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749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745)
“키클롭스 중에서…… 어, 어험! 나타나면 일단 왕국 경계령을 띄우고 우선 토벌 대상이 되는 경우야.”
마지못한 상아탑 마스터의 대답.
투란이 바로 목청을 굵직하게 울리며 한마디 한다.
“우선?”
몰라서 되묻는 말은 아니었다.
나타났을 때 바로 처리하지 않으면 후환(後患)이 길고 길어지는 몬스터, 그런 녀석들의 경우 먼저 토벌하도록 지정하는 것이니까 그런 일에는 당연히 몬스터 헌터들이 반쯤 강제로 동원되기 마련이었고, 때문에 다들 귀찮아하고 굉장히 싫어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투란이 어려서 봤던 몬스터 헌터들은 그런 우선 토벌 대상이 나타나면 귀찮든 싫든 일단 길드를 통해 알리고 사냥 준비부터 했다. 거기에는 나중이란 말은 전혀 끼어들 여지가 없었다. 그냥 두고 보면서 다른 이에게 떠넘기는 일은 생각도 하지 않았다. 당장 쳐잡을 방법이 없다면 추적하거나 다른 곳으로 가지 못하도록 시간이라도 끄는 일에 먼저 나설 뿐이었다.
“헤에! 우선 토벌이었구나, 누가 나더러 구경만 하라고 했었는데…… 헤에, 페브라 왕국에서는 이런 놈을…… 뭔 생각하고 있었던 거래요? 이 나라, 괜찮은 거예요?”
살짝 홀시딘을 놀리는 말을 늘어놓다가 투란은 화들짝 놀라서 묻고 말았다.
흐릿한 홀시딘의 형상이었지만 어깨를 축 늘어뜨리는 몸짓이 꽤 분명하게 드러나는 채로 웅얼거리는 듯한 대답이 나온다.
“이골의 자손이 나타난 거는 백 년 이상 오래된 일이니까. 슬슬 잊혔을 만도 했어. 그렇다고 해도 여기 헌터 길드 녀석들이 이놈을 제대로 보지도 않고 보고한 것은 어이없는 일이기는 해. 하지만…… 으득! 이놈의 엘더 헌터, 분명히 알고 있었을 거야!”
“그 이골이란 키클롭스가 어쨌길래요? 아, 그 이골의 피를 잇는 키클롭스란 뜻인 거죠? 이골의 자손이란 거, 그렇죠?”
새삼 호기심이 가득해진 채로 묻는 투란이었다.
홀시딘의 흐릿한 형상이 스윽 주변을 둘러보는 채로 대답을 하긴 하는데…….
“그건…… 나중에 상아탑의 대도감을 받으면 찾아봐. 로열클래스인 너니까 모두 알 수 있어. 어쩌면 그 가게의 도감에도 실려 있을지도 모르겠군.”
슬쩍 설명을 회피하는 말이었다.
바로 볼을 실룩이면서 투란이 투덜거린다.
“가슴팍에 눈 달린 키클롭스가 옛날에도 있었던 거예요? 그런데 가슴팍에 눈 달린 놈이 또 나타났는데 몰랐어요? 굳이 자세한 보고가 없더라도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괜히 그러는 거 아니죠, 마스터 홀시딘?”
피를 잇는다는 말로부터 선조랑 후손이 닮았다는 이야기를 떠올리며 되는대로 뱉은 말은 홀시딘에게 바로 부정당하고 말았다.
“아니. 이골은 얼굴의 절반이 눈알 하나로 채워진 놈이었다. 가슴팍에 눈 달린 키클롭스는 이놈이 처음이야. 헌터 길드나 상아탑의 기록에도 말이지. 그러니까 아예 체스트 아이란 이름을 부여한 거고.”
“대도감은 언제 만들어줄 건데요? 그냥 여기서 얘기해줘요. 아직 이 근처를 떠도는 키클롭스가 더 있잖아요. 여기 다 모여 있는 것도 아닌데, 이골의 자손은 어떻게 구별하는데요?”
투란이 조금 더 진지하게 물었다.
또 다른 이골의 자손이 있을 수도 있다고, 우선 토벌 대상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고 살짝 협박을 섞은 물음이기도 했다.
홀시딘은 이에 넘어가지 않는다는 듯이 고개를 젓기는 했지만…….
“그럭저럭 며칠 안에 보상금 일부를 받아낼 수 있을 거야. 케이라에게 대도감의 제작을 말해놓은 바가 있으니까, 금전을 전하기만 하면 곧 완성해. 아마 너 돌아갈 때 즈음에는…… 너 어떻게 돌아갈 거냐?”
그럭저럭 하나씩 대답하는가 싶던 말이 돌연 묻는 말로 맺어지고 있었다.
딱히 생각해둔 바가 없었기에 투란은 갸웃하면서 되는대로 대답을 할 수밖에 없었다.
“글쎄요? 올 때는 파쿠란 덕에 꽤 편하고 빠르게 왔는데…… 파쿠란이랑 이자닌이 여기 계속 있을지 알드바인까지 같이 가줄지 모르겠어요. 둘이 라비엔으로 되돌아가려나? 일단 며칠 동안 머물면서 켈네 가게 구경도 좀 하고…… 상황 봐야겠는데요?”
흐릿한 채로 들으면서 홀시딘의 환영이 잠시 군락지를 맴돌듯이 둘러봤다.
뭔가 듣는 귀는 남겨놓고 보는 눈만 따로 떠도는 듯한 느낌이 투란에게 희한한 느낌을 주는데, 투란의 말이 끝나자마자 바로 손가락 틈새에서 나오는 듯한 홀시딘의 목소리가 울린다.
“투란, 여기 너에게 필요한 능력을 지닌 몬스터는 없는 거지? 이골의 자손이 가진 마안은 당연히 빼고!”
“키클롭스는 좀 탐나기는 하는데, 이 우두머리 체스트 아이 말고는 다 약골 같아서 내키지 않는데요.”
입술을 삐죽거리면서 투란은 대답했다.
―오우거도 삼켰고, 파이어몽거도 삼켜뒀으면서 이런 게 왜 탐나!
드라고니아가 바로 예를 들어가면서 으르렁거렸다.
투란은 홀시딘의 환영을 보는 채로 소리 없이 바로 반박한다.
‘오러몽거의 심장을 대신할 수가 없잖아! 특별한 키클롭스라면 혹시 오러몽거를 움직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아직 포기 안 했냐?
‘왜 포기를 해!’
―안 될 거야, 관둬.
‘이 못된……!’
표정이 꿈틀하려는 것을 느끼며 투란은 곧 하늘을 올려다보며 마음을 가라앉히면서 홀시딘에게 몇 마디 더 해본다.
“어쨌든 빨리 정리할 일을 빨리 정리한 거니까, 괜찮은 거죠?”
“그래, 그렇다고 할 수 있겠군. 그러면…… 여기는 내가 맡기로 하지. 다 죽여놓은 것을 굳이 남겨놓을 필요는 없고…… 큰돈이 될 만한 것만 추려서 챙겨두마. 투란, 너는…… 방으로 돌려보내 줄 테니까, 아침에 보자. 괜찮지?”
굳이 거부할 말이 아니었기에 투란은 냉큼 고개를 끄덕였다.
금빛이 가득 퍼지는가 싶더니, 투란이 바라보는 풍경이 금방 변화를 시작했다.
그 순간에 투란은 살짝 빈손을 흔들며 윌 라이트의 마력을 뿌려 프로브를 하나 던졌고, 방을 떠올리다가 움찔했다.
‘앗차, 내 헛!’
비워진 방을 지키려고 마법의 움막을 형성해 방에 일치시켜 놨다.
허락 없이 들락일 수 없도록 꽉 문을 쳐닫아 놓은 셈이니, 홀시딘이 로열 가든의 마법으로 이동시켜주는 일에 방해가…… 없었다.
멀뚱히 둘러보니 투란 자신은 그냥 침대 한편에 덩그러니 앉은 꼴이었다.
“음?”
뭐가 잘못되었기에 마법의 움막, 헛이 그냥 투란을 받아들였는가?
―넌 허락된 주인이잖아! 이 바보야!
‘에? 하지만 마법은 홀시딘이…….’
―통과하는 거는 너뿐이잖아! 아니, 이 정도 헛이 로열가든을 막을 수도 없겠군! 하지만 그 이전에 완전히 허락된 주인이 들어서는데 막으면 그게 더 이상하다!
‘흐음…… 그랬구나.’
풀썩, 그냥 침대 위로 드러누우면서 투란은 꾸며놨던 옷감 속의 가짜 자신을 흐트러뜨리고 지워버렸다. 푹 오그라들어 빈 옷은 그대로 침대 너머로 밀어내며 침대에 자리 잡으며 투란의 눈이 감겼다.
아직 남아 있던 그랑츄의 형상이 가라앉듯이 사라지고 사람의 몸이 뚜렷해지는 와중에 헌터스 배너가 가슴에 자리 잡는 것을 느끼면서 투란은 오랜만에 몬스터 로드답게 움직였다는 것에 만족하며 잠을 청하는 채로 속삭인다.
“아침에…… 깨워줘.”
딱히 뭐가 모자라거나 불만스러운 일정은 아니었지만, 왠지 지금이야말로 피로를 풀기 좋은 푸근한 잠이 될 듯해서 투란이 깊이 숨을 들이쉬었다가 내쉬는데…….
―아침이다. 일어나.
툭하니 드라고니아의 말이 귓가에 팍 꽂히면서 뇌리를 쿵 하고 울리잖는가!
“야, 이 못된……!”
버럭 소리치며 투란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앉았다가, 눈을 질끈 감아야 했다.
잠깐 부릅뜬 눈에 비친 광경, 아침 햇살이 창문 틈새로 좌악 쏟아져 들어오기라도 하는 듯한 것이 정말로 침대에 누워 눈을 감기 전이랑 싹 다르다니!
‘너 무슨 마법을!’
따지면서 투란은 눈을 떴고, 아예 창문을 열어젖혔다.
성벽의 그늘이 또렷한 채로 묘하게 각을 잡은 창문을 두드리는 햇살은 분명히 아침의 해가 쏘아대고 있었다.
―잠든 것도 잊었을 정도로 퍼잔 거냐? 대단하군.
드라고니아의 비꼬는 말에 투란은 대꾸할 수가 없었다.
정말로 잠깐 눈을 감았다 뜬 기분이었는데, 아침이라니!
밤을 도둑맞고 잠을 빼앗긴 듯하잖나!
―움막이나 치워, 방문 두드리는 소리 못 들었냐?
이어지는 핀잔에 가만히 창틀을 두드려 마법을 해제하며 투란은 방문을 두드리는 이에게 외쳐야 했다.
“누구세요!”
“파쿠란이다.”
대답과 함께 문을 열고 파쿠란이 들어오고 있었다.
투란은 갸웃하며 파쿠란을 향해 눈을 깜박였다.
이 이른 아침에…… 비록 잠을 잤다는 기분은 전혀 없지만 어쨌든 시원한 아침 바람과 햇살 속에서 나름 머리가 상쾌한 일찍부터 블랙 메이지의 낯짝을 볼 일이 투란 자신에게 있었던가?
“전언이 왔다…… 아침에 보기로 했다면서?”
파쿠란이 살짝 문을 닫고 손짓하여 마법으로 봉하는 채로, 투란이 방금 왜 마법을 해제했는가 몰래 한숨짓게 하며 하는 말이었다. 파쿠란 입에서 나오기에는 어딘가 밑도 끝도 없는 말이기도 했지만, 투란은 아주 조금 전의 일인지라 바로 짐작할 수밖에 없었다.
“마스터 홀시딘?”
입에 담기가 무섭게 파쿠란의 반지 쪽에서 회색의 형상이 피어올랐다.
“이제 일어났냐? 불러도 대답이 없기에…… 코인 백은 어디 뒀어?”
홀시딘이 줄줄 흘리는 말은 투란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비록 금전이 아니라 금화를 뱉는다지만 평범할 수는 없는 마도구 ‘코인 백’을 왜 홀시딘이 찾는가? 아니, 그 전에 불러도 대답이 없었다니……?
―널 깨우려고 아침 일찍부터 연락했지만 로열가든의 마법은 네 허락 없이 응하는 것이 아니니까. 간단히 말해서 네가 그냥 무시하며 퍼 자고 있었지.
‘그걸 구경하고 나서 한참 뒤에 깨운 거냐?’
놀리는 듯한 드라고니아의 말은 투란에게 나오려는 한숨을 억지로 삼키게 했다.
어쨌든 홀시딘이 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가 투란이 짚어 물으려 하는데…….
“저기 있군요.”
파쿠란이 침대 한쪽에 밀려 떨어진 투란의 옷을 흥미롭게 보며 말하고 있었다.
홀시딘의 회색 환영도 기웃하더니 바로 말한다.
“응, 코인 백이 거기 있구만! 좋아, 파쿠란 저건 자네에게 부탁하지.”
더 가만히 들을 수 없는 묘한 이야기였기에 투란이 바로 묻는다.
“저기, 뭘 부탁해요? 파쿠란? 홀시딘?”
파쿠란은 별말 없이 침대 곁으로, ‘코인 백’ 쪽으로 움직였다.
그 모습에 투란이 냉큼 침대에서 구르며 잽싸게 옷자락을 밟고 ‘코인 백’을 쥐려 하는데…….
“안 뺏어! 잠깐 맡아둘 뿐이야!”
홀시딘의 환영이 손을 스윽 당기는 시늉을 하며 으르렁거렸다.
‘코인 백’은 가볍게 홀시딘에게로 날아갔고, 파쿠란의 손에 쥐어졌다.
투란은 바로 칭얼거렸다.
“아, 왜요? 뭐 하려고…….”
“엘더 헌터한테 끌려다니면서 춤추는 산맥에 어떤 괴물이 싸돌아다니나 구경하고 싶냐? 여기 일은 파쿠란을 통해 마무리 짓고, 코인 백은 나중에 내가 따로 보내줄 테니까 걱정 말고…… 그 도감은 파쿠란이 하나 더 사서 쓰는 법을 알아내서 전해줄 거야. 투란, 너는 쓸데없는 일에 휘말리기 전에 피해 있어야겠어.”
홀시딘의 말은 환영일 터인 두 손이 바쁘게 움직이는 채로 나오고 있었다.
뭔지 모를 낯선 마법이었지만 그 속에서 서서히 맴돌며 강해지는 금빛은 투란에게 익숙한 로열가든이라고 알려주고 있었다. 하지만 이 아침부터 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전혀 영문을 알 수 없으니 투란은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무슨 얘기에요? 마스터 홀시딘? 아니, 뭘 하기 전에 설명이라도 제대로 좀…… 으어어엇!”
―호오? 로열가든을 이런 식으로 쓸 수도 있었나? 허어, 상아탑과 연계해서 이런 장거리 전이마법이 성립할 수도 있었군.
설명 없이 알아챈 듯한 드라고니아의 말은 투란을 한층 더 의아하게 할 뿐이었다.
‘뭐? 그게 무슨……? 어?’
뭔가 들을 새도 없이 방 안의 풍경이 금빛으로 채워졌다가 비워지며 까마득하니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새로운 풍경이 투란의 눈앞에 나타났다. 거센 바람, 시원하게 들이켜지는 숨결은 이 새 풍경이 진짜라는 것을 알려주는데…… 분명히 투란에게 낯설지 않은, 어딘가 기억에 낯익은 풍경이었다.
새하얀 안개가 어린 넓은 물통…… 호수였고, 한쪽에 길게 이어진 성벽과 높이 삐죽하게 솟은 기둥 같은 탑과 올망졸망한 도시…….
―알드바인이잖아.
퉁명스러운 드라고니아의 말에 투란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알드바인?”
홀시딘의 환영이 어느새 금빛으로 변한 채로 투란에게 말한다.
“네 방까지 데려다주마.”
“엥? 아니, 그게 뭔…… 이게 무슨……!”
뭐라 따지려는 찰나, 투란은 다시 풍경이 홱 바뀌는 것을 봐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