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754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750)
“크엑, 이게 뭐야! 장난하나! 정말로 이렇게 생겼을 리가!”
투란은 키클롭스 이골이 그려진 것을 보며 으르렁거렸다.
얼굴 한복판에 커다란 눈알이 박힌 것이 아니라 눈알을 중심으로 귀와 턱이 달린 듯한 모습이었다. 눈알이 든든한 껍질을 뒤집어쓰고 머리 노릇을 한다고 해도 좋을 듯한 몰골, 그런 것이 키클롭스 이골이라고 그려져 있었다.
―호오? 이 그림은 드라코눔에서도 똑같이 쓰는데…….
드라고니아는 투란과 다르게 감탄하고 있었다.
‘뭐?’
투란이 어리둥절해하니, 바로 드라고니아가 설명한다.
―키클롭스 이골에 대한 드라코눔의 기록, 거기에도 이런 초상화가 나온다는 말이다. 아마 그 시절의 누군가가 목격자에게 듣고 그려낸 몽타주일걸. 여러 가지 방향에서 바라본 그림이 몇 가지 더 있기는 하지만, 그린 자는 한 명이야. 그래서 전해오는 키클롭스 이골의 모습은 전부 이렇지.
‘음…… 이런 거 다시 나타난 적은 없는 거지?’
투란은 다시 이골의 낯짝을, 그 초상화를 노려보면서 물었다.
―없어. 그 자손이라면 몇 번 나타나서 토벌되긴 했지만. 그런 얘기도 잘 기록되어 있는가, 어서 읽어보라고.
‘읽고 있어, 읽는다고! 그러니까…… 오러 로드?’
이골에 대한 항목, 그 전신(全身) 초상화의 주변에 빼곡하게 들어찬 문자를 둘러보다가 투란은 한 부분에서 멈췄다. 거기에는 ‘키클롭스 이골로 인하여 오러 로드라는 개념(槪念)이 정립(正立)되고 몬스터 분류의 한 가지 기준이 되었다.’라고 쓰여 있었다.
드라고니아도 투란이 보는 부분을 바로 읽은 듯…….
―음, 역시 인간 쪽에서도 마찬가지인가. 하긴 그 시절의 정보는 거의 모두 공유되었으니 당연한 기록이라고 해야겠군.
추억 혹은 기억을 더듬는 듯이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투란에게는 되새길 기억 따위는 전혀 없는 말이었다.
‘개념이 정립되다니, 그게 뭔 소리야? 기준이 되다니, 설마 이골이란 키클롭스 이전에는 오러 로드로 불리는 몬스터가 없었다는 말이야?’
―없다는 말이 아니야. 그 이전에도 뒤틀린 생명력을 압도적인 힘으로 과시하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그건 그냥 몬스터의 특성이 강대한 생명력으로 발휘된 것이려니 했었지. 몬스터는 오러를 활용하지 못한다고 여기면서 말이야. 그 생각을 이골이 깨뜨렸다. 이골은 의도적으로, 지능적으로 오러를 활용하는…… 거기 써 있구만, 오러 윌더와 격전 이후에 스스로 오러를 깨우쳐서 사용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이야.
‘어? 으허, 진짜로?’
놀란 투란은 드라고니아가 눈동자 위로 표시해주는 부분을 서둘러 읽었다.
몬스터가 오러의 힘을 쓴다, 그런 경우를 ‘오러 로드’라고 한다는 것까지는 투란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몬스터가 발생하면서, 몬스터가 몬스터로 태어나는 순간에 갖는 특성일 뿐이었다. 독을 뿜어내듯, 쇠를 부식시키는 숨결을 토해내든, 서리를 뿜어내든 불꽃을 뿜어내든…… 몬스터는 몬스터이기에 그러한 괴기(怪奇)한 이적(異蹟)을 저지를 수 있는 존재였다. 그러한 몬스터가 오랫동안 세상을 거닐다가 자신의 능력을 활용하는 새로운 방식을 깨달을 수 있다 해도, 결국은 그 존재로부터 시작된 능력을 사용하는 방법을 알게 된 것뿐이다.
하지만 이골은, 도감에 기록된 키클롭스 이골은 그런 경우가 아니었다.
키클롭스로 태어난 이골은 오러의 힘을 처음부터 갖추고 있지 않았고, 인간과의 전투 속에서…… 오러 윌더와의 투쟁 속에서 엿보고 배웠다!
한데 그 배움은 인간의 방식을 흉내 낸 것이 아니었다.
이골은 인간이 오러 윌더로서 그 기량을 발휘하는 과정을 관찰했고, 그렇게 얻은 지식을 자신의 몸에 적용해 키클롭스로서 오러를 발현하여 활용하는 기술을 완성했다. 그리고 그 기술을 자신이 이끄는 키클롭스 무리에게 전파(傳播)시켰다!
‘뭐, 이런 말도 안 되는…….’
투란은 당황했다.
당장 눈앞에 그림에 불과한 이골이 실물이 되어 미쳐 날뛰는 것도 아니었지만, 기록된 것만으로도 이골은 다른 키클롭스랑 전혀 다른…… 그야말로 압도적인 위험(危險)이었다.
인간이 쓰는 오러의 기술을 보고 그것을 키클롭스란 종족에게 적용시켜 퍼뜨렸다니, 그렇다면 오러와 다른 기술은 어떨 것인가. 그 의문에 대해서 투란은 바로 다음에 기록된 바를 읽을 수 있었다.
오러와 함께 검과 방패, 투창과 갑옷을 걸친 키클롭스 군단의 출현은 당연했다. 그 수는 고작 백을 겨우 넘겼으나, 인간이 아닌 키클롭스였고 무장까지 마친 상태. 이는 인간의 군단으로 비교하면 가히 일만의 병력이라고 여겨졌다. 하지만 실제로 이만여 군단과 이골의 키클롭스 백여 마리가 격돌해서 나온 결과는 오십여 키클롭스가 죽는 사이에 일만 오천의 병력이 소모된 것. 이골이 이끄는 키클롭스는 개별적으로도 독특하지만, 대여섯 정도가 지은 무리와는 질적으로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확인시켜준 결과였다. 이를 바탕으로 삼만 병력의 군단으로 이골의 일당을 소탕하겠다는 계획이 세워졌으나, 오십여 키클롭스에게 삼만이 몰살당한 결과가 나왔다. 이골의 학습능력, 전술적 지식의 습득을 완전히 무시한 탓이었다. 이골에 의해서 체계화, 조직화된 키클롭스 병력은 개체로서도 다른 무리의 키클롭스를 압도한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그리고 이런 특성을 차세대에도 전할 수 있는 것이 확인되었으니…….
“이골의 자손.”
투란은 나직하게 되뇌었다.
도감의 페이지가 펄럭이며 키클롭스 이골의 항목에서 그 자손에 대해 중점을 두고 기록된 부분으로 넘어갔다.
키클롭스 이골이 인간의 마을, 다른 짐승이 무리 짓는 것을 보고 휘하의 키클롭스 암수를 구분해서 역할 분담을 시작함으로써 새로 태어나게 된 키클롭스를 일컫는다. 직접적으로 이골의 혈통을 잇는 경우는 물론이고, 이골에 의해 전파된 다양한 능력과 기술을 물려받는 경우 또한 이골의 자손이라 일컫는다. 이러한 키클롭스는 극소수이기는 하지만, 또다시 이골의 기량을 재현하는 경우가 생긴다면 실로 거대한 재앙이 시작된다 할 수 있다.
“홀시딘은 어떻게 이골의 자손을 알아본 거지?”
몇 대목을 읽다가 투란이 중얼거렸다.
낯짝을 따져보면 그 몰골은 절대로 이골과 무관하다 여기는 것이 당연했던 페브라의 키클롭스. 그 마안의 능력도 이골과는 완전히 다른 놈이 분명했다. 그런데 홀시딘은 어디를 어떻게 살피고 그 녀석이 이골의 자손이라 판별했는가?
―혈통을 확인한 거는 아니고, 단련법의 흔적을 봤을 거다. 방금 읽은 아래쪽에 있잖아, 이골이 남긴 여러 가지 기술을 습득한 키클롭스는 근육이나 살갗에 그 흔적이 남겨져 있으니까 자세히 보면 알 수 있다고 말이야.
‘그러네. 대장장이랑 칼잡이가 손에 박힌 굳은살 모양이 다른 것처럼 말이지. 그래, 그래서 살펴보고 난 다음에야 알 수 있었나 보네.’
소리 없이 중얼거리던 투란은 문득 알아차렸다.
페브라에 나타났던 마안의 키클롭스, 그놈은 군락지를 만들었고 그 규모를 막 키울 참이었다. 조금 더 시간을 줬다면 그 휘하에 머물던 키클롭스 무리는 그놈처럼 단련을 할 터였고, 어쩌면 무장까지 갖추었을지도 몰랐다. 그런 일이 벌어졌다면, 이골의 자손으로서 십여 마리 이상의…… 십여 명이라 하는 편이 더 정확할 수 있는 키클롭스 병력이 갖춰졌다면 페브라 왕국은 몇 년을 시달리게 되었을지 알 수가 없다! 극단적으로 보자면, 망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예상하는 것조차 어려웠을 터였다.
‘이런 걸 알아냈다면 툴로쉬가 어떻게든 나서려 했을 만했네. 아, 그런데 이렇게 대단한 이골은 대체 어떻게 잡힌 거지?’
감탄하면서도 오싹한 기분 속에서 투란은 갸웃했다.
―응? 뭐야, 이골의 항목을 끝까지 안 읽었냐?
‘어? 거기 적혀 있었어?’
―그래, 간략한 한 줄이었지. 인페르노에게 몰살당함, 이라고 말이지.
‘에? 뭐? 몰살?’
당황스럽고 멍한 기분에 투란은 다시 이골의 항목으로 돌아갈 읽을 생각도 치워버렸다. 엄청나게 대단했던 이골, ‘오러 로드’란 개념까지 박아놓았던 굉장한 키클롭스와 그 무리가 아주 간결하게 몰살당했다니…….
인페르노의 재앙(災殃), 아득하게 파묻힌 듯한 기억이 된 듯했지만 파이로칸과 엮인 일로 드라고니아가 장황하게 이야기했던 대참사(大慘事)가 한창 떠오르던 키클롭스 이골의 위협을 없던 것으로 만들었다니!
―인페르노의 출현 덕분에 파묻힌 일은 많아. 거의 대범람이라 여겨질 정도로 몬스터의 준동(蠢動)이 다양하고 심했는데, 그게 몽땅 인페르노로 정리되고 말았으니까. 왜 그래? 뭐 그리 놀라고 있냐? 온 세상을 불꽃만이 가득한 지옥으로 만들 뻔한 녀석이었다니까. 오러고 무장이고, 그 앞에서는 타느냐 녹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었으니까. 인페르노 이전과 이후의 몬스터 품종이나 분포도 엄청 달라져서 쌓여온 정보체계를 다시 만들어야 했다고, 그 시절 드라코눔의 아칸이 엄청나게 투덜거린 기록도 있어.
‘어, 그래…….’
투란은 뭔가 맥이 풀리는 기분으로 대꾸했다.
인간의 입장에서 시간을 줄수록 압도적인 위협이 되어 가는 키클롭스, 그런 거 알 바 아니란 듯이 공평하게 다 불 질러버리는 흉포한 불꽃의 몬스터…….
‘어라, 그러고 보니 인페르노는 어떻게 막아낸 거래?’
갸웃하면서 투란이 문득 생각난 바를 물었다.
―음? 그 얘기도 하지 않았나?
‘했다고? 전혀 기억나지 않는데? 인페르노는 그냥 사라진 거야?’
투란은 어딘가 물리쳤다는 느낌이 전혀 없는 드라고니아의 말투를 깨닫고 다시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예전에 스쳐 들은 바를 되새겨보니 인페르노는 이것저것 뒤집어엎고 갈아치워 버린 듯한 일이 많았다. 그 흔적을 쫓고 짚어 보다가 심각한 몬스터도 많이 알아냈다고 했고…… 마그마 로드도 그런 추적 속에 발견했다고 했었던 듯하잖나. 그런데 인페르노는 대체 어떻게 정리된 것인가?
―하이로드가 처리했다.
드라고니아는 짧고 분명하게 답했다.
‘네? 뭐라고요?’
잠깐 말문이 막히고 생각이 멎은 듯한 기분을 느낀 탓에 한 박자 늦게, 소리를 내지 않아서 다행이라 여기면서 투란은 정중하고 신중하게 되묻고 말았다.
드라고니아 또한 그런 투란의 기분을 느낀 듯, 조금 더 길고 신중하게…… 아주 분명하게 다시 이야기한다.
―어느 대마도사가 인도해서 인페르노의 본체를 찾아낸 몬스터 하이로드가 처리했다고!
‘야, 그게 무슨…… 하이로드 쥴?’
울컥하다가 투란은 얼핏 들었던 이름을 떠올리며 되물었다.
카보닉, 역병의 수해를 넘으면서 들었던 하이로드의 이름이었다.
―아니, 쥴이 아니고 다른 하이로드…… 아마 카엘이라고 알려져 있을 거야. 아니, 데스나이트를 거느린 카엘 말고! 다른 카엘이다만…… 본명이야, 본명! 데스나이트의 카엘은 아니지만, 아무튼 카엘이 본명인 또 다른 몬스터 로드, 인페르노를 처리하고부터인지 어떤지는 좀 애매하지만 하이로드 카엘이 따로 있어. 매의 문장이었던가? 아마 맞을 거야. 몬스터 엠블럼, 매의 문장을 지닌 하이로드 카엘. 그 정도가 알려진 전부야.
드라고니아의 말에 투란은 살짝 어이가 없었다.
‘그거 진짜 이름이 아니고 가명이 분명할 것 같은데?’
당장 다른 카엘과 헷갈린 것을 변명해야 하는 이름, 카엘!
인페르노의 재앙을 멈춘 자로서 알려지고 그다음에 찾아올 귀찮은 일을 피하기 위해서 그냥 이름이 카엘이라 외치고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는 쪽이 훨씬 그럴듯한 이야기잖은가!
―너도 투란이잖아! 진짜 이름이 카엘인 걸 어쩌라고!
드라고니아가 울컥한 듯이 으르렁거렸다.
‘음, 그 옛날이야기인데 아무려면 어때……가 아니고! 야, 그 무시무시한 재앙이란 것을 달랑 혼자 가서 해결했다고? 하이로드가 엄청나네 어쩌네 하는 말은 들었지만, 너무 심하잖아! 인페르노가 한창 날뛰게 해놓고, 키클롭스 오러 로드도 다 짓밟게 해놓고 한참 있다가 설렁설렁 가서 나 하이로드야, 그러고 콱 밟고 왔다는 거냐? 말이 되냐고, 그게!’
한층 더 으르렁거리듯이 투란이 따졌다.
―어느 대마도사의 인도가 있었다고 했잖아. 일단 상당한 도움을 받기는 한 모양이라고…… 구체적으로 그게 뭔가는 누락되어 있었지만, 드라코눔에는 그렇게 기록이 남았다. 더 따지지 마!
‘으아, 진짜!’
투란은 투덜거림이 팽팽하게 마음속에 번져가는 것을 어쩔 수가 없었다.
한창 엄청 대단하고 위험한 키클롭스 이골, ‘오러 로드’에 대해 감탄하고 있었는데 거기에 뜬금없이 인페르노가 확 불 지르더니, 하이로드가 훅하고 그 불 끄고 없던 일로 해버린 듯했으니까!
드라고니아도 어느 정도는 그런 투란의 기분에 동감하는 듯, 잠깐 망설이는 낌새를 보이더니 말한다.
―찾아보면 어떠냐.
‘찾아? 아니, 그 옛날 일을 이제 와서…….’
―도감 말이다, 도감! 켈 데릭의 가게가 전설적이라 했잖아. 그러니 그 전설적인 가게의 특판품이라 자랑하는 이 도감에는 어떤 이야기가 실려 있는가, 찾아보자고!
‘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