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728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724)
세 방향에서, 높이 자리한 난간 너머에서 날아든 화살들이 투란의 손에 잡혔다. 한둘이 아닌 십여 발의 화살이 순식간에 투란의 두 손에 들린 꼴이 된 것이다. 그리고 그 와중에 또 다른 외침이 덧씌워지고 있었으니…….
“쏘지 마! 이자닌이라고!”
“스노우란 말이다!”
“라이온 몰라, 라이온!”
“이런 귀 막힌 새끼를 봤나! 뒈져!”
어느 틈엔가 폭력적인 덧씌워진 채로 소란이 더 커지고 있었다.
화살을 잡고 투란이 정문에서 들어서자마자 펼쳐진 넓은 안채를 삼면(三面)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높은 난간의 몇 층 올려다보니 쇠뇌나 활을 들고 아래를 겨냥하는 이들을 향해 다가서서 훼방을 놓거나 직접적으로 두드려 패려는 이들이 있었다.
“우리 편?”
그들을 놓고 투란이 뒤에 선 이자닌에게 물었다.
“아냐, 블랙 펜서를 금전 다섯 닢 주고 산 얼간이들이지.”
“흐음?”
“내가 필요하니까 저러는 거야, 산 채로 말이지.”
“흐흠!”
이미 드라고니아에게 적당한 이야기를 듣기는 했지만, 슬쩍 모르는 척하면서 투란은 갸웃거리는 시늉을 했다.
이자닌은 자세한 이야기 따위는 늘어놓을 생각이 전혀 없는 듯, 투란이 의아해하는 모습을 모르는 척하면서 주변을 둘러보며 이 상황에 몰입하는 듯한 말을 잇고 있었다.
“이것들이 누굴 궁정 속의 철없는 공주님으로 아나…… 들이대면 내가 아이쿠 감사해요, 호호호 하면서 자기네들 하자는 대로 할 줄 아는 거야? 뭔 놈의 블랙 펜서를 저리도 많이 쳐바른 거야! 아주 금전이 남아돌아 썩는 놈들인가!”
쿵, 쿠쿵.
난간 위의 소란을 끝낸 이들 중 몇 명이 높이를 아랑곳하지 않고 뛰어내리며 발 딛는 소리가 크게 울렸다.
투란은 두 손에 쥔 화살 뭉치를 빙글빙글 손바닥을 중심으로 돌리면서, 그 화살 끝이 칼끝처럼 사용될 수 있다는 시위를 하면서 그들을 둘러봤다.
넓은 안채, 1층으로 내려선 이들은 다들 타크…… 블랙 타크라고 힘줘서 말했던 작자와 닮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그중에서 은근히 다모스 킬튼 남작과 비슷한 낌새가 있는 듯도 한데, 투란이 보기에는 이래저래 그 살을 파고드는 듯한 오러의 힘을 간직한 이는 아무도 없어 보였다.
그래서 투란은 간단하게 다시 이자닌에게 묻는다.
“죽여? 살려?”
이자닌이 흠칫하며 반쯤 고개를 돌려 묻는 투란을, 그 가면 구멍 속의 눈동자를 똑바로 바라봤다. 어딘가 냉정하게, 전혀 과시하는 낌새 없이 투란이 묻고 있는 것…… 이자닌은 숨을 고르면서 바로 대답을 해야 했다.
“따지지 말고, 그냥 힘껏 패버려! 운 좋은 놈은 살고, 운 나쁜 놈은 죽겠지! 다시 일어나서 기어오를 생각을 못 하게, 세게 패!”
“그거 좋네.”
투란은 대놓고 주먹을 불끈 쥐면서 말하다가 이자닌이 다가오는 녀석들에게 대뜸 가운뎃손가락을 세우는 모습을 보며 쓴웃음과 함께 말해야 했다.
당연히 둘이 주고받는 소리를 들은, 블랙 펜서의 오러 사인 덕분에 다가오면서 듣지 못하는 것이 이상한 이들이 바로 이에 대한 대꾸를 시작한다. 너무 자극을 받아서 뭐라 말문을 열지 않으면 피가 거꾸로 치솟을 정도로 성난 표정이 가득한 채로!
“우아, 대단한 위엄인데?”
“허헛, 가면 쓴 애송이가 굉장한가 봐?”
“오랜만에 좋게 말로 하려 했는데…….”
“십 년 만이니까, 이자닌도 이제 어른의 맛을 볼 때이기도 하네!”
“푸흐핫, 그때나 지금이나 이자닌은 몸이랑 다르게 어리다니까!”
“여전히 철부지일 뿐인 거지.”
촤륵, 촤아악!
이자닌이 발끈해서 그들에게 뭐라 다시 대꾸하기 전에 투란이 한 손을 휘둘렀다. 목까지 감을 듯이 노골적인 큰 동작으로 감았다 내지르며 펼친 손에서 쥐었던 화살 뭉치가 쏟아지듯 흩어져 날아갔다.
한쪽에서 이죽거리며 넉살 좋게 다가오던 이들이 그 화살 무더기에 놀랐다.
손으로 던진 것이 무슨 대형 쇠뇌에서 쏘아낸 것처럼 강한 것에도 놀랐고, 그런 결과를 놓은 손짓이 너무 가볍다는 것에도 놀랐다. 더불어 무슨 행동을 하기 전에 자신들의 가슴, 팔, 다리에 흩어져 날아오는 화살의 수가 한 사람당 두셋은 된다는 것에도 놀랐다!
“야, 이 씨!”
“대체 얼마나 쏴댄 거야!”
투덜거림은 그나마 빠르게 피하고 쳐낸 이들에게서 나왔고…….
“크억!”
“으각!”
비명은 급소를 간신히 피했지만 몸에 푹푹 꽂히는 화살을 경험한 이들에게서 나왔다. 그리고 조용히 쓰러지는 이들도 있었다. 제대로 급소에 꽂힌 화살에 즉사(卽死)해버린 경우였다.
이 갑작스러운 광경이 금세 주변에 고요함을 강요했다.
투란이 다시 한 손을 들어 힘껏 뿌리칠 듯한 팔 모양을 만드는 모습에 긴장감이 팽팽하게 흐르며 다가오는 이들, 블랙 펜서의 오러 사인을 간직한 이들의 발을 멈추게 한 상황이었다.
“음? 더 안 와?”
투란은 팔을 휘두르는 대신에 여전히 목에 감듯이 어깨 너머로 화살 쥔 손을 잔뜩 당긴 채로 중얼거렸다.
누가 뭐라 하기 전에 이자닌이 콧노래 하듯이 중얼거린다.
“넉살 좋은 척하던 물정 모르는 얼간이들은 화살 맞고 죽고, 눈치 없이 나불거리느라 바쁜 멍청이들은 몸이 과녁이 되었네! 뒤에 숨어 눈치 보던 얍삽한 얌체들은 남을 고기방패 덕분에 안 다쳤고!”
고요한 덕분에 이 중얼거림은 높은 층까지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했다.
명백하게 투란이 화살을 날린 쪽에 있던 이들을 비웃는 노래 같은 말이었지만 이번에는 재촉하며 다시 빠르게 이자닌을 선점하겠다고 들이대는 모습이 없었다. 날아든 화살을 잡아채고, 그 화살을 내던진 투란이 얼마나 위험한가 명백하게 깨달았다는 듯…… 그 때문에 서로 눈치를 보는 상황이 꽤 분명했다.
“흐흠, 계속 안 올 거면…….”
투란이 감아 당긴 팔을 움찔움찔하며 스윽 주변을 둘러보는 채로 몇 마디 할 때, 보다 크게 좌우로 몸을 기울이며 어디로든 피할 듯한 몸짓이 가득 이뤄졌다. 화살 무더기가 다시 날면 이번에는 아무도 맞지 않고 제대로 다들 피할 듯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투란은 화살을 날리지 않았고, 그냥 말하다 말고 웃는 소리를 낼 뿐이었다.
“하, 하, 하. 재밌네요?”
이자닌이 그런 투란 뒤에서 두 주먹을 들어 올리더니, 다시 가운뎃손가락을 세워 올렸다. 혀를 날름거리며 대놓고 비웃으며 놀리는 모습이었다.
어느 틈엔가 그런 이자닌과 투란을 다시 삼면에서 둘러싼 풍경을 이룬 이들이 볼을 떨며 눈가에 핏대를 세운 채로 틈이 보이면 바로 덮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풍겨내는데…….
“너무 한심해서 도저히 그냥 봐줄 수가 없소이다! 이 몸을 설마 이렇게 나서게 할 줄이야, 실로 상상할 수 없는 일이오!”
장엄한 구절을 외우는 이야기꾼 같은 말투로 누군가 크게 외치면서 높은 층에서 뛰어내리고 있었다.
바로 투란이 그를 눈길로 포착하듯 올려다보며 말한다.
“아, 그 이야기꾼…… 남작인가 하던 아저씨!”
이자닌이 ‘썩을!’ 하며 낮게 욕설을 하는데, 그보다는 투란의 말에 더 격한 반응이 바로 터져나오고 있었다.
“누가 이야기꾼이냐! 이 몸은 남작, 다모스 킬튼이라 했지 않았느냐!”
콰직, 빠각.
아무도 그 말에 신경 쓰지 않았다.
그보다는 다모스 킬튼이 떨어져 내리며 밟아 목이 꺾여 죽은 이를 먼저 보느라고 정신이 없었으니까.
누군가의 입에서 ‘저게 무슨…….’ 하는 의아한 말이 나올 때, 다모스 킬튼은 자기 주변에서 눈을 부릅뜨고 바라보는 이들…… 자신과 마찬가지로 블랙 펜서의 오러 사인을 새긴 이들을 ‘죽이고’ 있었다.
그 광경은 마치 산보하는 한가한 어린애의 장난질처럼 보였다.
손을 뻗어 턱을 잡고 휙 돌리면 목이 우둑거리며 돌아가 부러졌고…….
펄럭하는 망토가 누군가의 머리를 덮고 주먹이 그 위를 때리면 두개골이 함몰되었으며…….
장난처럼 꺼내 빙글빙글 돌리며 뻗었다 거둔 칼날에는 핏줄기가 딸려 나오듯이 치솟았으니…….
그 움직임은 쾌속(快速)이란 표현에 딱 맞았다.
투란이 화살 무더기를 내던진 것과 다르게 빗나가는 이도, 적당히 막는 이도 없이 다모스 킬튼의 손에 걸린 이들은 죽었다.
―저놈, 진짜 오러 윌더로군. 제대로 오러 사인의 위력을 발휘하고 있잖아! 대체 어떻게 준비된 훈련을 한 놈이 블랙 펜서를 몸에 새길 생각을 한 거지?
‘그게 뭔 소리야?’
―유물에서 찾아냈다는 블랙 펜서와 상관없이 저 녀석은 오러 윌더가 될 예정이었다고! 아무나 오러 윌더가 되는 거 아닌 줄은 알지? 단련된 기사, 준비된 정신과 육체가 아니면 오러 사인을 새겨봐야 오러 마크보다 못한 경우도 있어. 여기 딴 놈들을 보라고. 똑같은 오러 사인을 새겼지만, 이자닌의 스노우 라이온에 제대로 링크도 못 하고 으스대는 꼴이잖아. 하지만 저놈은…….
‘잘 쓰네! 아주 잘 써! 아, 놔둬도 되려나?’
투란은 문득 저렇게 다모스 킬튼 남작이 주변에 깔린 다른 블랙 펜서의 각인자들을 몽땅 죽이는 것을 훼방 놔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따졌다. 어느 쪽이든 꽤 애매했다. 살인귀가 설쳐대는 광경이니 적당히 끼어들어야 하는가 하는 기분도 있지만, 애초에 이자닌이 죽든 살든 운에 맡기고 힘껏 패라고 한 작자들이 죽는 중이니 그야말로 그 운이 원래 죽을 운이었구나 하고 넘겨도 되잖나 하는 생각도 있었다.
설마 같은 편이다 싶었던 다모스 킬튼이 느닷없이 저럴 줄은 상상도 못 한 탓에 생긴 머뭇거림이었고 망설임인 셈이었다. 한패가 되어 함께 덤벼든다 했으면 그쪽으로 화살 무더기를 던지고 나서서 하나씩 어딘가를 부러뜨려 놨을 텐데…… 저런 상황이면 투란이 끼어들기에는 꽤 이상하잖나.
이자닌을 지켜야 하는 입장을 고려하면 투란은 더욱 저 이상한 내분(內紛)에 낄 수 없기도 했다. 그래도 혹시나 해서 투란은 살짝 이자닌에게 묻는 말을 건네보는데…….
“이자닌, 저 이야기꾼 남작…….”
“틈 봐서 죽여. 저건 아무래도 살인 중독이야.”
말을 다 하기도 전에 이자닌이 단호하게 판결을 내리고 있었다.
그래서 투란은 ‘살인 중독?’이라고 되뇌며 대체 다모스 킬튼이 어떻게 미쳐 있는가를, 그 미친놈이 이 상황을 어떻게 마무리 지으려 하는가를 지켜봤다.
이제 다모스 킬튼이 안채에 살아 있는 마지막 블랙 펜서의 각인자에게 다가가는 중인데…….
“무, 무슨 짓이야! 대체 동료에게 무슨 짓을 하는 거냐!”
벌벌 떨면서 안간힘을 다해 꺼낸 외침이 공허(空虛)하게 울렸다.
그 외침에 다모스 킬튼의 걸음이 잠깐 늦춰졌지만, 그 입은 잔잔하고 빠르게 대꾸를 하는 중이었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모든 것을 다 지켜본 상황임에도 전혀 판단을 못 하고 있소이까? 그야말로 실망스럽소. 한순간이라도 빨리 그대들을 처리하지 못한 것이 나의 허물인 듯하오! 나의 소중한 시간을 더 낭비하지 않도록, 자살이라도 하겠소? 아, 그럴 마음은 없으시군. 그러면…… 이제 죽으시오.”
말이 끝날 무렵에 다모스 킬튼의 손이 마지막 각인자의 목에 얹혔고, 손가락이 그 목 줄기를 파고들었다.
우득, 와드득…… 털썩.
그가 쓰러지고 나니 어느 틈엔가 투란과 이자닌, 다모스 킬튼만이 1층 안채에 서 있는 상황이 되었다. 위층 난간 틈새로 몸을 감춘 이들이 내려다보는 듯한 낌새가 있기는 했지만, 아무도 쇠뇌를 쏘아붙이거나 뭔가 던지거나 아래로 내려와 이 상황에 끼어들 생각은 없는 모양이었다.
툭, 툭.
다모스 킬튼이 손을 털며 투란과 이자닌을 향해 돌아섰다.
여전히 화려한 모습으로 교양을 갖추려는 듯한 몸짓과 함께 다모스 킬튼의 입술이 움직인다.
“나의 경고를 받아들여 열심히 오긴 한 모양이오만, 교양 없는 이자닌…… 그대는 너무 늦었…….”
촤아악!
“투란, 닥치게 해!”
이자닌의 외침 첫마디가 소리 나기 전에 투란은 이미 화살 무더기를 내던지고 있었다. 아까보다 더 세게, 더 정교하게!
다모스 킬튼의 눈매가 가늘어졌고, 그 발이 빠르게 바닥을 차고 몸이 뒤로 튕겨나갔다. 거리를 넓히고 화살 무더기의 상태를 조금 더 관찰하려는 자세였다. 그리고 곧 다모스 킬튼의 두 손이 칼자루를 쥐었다.
팟, 파팟, 티잉!
“놀랍…….”
“우와, 이야기꾼 이야기에 나오는 오러 윌더야! 다 쳐내네!”
짝, 짜짜작!
다모스 킬튼이 화살 무더기를 물리치고 서며 날카로운 눈빛과 함께 꺼내려던 말은 투란의 외침과 박수 소리에 묻혔다.
이자닌이 한숨을 쉬었다.
“투란, 저거 칭찬하지 말라고!”
잠시 둘을 보며 표정이 굳어졌던 다모스 킬튼은 숨을 깊이 들이쉬었고, 벼락이라도 뿜듯이 외치는데…….
“감히 이 남작을 뭘로……!”
“아저씨, 뒤!”
투란은 그 뒤를 손가락질하며 급하게 말을 끊으며 소리쳤다.
다모스 킬튼은 그런 투란의 손짓을 무시할 수가 없었다.
정말로 그 등 뒤에서 느닷없이 나타난 뭔가가 덮치고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