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73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73)
콱, 콱!
후드드드.
‘이런 미친!’
몬스터가 제정신일까 하는 의심이 뒤따랐지만, 투란은 오러 몽거의 몸을 물고 이빨이 우수수 나간 다음에 다시 돋기가 무섭게 또 물어뜯는 이 정신 나간 뱀을 닮은, 벌레 날개와 벌레 발이 잔뜩 붙은 놈에게 미쳤다는 욕을 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이 미친 뱀이 한 마리가 아니고 다들 우르르 몰려들고 있다는 사실!
이 떼로 움직이는 꼴은 마치 투란이 전혀 움직이지 못하는 처지인 것을 알았고, 열심히 물다 보면 언젠가는 허물어질 것이라고 확신하는 듯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어느 정도 늑대의 형상을 빌려 쓰는 왼팔이 시큰해지고 있었다. 은빛 불꽃이 일렁이면서, 오러 몽거의 형상이 골고루 섞여 있는 채였지만 역시 순수한 오러 몽거의 형상이 드리운 가죽보다는 약한 듯한 상태였다.
그나마 투란에게 다행이라고 여겨지면서도 조금 괴상하게 느껴지는 것은 이 뱀 닮은 것들이 굵은 줄기는 전혀 깨물거나 씹을 태도가 없다는 점이었다.
‘육식만 하나?’
풀잎이나 나무 열매에는 전혀 관심 없는 순수한 육식형 몬스터라면 그럴 수 있었다. 짐승도 육식형 맹수는 결코 풀잎이나 나무 열매를 일부러 찾아 씹는 일은 없으니까.
투란은 잠깐 더 궁리하다가, 물속을 통해 줄기 하나를 멀리 뻗어 냈다.
멀리서 조금 가늘지만, 그래도 사람 손목 두께는 될 정도인 줄기를 새로 뽑고 보다 빠르고 강하게 튕겨 움직이게 유도했다. 그 줄기가 물 위를 나는 이 뱀 닮은 녀석 한 마리를 낚아채서 끌어당길 수 있는가를 확인하려 했다.
촤악!
투란의 의지에 따라 조금 가늘고 빠른 줄기 하나가 물살을 가르며 솟구쳤다.
부붕, 부웅!
격한 날갯짓과 함께 겨냥된 녀석이 바로 반응했다.
날갯짓과 꼬여가는 긴 몸, 그 다리의 움직임이 바로 뻗어 올라간 줄기를 맞이하는가 싶은 순간, 치솟은 줄기가 토막 났다.
투란은 그 순간을 명확하게 느낄 수 있었다.
저 날갯짓, 그냥 소리만 요란하게 아니고 뭔가 날갯짓하는 틈새에 걸리면 그냥 갈아 버리듯이 잘라 내기까지 한다! 그리고 긴 몸에 달려 있는 벌레의 발은 날카롭게 줄기를 움켜쥐는 것이 잔털처럼 살랑이는 것이 사실은 잔가시 같다는 점도 알 수 있었다.
‘그냥 덤비면 안 되겠는데…….’
굵은 줄기로 무는 놈을 상대하기 곤란하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한데 저쪽에서 줄기를 토막 낸 녀석이 토막 난 줄기 조각을 들고 킁킁거리며 가시 돋친 혀를 날름거린다!
‘어? 앗차!’
투란은 순간적으로, 직관적으로 깨달았다.
악마의 심장이 뿜어내 움직이는 줄기는 심장을 삼킨 짐승의 힘줄, 핏줄과 엮이고 그 피와 살을 그대로 자신의 껍질 안쪽에 반영해서 빨라지고 강해지는 것, 어떤 면에서 보면 반은 넝쿨이지만 반은 짐승의 피와 살이라 할 수도 있다!
그래도 정상적인 맹수라면 식물 쪽 맛이 강하니 넝쿨 따위 움직인다고 관심을 기울일 까닭이 없지만, 이 뱀 닮아서 붕붕거리는 녀석들은 분명히 몬스터였다!
이 떼거리가 굵은 줄기를 먹을 만하다고 판단한다면…….
한순간에 스쳐 간 생각은 바로 투란의 가슴을 두드렸고, 악마의 심장이 맹렬하게 반응하며 해결책을 내놨다.
솟구쳤다가 토막 난 줄기, 그 주변 물살이 뒤틀리면서 단숨에 위로 큰 물 더미를 튕겨 올렸다. 맛을 보느라 혀를 내밀던 놈이 바로 그 물 더미에 적중되었고 붕붕대던 날개가 적셔지는가 하는 순간, 파삭 터졌다.
‘엥?’
벌레 닮은 날개이니까 젖으면 조금이나마 곤란하지 않나 싶어서, 그 틈에 굵고 강한 줄기로 한 방 먹여 물속으로 끌어들이려 한 짓이었다. 한데 물에 맞고 몸이 바로 빵 터진다?
물 위를 날아다니는 주제에 저게 뭔 꼴인가!
콱콱, 우드드드!
잠깐 멀리 있는 광경에 주의하던 투란은 시큰하게 팔과 몸에 스며드는 느낌에 흠칫했다. 오러 몽거의 몸은 꿈쩍도 하지 않고 심드렁한 듯하지만, 늑대의 팔과 가슴을 채운 두 개의 심장이 끌어낸 형상은 굉장히 두근거리며 스며드는 독을 느끼는 중이었다.
‘이빨이 저리 생겨 먹은 주제에 독도 있냐!’
뭔가 짜증이 샘솟으면서 투란의 가슴과 머리를 가득 채웠다.
이걸 피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그냥 물속으로 가라앉는 것이다.
굵은 줄기로 싹 둘러치면서 물속으로 꼬르륵 잠겨 버리면, 달라붙은 놈들이 모두 터지거나 파삭거리며 부서질 테니까.
부붕, 부우웅!
가득 머리 위를 날면서 제 차례를 기다리며 그에게 바싹 붙어 이빨질을 해 대는 몇 마리를 지켜보는 것들은 그냥 둬야 하는가?
“그르르르르.”
투란은 물려서 열받은 늑대의 본능을 분명히 느꼈다.
그리고 거기에 동조하지 않을 이유를 찾을 수가 없었다.
물려서 시큰하고 독까지 퍼지고 있다.
달빛이 이리 찬란하게 은빛 불꽃으로 일렁이는데!
늑대의 왼팔이 천천히 움직였다.
작은 심장의 우두머리는 크게 팽창했고, 격렬하게 맥동했다.
오러 몽거의 형상이 스며든 팔은 순수한 웨어울프 때와 다르게 둔하고 느렸지만, 그 속에서 피어나는 격렬한 충격파를 뿜어내며 휘두르기에는 충분했다. 곧 왼쪽 손바닥이 도톰한 살을 부르르 떨며 오른쪽 어깨를 겨냥했다고 앞으로 뒤로 주욱 훑으며 뒤편까지 한 바퀴 돌면서 위로 뻗어 올라갔다.
가능한 한 골고루 충격파를 뿌리려는 동작이었다.
‘젠장, 약해졌나!’
그런데 도톰한 손바닥 살이 푹 꺼지거나 팔이 쑥 마르는 상태가 아니었다.
도도하고 당당하게 맥동을 다 끝낸 다음에 얌전한 돌처럼 단단해졌을 뿐이다.
작은 심장의 우두머리는 느리지만 분명히 으스러지며 깨졌고, 강렬한 힘을 방출해 낸 여파를 분명히 겪고 있었다!
만약 충격파의 위력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았다면…….
‘조용해졌다?’
투란은 잠시 주변의 변한 분위기에 생각을 멈추고 감각을 돋우었다.
천천히 힘겹게 왼손을 내리며 느끼니, 붕붕대던 뱀 닮은 녀석들이 돌연 허공에서 정지라도 된 것처럼 날갯짓을 멈췄다. 달라붙어 투란의 손짓 따위가 뭐냐는 듯이 이빨질을 해대던 녀석들도 굳어져 있었다.
‘그래도 떠 있냐!’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투란은 여전히 공중을 채운 듯이 보이는 녀석들에게 짜증을 냈다. 그리고 이 생각에 호응하듯이 으깨지는 소리가 먼저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파악! 팍, 파팍!
쏴아아아아아아! 촤르르르!
오러 몽거의 몸이 우두커니 앉은 주변으로, 굵은 줄기가 반쯤 위가 없는 알 모양의 그릇인 채로 둥실대는 물 위로 하얗고 조금 노릿한 색채가 섞인, 그러면서 간혹 선명한 녹색이 보이는 체액과 파괴된 벌레 날개, 벌레 발, 이제는 결코 길지 않은 뱀을 닮은 긴 몸의 조각들이 소나기처럼 쏟아져 내렸다.
물살이 요동을 쳤고, 굵은 줄기가 본능에 따라 주변으로 잔줄기를 내보내면서 열심히 꿈틀거렸다.
투란은 오러 몽거의 몸 깊이 스며드는 양분을 느꼈고, 오러 몽거의 강인한 생명력이 이 양분을 모조리 앗아 가겠다는 듯이 꿈틀대는 것도 느꼈다!
‘젠장!’
그 바람에 지치고 힘겨워 하는 악마의 심장과 ‘이상한 심장’은 더욱 빠르게 뛰어야 했다! 온몸에 피를 보내기 위한 맥동이 너무 힘겨웠다.
비이잉! 부우웅!
좀 떨어진 곳에 보이던 뱀 닮은 녀석들이 멀어지는 광경이 그다음에 투란의 감각에 걸렸다. 가까이 있던 녀석들이 몰살당하는 꼴에, 그다음에 물속을 허옇게 물들이면서 먹이가 되는 꼴에 분명하게 놀라 달아나는 모습이었다.
‘그래, 잘 가라.’
그럼에도 투란은 여전히 몸을 움직일 처지가 아니었으니, 넉넉하게 새로운 양분을 보충하면서 달빛을 받고 떠내려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밤이 지났다.
카아앗, 카앗!
낮의 햇살이 가득한 물 위를 향해, 그늘진 숲에서 입을 벌리고 괴성을 지르는 녀석들. 투란은 저것들이 분명히 간밤에 달아난 뱀 닮은 녀석들임을 알 수 있었다.
대체 뭐 하는 짓일까?
간밤에 한참 멀리 간 줄 알았는데, 둥실거리며 밤을 보내고 떠내려와 보니 낮에는 몽땅 숲의 나무 그늘 속에 몸을 바싹 붙이고 꼼짝도 않는 꼴이었다. 그러다가 떠내려오는 그의 모습을 보고는 저 지랄이라니!
‘그래그래. 나도 너네가 싫어.’
투란은 소리 없이 중얼거렸다.
저쪽에서는 싫다기보다는 뭔가 지독한 원수를 대하는 듯했고, 복수하고 싶지만 힘이 없으니 참고 욕이나 한다는 분위기였다.
쏴아…… 찰랑!
떠내려가는 동안 뭔가 따로 신경 쓸 일이 없었다.
물가의 숲도 물길만큼이나 길게 늘어진 듯했고, 저 뱀 닮은 녀석들은 그 숲의 그림자 속에서 움직이며 투란을 향해, 우두커니 앉은 오러 몽거의 몸통을 향해 칵칵거리면서 괴성을 그치지 않았다!
숲은 그러거나 말거나 고요하게 검은 광택의 껍질을 과시하는 굵은 나무둥치를 자랑만 하는 꼴이지만, 투란의 짜증과 불쾌함은 뭔가 해야 할 정도로 쌓일 수밖에 없었다.
‘그냥 두지 않겠어!’
그런데 뭘 어찌해야 하는가?
가슴이 맥동했고, 투란은 악마의 심장이 힘겨워 하면서 짜낸 생각을 느꼈다.
‘그 와중에도 좀 더 먹을 궁리냐.’
몬스터의 본능에 따른 제안처럼 느껴졌지만 딱히 반대할 이유는 없었다.
부글부글.
물속에서 굵은 줄기가 새로운 줄기를 뻗어 냈고, 그 줄기에는 구근 덩이가 자리 잡았다. 외부로 이어진 줄기가 새로 태어난 악마의 심장을 통해 더욱 강하게 물을 당겨 머금는 것이 느껴졌다.
‘응, 잘되네.’
그 줄기는 물속을 흐느적거리면서 물가로 다가갔고, 작은 줄기를 살살 물 위로 내밀고 세워 하늘거리는 모양을 꾸몄다. 그 줄기 끝이 꼬이고 꼬인 줄기가 뭉쳐 있는 것이 가까이 뭐가 붙으면 한 대 칠 철퇴처럼 보이는 점이 특이했다.
‘좋아, 자…….’
투란은 괴성을 지르는 녀석들 쪽으로 주의를 기울였다.
굵은 나무를 감고 칵칵거리던 녀석들도 좀 이상하게 느꼈는지 조금 조용한 채로 물가로 슬금슬금 다가오는 그 줄기를 노려보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뭔가 갸웃하는 듯이 여태 팔딱거리며 뛰어다니는 동작이 멈추는 순간…….
휘릭, 촤악!
가늘게 세워졌던 줄기가 채찍처럼 휘둘러지면서 굵게 뭉친 덩어리를 내던지는 듯한 광경이 펼쳐졌다. 뭉쳐 있던 줄기 덩어리는 곧 가지런하고 긴 여러 가닥의 줄기로 갈라졌고, 그 속에 담겨 있는 물 덩이가 날아갔다.
퍽! 카악!
물에 맞아 놀란 뱀 닮은 녀석의 괴성이 터졌다.
그 괴성을 향해 느릿하던 줄기가 거침없이 뻗어 나갔다.
한 마리가 바로 줄기에 감겼고, 물에 젖어 굳고 으스러져 가는 채로 잡혔다.
뻗어 간 줄기는 곧장 녀석을 물속으로 당겨 왔다.
파삭거리며 으깨져 하얗게 물속으로 번지는 잔해를 물속의 줄기들이 양분으로 열심히 흡수했다.
‘그럼 사냥 시작이다!’
투란은 꼼짝도 않는 몸의 불쾌함 속에서 유쾌함을 느꼈고, 바로 굵은 줄기를 쥐어짜 내 더 많은 물 덩이를 날릴 준비를 했다.
칵칵거리며 괴성을 흘리던 뱀 닮은 녀석들이 당황하는 풍경 앞으로, 물을 담아 감은 굵은 줄기 뭉치가 주르르 일어서며 다가갔다. 갑작스럽게 물가에 여러 개의 줄기가 하늘거리며 솟아난 듯한 광경에 뱀 닮은 녀석들은 어찌할 바를 모르는 듯, 계속 나무를 옮겨 타고 멈췄던 칵칵거림을 더 거세게 토해 내었다.
빠드득, 꾸드득.
‘엥?’
저 뱀 닮은 녀석 몇 마리를 더 잡아먹을 궁리를 하던 투란은 당황했다.
물가에서 저 녀석들에게 그늘을 드리우던 검은 껍질의 굵은 나무가 땅에서 뿌리를 뽑아 스윽 허리라도 펴듯이 휘어진 나무굽이를 펼친다!
구아아아아!
나무 중간 언저리가 스윽 입처럼 열리더니, 이상한 소리도 버럭 질렀다!
그러더니 나뭇가지가 무슨 큰 손처럼 움직여 뱀 닮은 녀석을 잡아 물속으로 내던지고 있잖은가!
파삭, 촤아악!
갑자기 잡혀 던져진 녀석이 몸부림치다가 굳어지며 으스러진 채로 물을 하얗게 물들였다.
그다음에 이어진 소란!
물가의 숲을 이룬 나무들이 투란을 향해 항의하듯, 뱀 닮은 녀석들 떼를 잡아 마구 내던졌다!
그리고 기왕 뽑은 뿌리라는 듯, 꿈지럭대면서 움직여서는 물가에서 20미터 정도 거리를 둔 곳으로 가서 다시 뿌리를 박았다. 그러더니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다시 보통 나무처럼 고요해진다.
악마의 심장이 본능에 따라 박살 난 녀석들의 잔해를 수습하며 양분으로 흡수하는 사이에, 오러 몽거의 몸을 태운 굵은 줄기로 된 그릇은 둥실둥실 계속 강을 떠내려갔다.
그사이, 투란이 생각한 것은 저 요목이 갑자기 뿌리를 뽑으며 따지고 든 까닭이 뭔가였다.
‘저 나무껍질도 물에 좀 색이 변하고, 깨졌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