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722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718)
‘헐, 이게 뭐야? 어떻게 돌아가는 일이지?’
투란은 뒷머리를 움켜잡으면서 졸도하는 흉내라도 내고 싶었다.
혹시나 해서 슬쩍 이자닌 쪽을 엿볼 수 있도록, 들킬지도 모르는 위험을 감수하고 오러의 흔적 속에 의지를 담아 프로브를 구성해서 남겨놨다. 그러고 나서 앞서가는 파쿠란이나 툴로쉬가 눈치채지 않았나 조마조마한 기분으로 뒤따르고 있는데, 가르 영감과 이자닌이 느닷없이 뭔 몸값 정산(定算)을 하다가 진짜로 몸값 받고 풀어줄 듯한 상황을 만들고 있었다.
―적절하게 유도한 것인가? 아니, 저 자작도 알면서 넘어가 주는 분위기다만?
드라고니아는 엿본 상황이 재미있다는 듯이 말하고 있었다.
‘에잇, 그런 거 말고! 아니, 저 자작님 어떻게 살아남으려고 저러냐고! 파쿠란이 독이라고 장난을 친 줄 아는 건가? 몸을 움직이지 못한다는 것을 겪으면서 저러는 거잖아. 몸값은 또 어떻게 내려고!’
투란에게는 루노스 자작의 말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파쿠란의 설명이 부족하지는 않았다.
몸을 움직이지 못한 채로 있다가 사흘 뒤에 손발이 떨어지고 목도 떨어져서 죽는다, 그런데 뭘 왕도에서 영지로 돌아가 잊는다는 것인가!
설마 그 영지로 가면 어떤 독이든 제거해주는 전설적인 아티팩트라도 있는 것인가?
―있을 수도 있지.
투란이 열심히 떠올리는 생각에 대해 드라고니아가 심드렁하니 말했다.
‘응? 어, 그런가?’
퍼뜩 투란도 그것이 가장 가능성이 크다고 깨달았다.
몬스터 로드가 되지 않고 거뜬히 무슨 독이든 해독할 수 있다면, 저렇게 몸값 내고 풀려나겠다는 것이 전혀 잘못되지 않았다. 어쨌든 헌터 길드의 귀한 쥐도 추적용으로 사다 쓸 정도니까 그런 굉장한 마도구 하나둘 정도 집에 고이 모셔놨다고 해서 이상할 일도 아니잖은가?
‘아, 강력한 사제가 머무는 신전이 있을 수도 있구나!’
투란은 곧 또 다른 가능성도 떠올렸다.
마법사가 안 된다고 하는 치유를 거뜬하게 해내는 이들, 신성한 마법을 쓴다고 일컬어지는 사제들…… 그들이라면 중독이든 중상이든 살아만 있으면 다 고친다는 이적(異蹟)의 주인공일 수 있었다.
―흐흠, 글쎄다. 그런 경우라면 파쿠란이 해독 이야기 할 때 몬스터 로드 이야기를 꺼냈을 것 같지는 않다만…….
‘응? 왜? 뭐가 이상한데?’
투란은 드라고니아가 미심쩍어하는 것에 의아했다.
전설적인 아티팩트보다는 강력한 치유, 해독능력의 사제 쪽이 더 현실적인데 뭐가 이상하다는 것인가?
드라고니아는 투란의 의문에 한숨처럼 보다 자세하게 설명을 시작한다.
―연금술사의 독이 신성한 힘에 의해 제거되는 경우라면 굳이 그걸 감추고 몬스터 로드가 돼야 한다는 말을 꺼내지는 않았을 거라고. 투란, 연금술사가 제조한 물품 중에서는 신성한 힘을 받으면 그 효과를 순간적으로 증폭시키는 것도 있어. 사제가 연금술에 무지한 경우에 골탕 먹이고 놀리겠다고 그런 짓을 하는 작자가 적지 않다. 독을 갖고 그런 장난이야 하겠냐고, 보통은 그리 생각할 수도 있다만…… 파쿠란이 저 독을 쓸 때 말했잖아. 검은 연금술사의 유물이라고. 몬스터 로드가 되어 삼켜야 할 몬스터까지 정확하게 지목한 시점에서, 마법으로 해독할 수 없다고 한 말까지 고려한다면 저건 신성한 힘으로도 치워낼 수 없는 독이 맞을 거야.
‘전설적인 아티팩트라면 차라리 가능할 수 있고 말이지?’
―그래, 전설적이라면 그 효과는 불가사의한 영역에서 발휘될 테니까.
조금 정리된 이야기를 마무리하듯 드라고니아가 대답했다.
투란은 다시 생각을 더 하려다가 툴로쉬가 멈추는 것을 보고 파쿠란이 손을 든 광경을 확인했다. 아직 하수로 안을 거닐고 있는 상황에서 멈추자고 한 손짓이었고, 다른 곳의 일보다 먼저 주의해야 할 상황이 분명해서 투란은 생각을 멈추고 귀를 기울였다.
“이쯤이면 괜찮겠지요, 툴?”
파쿠란이 묻는 말에 툴로쉬가 갸웃하면서 대답한다.
“어, 주변에 아무도 없군. 엿듣는 것도 없어. 우리만 있어. 그런데 뭘 하려고 마법사?”
가만히 들어 올린 손가락을 세우면서 파쿠란이 대꾸한다.
“상아탑의 마스터에게 받은 물건이 있거든요. 그럼, 대화를 시작해보죠.”
툴로쉬가 그 세워진 손가락이 가운뎃손가락이란 것에 주목하며, 거기 은반지가 끼워진 것은 눈에 띄지 않았다는 듯이 툴툴거린다.
“욕하는 거야? 브로큰 킹덤에서는 그렇게 손가락 세우는 거 욕이잖아? 왜 갑자기 욕이야…….”
투란이 키득거렸고, 파쿠란은 가만히 반지에 집중하며 마법을 펼쳤다.
곧바로 주변을 채우는 듯한 찌릿한 ‘힘’과 함께 홀시딘의 목소리가 울려나온다.
“왜?”
툴로쉬가 투덜거림을 멈추고 그 짧은 한마디에 대꾸한다.
“상아탑 일이죠.”
홀시딘의 목소리가 낮고 선명해지면서 그 모습이 흐릿하니 일행의 중심에 자리 잡듯이 비쳤다.
“상아탑? 페브라의 상아탑이 왜?”
투란은 로열가든의 징표와 전혀 다른 마법, 카티야의 바람 반지가 이끌어내는 흐릿한 잔영 같은 홀시딘의 모습을 보며 헛웃음부터 흘렸다.
“왜 홀랑 벗고 있어요, 마스터가!”
흐릿한 회색 잔영의 홀시딘이 고개를 홱 돌리면서 울컥한 표정으로 대꾸한다.
“야, 목욕 중이라고! 씻는 중에 말 걸었는데 이렇게 응해주면 감사부터 하라고!”
이에 파쿠란이 냉큼 말한다.
“감사 드리요, 마스터 홀시딘. 그러면 바로 부탁드립니다, 이 왕도의 지하수로에 들락거린 상아탑의 마법사가 누굽니까? 하나도 아니고 셋이었고, 하수로에 숨은 도적 길드의 원로를, 그 일행까지 모두 살해하려 했습니다. 투란, 그렇지?”
투란은 가르 영감 일행이 습격받던 자리에 있던 이가 자기뿐이란 것을 뒤늦게 깨닫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해야 했다.
“맞아요. 일단 때려눕히고 도망쳤어요. 안 죽였어요, 살려뒀고 얼굴도 기억하고 있다고요!”
어딘가 투란에게는 낯선 회색 잔영의 홀시딘이 눈을 부릅뜨며 돌아보는 표정을 지었기에 살려둔 것을 강조하는 말이 되고 있었다. 덕분에 홀시딘은 조금 안도한 표정을 짓는데, 왠지 흐릿해서 정말 그런 표정인가가 살짝 의심스러운 투란이었다. 그리고 그 의심을 인정하듯 홀시딘이 묻는다.
“마력으로 쥐어팬 거냐? 살살 때려도 네 힘이면 한 일 년은 마법을 못 쓸 텐데, 얼마나 팬 거야?”
“오러로 팼어요!”
투란은 몬스터 로드로서, 그 고유마력으로 마법사를 쥐어팼냐는 말에 바로 으르렁거리며 대꾸했다. 역시 금빛의 또렷한 모습이 아니더라도 홀시딘의 흐릿한 잔영은 투란의 말을 의심스러워하는 표정을 넉넉히 드러내고 있었다!
한데 홀시딘은 한층 더 의아한 듯…….
“오러? 여기 지하수로를 내려가 사람 죽이겠다는 녀석들을 오러로 패서 쓰러뜨렸다고?”
뭔가 납득하기 어렵다는 듯이 다시 묻고 있었다.
투란은 어깨를 늘어뜨리면서 한숨처럼 대답해야 했다.
“엄청나게 어설프고 이상한 마법사들이었으니까요. 마법을 적당히 가르는 오러의 비술도 살짝 배운 적이 있어서…….”
“마법을 가르는? 비술? 투란, 너 설마……?”
홀시딘이 화들짝 놀랄 때, 바로 곁에서 툴로쉬가 묻는다.
“아케인 브레이크? 그거 쓸 줄 알았어?”
투란은 조금 갸웃하다가 파쿠란도 꽤 놀란 표정인 것을 보고 의아함을 그대로 토해내듯 대답하고 되물어야 했다.
“어, 네…… 이상한 거예요? 나한테 오러를 다루는 법을 알려준 사람이 그 정도는 오러 윌더라면 웬만큼 하는 거라고 했는데?”
홀시딘이 흐릿한 와중에도 크게 황당한 표정을 지었고, 파쿠란은 애매모호하니 괴상한 표정이 되었다. 그런 마법사들을 제치고 툴로쉬가 가면을 긁적거리면서 투란에게 말한다.
“그 가르친 사람이 누구냐? 굉장히 엉뚱하구만! 마법을 가르는 오러의 비술은 흔한 게 아니야. 오러 윌더가 마법에 강하다는 거는, 버티고 힘으로 뚫는다는 이야기야. 강력하고 거대한 오러는 마법에 대해 아주 굉장한 저항력을 발휘하니까. 하지만 마법을 가르는 비술이란 것은 그런 크고 힘센 경우가 아니라고. 투란, 너 큰 힘을 발휘하지 않았지? 그냥 펼쳐지는 마법을 없애고 마법사를 쓰러뜨린 거지?”
“어…… 그랬죠.”
조금 주춤하면서 투란이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가르 영감이 무슨 왕의 검이니 뭐니 하던 때랑 완연히 다른 분위기였다.
그래서 투란은 슬쩍 파쿠란을 보며 눈짓했다.
가르 영감의 입에서 파마의 검이니 뭐니 하는 말이 나왔을 때, 파쿠란은 그냥 그러려니 하고 흘려 넘겼잖은가. 홀시딘에게 이것이 별일 아니라고 넉넉히 얘기해줄 수도 있는 듯싶은데…….
“파쿠란, 자네 못 봤나?”
홀시딘이 먼저 파쿠란에게 묻고 있었다.
파쿠란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차분하게 투란을 바라보며 말한다.
“파마의 검이란 말은 들었습니다만, 뭐든 이 상황에 이용해보겠다는 영감님이 한 말이라서 그냥 넘겼습니다. 그리고 투란이라면…… 마스터 홀시딘이 지원하는 투란이라면 딱히 이상한 일도 아니겠다 싶었죠.”
툴로쉬가 재빨리 끼어들어 묻는다.
“지원? 무슨 지원을 받는데? 아케인 브레이크 정도는 당연히 쓸 수 있다고? 야, 투란 너 누구냐?”
“투란이요, 본명이라니까요!”
주춤하다가 투란은 알 게 뭐냐는 말투로 대꾸하고 말았다.
홀시딘도 바로 이에 보태듯 말한다.
“관심 갖지 말라고, 툴! 도와주려는 사람의 뒤를 캐려 하지 마! 닥치라고! 그보다, 정말로 아케인 브레이크로 녀석들의 마법을 베었다면…… 그 녀석들 어떻게 다쳤지? 그냥 쓰러지고 말았냐? 아니면 피라도 토했어?”
“어, 한 명은 피 좀 토하고 푹 주저앉았고…… 둘은 펑펑 날려 가던데요.”
투란이 기억을 더듬으면서 대강 대답했다.
툴로쉬가 어이없다는 듯이 ‘뭐? 왜 날려 가? 피는 왜 토해?’라고 어리둥절했다.
하나 홀시딘의 잔영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바로 파쿠란을 향해 말한다.
“찾기 쉽군. 그래서 그 녀석들을 찾아 뭘 물으면 되나?”
뭔가 시원하게 조금 전의 놀랐던 모습을 지우듯이 본론으로 넘어가는 태도였다.
파쿠란은 상아탑의 그랜드 마스터를 향해 한숨 섞인 웃음을 짓는 표정으로 지체 없이 말한다.
“헌터 길드의 옷 입은 쥐를 이용해 지하수로를 맵핑했는가, 누구의 의도에 따라 도적 길드를 적대시하는 것인가, 따로 배후가 있는지 아니면 페브라 왕국 상아탑의 의지인가도 알고 싶군요.”
툴로쉬가 곧바로 여기에 덧붙인다.
“쥐 들고 쫓던 자는 루노스 자작. 그와 직접 연계가 되어 있는지, 아니면 길드의 도구를 사용해 맵핑만 했는지 확인해보세요. 루노스 자작 말고 또 다른 누구랑 아는지도 캘 수 있으면 좋겠군요. 삼 왕자랑 친한 상아탑 마법사가 몇이나 되는가 파악하는 게 좋기도 하겠군요. 아무래도 그쪽에서 새나온 이야기를 쫓다가 나도 여기 합류한 셈이라서 말이죠.”
“그래, 알았어. 다른 거는?”
홀시딘은 두 번 묻지 않고 또 다른 사항을 확인하고 있었다.
파쿠란은 딱히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고, 투란은 뭐라 할 말이 없어서 가만히 있었다. 하지만 툴로쉬는 냉큼 또 다른 것에 대해 말한다.
“나도 바람 반지 하나 줘요! 나돌아다니다가 연락하려고 숙소까지 다시 가려니까 힘들구만! 그냥 마법으로 전언이 되는 마법사에게는 저렇게 가운뎃손가락에 척 끼고 다니게 줬으면서 나는 왜 안 줘요?”
“가면 줬잖아! 그걸로 긴급할 때 연락하라니까!”
홀시딘의 퉁명스러운 대답이었다.
툴로쉬가 가면을 벅벅 긁으며 불만을 표현하는 사이 투란이 ‘엥?’ 하며 중얼거린다.
“이 가면 그런 것도 되는 거였나…….”
―그런 얘기는 전혀 없었을걸?
드라고니아가 먼저 어이없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툴로쉬도 말없이 참을 수는 없다는 듯이 말한다.
“그냥 신호만 보내는 거잖아요! 이렇게 대화가 안 되잖아, 대화가!”
투란은 ‘아…… 안 되는 거구나.’라고 웅얼거렸다.
홀시딘이 단호하게 회색의 잔영을 보다 더 흐릿하게 지우면서 말한다.
“나중에. 지금은 이래저래 더 만들기…… 귀찮아!”
“그렇죠, 사정이…… 귀찮은 거였습니까! 이봐요, 마스터!”
툴로쉬가 그러려니 하다가 화들짝 놀란 소리를 내는데, 홀시딘의 회색 잔영은 훌렁 사라졌다. 곧바로 툴로쉬가 애꿎은 바닥을 발로 짓이기면서 ‘그게 뭐야, 이런 심술쟁이 마법사 같으니라고!’라며 투덜거림을 토해냈다.
파쿠란이 이를 보며 매우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투란으로서는 이 광경을 보고 가면 밖으로 새는 속 빈 웃음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다.
“하, 하, 하…… 귀찮은 일은 다들 싫어하기는 하죠. 하, 하, 하.”
그 뒤로 잠깐 툴로쉬는 파쿠란과 투란을 향해 상아탑 마법사들에 대한 온갖 험담을…… 대부분 겪은 일인 듯한 험담을 늘어놓았다!
졸졸 흐르는 얕은 물소리 사이로 그 목소리는 잔잔하게 울리며 지하수로에 나직한 메아리를 일으키며 사그라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