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742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738)
“훌륭한 두 가문에서 찾아온 분들이 계셨다죠! 후작가문과 백작가문에서 찾아오신 분들이 조부님께 힘이 되어 주시면서…… 엘더 헌터가 어떻게 이만 닢이라는 금전을 장렬하게 소모했는가에 대해서 들려주셨답니다. 덤으로 조부님이 빚쟁이가 되어 야반도주하는 사태도 막아주셨고…… 재기에도 많은 도움을 주셨지요!”
“그 정신 나간 파이어랑 아이스가!”
툴로쉬는 켈 데릭의 말에 신음하듯 머리를 쥐어뜯는 듯한 손짓과 함께 소리 냈다.
투란이 그 모습을 흘깃하고 켈 데릭에게 묻는다.
“어떤 분들인데……?”
“으흠? 오호옷! 크랙의 불꽃과 얼음 가문에 대해서 모릅니까?”
“크랙 얘기는 들어본 것 같기는 해요. 그런데 가문이요? 거기는 세상 불 지르려 작정한 미친놈들이랑, 그 미친놈들 핑계 대고 세상 얼려버리겠다고 날뛰는 미친놈들이 몬스터를 괴롭히는 곳……이라고 얼핏 들었어요. 아, 그 파이어랑 아이스란 것이?”
차분히 기억을 더듬는 척하면서, 투란은 자신이 마경이라 불리는 크랙 지방에 대해서 들은 바에 대해 늘어놓았다.
투란 앞에서 그런 얘기를 했던 헌터들은 차라리 샤오콴 마을이 더 마음 편한 곳이라면서 크랙에는 다시는 안 간다고 목소리 높여 다짐했었다. 너무 마음이 편해졌는지 다음 날 사냥에 가서 한 명도 돌아오지 않고 사라졌지만…….
―죽었다고?
‘몰라. 돌아가는 길에 다시 마을을 거칠 건지 말 건지 한참 얘기하다가 상황보고 결정한다고 하면서 떠났으니까.’
불쑥 투란의 옛날 기억을 캐묻는 듯했던 드라고니아가 혀를 차고 고요해졌다.
마치 크랙의 경험자에게 또 다른 이야기를 들은 바가 없느냐고 묻고 싶은 듯한 낌새였지만, 투란은 드라고니아의 상태보다 툴로쉬가 황당해하며 쳐다보는 눈길에 더 관심을 둘 수밖에 없었다.
뭔가 투란이 방금 한 말에 이상한 부분이라도 있었는가?
“그런 곳이 아닌가요?”
“글쎄…… 나도 들러본 지가 꽤 오래되어서 말이야.”
툴로쉬는 투란의 이야기를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는 애매한 대답을 했다.
짜악, 힘찬 박수 소리와 함께 켈 데릭이 웃음을 섞어 말한다.
“오호홋! 과연! 변함없는 악명(惡名)입니다! 네, 크랙에는 원래 그런 소문이 많이 있죠! 무시무시하고 듣기만 해도 겁나는! 웬만해서는 겁먹지 않는다는 몬스터 헌터조차도 주눅 들게 하는 그런 이야기가 가득한 지방이 바로 크랙이죠! 음하핫! 하지만 그 흉악한 소문은 대부분 제대로 된 정보가 없어서 생긴 일! 거기서 벌어졌던 거대한 몬스터 사냥에 대해 알게 되면 더 이상 그런 소문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
“켈! 그런 얘기를 하지 말란 말이야! 그건 알아서 좋을 일이 아니라고!”
나오는 이야기를 자르면서 툴로쉬가 조금 더 엄격하게, 낮지만 위엄이 가득한 목소리로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켈 데릭은 여전히 웃는 낯으로, 오히려 한층 더 짙게 방긋 웃음 지으면서 하던 말을 고쳐 대꾸하고 있으니…….
“툴로쉬 님, 어설픈 애송이들이 몬스터 헌터라고 나대면서 제대로 된 내막도 모르는 채로 엉뚱한 짓을 저지를까 염려하시는 거 압니다! 분명히 말씀드리는데, 여기서 크랙의 거대한 웜에 대한 말이 나오고 그게 어딘가 엉뚱하게 흘러가서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질까, 그런 염려는 안 하셔도 돼요! 왜냐! 두 가지 이유가 있죠! 첫째!”
손가락 하나를 툴로쉬 앞에 세워 보이면서 볼을 부풀리며 숨을 잔뜩 몰아쉬며 보는 이들이 흠칫하게 할 정도로 번뜩이는 눈동자를 들이대는 채로 말이 이어진다.
“여전히 크랙을 지키는 두 나라의 두 수호 가문이 그런 일을 방치하지 않습니다! 둘째!”
첫 번째 세운 손가락에 나란히 세운 손가락, 두 개의 손가락으로 투란을 겨냥한 채로 켈 데릭이 살짝 누그러진 느긋한 목소리로 말을 잇는다.
“오러를 활용하는 몬스터 로드를 그런 애송이랑 비교할 수 없잖습니까! 외모라든가 연령 따위로 판단할 분이 아닙니다! 음하핫! 이 도감은 이런 분이 와서 찾으니까 내놓는 것이라고요! 으허헛! 커헐!”
너무 힘차게 웃다가 살짝 목이 조인 듯, 켈 데릭은 헛기침으로 말을 맺고 있었다.
툴로쉬가 잠시 눈살을 찌푸리다가 투란을 바라봤다.
괜찮냐고 묻는 듯한 기묘한 그 눈길을 모르는 척하면서 투란이 켈 데릭에게 묻는다.
“그러니까, 여기 어마어마한 사냥 이야기가 있다는 거죠? 그거 한 가지만 있는 것은 아닌 거죠? 다른 굉장한 이야기도 가득 있는 거겠죠?”
“물론이죠! 알고 싶은 것이 있으면 일단 한번 말해봐요. 있는가 없는가, 내가 물어볼 테니까!”
넉살 좋게 말하며 켈 데릭은 스윽 두꺼운 책을 자기 앞으로 당기고 있었다.
뭐든 말하면 그 항목을 찾아주겠다는 손짓, 하지만 한편으로는 투란이 도감에 무엇인가를 묻고 직접 찾아보는 것은 안 된다는 말을 하는 셈이었다. 그래서 투란이 한껏 부푼 표정을 짓고 있는 사이, 이자닌이 파쿠란에게 속삭여 묻는다.
“크랙에서 그 굉장하다는 몬스터를 잡았다는 거야, 아니야? 잡았는데 알려져서 곤란한 일이 있을 수가 있어?”
파쿠란은 고개를 갸웃하다가 나직한 속삭임으로 대답한다.
“렐름 몬스터라고 했으니까, 뭔가 마무리를 완전히 못 한 것일 수도 있지.”
이자닌이 여기에 ‘아, 그런 거.’라고 살짝 납득하며 툴로쉬를 향해 ‘왜 마무리를 못 해서는.’이라고 투덜거리는 듯한 눈빛을 흘리니, 툴로쉬가 이를 바로 알아차렸다는 듯이 으르렁거리듯, 한숨을 푹푹 내쉬듯이 묘한 말투로 얘기한다.
“잡았어! 어미는 잡았는데 새끼가 잔뜩 풀려나서 무럭무럭 자라면서 둥지 틀고 있는 상황이야! 어미가 잡혔으니 새끼야 우습지 하고 얕보고 몬스터 둥지에 쳐들어가서 죽는 놈들이 하도 많으니까 그러는 거야! 괜히 크랙이 쉬워졌어요 따위의 말이 나오면 생각 없이 들어갔다가 대형 멧돼지에 밟혀 죽는 놈들 시체에서 짜낸 피로 강물을 만들 수도 있을걸!”
“아하…… 걱정이 많으시겠네요.”
이자닌이 알아들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하는데 왠지 놀리는 듯한 말투와 표정이 가득 드러난 채였다. 파쿠란이 혀를 차는 소리부터 내고 도끼눈을 뜨려는 듯한 툴로쉬에게 말한다.
“헌터 길드의 어중간한 멤버들이 괜한 일에 나서는 것을 막으려는 겁니까? 여전히 좋은 사냥터가 아닌 모양이군요, 크랙은…….”
“응, 아냐. 앞으로도 그럴 일은 없을 거야. 거기 사는 녀석들이 정신이 멀쩡해져서 떠나는 날이 오는 쪽이 더 빠를걸.”
살짝 눈을 깜박이면서 툴로쉬는 넋두리하듯이 말하고 있었다.
파쿠란이 고개를 끄덕였고 이자닌도 적당히 납득한다는 표정을 짓는데, 투란이 갑작스럽게 손가락을 세우며 켈 데릭을 향해 외친다.
“드라고니아!”
“네?”
―뭐?
켈 데릭이 어리둥절했고, 드라고니아는 흠칫했다.
안팎으로 놀라거나 말거나 투란의 입은 그다음 말을 빠르게 잇고 있었다.
“괴물 왕자님이랑 왕도 한복판에서 싸웠다는 드라고니아! 그 얘기요!”
“아하, 에테온의 괴물 왕자님은 참으로 대단한 이야깃거리죠! 자, 그러면…… 에테온, 드라고니아의 광분(狂奔).”
켈 데릭이 유쾌한 표정으로 두꺼운 도감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투란은 그 말에 바로 호응했고…….
“오옷, 광분!”
―하지 마!
드라고니아는 바르르 떠는 것처럼 투란에게 소리 없이 으르렁거렸다.
펄럭, 도감이 펼쳐졌다.
켈 데릭은 재빠르게 도감을 돌려서 투란이 그 페이지를 똑바로 볼 수 있게 해줬다. 거기에는 글과 그림이 가득 채워져 있었는데…….
“이건 그림이네요?”
보자마자 투란이 실망한 말투로 중얼거렸다.
이자닌이 고개를 쑥 내밀고 그 페이지를 훑어보며 말한다.
“그러네, 아까 그것처럼 실물이 그대로 옮겨진 경우가 아닌가 봐. 누가 나중에 그린 그림인 모양인데?”
둘이 말하는 것은 드라고니아의 그림이었다.
투명한 카드로 옮겨진 툴로쉬의 모습과 다르게 펼쳐진 페이지에 드러난 드라고니아는 누군가 펜과 붓으로 열심히 그린 것이었다.
켈 데릭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진지하게 둘의 말에 대답한다.
“예, 이때의 이야기는 도감에 직접 실리지 않았으니까요.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지켜본 이야기가 퍼지고 퍼진 소문을 모아 실은 것이랍니다. 그래도 이 그림은 여러 사람이 봤던 드라고니아의 모습을 가능한 실물에 가깝게 그린 것이죠! 곁에 쓰인 설명도 가능한 많은 내용을 담고 있죠. 서로 어긋난 내용이라도 모두 수록된 채니까, 한쪽 얘기만 담아두는 바람에 진실의 파편을 잃을 염려도 없습니다. 음허헛! 장담합니다, 여기에 수록된 것 이상의 이야기를 누군가 알고 있다면! 그건 괴물 왕자님 키린뿐입니다! 음하핫!”
“으흠…… 입에서 불 뿜는 모습은 진짜 같은데…….”
투란이 팔짱을 끼면서 살짝 고민하듯 중얼거렸다.
―야! 누가 입에서 불을 뿜어! 내가 무슨 드레이크냐! 안 뿜어! 듣고 있냐? 투란, 난 입에서 불 뿜지 않는다고! 게다가 내가 저렇게 거대할 리가 없잖아!
드라고니아가 투란이 마음에 그려내는, 도감에 그려진 풍경을 더 깊이 상상하려는 것에 식겁한 것처럼 외치고 있었다.
그 당혹스러운 외침처럼, 누군가의 손에 그려진 드라고니아는 두 발 아래에 무너진 성벽을 짓밟은 채로 한 손에는 축 늘어진 갑옷 입은 기사를 우그러뜨리며 다른 한 손에는 두 동강 난 말의 반 토막을 움켜쥔 채로 허공을 향해 불을 토해내는 광경이었다. 또한 황금색 뿔이 돋은 머리와 온몸을 장식한 붉은 비늘, 등 뒤에 솟아 여기저기 찢긴 듯이 너덜거리는 날개 위로는 이글거리는 불길이 구름처럼 맴돌고 있기도 했다. 그 배경으로 잔뜩 파괴된 도시와 피 흘리는 이들이 그려져 있으니, 이는 어떻게 봐도 왕국 하나는 그대로 뭉개버릴 듯한 위험한 몬스터의 형상이라 할 수 있었다.
‘뭐, 자기 모습을 자기가 그대로 아는 것도 힘들기는 하니까…….’
―헛소리하지 마! 저런 꼴은 아니었다니까!
살그머니 표정은 고민하는 척 꾸미고 드라고니아를 놀려보는 투란이었다.
한데 그러다가 문득 켈 데릭과 눈길이 마주치니, 조금 엉뚱한 생각이 바로 투란의 마음에 불쑥 튀어올랐고 곧장 입으로 토해져 나간다.
“혹시…… 이 드라고니아랑 맞먹을 정도로 위험한 것들, 이라고 해도 찾아볼 수 있나요? 혹은 덜 위험한 것들이라고 하든가…… 그런 식으로도 도감에 담긴 이야기를 찾아볼 수 있나요?”
“오호홋, 헌터 길드에서 만들어둔 헌팅 레벨처럼 말이죠? 당연히 됩니다! 아, 물론 한 페이지에 그게 전부 실릴 수는 없죠! 하지만 책갈피가 그 페이지를 모두 알려줍니다. 그걸 다 읽는가는…… 아, 말보다는 그냥 시범을 보여드리는 쪽이 더 빠르겠군요! 자, 어디 보자…… 드라고니아 랭크 몬스터, 페이지 표시.”
펼쳐진 도감의 두꺼운 틈새로 잎사귀의 끝자락 같은 것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왔다.
켈 데릭이 흥얼거리면서 그중 하나를 손끝으로 잡고 올리니, 바로 페이지가 넘어갔다.
“우헛!”
투란이 놀란 소리를 냈다.
새로 드러난 페이지, 책의 양쪽에 걸쳐서 시뻘건 핏빛의 드레이크가 커다랗고 길게 자리 잡고 있었다. 백금(百金)의 뿔과 발톱, 섬세한 비늘의 무늬까지 그려진 드레이크를 중심으로 화살표까지 달린 설명이 부위별로 붙어 있는 채이기도 했다. 드레이크의 그림 아래로는 화살표 없는 설명도 있었는데, 투란이 그 한 구절을 ‘서식지, 기가둠 왕국의 북방 경계 넘어 해안과 산맥 안쪽을 가로지르는 영역 어느 곳으로 추정되며 확정된 일은 없는’까지 읽을 무렵에 켈 데릭이 다시 잎사귀 갈피를 쥐고 넘겨 다른 페이지를 펼쳤다.
‘아, 저 드레이크…….’
뭔가 마음 깊은 곳을 간지럽히는 느낌에 투란이 아쉬워할 때, 이미 눈앞에는 시커먼 날개와 두 갈래로 갈라진 혀, 뱀의 눈을 한 몬스터가 노려보는 듯한 그림이 나타나 있었다. 이 새로운 몬스터는 바로 투란의 기억을 자극했다.
“이거 블랙……?”
“맞습니다! 블랙 로드 품종의 와이번! 하나 잡으면 대를 이어서 또 태어난다고 하는 기가둠 북부의 맹주! 그 독이 가득 서려 있는 입김이 잘못 퍼지면 왕국의 도시 하나둘은 그대로 몰살한다는 위험한 놈이죠! 영악하기 이를 데 없어서 행적을 좇는 것만 해도 몇 년이나 걸리지만, 잡을 수 있다는 보장은 아무도 못 한다는!”
켈 데릭이 열성적으로 투란의 기억 한 자락을 읊듯이 말하고 있었다.
“아하, 아하하…… 그렇죠.”
엉거주춤하니 투란이 번뜩거리는 켈 데릭의 눈빛에 대꾸를 하고 마는데, 갑자기 곁에서 툴로쉬가 불쑥 머리를 내밀면서 묻는다.
“오래된 내용만 자랑하지 말고, 기왕이면 가까운 곳의 최신 정보도 있는가도 좀 보여주지? 이를테면 페브라 왕국 북부, 키클롭스의 군락(群落) 같은 것 말이야.”
찾고 싶은 항목을 정확하게 짚는 듯한 말투에 켈 데릭이 살짝 볼을 실룩였지만 군말 없이 바로 되풀이하듯 말한다.
“페브라 왕국, 북부의 키클롭스 군락지.”
약간 다른 듯했지만, 같은 것을 묻는 말이 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