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741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737)
“우호호호호홋! 음핫! 도감이라면 바로 우리 형제 상회의 자랑거리 중의 하나 아니겠습니까!”
우렁찬 외침이었다.
그 외침에 툴로쉬가 어이가 증발했다는 표정을, 파쿠란이 어처구니없어 어쩔 수 없이 새나오는 헛웃음을, 이자닌은 풋 하고 바로 새는 웃음을 흘렸다. 그러는 사이에 투란은 눈을 번쩍 뜨고 눈동자를 반짝이며 다시 묻고 있었다.
“진짜요?”
켈 데릭보다 먼저 툴로쉬가 말한다.
“그럴 리가 있냐!”
이자닌도 키득거리면서 툴로쉬에게 보탠다.
“물어보면 나오는 자랑거리라니, 시장통도 아닌데…….”
둘이 곁에서 하는 말은 투란의 눈길을 파쿠란에게 옮겨가게 했다.
함께 온 일행의 마지막 한 명으로서 다른 의견 없냐는 듯한 투란의 눈빛을 받은 파쿠란은 슬쩍 켈 데릭을 보는 채로 느릿느릿 말한다.
“어떤 도감인지 좀 보여주면…… 오래 거래하셨다는 분도 모르는 자랑거리라니, 유래가 몹시 궁금하잖소.”
이 말에 툴로쉬와 이자닌이 파쿠란을 바라봤다.
아닌 척하면서 슬그머니 켈 데릭의 편을 들어 변명할 기회를 주고 있잖은가.
시장통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사치의 거짓말, 손님이 찾는 것이 바로 우리 가게의 특별품입니다라는 말일 뿐인데!
켈 데릭이 곧 함박웃음과 함께 유쾌하게, 의심하는 손님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투란을 향해 얼굴을 들이대며…… 둥실거리는 몸집이 반쯤 계산대에 걸쳐진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 자세로 말한다.
“수십 년 만에 가게를 찾아오신 옛날 옛적의 손님이라든가, 이 가게에 대해 지나가는 소문으로만 들었다가 처음 오는 분들에게는 쉽게 믿을 수 없는 이야기가 맞습니다! 어떻게 도감이 우리 형제 상회의 자랑거리인 특별한 상품인가! 냉정하게 따지고 보면 이 상품은 조부님을 괴롭혔던 엘더 헌터 분의 행실 덕분에 마련된 것이라고 할 수 있습지요! 엣헴! 그러면 어찌 된 일이냐! 자, 들어보세요!”
잠시 말을 멈추고 켈 데릭이 툴로쉬부터 시작해서 모두를 한번 둘러봤다. 마치 자신의 이야기에 집중하는가를 확인이라도 하려는 듯!
그 모습에 투란은 왕성하게 호기심이 깃든 표정을 지었지만 이자닌이나 파쿠란은 ‘진지하게 저러는 거야?’라고 의아함을, 툴로쉬는 ‘내가 무슨 악당이었냐!’라고 입안에서 맴도는 웅얼거림을 입가에 머금고 있었다.
“어흠! 그러니까 옛날에, 조부님께서 한창 머나먼 나라에서 상회를 운영하실 적만 해도 특별 상품은 도감이 아닌 다른 것이었습니다. 까마득한 옛날부터, 우리 상회가 시작될 때부터 위탁받아 구매자를 찾고 있던 대마도사의 유물이었지요. 정해진 가격, 한마디로 약속한 가격이 있기에 결코 값을 깎지 못해 팔지 못해 간직하고 있었다고도 하지만 어쨌든 위대한 마도사의 유물은 굉장한 보물이었지요. 어쩌면 영원히 팔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도 확실한 사실처럼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우리 조부님께서는 그 유물을 파는 데 성공하셨습니다! 넵!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거부(巨富) 덕분이었지요! 딱히 부정할 마음 없거든요? 나중에 알고 보니 그만 한 부자였으면서도 하나도 사지 않으려 했던 엘더 헌터님은 그다음에 말도 안 되는 핑계로 거액의 물품을 대여해가서 홀랑 망가뜨리고 조부님을 시궁창에 떨어지게 하셨죠! 아무튼! 그런 일이 있고 나서 우리 상회에서는 새롭게, 아주 특별한 물품을 취급하게 되었지요! 따지고 보면 아주 오래전에 매물로 확보했어야 한 것인지도 모를 물품! 그것이 바로 도감입니다! 전설과 민담으로 전해져 오는 독특한 몬스터, 마수의 기록이면서도 알고 만나면 쉽지만 모르고 만나면 치명적인 흔한 마수, 몬스터에 대한 세세한 기록이기도 한 도감! 상아탑에서 금전 수백 닢이라는 폭리를 취하는 것과 다르게 아주 저렴하고 정직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전용(專用) 도감! 그것이 바로…….”
뒤적뒤적.
한참 열변을 토하다가 켈 데릭이 돌아서서 뒤쪽 벽의 한편을 뒤졌다.
이야기부터 열심히 하려다 보니 정작 팔려는 물건을 나중에 찾는 모습이었다.
투란이 잠깐 맥빠진 표정을 짓는 사이에 툴로쉬가 중얼거린다.
“켈, 제작비가 금전 수백 닢인 것을 금전 수백 닢에 파는 거를 폭리를 취한다고 하는 거는…… 좀 아니잖아?”
이자닌도 갸웃하면서 파쿠란에게 묻는다.
“그런 비싼 책이 있었어?”
파쿠란은 뭔가 목뒤를 잡는 것을 참으면서 뒷머리를 긁적이는 태도로 대답한다.
“쌓여온 지식을 집결시켜놓은 책이니까…… 늘 새로운 내용을 추가할 수 있다고 들었어. 세상의 모든 지식이 모일 때까지 계속 갱신해가는 책이라더군.”
“세상의 모든……? 야심이 넘치는데?”
이자닌은 ‘왜 그런 짓을 하지?’ 하는 의아함을 얼굴 가득 채운 채로 중얼거렸다.
잠깐 두런거리는 사이에 찾던 것을 손에 쥔 켈 데릭이 돌아섰다.
“후아아! 정말 오랜만에 이 특별한 것을 원하는 손님이 오시다 보니, 찾는 것도 쉽지 않군요!”
땀방울로 얼굴 곳곳을 채우며 하는 말에 투란은 갸웃했다.
‘굉장히 얕고 작은 서랍 아니었나?’
―아니다. 마법의 서랍이었어. 깊고, 넓었다.
‘뭐? 진짜?’
―계산대 위의 금속판에 살짝 비쳤다, 팔꿈치까지 깊이 담가지더군. 아무래도 몬스터 로드라든가 오러 윌더의 감각을 속이는 트릭을 갖춘 서랍이라 너나 이자닌이 파악 못 한 모양이다. 툴로쉬는 이미 알고 있는 것 같다만…….
‘넌 저 조그만 쇳조각에 비치는 것도 자세히 봤냐?’
투란은 드라고니아의 관찰력이 대단하다기보다는 심한 짓을 하는 것이 아니냔 듯이 툴툴거리고 말았다. 이쯤 되면 벨트 조각을 이용해서 바지 속을 엿보는 날이 올지도 모르므로!
―그건 대체 무슨 망상이냐!
드라고니아가 으르렁거렸다.
켈 데릭은 계산대 위에 손바닥만 한 작은 철판…… 가죽을 덧댄 채로 두어 장을 묶어놓은 듯한 모양을 한 철판을 내려놓으며 씨익 웃더니, 투란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잇고 있었다.
“매직 포켓을 응용해서 만들어진 이 도감은! 휴대의 편이성을 위해 이렇게 폴딩해 놓을 수가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다른 어떤 마법과도 충돌을 일으키지 않기 때문에 다른 마법 주머니에 담아 갖고 다닐 수도 있죠! 자, 그런 것은 일단 생각하지 않는다 치고! 도감 본연의 기능에 대해서 설명을 시작합니다! 읏차!”
철판 위가 미묘하게 출렁이는가 싶더니, 투명하고 얇은 껍질이 벗겨지는 듯했다.
껍질은 명확한 직사각형이었고, 의외로 탄탄해서 팔랑이며 켈 데릭의 손끝에 잡혀 있었다. 얼핏 봐도 카드 모양인 셈인데, 켈 데릭이 그 투명한 카드를 들어 올려 툴로쉬를 비추듯이 세우더니 중얼거린다.
“엘더 헌터, 거래 시 주의사항. 절대로 그날 지불할 수 있는 현금에 따라 판매할 것! 헌터 길드의 보증이 붙어있는 전표도 받지 말 것! 무조건 그 자리에서 지불할 수 있는 현금을 받고 판매할 것!”
“이봐, 켈…….”
듣고 있던 툴로쉬가 어이없어 뭐라 하려는데 켈 데릭이 말을 마치면서 투명한 카드를 두어 번 흔들고 있었다. 그 흔들림과 함께 투명한 카드 위에 색채가 번졌고, 형상을 이뤘다.
“어?”
놀란 한마디는 투란과 이자닌, 파쿠란에게서 동시에 새나왔다.
툴로쉬는 하던 말을 잇다가 멈추고 있었다.
“나잖아?”
투명한 카드에 떠오른 모습, 툴로쉬의 초상화였다.
지금 있는 모습 그대로인!
놀라며 모여든 눈길에 켈 데릭은 빙그레 웃으면서 계산대 위에 올려놓은 철판을 펼쳤다. 철판이 두 배 넓이로, 거기서 다시 펼쳐서 원래의 네 배 넓이로 큼직하게 펼쳐지는데 두께도 불룩불룩 커지고 있었다. 어느 틈엔가 그저 도톰한 철판이었던 것이 철판을 덧댄 두껍고 무거운 서책(書冊)의 형태를 갖추는 광경이었다.
켈 데릭이 그 책을 펼치니, 그야말로 계산대 한복판을 꽉 채운 듯했다.
드러난 빈 페이지 위에 툴로쉬의 모습을 간직한, 여전히 그 여백이 투명한 카드를 올려놓으니…… 초상화가 빈 페이지로 옮겨가고 그 주변으로 번져가는 색채가 거뭇하게 변하면서 문자(文字)로 변해가고 있었다. 흡사 누군가 바쁘게 쓴 글씨처럼 보였지만 또렷하고 섬세해서 읽기 딱 좋은 모양이었다.
“전표도 받지 말 것?”
그중 한 구절을 투란이 고개를 이리저리 뒤틀며 읽었다.
―방금 한 말이 그대로 문자로 옮겨졌군?
드라고니아가 바로 짚었다.
이자닌도 곧바로 말하고 있었다.
“뭐야, 사람 모습도 단박에 그려넣고 말한 것도 옮겨 적어? 몬스터만 기록해놓은 도감이 아니잖아?”
켈 데릭은 처음에 잠깐 몬스터니 마수니 하더니 지금 보여준 것은 사람이라든가 다른 것에 대해서도 그 자리에서 그림과 글로 기록할 수 있다는 것을 드러낸 광경이었다.
파쿠란은 눈을 번뜩이면서 도감을 찬찬히 지켜봤고, 툴로쉬도 이 정도까지는 짐작 못 했다는 듯 솔직하게 놀란 표정을 드러냈다.
조금 느긋하고 여유롭게 손님들의 놀라움을 감상하는 듯하던 켈 데릭이 다시 말문을 연다.
“현명하신 분들이니, 이것이 어떤 의미를 간직했는가는 굳이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다른 기능에 대해서는 역시 알려드려야 구매 여부를 결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되겠지요? 에헴! 우선 보이는 대로, 보시는 그대로 주머니에 살짝 담아 다닐 수 있는 판형(版形)에서 이렇게 시각적으로 넉넉한 여유를 지닌 판형으로도 변화 가능합니다! 수록방식은 직접 잉크와 펜을 이용하셔도 되고 방금 시범을 보신 대로 음성만으로도 가능합니다. 아, 그리고! 이 두꺼운 용량에 걸맞은 방대한 내용을 수록만 해놓고 나중에 어찌 찾는가! 전혀 염려하실 필요 없습니다! 이렇게 덮어두고, 오늘 기재한 엘더 헌터 툴로쉬, 이렇게 말만 하면!”
덮어졌던 책이 저절로 활짝 펼쳐지며 방금 켈 데릭이 옮겨놓았던 툴로쉬의 모습이 담긴 페이지가 다시 나타났다.
켈 데릭이 다시 씨익 웃으면서 놀라고 있는 손님들을 향해 목소리를 높인다.
“직접 손으로 페이지를 넘기셔도 되고, 이렇게 음성 검색을 하셔도 됩니다! 이 도감은 그야말로 사용자의 다양한 편의를 최대한 고려해서 만들어졌으니까요! 음하하핫! 어디 그뿐이겠습니까! 가격도 상아탑처럼 금전 수백 닢이 아니랍니다! 으허허헛! 수백 닢이 아니라 백 닢도 안 되지요! 아니, 수십 닢이라고 하는 것이 딱 알맞은 가격! 불과 금전 오십 닢! 파격적이고 저렴하지 않습니까?”
“파격적이네, 금전 오십 닢이 저렴하다는 장사꾼을 내 눈으로 보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어.”
한창 신나 있는 켈 데릭의 말에 찬물을 확 끼얹는 나직하고 또렷한 말은 이자닌의 목소리였다.
누가 뭐라기 전에 켈 데릭이 먼저 울상을 지으면서 얼른 묻는다.
“어째서요! 이런 도감이 겨우 금전 오십 닢인데 어째서 저렴하다는 말이 이상한가요?”
“도감이라며! 그럼 거기 새로 뭘 기록하는가가 아니라, 뭐가 기록되어 있는가를 보여줘야 할 것 아냐! 정보로서의 가치가 과연 금전 오십 닢이 되는가를 놓고 사람을 설득해야지! 새 기록을 마법으로 아주 쉽게 해요, 그러니 오십 닢 내세요? 바보냐!”
이자닌이 더 큰 목소리로 으르렁거렸다.
투란과 파쿠란이 그런 이자닌을 향해 눈을 깜박거렸고, 툴로쉬는 ‘어? 그러네?’라고 중얼거렸다. 직접 핀잔을 들은 켈 데릭은 ‘어?’ 하다가 ‘아, 그러네?’라면서 고개를 끄덕이는데…….
“아, 실수했군요! 그 부분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충분하다고 착각했습니다! 음허헛, 짚어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렇다면 짚어주신 대로 한 가지 항목을 짚어 보도록 하죠! 으흐흐흣!”
왠지 음흉한 웃음과 수상한 눈빛이 눈동자에 가득한 채로 말하고 있었다.
투란과 파쿠란이 다시 그런 켈 데릭에게 눈을 고정하며 호기심과 탐구심이 가득한 눈빛을 흘렸고, 이자닌은 뭐든 내놔보란 표정으로 팔짱을 낀 채로 노려봤다. 툴로쉬는 이 상황이 대체 어디로 튀려나 조금 흥미롭다는 듯이 지켜보는 자세인데, 켈 데릭이 그런 툴로쉬를 흘깃하고 말한다.
“크랙, 렐름 몬스터 사냥!”
순간, 툴로쉬가 움찔하며 급히 외친다.
“잠깐, 이봐 잠깐! 켈, 잠깐만! 그 일은……!”
파라락, 털썩.
두꺼운 책이 저절로 페이지를 열며 무겁게 계산대를 두드렸다.
켈 데릭이 슬쩍 뒤로 물러서면서 과장된 몸짓으로 외친다.
“춤추는 산맥, 에테온과 바로크! 두 고대왕국의 국경을 찢어놓은 거대한 몬스터! 오늘날 크랙이라 불리는 마경(魔境)을 만들어내고 오랜 세월을 잠들어 있던 악몽! 허망한 전설로 알려진 엘더 헌터가 크랙의 오래된 두 가문과 힘을 합쳐…… 금전 이만 닢을 쏟아부었던 그 사냥! 읽어보시겠습니까?”
텅!
툴로쉬의 손이 책을 뒤집어엎듯이 움직였고, 거친 소리와 함께 책이 페이지를 감추며 덮였다. 두껍고 큰 책이 철판을 덧댄 채로 얌전히 계산대 위에 올려진 광경, 손으로 이를 내리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툴로쉬가 말하는데…….
“켈, 그 일은 그 자리에 없던 자네가 함부로 말할 일이…… 아니, 잠깐! 대체 그 사냥 얘기가 어떻게 이 도감에 실린 거야? 자네 조부인 셀이든 형제 상회의 다른 누구든 알 리가 없는데 어떻게?”
의혹을 묻는 말로 매듭지어지고 있었다.
켈 데릭은 심술궂은 웃음을 띠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