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753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749)
“내용도 모르면서 샀어?”
멜란드가 불난 집에 부채질하듯이 머리통만 내민 채로 부엌에서 외쳤다.
투란은 바로 질 수 없다는 듯이 대꾸해야 했다.
“아냐! 몬스터 정보가 넉넉하다는 거 알고 샀다고!”
“에티켓이?”
빼꼼히 내민 얼굴로, 짓궂게 멜란드가 한마디 더 했다.
그야말로 에티켓이 뭐 하는 몬스터냐고 묻는 듯한 말투였다.
“그건 홀시딘이 시험한다고 덧붙인 거고!”
다시 발끈한 투란이 대답하니…….
“마스터 홀시딘이 투란이 산 도감에다가 에티켓을?”
페란드가 의심스럽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마치 새로 그런 이름이 붙은 몬스터라도 나타났느냐고, 의아해하면서도 정말로 그럴 수도 있잖느냐는 생각도 하는 듯…… 페란드는 진지했다!
생각의 방향이 전혀 다른 듯, 시알라는 ‘그 가게란 거, 상아탑 거란 소리였나?’라고 갸웃하고 있었다.
투란은 머리를 두 손으로 부여잡으며 흔들어야 했다.
이게 도대체 무슨 난장판인가, 뭔 이야기가 산 넘다가 절벽 아래로 추락하며 절망의 구덩이라도 파겠다는 꼴이 돼 가다니! 제란드가 빠져 있는 것이 왠지 다행이라 여길 정도로 남매 셋이 완전히 엉뚱한 방향으로 제멋대로 튀는 소리를 할 줄이야!
그야말로 투란이 상상도 못 해봤으니, 입에서 나오는 소리는 징징거리는 넋두리일 수밖에 없었다.
“아니, 그러니까! 왜 얘기가 이렇게 자꾸 꼬여! 어흐윽! 나한테 왜 이래!”
“투란, 그냥 꺼내봐. 갖고 오기는 한 거지? 그 도감 말이야, 도감.”
시알라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헛웃음과 함께 말했다.
페란드도 고개를 끄덕였고, 멜란드는 다시 부엌 속으로 쏙 머리를 감췄다.
어쨌든 투란도 이 상황을 정리하려면 일단 도감을 꺼내놓기는 해야 했다. 직접 보여주지 않고 말로 얼버무리려 하다가는 또 뭔 이상한 상황으로 몰고 나갈지 괜히 무서울 지경이니까!
그래서 투란이 작은 판을 꺼내 탁자의 빈자리에 올려놓자 시알라는 먼저 그 크기에 어리둥절한 듯, 장난하는 거 아니냐고 따지는 듯한 소리부터 내고 있었다.
“도감이라며?”
“마법이 걸린 책인가? 가지고 다니기 편리하게 축소가 되는 책이야?”
페란드가 얼른 보태자, 투란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갖고 다니면서 편리하게 볼 수 있는 도감이야. 이걸 이렇게 펼치기 시작하면…….”
손끝에 걸려 펼쳐진 도감은 두 배로 커지고 두꺼워졌다가 다시 한번 더 펼쳐지면서 처음의 네 배로 두껍고 넓은 모양으로 변했다.
페란드는 그 변화에 움찔했고, 시알라는 찌푸린 표정을 펴면서 냉큼 궐련을 세게 깨물며 연기 한 움큼을 후욱 토해냈다. 연기가 두꺼운 도감 주변을 맴도는 모양이 조그마한 개미 일꾼이 바쁘게 돌면서 더듬는 듯했다. 보기에 따라서는 도감에 벌레가 들러붙어 갉아먹으려는 꼴로 여길 수도 있었다.
투란이 그 꼴을 보고 흠칫하며 바로 말한다.
“물어뜯지 마! 비싼 마법 책이라고!”
“튼튼한데? 물어도 끄떡없겠어. 그냥 그렇다고! 물어본다는 말이 아니라!”
시알라가 도감의 강인함을 느끼고 말하다가 인상을 구기는 투란을 향한 달래는 소리로 마무리하고 있었다. 페란드가 이리저리 훑어보는 시늉을 하다가 묻는다.
“그래서 어떤 정보가 담겨 있는 거지? 홀시딘이 추가했다는 것 말고 말이야.”
“응? 어, 그건…….”
투란은 눈을 깜박거렸다.
―제대로 펼쳐본 적이 없으니 알 리가 없지.
드라고니아의 놀리는 말은 투란이 단호한 소리를 뱉게 했다.
“헌터 길드에서 알아낸 새로운 정보가 잔뜩!”
“응? 새로운? 그게 뭔데?”
시알라가 갸웃하며 물었다.
“새로운 것만?”
페란드는 투란을 의심하는 눈빛으로 말했다.
그 말투의 의미를 바로 알아차린 시알라가 얼른 보태 묻는데…….
“투란, 사서 아직 제대로 읽어본 거 아니지? 사고 나서 곧바로 날려…… 돌아온 거지? 아직 읽어볼 시간도 없었던 거 맞지?”
움찔거리는 투란의 태도에 다른 말로 둘러댈 시간조차 주지 않겠다는 듯이 빠르게 쏟아지는 소리였다. 이미 간파당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된 투란이 어깨를 떨구면서 웅얼거리는데…….
“아침에 일어나서 바로 보려고 했는데, 대뜸 나타나서 날 내동댕이치고 가더라고.”
시알라가 굳이 피하려 한 표현을 더 짙게 한 대답이었다.
시알라의 입가에서 짙은 연기가 푸욱 내쉬어지면서 얼굴을 살짝 가릴 정도로 짙어졌다. 마치 변명하는 투란과 얼굴을 마주하기 어렵다는 듯, 믿고 싶지만 믿지 않는 자신을 드러내기 싫다는 듯!
페란드가 조용히, 신중하게 도감을 바라보면서 말한다.
“그렇다면…… 읽어봐야 하잖아, 투란.”
“응? 그렇지, 읽어야 하지.”
살짝 뚱한 표정으로 투란이 대꾸했다.
시알라가 후욱, 연기를 얼굴 앞에서 치워내며 말한다.
“당분간 도감 읽는 일에만 집중해야겠네? 이거, 엄청나게 두껍잖아.”
페란드도 곧 고개를 끄덕이며 도감의 두께를 한번 더 가늠하면서 보탠다.
“종이인가 뭔가 모르겠지만 굉장히 얇아 보이는데 이렇게 두껍다면 굉장히 많이 읽어야겠는걸. 빨리 읽기가 힘들겠어.”
“그, 그렇겠지?”
새삼 도감의 두께를, 그 페이지가 펼쳐졌던 광경을 떠올리면서 투란은 엉거주춤할 수밖에 없었다. 찾고 싶은 것이 있으면 바로 말로 하면 되겠지만 이 도감 안에 어떤 이야기가 실려 있는가 둘러보려면 정말 장난이 아닐 것이 당연해 보였다.
‘어떻게 하지? 야, 뭐 좋은 수가 없어?’
―어차피 파쿠란을 통해 도감 사용법을 알려준다고 했었잖아. 차분히 기다리면 될 일이다. 그 때까지는 혼자 이것저것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멀리서 구경하는 듯한 드라고니아의 말이었다.
드러낼 수 없는 짜증을 마음 깊이 꾹꾹 밀어넣는 채로 투란은 넓고 두껍게 키워놓은 도감을 두 손으로 힘차게 들어 올리며 말해야 했다.
“도감을 어떻게 다루는가에 대해서 나중에 누굴 보내서 알려준다고 했으니까, 그 때까지는 그냥 천천히 보고 있어야지, 뭐. 아무튼 아침도 먹었으니 가서 쉬면서 읽어보고 있을게.”
“그래, 어쨌든 여행에서 돌아왔으니 며칠 쉬는 셈 치고 그러는 게 좋겠지.”
시알라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연기가 시알라의 고갯짓을 따라 작은 새처럼 팔락이며 끄덕끄덕하는 모양을 피워올리는 광경을 보며 투란이 쓴웃음과 함께 몇 마디 더한다.
“그거, 계속 그렇게 하고 있을 거야?”
이에 대해 시알라보다 먼저 페란드가 대답하는데…….
“당분간은 계속 저럴 거야. 다행이라면 연기를 남의 낯짝에 닿게는 안 한다는 거지. 제어를 못 해서 닿게 하면 바로 관둔다고 했으니까…… 투란, 조금만 참고 있어.”
말이 나오는 동안 시알라가 볼을 실룩거렸고 연기는 손가락 크기의 강아지 떼가 되어 페란드를 향해 마구 짖어대는 모양을 만들고 있었다.
투란에게는 기대도, 예상도 한 적이 없는 재미있는 광경이었다.
“우와아, 대단하네! 나중에 나도 배우고 싶어! 어디 가서 요술쟁이 노릇 해도 되겠는걸!”
“완전히 익힌 다음에 가르쳐줄게.”
시알라가 싱긋 웃으면서 대답했다.
투란이 고개를 끄덕이며 품에 도감을 안은 채로 일어서니, 부엌 쪽에서 멜란드의 목소리가 울려나온다.
“다 씻어놨어! 이제 밖에 좀 나가볼…….”
“남은 접시도 갖다 씻어놔! 그다음에는 홀도 청소를 해야지!”
매몰찬 누나의 말에 바로 멜란드가 징징거린다.
“너무해! 대체 왜 요새 나만 청소하느냐고! 앗, 투란! 도망치지 말고 나랑 청소하자!”
“도, 도감을 빨리 읽어둬야 할 것 같아! 많이 알아야 큰 힘이 생긴다잖아! 멜란드, 청소 열심히 해!”
냅다 부엌 옆을 스쳐 도망치는 모습으로 투란이 남긴 말이었다.
멜란드가 뒤늦게 통로로 고개를 내밀었지만, 보이는 것은 굳게 닫히면서 아예 빗장 걸리는 소리까지 내는 방문뿐이었다.
그리고 어느새 멜란드 곁으로 와서 선 시알라가 마저 들고 온 접시를 들이밀면서 또박또박 말한다.
“이거 누나가 친절하게 가져온 남은 설거지, 그다음은 이미 말했으니 알지?”
“모르고 싶어, 누나. 아아아악! 귀 찢어져! 한다고, 해!”
슬쩍 저항하는 소리를 하다가 귀가 당겨진 멜란드가 비명을 질렀다.
그러는 사이에도 남은 접시는 부드럽게 시알라의 한 손에서 멜란드의 두 손으로 옮겨가고 있었고…….
투란은 한숨을 쉬고 문짝에서 떨어졌다.
냅다 빗장을 걸면서도 슬쩍 문에 귀를 대고 엿들었는데, 역시 멜란드의 상황은 좋아질 리가 없는 듯했다. 그러니 투란으로서는 재빨리 거리를 두고 휩쓸리지 않게 몸을 사리는 것이 좋다!
―무슨 몬스터가 숨어 있는 동굴 속에서 싸움이라도 하냐?
투란의 태도에 드라고니아가 어이없어 중얼거렸다.
‘어? 아, 차라리 그편이 멜란드에게 낫겠네.’
투란은 조금 진지하게 대꾸하고 있었다.
―뭔 바보 같은 소릴!
한층 더 드라고니아가 어처구니없어할 때, 투란은 침대 위에 올라앉아 도감을 내려놓고 노려봤다. 이제 이 안에 뭐가 실려 있는가를, 에티켓이 아닌 다른 뭐가 있는가를 살펴봐야 할 때였다.
‘이제 어쩌지?’
뭔가 막막한 기분이 투란의 마음에서 모락모락 피어날 뿐이었다.
문자를 읽는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키린에게서 머리 깊숙이 각인받듯이 물려받았기에 어렵다거나 곤란한 부분은 없었다. 샤오콴 마을에서 샤오덴 할배에게 어쩌다 한두 자씩 배웠던 시절과는 완전히 다른 투란인 셈이었다. 하지만 헌터 길드의 게시판에서 공시된 게시물을 읽는 것 말고 이렇게 두툼하니 뭉쳐 있는 ‘책’을 읽는다는 것은 투란에게 아주 낯선 일이었다.
덕분에 막상 읽는다 하고서 방 안에 들어와 앉으니, 이상하게 등골이 간질거리면서 어디로든 밖에 다녀오고 싶다는 충동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듯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거냐? 뭘 어쩌냐고 고민이야? 아무렇게나 펼쳐서 읽든가, 아니면 맨 앞부터 읽든가. 그것도 아니면 켈 데릭이 했던 것처럼 뭐든 말해서 그 부분부터 읽든가. 읽겠다고 했으니, 일단 직접 눈으로 보고 확인하는 셈 치고 읽으란 말이다!
엉거주춤하니 꾸물거리는 투란에게 드라고니아가 으르렁거렸다.
움찔하면서 투란은 가만히 도감에 손을 얹은 채로 소리 없이 대꾸하는데…….
‘음, 그래 읽을 거야, 읽어야지. 아, 그러고 보니 바깥 풍경도 많이 바뀌지 않았나? 그렇다고 하지 않았어? 주변이 어떻게 변했나도 살짝 보고 올까?’
길게 이어지는 말이 다른 곳으로 튈 궁리를 잔뜩 드러내고 있었다.
한심스러워하며 드라고니아가 말한다.
―그럴 거면서 대도감 달라고 보채기는 왜 보챘냐? 상아탑의 대도감은 일단 이것보다 훨씬 두꺼울 텐데…….
‘헉? 그, 그래?’
투란은 움찔할 수밖에 없었다.
생각해 보니, 상아탑의 대도감을 받으면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읽겠노라고 다짐했었잖은가. 그러라고 키린이 몇 번이나 강조했고, 그 말이 뼛속 깊이 새겨져 있었으니까. 그 과정에 대해서는 별생각 없이 그저 대도감 받아서 게시판 읽듯이 읽으면 되겠거니 하고 있었다.
하지만 상아탑의 대도감 또한 이 도감처럼 두툼하니, 대체 몇 페이지인가 알 수 없이 팔랑거리면서 껍질을 들이댄다면…….
―껍질? 책이 무슨 몬스터냐?
투란의 흘러가는 생각을 엿본 듯, 드라고니아가 한숨 쉬듯이 말했다.
확실히 마음속에서 칼로 찍어도 흠집 하나 나지 않을 듯한 도감의 표지, 쇠를 덧댄 그 모양을 보며 투란은 튼튼하고 단단한 껍질의 몬스터를 연상했었다.
―그렇게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그냥 떠오르는 몬스터 항목부터 보면 되잖아. 아무거나, 마음 닿는 곳부터 차분히 더듬는다 생각하고 말이야.
‘어? 그런가?’
문득 투란은 드라고니아의 말이 맞다는 것을 깨달았다.
미리 지식을 쌓아두는 것이 좋다고 키린이 시키기는 했지만, 대도감이 있으면 필요한 일에 관해서 언제든지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도 강조했다. 굳이 순서대로 읽으란 말은 없었다. 어쨌든 다 읽어두기는 해야 한다고 강조…… 강력하게 투란의 골수에 새겨놓기는 했지만!
‘으흠, 그렇다면…… 우선…….’
투란은 잠시 생각하다가 마음을 정하고 입으로 소리 냈다.
“이골, 키클롭스. 이골의 자손.”
딱히 눈알을 뽑지도, 그 에센스를 삼키지도 않은 채로 홀시딘에게 남겨두고 온 키클롭스…… 그 녀석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페브라에서 알드바인으로 날려져서 시알라 남매가 격변한 모습이 놀랄 일이 없었을 것 아닌가!
살짝 원망도 담은 목소리에 도감이 반응했다.
그리고 펼쳐진 페이지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