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752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748)
“들어서 나쁜 얘기는 전혀 없었거든! 몬스터 로드라면 당연히 귀담아들을 얘기였다고! 멜란드, 철 좀 들어라! 다 먹었으면 가서 설거지라도 하고!”
시알라가 잔소리를 더 강하게, 더 위협적으로 터뜨렸다.
그 말과 함께 푹푹 뿜어나온 연기가 온갖 크기의 주먹이 되어 멜란드를 향해 때리는 시늉까지 하고 있었다.
투란에게는 새로운 장난처럼 보였는데, 멜란드에게는 진지한 협박이었던 모양이었다. 바로 한층 더 볼멘소리를 하며 멜란드가 빈 접시를 포개면서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으니…….
“결론은 항상 내가 설거지하는 거잖아! 너무해, 누나!”
이런 투덜거림은 시알라에게서 한층 더 냉정한 반박을 끌어낼 뿐이었다.
“설거지라도 해야지! 넌 페란드처럼 납품할 뭔가를 만들지도 않고, 제란드처럼 주변 정찰하며 사냥하는 시늉도 안 하잖아! 기껏 한다는 짓이 시내 나가서 거리를 헤매며 놀다가 돌아오는 거니까!”
“응? 멜란드, 거리 구경만 하고 다녔어?”
투란이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마치 그동안 무슨 신기한 거 없었냐고 묻는 태도였다.
멜란드가 움찔하더니, 재빨리 접시를 들고 부엌으로 내달리면서 대답한다.
“아냐! 난 상황을 살피고 있었다고! 또 무슨 큰일이 나지 않나, 우리한테 영향을 끼칠 일이 없나 말이야! 아, 페란드 형! 다 먹으면 나갈 때 부엌으로 접시 갖다줘!”
꽁지를 빼고 도망치는 듯한 그 모습에 페란드가 한숨을 쉬듯이 적당히 대답하고는 바로 목소리를 낮춰 시알라에게 말한다.
“누나, 너무 다그치지 마. 멜란드가 시내 도는 것도 산돌프 마법사가 충고한 일이잖아. 누군가 한 명은 계속 거리의 분위기를 살펴두는 게 좋다고 했어.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것이 도시의 일이고…… 알드바인은 그런 일에 보다 민감한 곳이라고 말이야.”
“제대로 상황보고 다니면 누가 뭐래? 맛있는 식당 찾아다니고 퍼브마다 들러서 한 잔씩 날름거리고 오니까 그렇지! 요새 한번 나갔다 들어오면 반쯤 취한 채라는 거 알잖아! 그러다 실수하면…….”
“누나, 멜란드도 이에 꼬맹이가 아니라고. 완전히 취하지 않게 미리 대비도 해놓고 하는 짓이라니까. 멜란드에게 작은 수호자가 있잖아.”
페란드는 한층 더 낮은 목소리로, 보다 더 진지하게 시알라에게 말하고 있었다.
투란은 그 작은 수호자란 말에 틈새로 보이는 부엌에서 설거지를 시작하는 멜란드를 다시 바라봤다. 역병의 수해를 거쳐오면서 멜란드가 이뤄냈던 정령수…… 작은 수호자라 불리게 된 사대(四大)의 정령수가 여전히 있는 듯 없는 듯 착실하게 멜란드에게 ‘착용’된 상태였다.
“음, 더 작고 굉장해진 것 같은데?”
투란이 그 감상을 말하자 시알라가 다시 뭐라 하려던 것을 억누르듯이 입을 다물었다. 그 입술 사이로 연기가 새나오지만, 이번에는 뭔가 시침 떼듯이 느긋하게 어디론가 흘러가는 평범한 구름일 뿐이었다.
페란드가 작게 안도하는 듯한 숨을 내쉬었고, 바로 투란을 향해 눈길을 돌리면서 묻는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이야?”
“응? 나? 아, 그건……!”
투란은 멜란드 다음으로 자신이 투덜거릴 기회가 왔다는 듯이 힘차게 숨을 들이쉬면서 장황한 말을 토해내려 하는데…….
“홀시딘이 피신시켰대.”
시알라가 툭 자르듯, 아주 짧게 먼저 말했다!
“피, 피신은 아니지!”
투란은 숨이 꼬이는 상황에서 겨우 반발하는 말을 할 수 있었다.
―피신 맞잖아.
드라고니아는 투란을 놀리듯이 시알라의 말에 동의했다.
시알라는 투란의 훅훅거리는 표정에 키득거리고 웃었지만, 페란드는 한층 더 난감하다는 듯이 묻고 있었다.
“홀시딘? 이자닌이랑은……?”
이 소리에 시알라도 ‘아!’ 하며 뒤늦게 생각난 듯이 묻는 말을 보탠다.
“그러고 보니, 대체 홀시딘은 또 어떻게…… 어디서 만난 거야?”
“어? 에…… 음, 그러니까…….”
투란은 잠깐 말을 더듬으면서 생각해야 했다.
훌렁 날려서 돌아온 꼴이었지만, 그동안 있었던 일을 말로 설명하려 하니…… 왠지 길고 길어서 정리가 되질 않는 데다가 어디부터 어디까지 말해야 하는가도 헷갈리고 있잖은가!
그런 투란을 보며 시알라가 다시 묻는다.
“홀시딘이 어디서 여기로 데려왔어?”
“페브라…… 왕도에서 아침에 깨자마자 바로.”
투란에게는 간략하게 대답할 수 있는 일이었다.
시알라의 물음이 곧 이어진다.
“이자닌도 페브라에 있어?”
“응. 거기가…… 이자닌이 가려던 곳이고 할 일이 있는 곳이었어.”
끄덕끄덕, 투란은 묻는 말이 쉽자 대답도 쉽다는 듯이 말했다.
시알라의 눈이 살짝 가늘어졌고 다시 뭘 물을까 더듬는 듯한 사이, 페란드가 불쑥 말한다.
“루비 아주머니에게 들은 적이 있어. 이자닌이 페브라 왕도에서 꽤 잘나가던 귀한 신분이었다고 말이야. 정말이었나 보네.”
“어? 잘나가던? 귀한?”
투란은 어리둥절했다.
시알라가 혀를 차며 말한다.
“루비 언니 말은 흘려듣는 게 좋아. 반쯤은 과장이고 짐작이니까. 어쨌든 이자닌이 페브라 왕도 출신인 것은 맞았나 보네. 그래서 이자닌 일은 잘 해결되었다고 했지? 그러면…… 홀시딘도 있고, 이자닌도 있고…… 왕도라…… 투란, 그 주변에 희한한 몬스터 없었어?”
페란드가 조금 어이없다는 듯이 누나를 바라봤다.
왕도의 주변에 희한한 몬스터라니, 왕국의 군단병이 바로 토벌하든가 왕도의 몬스터 헌터들이 아주 바쁘게 움직일 테니 투란이 들어봐야 다 끝난 다음의 일이 아니겠냐는 듯…….
하지만 투란은 슬쩍 눈을 피하고 대답을 더듬고 있었다.
“응? 아니, 뭐…… 으흠, 희한하다면 희한할 수도 있는…… 흠, 흠.”
페란드는 화들짝 놀라서 목소리까지 살짝 높여 물어야 했다.
“왕도 근처에 희귀한 몬스터가 나타났는데 바로 토벌되지 않았다는 거야? 그래서 그거 보러 갔다가 홀시딘에게 걸려서 돌아온 거야?”
투란의 표정이 일그러질 때, 드라고니아가 너털웃음처럼 속삭인다.
―이 남매들, 너를 아주 잘 파악하는구나! 역시 함께 지낸 시간이 헛되지는 않았어.
‘야! 뭘 파악해, 파악하긴! 그냥 맞힌 것뿐이잖아.’
부정하지는 못하는 채로 투란은 일단 시알라와 페란드를 행해 주섬주섬 변명하기 위한 노력이 가득 담긴 말을 꺼내보는데…….
“그러니까, 그게 왜 토벌되지 않았냐 하면…… 페브라 상황이 굉장히 이상했거든. 셋째 왕자가 토막 나서 죽고, 새 임금님이 생겼고…….”
“토, 토막?”
“왕자를 토막……? 투란, 너 설마……!”
페란드가 당황했고, 시알라는 경악해서 묻는 말을 맺지를 못했다.
투란은 둘을 향해 눈을 깜박이다가 뒤늦게 그 오해를 깨닫고 격하게 부정하는 소리를 지르니…….
“그 왕자님 토막 낸 거 그 나라 임금님이거든! 그 왕자 아빠인 임금님이 왕관 쓰고 아들을 토막 낸 거라고! 그리고 임금님이 물러났고, 다른 왕자가 새 임금님이 되고…… 내가 아니라 마스터 홀시딘이 나서서 그런 일이 터진 거라고!”
“대체 뭔 소리야.”
시알라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중얼거렸다.
푹푹 흘러나오는 연기가 허공에서 춤추고 맴돌면서 어깨를 으쓱거리는 채로 ‘이게 뭔 말인가 전혀 못 알아듣겠다!’라고 외치는 듯한 시늉을 했다.
페란드가 깊이 숨을 들이쉬고 정리하겠다는 듯이 묻는다.
“그러면…… 투란, 혹시 거기서 투란이 여기 산다는 거 아는 사람이 있나? 이자닌이랑 홀시딘 말고 말이야. 그런 사람 중에 투란에게 관심 가진…… 남몰래 노려본다든가 하는 그런 눈치 보이는 사람 없었어?”
투란이 눈살을 찌푸릴 때, 시알라가 보태 묻는다.
“거기서 누구 패놨다든가 하는 일은 없었어? 도시니까 괜히 지나가는 사람에게 시비 거는 작자도 있었을 것 같은데? 이자닌이랑 다녔으니 말이야.”
찌푸렸던 눈살을 펴면서, 둘이 묻는 말에 정답을 안다는 것처럼 투란이 당당하게 대답을 한다.
“괜찮아. 거기서 가면 쓰고 다녔거든. 관심 가질 만한 일을 할 때 말이야. 나중에는 아주 얌전히 숨어 있기만 했으니까, 내 얼굴 아는 사람은…… 음, 엘더 헌터란 아저씨랑 그 가게 주인뿐이려나?”
“가면?”
시알라가 뜻밖의 한마디란 듯이 되뇌었다.
페란드는 얼굴을 구긴 채로 투란의 말을 되새김질하는 듯하다가 다시 묻는다.
“엘더 헌터라는 거, 헌터 길드의 할배들? 그 가게 주인은 무슨 가게 주인인데?”
“응? 아니, 그런 할배들 말고…….”
투란은 조금 난감했다.
페란드의 물음은 매우 상식적이었다.
헌터 길드의 엘더들, 이라 하면 보통 길드 앞 퍼브에서 죽치고 놀면서 오래된 이야기만 줄줄 늘어놓는 할배들을 일컫는 경우가 대부분이니까. 그 가게라고 하는 말 역시 그래서 그게 대체 무슨 가게냐고 할 수밖에 없는 소리가 맞고!
“그…… 있잖아, 그 아주 강하고 센 몬스터 헌터 말이야. 길드에서 최강이라고 하는, 어디에 언제 나타날지 모른다는 그 엘더 헌터 말이야.”
투란이 허우적거리며 설명하는 말은 시알라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고, 페란드가 살짝 맹한 소리를 내게 했다.
“그 헛소…… 아니, 그 전설의 엘더 헌터? 있는 거였어! 그런 게 진짜로?”
뒤늦게 놀라는 페란드를 흘깃하며 시알라가 고개를 끄덕거리며 한숨짓는 투란에게 묻는다.
“그 엘더 헌터에게는 가면 벗은 얼굴을 보였다고? 왜?”
“같이 가면 쓰고 다녔었어. 잠깐이기는 한데, 어쩌다 보니 이자닌의 의뢰도 나 대신 맡아주기도 했고. 그러다가 내가 받을 아티팩트도 뺏겼어! 크앙!”
주섬주섬 대답하다가 투란이 머리를 감싸면서 접시에 머리를 박을 듯한 꼴이 되어 으르렁거렸다.
잠깐 그 꼴을 보다가 시알라가 연기로 고리를 잔뜩 만들어 띄우면서 묻는다.
“홀시딘은, 마스터 홀시딘은 엘더 헌터에 대해서 알아?”
“알지. 그 엘더 헌터랑 여기서 같이 떠났으니까. 소개도 홀시딘이 해줬다고!”
투란이 한층 더 울컥한 듯이 대답했다.
시알라는 고개를 끄덕이고 페란드를 흘깃하며 말한다.
“그렇다면…… 수상한 누군가 와서 아는 척하면 바로 마스터 홀시딘에게 먼저 알려두는 걸로 하지. 그러면 웬만해서는 이상한 일이 휘말리지 않을 테니까. 엘더 헌터는…… 딱히 우리한테 볼일 없을 테니까 그렇게 하기로 하고, 그 가게는 뭔 가게란 거야?”
“전설적인 가게?”
투란이 너무 시원하게, 툴로쉬의 이름도 확인하지 않으며 정리하는 시알라를 보다가 맹한 소리로 대답했다.
시알라가 물고 있는 궐련 끝에서 고리 모양으로 재가 툭 떨어졌다.
페란드가 부들거리는 시알라의 눈꼬리를 보고 재빨리 묻는다.
“거긴 어떻게 알게 되었는데?”
“어? 어…… 엘더 헌터의 소개로?”
투란이 맹하니 대답했다.
시알라의 눈꼬리가 살짝 치켜 올라가면서 불끈한 투로 정리하겠다는 듯한 말이 나온다.
“전설적인 엘더 헌터의 소개로 전설적인 가게에 간다고 잘 쓰고 다녔다는 가면을 훌렁 벗고 있었어? 나중에 여기 와서 뭔 짓을 하든 괜찮다고 인사하면서?”
“아니거든!”
흠칫하며 투란이 강하게 부정했다.
페란드가 누나를 향해 다독이는 표정을 지으면서 말한다.
“마스터 홀시딘이 알고 있는 일이잖아. 크게 문제 될 일은 없을 거야. 우리가 몰래 일을 꾸미지 않으면 말이야. 엘더 헌터 일은 너무 염려하지 않아도 될 거야. 그런데 투란, 그 전설적인 가게에서 구경만 하다 나온 거는 아니지?”
시알라가 궐련을 접시에 비벼 끄면서 바로 보태 묻는다.
“금전 막 쏟아부으면서 뭐 샀어? 남들 다 보는 앞에서?”
“아, 아니야! 그렇게 눈에 띄는 짓은 엘더 헌터랑 파쿠란이 했지! 내가 안 했어! 나는…… 그냥 얌전히 도감만 샀다고!”
도리도리, 열심히 고개를 저으면서 투란이 강력하게 말했다.
“도감?”
“무슨 도감?”
물론 시알라와 페란드는 의아해하며 동시에 되묻고 있었다.
부엌 쪽에서 빼꼼히 고개를 내민 멜란드도 멀찍이 구경만 하다가 참을 수 없다는 듯이 묻는다.
“전설적인 가게에서 도감만 산 거야?”
투란은 설거지하는 참이라고 아직 접시를 들고 깨끗한 걸레로 문지르고 있는 멜란드를 흘겨봤다. 여태 빠져 있는 척하더니, 막상 끼어들며 하는 말은 왠지 자신을 몰아세우는 물음이라니!
하지만 막상 대답을 하자니, 투란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는 그리 좋은 느낌을 담은 말이 못 되고 있었다.
“에티켓이 덧붙여진 도감인데, 어, 그러니까. 나도 아직 자세히 보지는 않아서 무슨 도감이라고 하기가 애매하네?”
몬스터의 정보가 빠르게 실리기는 하지만, 도감의 특징이 꼭 몬스터에 대해서만 수록되어 있다고 할 수도 없었다. 게다가 켈 데릭이 당당하게 금전 수백 닢짜리, 상아탑의 대도감을 언급하면서 자신만만했었잖은가.
그런 일을 전혀 모르는 시알라와 페란드가 동시에 눈을 가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