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745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741)
Chapter 149. 뜻밖의 귀환
“그 얘기는 어디서 들은 거냐?”
금빛이 휘황하게 주변을 꽉 채웠고, 그 중심에서 금빛 안개가 뭉쳐 이뤄진 홀시딘은 삐딱한 눈길로 투란을 보며 묻고 있었다. 심각하고 신중한 말투를 통해 투란에게 이건 장난이 아니라고 강조하는 모습이었다.
투란으로서도 딱히 감출 일이 아니었기에 대답은 냅다, 가볍게 튀어나온다.
“툴로쉬요. 은근히 나도 같이 사냥하러 갔으면 하는 눈치던데요?”
“이 썩을! 안 돼! 넌 나서지 마!”
홀시딘의 금빛 얼굴이 팍 구겨졌고 격한 대꾸가 나왔다.
때문에 투란이 오히려 당황하고 말았다.
“엥? 왜요?”
“왜냐니! 그런…… 하아…… 얘기를 정리 좀 하자. 우선 금전 낳는 주머니를 얻은 다음에 무슨 일이 있었나부터 말해봐. 어디를 함께 다녀왔고,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저녁 되자마자 날 불러서 이러고 있는가, 자세히 좀 들어보자. 왜 네가 갑자기 키클롭스 따위에 흥미가 생겼는가, 제대로 듣고 나서 설명해주마.”
금빛의 풍경 속에서 그랜드 마스터 홀시딘이 아예 함께 마주 보고 앉을 자리까지 마련하면서 차분하게 하는 말은 투란을 갸웃하게 했다. 하지만 역시나 감출 일 따위는 전혀 없으므로 투란은 주섬주섬 이야기했다.
먼저 툴로쉬가 켈 데릭의 형제 상회로 인도해간 것부터…… 말 꺼내자마자 ‘그 가게?’라고 화들짝 놀라는 홀시딘의 모습에 투란도 놀랐지만, 곧 진정하며 ‘일단 계속해봐.’라며 끝까지 듣겠다는 말이 있었기에 투란의 이야기는 끝까지 이어졌다.
그래서 툴로쉬가 뭔가 아주 이상한 것을 사겠다고 했고 거기에 레클리스 앙리의 대금전낭이 통으로 넘어갔으며 그다음에 이런저런 말을 하다가 도감이 꺼내졌고, 그 도감의 거래에는 투란이 얻은 ‘코인 백’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도감의 내용을 이야기하다가 새로운 정보에 대한 말이 나오고, 툴로쉬가 키클롭스의 이야기를 꺼낸 것, 그다음에 알드바인으로 돌아갈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 며칠 머물기로 한 것과 내일부터 제대로 금화를 넘겨주면서 켈 데릭의 가게 물품을 구경하기로 한 것까지.
“그렇게 하고 나온 다음에 거리 구경 좀 잠깐 하고, 해 저물기에 돌아와서 일찍 잔다고 하고 난 다음에…….”
“키클롭스에 대해 더 자세히 파악하려고 날 불렀다?”
투란의 말이 맺어지기 전에 홀시딘이 먼저 끊고 맺어버리는 물음이었다.
인내심을 품고 끝까지 힘들게 들은 다음에 더 못 참겠다는 듯이 툭 튀어나온 말이었기에 투란은 고개를 끄덕이는 채로 슬그머니 홀시딘의 금빛 얼굴을 살폈다. 혹시나 뭐가 잘못되어 성질내는 것이 아닌가, 마법사 할배가 성질내면 꽤 난감한데 하는 다소 필요 없는 걱정까지 하면서.
홀시딘은 투란의 걱정 따위는 알 바 아니란 듯, 혹은 전혀 상관할 마음이 없다는 것처럼 금빛 풍경 속에서 잠시 깊은 생각에 빠진 모습이었다.
살짝 묘한 침묵 속에서 팔짱을 끼고 고개를 까닥거리다가 젓다가 하며 스스로에게 뭔가 묻고 답하는, 그러면서도 입 밖으로는 전혀 소리 내지 않는 그 모습을 보며 투란은 기다렸다.
“내 탓이로군.”
그런데 홀시딘이 불쑥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말을 꺼냈다.
“예? 뭐가요?”
어리둥절해하는 투란을 지그시 보며 홀시딘이 대답을 한다.
“툴로쉬가 너에 대해 호기심을 갖게 한 것 말이다. 급해서 그냥 관심 갖지 말라고, 엘더 헌터에 대해서 내가 묻지 않는 것처럼 묻지 말라고 했더니 그냥 널 탐색하려 한 모양이야. 설마 그 가게까지 데려가서 탐색할 줄은 몰랐는데 말이지…… 하아, 어쨌든…… 그 도감이란 것 좀 보여줘 봐.”
“음? 내 건데요?”
“누가 뺏냐! 안 뺏어!”
“망가뜨리면 안 돼요.”
“야!”
금빛 얼굴이 일그러지면서 제대로 화내려는 듯한 홀시딘을 향해 투란이 주섬주섬 품 안에서 꺼낸 도감을 내밀었다. 그러면서도 투란은 일부러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정말로 홀시딘이 도감을 뺏거나 망가뜨릴까 봐 걱정이란 시늉을 했다. 덕분에 드라고니아마저 핀잔하니…….
―작작 좀 해라!
‘미리 조심해야지! 아무 말 안 하고 보여줬다고 막 이상한 짓 하면 어쩌냐고!’
투란은 이 부산스러운 걱정이 괜한 것이 아니라고 강하게 주장할 뿐이었다.
홀시딘은 자신을 사고 치는 마법사라도 된 것처럼 바라보는 투란에게 험한 표정으로 이를 갈면서도 냉큼 도감을 받으면서 살피고 있었다. 그러자마자 투란은 살짝 그 눈치를 간 보듯이 묻는다.
“대도감이랑 비교하면 어때요?”
“전혀 달라. 잠깐만, 말 시키지 말고 기다려봐.”
건성으로 대답하면서 홀시딘은 켈 데릭의 상회 특판품인 도감에 집중하고 있었다.
입 다물고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투란은 드라고니아에게 소리 없이 말해야 했다.
‘정말로 푹 빠지네?’
―당연하지. 마법사가 저런 걸 보면 저럴 수밖에 없다고 했잖아. 파쿠란을 봤으면서도 내 말을 의심했냐?
‘파쿠란이야 뭐…… 아, 그럼 파쿠란도 결국 사겠네? 헤에…… 그 가게 아저씨 장사 참 잘한다고 해야 하나?’
―장사를 하려는 건지, 다른 목적이 있는지는 아직 몰라. 아무튼 기다려 봐라. 홀시딘이 어지간한 것은 다 검증해줄 테니까.
드라고니아의 말에 투란은 입꼬리가 간질거리면서 삐뚤어지려는 것을 느꼈다.
애초에 이 저녁에 혼자 방에 틀어박혀서 로열가든으로 홀시딘을 불러다가 키클롭스에 대해서 묻기 시작한 것부터가 드라고니아가 계획한 일이었다. 키클롭스를 핑계로 그 가게 얘기를 꺼내고 적당히 도감을 꺼내 흔들어서 홀시딘에게 보여주자는 것, ‘그 가게’에서 구한 마법물품을 기본적으로 검증해야 한다는 까닭이었다. 드라고니아가 투란을 통해 만지작거리다가 괜히 도감에 감춰진 마법의 경계를 건드려서 누군가를…… 혹시 모를 ‘누군가’를 자극하는 일을 피하려는 목적이었다. 은전으로 내용을 갱신하는 도감이라면 도감을 사용하는 이의 정보도 다른 곳으로 방출할 수 있다면서 드라고니아는 투란에게 그런 부분을 경고했었다.
편리한 마도구란 자신에게만 편리할 리가 없다면서!
투란으로서는 그런 수작을 홀시딘이 눈치채면 어쩌냐는 것부터 물었지만, 드라고니아는 저 도감을 처음 접한 마법사라면…… 투란에 대해 어느 정도 겪은 마법사라면 그런 일에 전혀 신경 쓰지 않을 거라 장담했었다.
왠지 약간 무시당하는 기분도 들게 하는 언짢은 말처럼 느껴졌지만 지금 상황은 투란에게 드라고니아의 말이 딱 맞다는 것을 알려줄 뿐이었다. 덕분에 방 안의 배경조차 지워버린 휑한 금빛 풍경 속에서 투란은 멀뚱히 앉아 홀시딘을 구경하는 꼴이 되었을 뿐이고!
‘뭘 알아냈으려나…… 마법으로 엿보기 같은 거 안 되나?’
―엿보려고 마법 쓰다가 오히려 엿보일 거다. 닥치고 기다려.
심심한 투란의 물음을 드라고니아는 냉정하게 짓밟았다.
어쩔 수 없는 지루함에 투란의 입술이 살살 튀어나올 수밖에 없는데, 홀시딘이 도감에 집중한 모습 그대로 갑작스럽게 묻는다.
“이거 사용하는 방법은 제대로 배워온 거냐?”
“에? 사용하는……? 그냥 펼쳐서 보면 되는 거 아니에요? 말로 물어도 척척 펼쳐지는 그런 책이니까.”
“다시 그 가게에 가볼 거라고 했지?”
“어, 예.”
“가면 제대로 사용법을 물어봐. 적당히 들어둔 정도로는 완벽하게 사용하기 힘들 거야.”
“그렇게 복잡한 마법이 걸린 도감이었어요?”
투란이 갸웃하며 묻자, 홀시딘이 비로소 도감에서 눈길을 떼고 고개를 들었다. 두 손으로 이리저리 펼치던 도감을 다시 포개 덮는 채로 홀시딘은 투란을 똑바로 보면서 말한다.
“복잡한 마법은 전혀 없다. 아니, 오히려 어떤 마법이 걸렸는가 알아보기조차 쉽게 만들어졌다. 하지만 단순한 마법을 교차시켜 만든 것이 어떤 복잡한 마법보다 더 해석하기 어려운 구조가 돼버렸어.”
“어, 예?”
투란이 눈을 깜박거리면서 홀시딘을 마주 봤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인가 전혀 못 알아듣는다는 표정에 홀시딘이 쓴웃음과 한숨을 섞은 채로 이야기한다.
“로어, 폴딩, 그라파티스트, 코딩, 인포시큐어…… 하나같이 상아탑에서 중급 수준이면 다룰 수 있는 마법이야. 낮은 수준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심오(深奧)한 마법이라고는 절대 못 할 그런 것들이지. 하지만 그런 것들이 모이고 모여서 만들어진 이 도감은 아주 심오하다. 쉽게 말해서, 망치와 끌을 주고 적당한 통나무를 던져 준 다음에 가구를 만들라고 하면…… 어설픈 손재주를 자랑하는 녀석이랑 숙련된 목공(木工)의 차이가 확 나는 결과물이 나오는 경우, 그런 경우랑 같아. 아직 못 알아듣겠냐? 그렇다면…… 몬스터에 대해서 똑같은 이야기를 들었다고 해도 막상 사냥을 시작하면 경험과 기술을 갖춘 몬스터 헌터랑 장비만 좋은 거 갖춘 애송이랑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오는 그런 경우란 말이지. 이제 알겠냐?”
“에, 대강…….”
멍하니 듣던 투란은 비유가 몬스터에 이르렀을 때 겨우 고개를 끄덕였다.
듣고 나니 문득 하클처럼 영감소리까지 듣는 장인과 갓 야장(冶場)에 발 디딘 애송이랑의 똑같은 도구를 사용해도 전혀 다른 물품을 만들어낸다는 것까지 생각할 수 있었고, 덕분에 목공에 대한 비유도 납득할 수 있는 투란이었다.
―과연 그런 의미에서 이적이었나……. 투란, 저 도감에 상아탑의 도감 내용을 추가할 수 있느냐고 물어봐.
투란과 다른 부분에서 나름대로 감탄한 듯하던 드라고니아가 불쑥 하는 말이었다. 그게 뭐냐고 따져 묻기보다 먼저 투란의 입이 저절로 열린다.
“혹시…… 어쨌든 그렇게 다 알 수 있었다면, 여기다가 상아탑의 대도감도 옮겨 붙일 수 있다는 건가요? 가게에서 키클롭스에 대한 것을 추가했다는 것처럼 말이에요. 안 돼요?”
“뭐? 굳이 그럴…… 이게 휴대용으로는 더 간편하기는 하군. 으흠…… 객체(客體)의 제작 없이 내용만을 옮긴다고 한다면…… 직접적으로 수록하는 방법까지 있다고 했었지…… 그런 것까지 고려하고, 단순한 카피를 받아들인다고 할 경우에는…….”
갸웃하던 홀시딘이 눈가를 찌푸리는가 싶더니 곧바로 눈앞의 투란을 잊은 것처럼 중얼거리며 생각에 잠겨들고 있었다. 그 모습은 투란을 흠칫하게 했고…….
‘야! 마법사를 이상하게 만들며 어쩌냐고! 이 할배 어떻게 제정신으로 돌려놔?’
―제정신인 마법사를 뭘 또 제정신으로 돌려놔. 기다려봐라, 좋은 결과가 나올 테니까.
드라고니아의 대답은 뻔뻔했다.
그래서 투란은 살짝 고개를 기울이면서 홀시딘과 눈을 맞추고 작은 소리로 불러봐야 했다. 좋은 결과고 뭐고 따지기 전에 일단 제정신인 마법사와 대화를 하겠다는 의지로!
“저어, 홀시딘? 마스터 홀시딘……?”
“좋아! 해봐야겠군!”
고개를 들며 나온 힘찬 대꾸는 딱히 투란의 부름에 응한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홀시딘의 두 눈이 부릅떠진 채로 도감을 들어 올리며 하는 말은 분명히 투란을 향한 것이었다.
“일단 주인인 네 손길이 필요하군!”
“홀시딘?”
주춤하며 투란이 다시 부르자, 홀시딘은 힘차게 대꾸한다.
“그래, 내가 홀시딘이지! 닥치고, 빈 페이지…… 텅 빈 카드라고 해야 하나? 그걸 좀 집어 올려봐. 좋아, 그러면 거기에…….”
박력 있는 말에 밀린 듯, 투란은 얌전히 도감의 투명한 판…… 카드를 들어 올렸다. 켈 데릭이 툴로쉬의 모습을 옮겨 붙일 때 사용했던 카드를 들고 투란이 홀시딘의 모습을 옮겨 붙여야 하는가 하는 생각을 떠올리는데, 홀시딘이 스윽 손을 들더니 뭔가 빠르게 중얼거렸다. 그 중얼거림은 마력을 움직였고, 홀시딘의 손에 조그마한 책자가 나타나게 했다.
―그리모어……?
드라고니아가 그 책자의 정체에 대해서 의아해하는데, 홀시딘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울린다.
“카피, 항목 에티켓.”
―응? 에티켓……?
드라고니아가 놀람과 의아함이 섞인 말을 투란의 뇌리에 울릴 때, 투란은 홀시딘의 책자에서 툭툭 튀어나오는 듯한 문자와 여러 가지 그림이 녹아내린 것처럼 투명한 카드 안으로 밀려드는 광경을 봤다. 딱히 마법을 간파하는 눈이 아니더라도 훤히 볼 수 있었고, 투명한 카드 안에 흘러와 자리 잡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
그렇게 문자와 그림의 이동이 끝나자 홀시딘이 책자를 사라지게 하며 말한다.
“좋아, 이제 안에 붙이고…… 검색해봐. 얼른!”
“어, 예…….”
투란은 켈 데릭이 했던 것처럼 뭔가 와글거리며 맴도는…… 작은 문자와 그림이 온통 뒤엉긴 채로 둥둥 떠다니는 꼴이 되어서 더 이상 투명하다고 할 수 없는 카드를 도감 안에 밀어넣었다.
“뭐라고 했었죠, 옮긴 것이?”
뭘 찾는다고 말해야 하는가를 물으니, 홀시딘이 조금 짜증 내듯이 대답한다.
“에티켓!”
“아, 예…… 에티켓.”
도감이 활짝 펼쳐지면서 불룩 튀어나온 책갈피가 한자리에 모인 것처럼 추가된 페이지, 거의 한 권의 책이 도감 안에 새로 자리 잡은 것을 드러냈다.
투란은 그 한 구절을 봤고, 자신도 모르게 소리 내서 몇 마디 읽었는데…….
“남부 왕국의 귀족 간에 선물을 주고받는 상식적인 예의는……? 잠깐! 홀시딘, 이거 몬스터 정보랑 아무 상관 없잖아요!”
곧바로 그 내용에 대해 되묻는 소리가 튀어나오고 말았다.
대체 왜 이 도감에다가 ‘지방에 따른 사교적 행태의 다양한’ 어쩌구 하는 이야기를 덧붙여놨던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