 알이 물에 떠내려가는 형상이 만들어졌다. 그 속에서 투란은 일어선 것도 아니고 굽힌 것도 아닌 어정쩡한 채로 가늘게 몸에서 흘러 나가는 악마의 심장의 실 가닥 줄기와 굵은 줄기가 만나며 교류하고 협력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니, 이게 뭐야!’
굵은 줄기는 이제까지 오러 몽거를 휘감으며 버티던 습관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투란의 몸이 어찌 되든 말든 상관없다는 듯이 도도했다!
다행이기는 했지만, 투란에게는 조금 당혹스러운 일이었다.
몸이 무거워지고, 팔다리가 묶인 듯한 상황에서도 버틸 수 있으니 좋기는 한데, 이러려고 삼킨 것은 아니잖은가?
하지만 오러 몽거의 형상을 자아내는 투란의 몸은 쉽게 움직일 수가 없었다. 무슨 단단한 동상이 된 것처럼, 투란은 자신의 상태를 느끼며 이 상황을 파악해야 했다.
‘왜 못 움직여!’
팔다리로 번져 나가는 오러 몽거의 형상.
가볍게 그랑츄의 형상을 덮으면서 얌전해진 늑대의 팔도, ‘이상한 심장’의 오른팔도 덮어 버렸다. 그러면서 살갗은 당연하다는 듯이 검게 물들고, 투란의 머리카락 뿌리부터 희게 변하면서 그 영향력을 확실하게 드러내는 기괴한 생명력!
그런데 손가락 하나 까닥할 수 없는 이 무거움은 대체 뭔가?
투란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째서 변화가 이뤄졌는데, 팔다리 속의 강인한 힘줄과 핏줄이 자리 잡았는데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가?
투란이 답을 찾기 위해 맹렬하게 감각을 더듬어갔고, 이에 호응하듯 악마의 심장이 격렬하게 맥동했다.
‘어?’
그 맥동은 오른쪽 가슴에서 위축되던 ‘이상한 심장’과 엮였고, 심지어 왼팔 속에 숨어 있는 작은 심장까지도 자극했다. 한순간에 투란의 모든 심장이 다 격렬하게 고동치며 몸의 무거움에 반발하는 듯한 느낌, 그 느낌 속에서 투란은 오른팔이 무겁게 살짝 꿈틀하는 것을 알았다.
‘이거? 설마?’
겨우 팔로 피의 흐름이 새 들어가는 상태!
그에 따라 겨우 손가락이 꿈틀하는 꼴이라니!
굵은 줄기로 눈앞이 가려지고, 온몸을 감싼 채가 된 것이 투란에게 정말 다행으로 여겨졌다. 남 보기에 창피한 느낌이 한순간에 투란을 덮친 탓이었다.
‘원래 심장이 없어서, 이 몸을 감당 못하는 거였냐! 그런데 왜 변신은 하는 건데!’
폭주하는 생각 속에서 투란은 적잖게 당혹스러웠다.
몬스터 엠블럼은 분명하게, 정확하게 오러 몽거의 강인한 생명력을 이끌어내 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 결과가 몸에 나타나자, 심장이 힘이 부족하다는 것마저 아주 정교하게 드러내기까지 했다!
오러 몽거의 몸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오러 몽거의 심장이 필요하다!
‘아, 그래서 이놈이 심장이 뚫린 채로 나자빠졌나? 그런 꼴로 이런 지독한 힘을 지녔고?’
투란은 일단 오러 몽거를 해체하려 했다.
이렇게 돌덩이가 되어 바위처럼 굳어진 채로 눈깔꽃의 섬광을 견디려 한 것이 아니었다. 그저 버텨 내는 가죽 정도면 적당히 형성할 수 있으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오러 몽거의 형상은 투란을 떠나지 않았다.
가슴의 뻥 뚫린 자리로, 악마의 심장과 ‘이상한 심장’이 밀어 넣으며 오러 몽거의 형상은 투란의 온몸을 그 괴이하고 강인한 생명력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그 본질을 구현해 내라고 투란을 재촉하듯이!
‘이런 망할!’
투란은 이 현상이 뭘 의미하는지 깨달았다.
저 웨어울프의 정수가 달빛을 은빛 불꽃으로 받아들이며 휘감고 투란을 점령하려 한 것처럼, 오러 몽거도 그 괴기한 생명력으로 투란을 물들이고 점령하려 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달빛 따위의 외부 요소는 빌릴 것도 없이
심장까지 있었다면, 투란이 벌써 오러 몽거가 되어 꽥꽥 거렸을 듯한 기세였다.
과연 악마의 심장이 그 피로를 호소할 만한 위력의 생기!
하지만 오러 몽거는 심장이 없었고, 악마의 심장과 ‘이상한 심장’은 더욱 빠르게 맥동을 가속하고 격렬하게 피의 흐름을 만들어 내며 그 자리를 메우려 했다.
‘무리잖아, 안 된다고!’
투란은 냉정하게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감당할 수 있었다면 이미 손끝 발끝이 움직이고 있어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