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740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736)
Chapter 148. 이적(異蹟)의 도감(圖鑑)
“석 달? 좀 단축할 수는 없어? 나라가 어수선하든 말든 어차피 이 가게랑은…….”
툴로쉬가 투덜거리려 했다.
“왕궁이 통째로 날아갈 뻔했습니다! 수호마법으로 버텼다고는 해도 금이 쩍쩍 가서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고요! 왕도의 성벽조차 지금 바로 보수 공사 들었갔잖습니까! 상아탑의 마도사들이 저지른 마법 격돌 때문에 말이죠! 저도 일단 페브라에 살고 있는 데다가, 형제 상회와 거래 중인 다른 상점 쪽에서 징발당하는 통에 이것저것 당겨 쓸 수가 없어요. 그나마 직접 징발은 당하지 않으니 다행이라도 말이죠.”
켈 데릭은 두 손을 쥐어짜는 태도로 징징거렸다.
툴로쉬도 보들보들하며 부푼 켈 데릭이 그러는 모습에는 견딜 수 없다는 듯이 한 걸음 물러서면서 투덜거림을 삼키고 다시 묻는다.
“그런 이상한 표정 짓지 말고! 몸짓도 관둬! 그 몸으로 그러니 보기 힘들다고! 알았어, 알았다고! 그래서 석 달이면 확실히 되는 건가? 그동안에 나오는 금전에 대해서는…… 다른 물품으로 챙겨가도 되는 거야?”
“잠깐만요! 석 달 이상이란 말은 아무리 빨라도 석 달을 넘긴다는 뜻이란 말입니다! 석 달 되자마자 바로 반짝하고 되는 일이 아니라고요!”
“거기서 또 얼마나 더 시간을 잡아먹겠다고!”
“아니, 조부님 때부터 저에 이르기까지 상회를 이용하시는 분이! 세월에 여유로운 분이 왜 이러세요!”
“금전을 지불하잖아! 그러니 바로 물건을 받고 싶다고!”
“보챈다고 될 일 아니잖습니까! 그러실 거면 다른 곳에 가셔서…….”
툭탁, 툭탁, 티격태격.
툴로쉬와 켈 데릭이 기한을 놓고 말다툼을 더 길게 끌어가고 있었다.
투란은 그 사이에 갸웃하다가 파쿠란을 향해 넌지시 묻는다.
“성벽이나 왕궁에서 뭐 고친다고 하던 말이…… 마스터 홀시딘이 부숴댄 탓이었어요?”
파쿠란이 잠깐 입가를 실룩이는데, 마치 ‘그렇다!’라고 답하고 싶은 모습으로 보였다. 하지만 파쿠란의 입이 열리고 나온 대답은 그렇지 않았다.
“아니야. 그 덜떨어진 상아탑의 마법사들이 마력제어를 못 해서 주변에 피해를 입힌 거지. 그래도 결국은 상아탑의 책임이기는 하니까, 마스터 홀시딘도 모르는 척은 할 수 없는 피해이기는 해.”
“흐흠…….”
투란은 입을 다물면서 오가고 구경하며 들었던 것들을 떠올렸다.
왕위를 물려받자마자 첫째 왕자, 페브라의 새로운 국왕이 한 말은 켈 데릭이 방금 한 이야기랑 어느 정도 통하는 바가 있었다.
“이렇게 부숴 놨으니, 수리에 얼마나 많은 시간과 자금이 들어갈지 고려해서 여유를 주시기 바랍니다. 아니면…… 그냥 배 째고 망국(亡國)의 길로 몰아넣으시겠습니까? 빚잔치 한판 해요?”
왕성과 궁전, 도시를 지키는 외곽의 성벽에 이르기까지 마력과 마력의 격돌하는 여파에 꽤 많은 피해를 입었다면서 나온 말이었다. 그런 상황을 점검하고 계산하다 보니, 홀시딘이 받아가야 할 보상금까지 단번에 지급했다가는 그냥 나라 망한다고…… 반쯤 진담이지만 반쯤은 협박인 말이었다.
홀시딘도 거기에 대해서 딱히 격한 반발은 보이지 않았지만, 삼 왕자가 저지른 일에 대해서 거론하며 명확하게 책임질 것을 요구했었다. 그다음에 오간 이야기는 투란에게 뭔 소리인가, 지나가던 짐승이 으르렁거리는 걸로만 들렸다.
어쨌든 지금 켈 데릭은 그와 동일한 까닭으로 당분간 물자(物資)가 모자라기 때문에 툴로쉬가 요청한 것을 바로 내줄 수 없다는 것.
‘그게 뭔지 알아들었니?’
투란은 문득 툴로쉬가 사겠다고 했던 것에 대해서 떠올렸다.
그 몇 가지 또한 투란에게는 홀시딘과 새 국왕이 주고받는 이야기처럼 으르렁거리는 짐승의 소리로 들렸지만, 마법물품에 대한 것이니 드라고니아는 알지 않을까 하는 물음인 셈이었다.
―어렴풋이 짐작은 간다만…… 저런 명칭의 마법이 과연 내가 아는 것과 같다고 확신은 못 하겠다.
‘그래? 흐흠…… 뭔데?’
―그냥 물어봐라. 슬슬 둘이 기한 타협을 본 것 같으니 말이야.
드라고니아는 생각하는 척하고 다시 묻는 투란에게 냉랭하게 대답했다.
그래서 투란은 ‘석 달!’ ‘다섯 달!’을 외치다가 다섯 달을 넘기지 않고, 가능하면 석 달 정도에 끝내기로 하면서 그 사이에 연락을 계속 주고받자고 마무리 짓는 툴로쉬와 켈 데릭을 향해 냉큼 물었다.
“대체 뭔데 금전 낳는 아티팩트를 갈아넣어야 하는 거예요?”
켈 데릭 ‘어?’ 하는 한마디와 함께 툴로쉬를 바라봤다.
물품에 대한 설명은 주문한 손님이 대신 하라는 듯한 표정이었지만, 다른 손님에게 사정설명을 하는 일은 가게 주인의 일이 아니라고 살그머니 발을 빼는 것처럼도 보였다.
툴로쉬가 머리를 긁적이니, 가만히 있던 이자닌도 투란의 말에 보탠다.
“그래, 대체 그놈의 메일 박스니 채널링이니 키가 어쩌고 하는 것들이 뭔데 도적왕의 보물창고에서 꺼낸 엄청난 아티팩트를 통째로 가게에 맡기고 달라는 거야? 웬만하면 그냥 그러려니 하겠는데, 좀 심하잖아. 사정 설명 정도는 들을 자격이 있잖아, 우리는 말이야.”
파쿠란도 슬쩍 고개를 끄덕이니, 툴로쉬는 계산대에 몸을 기대면서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자격이…… 다들 있기는 있네. 그래, 알아두면 뭐…… 나쁜 일은 없겠지. 음, 그러니까 우선 그 키(Key)는 개인전용(個人專用)이랑 다인공용(多人公用)의 두 가지야. 혼자만 쓰는 거, 여럿이 함께 쓰는 거란 말이지. 말 그대로 열쇠이고…… 그 열쇠를 이용해 여는 것이 채널링 데포와 메일 박스야. 데포는 가끔 데포트라고도 하는 거, 창고란 말이지. 그냥 창고가 아니고, 내가 어디에 있든 어디를 가든 어디서나 열 수 있는 그런 창고. 그래, 엄청난 거 맞아. 그리고 메일 박스는 옮겨 다니는 작은 창고라고 해야겠지. 편지나 간단한 물품을 담아두는 정도지만, 길드의 창구를 이용하지 않고 주고받는 사람이 어디에 있든 상관없이 전하고 받을 수 있는 그런 거야. 이용하는 데 필요한 것은 미리 받은 마법 열쇠만 있으면 되고 말이야. 맞아, 보통 마법이 아니고…… 엄청난 대마법이 필요해. 한데 그 대마법이 바로 이 가게를 유지하는 마법의 일부란 말이지. 그걸 데릭 가문의 혈족(血族)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가게라는 틀을 유지하지 않은 채로 적용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금이야. 막대한 금이 매일 소모되지. 금전 삼십 닢씩 말이야. 고작 물품 전하는데 그런 것이 왜 필요하냐는 표정이네? 아까 켈이 한 말에 찬성하겠다고? 뭐, 그럴 만하긴 해. 하지만 내게는 필요하다고. 엘더 헌터로서 산맥을 돌아다니다 보면, 어쩔 수 없이 간절하게 필요해. 순전히 나만의 사정……이라고 해두자고. 대강 알아들었지?”
투란은 고개를 저으려 했다.
길게 늘어놓은 듯하지만, 마음속에서는 이게 무슨 말인가 의아함과 되묻고 싶은 것만 잔뜩 늘어났으니까!
하지만 투란이 막 고개를 저으려다가 흘깃 보니, 이자닌과 파쿠란은 고개를 끄덕이고 있잖은가! 딱히 마음에 드는 이야기는 아니더라도 무슨 소리인가는 다 알아들었다는 모습!
―모르면 모른다고 해라, 뭘 아는 척하려고 해? 억지로 고개 세우다가 목뼈 부러져, 이 바보야.
드라고니아가 목에 힘주고 끄덕거림을 참는 투란을 놀렸다.
‘내 안에 있는 넌 다 알아들었잖아. 나중에 쉽게 설명해줘! 지금은 일단 툴로쉬만의 사정이라고 입 다물라고 하잖아. 그러니까 그냥 넘어가는 척해야지. 음, 그래! 그런 거야! 그보다는!’
후욱, 숨을 들이쉬면서 뻐근한 목을 어루만지며 대강 알아들었다는 표정을 하는 투란이었다. 그리고 마치 자신만의 용건이 있는 척하며 막 투란이 입을 열려는데…….
“자아, 그러면 이제 다른 분들이 무엇을 원하시는가 들어볼까요! 오호호홋! 방금 툴로쉬 님이 말한 엄청난 것들은 무지막지하게 비쌉니다! 그러나! 우리 형제 상회에서 그런 비싼 것만 팔겠습니까? 아니죠! 적절한 가격, 품질이 확실한 좋은 물품이 잔뜩 있어요! 자자, 진열된 것을 돌아보시지요. 원하는 것을 말씀하시면 이 켈 데릭이 바로 알려드리니 사양하지 마세요!”
켈 데릭이 두 손을 꽉 맞잡고 친절하고 상냥한…… 한편으로는 얼른 사고 싶은 것에 대해서 다 털어놓으라고 협박이라도 하는 것처럼 번쩍거리는 눈빛으로, 좋게 들어도 압박감이 느껴지는 말을 하고 있었다.
이자닌이 움찔했고, 한 발 뒤로 빼며 슬쩍 파쿠란에게 말한다.
“또 뭐 살 것 없어?”
파쿠란은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툴로쉬와 함께 금전 여덟 닢을 장렬하게 뱉어냈으니, 고객답게 알아서 막으란 소리였다. 이자닌에게 저 부담스러운 켈 데릭의 눈빛이 닿지 않게끔!
그 떠넘기는 모습에 파쿠란은 쓴웃음을 지고 말한다.
“나는…… 검은 연금술사가 혹시 이곳에 팔아둔 것이 있다면 보고 싶소만?”
“블랙메이지의 도구 같은 것 말씀이시죠? 으하핫, 알고 있습니다. 바라크, 라바크! 두 이름을 한꺼번에 쓰셨었죠. 손님, 이곳은 그분이 자신의 정체를 아낌없이 드러내는 유일한 상회였답니다. 굳이 뭘 사거나 팔지 않아도 가끔 들러보곤 하셨죠! 매매를 맡기실 것이 있다면 맡기셔도 좋습니다!”
켈 데릭의 대답은 매우 유쾌했다.
하지만 파쿠란은 놀랐다.
“가끔……? 원할 때마다 들러보셨단 말이오? 그분이? 여기를?”
“그럼요! 아, 혹시 어쩌다 한두 번 겨우 들러봤다, 뭐 그런 이야기를 들으셨나요? 아하핫, 그건 이곳을 찾는다고 후예가 인생 낭비할까 걱정하셔서 그런 겁니다. 인연이 닿으면 도달할 수 있는 곳이고, 그 인연은 자신을 단련한 자에게 허용된다…… 블랙메이지이자 검은 연금술사라 불리던 그분은 그리 생각하시고 가능한 적은 정보만을 후예에게 남긴다고, 상회의 조상님들이 들었다 하시더군요.”
켈 데릭의 설명은 파쿠란을 어이없게 했지만, 동시에 한숨 쉬며 납득하게도 했다. 그리고 파쿠란의 물음도 바로 꺼내게 했으니…….
“그러면…… 나는 이제 여기 원할 때 바로 찾아올 수 있는 거요? 만약 그렇다면…… 어떻게 길 찾기를 하는 건지 알고 싶소만…….”
“도시에서 아는 곳을 찾아가는 일이 어려울 리가 있겠습니까? 거리를 기억하고 기억하는 대로 길 따라오시면 됩니다. 하하핫. 물론 다른 도시의 형제 상회가 어디 있는가는…… 잘 찾아보시면 되고 말이죠! 음하하핫!”
켈 데릭은 한층 더 유쾌하게 대답하고 있었다.
파쿠란도 피식 웃고 말한다.
“잘 찾으라…… 능력껏 찾아도 된다는 말씀이시라면…… 정말 그래도 되겠소? 내가 누군가 알고 있으면서 하는 말이니, 정말 능력껏 기억하고 찾아다니고 싶은데…… 허락하시는 거요?”
“그럼요! 한번 찾아온 고객이 계속 찾아오신다는데 장사꾼이 왜 거절합니까? 하핫, 걱정 마세요. 아, 저주라든가 하는 쪽은 좀…… 참아주시면 좋겠습니다! 헤헷, 아무래도 그러시면 고객님에 대해 좀 나쁜 생각을 할 것 같아서 말이죠. 헤헤헷.”
켈 데릭이 조금 진지하게 눈치 보면서 말하고 있었다.
파쿠란은 끄덕이면서 신중하게 대꾸한다.
“예의를 벗어난 짓은 하지 않을 거요. 딱히 나를 해롭게 하지 않는 이에게 해로운 짓도 하지 않소. 그 점은 나도 확실히 보장하겠소.”
“오호홋, 좋군요! 그러면…… 뭐 필요하신 것은?”
켈 데릭의 말에 파쿠란은 고개를 저었다.
“나는 이미 넉넉히 사들인 것 같으니까…… 이자닌, 뭐 필요한 거 없어?”
이자닌은 가만히 듣고 있다가 흠칫했다.
그래도 재빨리 주변을 둘러보면서 뭔가 찾고 있었다는 시늉을 하고 이자닌이 느릿하게 대답한다.
“자주 와서 보다 보면 뭘 사고 싶을지 정할 수 있을 것 같네.”
켈 데릭이 냉큼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자주 오십시오! 오호호호홋!”
투란은 켈 데릭의 웃음이 아주 다양한 소리를 낸다고 감탄했다.
뭔가 웃음만으로도 이런저런 기분을 표현하며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는 능력이 있잖은가 싶을 지경으로 자주 바뀌면서도 적절하게 들리니까.
이런 투란의 생각을 느끼기라도 했는지, 켈 데릭이 바로 투란에게 눈길을 쏘아 보내면서 묻고 있었다. 그야말로 툴로쉬에서 파쿠란, 이자닌까지 거쳤으니 이제 남은 놈은 너뿐이라는 듯한 강렬한 눈빛이 번뜩거린다……라고 투란이 느낄 정도의 활활 타오르는 눈길과 말투로!
“무엇이든 원하시는 것이 있으실 것 같습니다만, 뭐든 말해보십시오! 우리 상회에서는 몬스터 로드라도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물품을 구비해놓고 있거든요. 자주 들르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아하핫, 잘 몰라서 구매가 꺼려지신다면 물으시면 됩니다! 뭐든 궁금하신 바를 말해보세요! 으허허헛!”
대답을 하지 않으면 저 둥실거리는 커다란 몸이 계산대 위를 뛰어넘고 꽉 맞잡고 있는 두 손이 멱살잡이를 하러 튀어나오지 않으려나 하는 망상을 떠올리면서 투란은 뇌리를 쥐어짜 내며 대답을 생각해야 했다.
―야, 그건 좀 심하잖아. 상인답게 열심히 장사하려는 것뿐인데…….
‘그렇지 않아! 저건 가게 들르면 반드시 뭘 사라는 협박이라고! 으아! 젠장, 뭐 있냐고 물어보지? 으으읏! 그냥 가면 다음에 올 때 엄청 깔볼 거라고! 으으으…… 아, 그렇지!’
투란은 샤오덴 할배의 삐딱한 장사를 떠올리며 정신을 조였고, 한 가지를 떠올렸다.
툴로쉬가 산다는 대마법물품, 파쿠란이 엉겁결에 샀던 열매, 입구에 들어서면서 느꼈던 기묘한 마법의 낌새…….
“혹시…… 도감 같은 것도 있나요?”
홀시딘에게 부탁해놨지만 언제 받을지 모를 것을 떠올리며 묻는 투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