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755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751)
Chapter 151. 전설적인 전설
비비적, 비비적.
투란은 눈을 문질렀다.
두 손으로 정성껏, 위아래로 피로를 풀기 위해서는 골고루 만져줘야 한다는 뜬소문 같은 이야기를 흉내 내듯이…….
그런 투란을 향해 드라고니아가 헛웃음을 터뜨리는 듯이 말한다.
―잘못 본 것 아니야. 정말로 하이로드에 대해 제대로 적혀 있어.
조금 전, 투란은 드라고니아의 말에 따라 도감에 ‘하이로드’라고 속삭였다.
도감은 그 키워드에 충실하게 반응해서 새로운 페이지를 활짝 펼치며, 곳곳에 툭툭 불거져 나오는 책갈피를 드러냈다. 하이로드에 대해 관련된 페이지를 책갈피로 드러내 주면서 전체적인 요약이 담긴 페이지는 활짝 펼쳐 눈앞에 드러내 준 것이다.
그리고 오직 문자만 가득한 페이지 첫 부분에 당당하게 적힌 내용은…….
현재 확인되고 활동 중인 하이로드는 모두 셋.
이라면서 이름 셋을 걸어놓고 있었다.
‘카엘 룬 벨카인’, ‘쥴 마르테인’, ‘크롬 레오니아’.
세 이름을 읽고 나서 투란은 자신의 눈이 어디 잘못되었는가를 확인하겠다는 듯이 눈을 비비적거리면서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샘솟는 의혹을 감추지 않았다. 의심할 수밖에 없는 까닭은 간단했다.
‘하이로드가 진짜 있네 없네 하고 싸우지도 않는다고. 최상급 몬스터 로드가 그렇게 불리는 것이 아니겠냐는 말이 거의 맞을 거라고 했단 말이야. 최상급에 이른 몬스터 로드이면서 조금 더 세게 보여서 하이로드라고 하는 거 아니냐고 말이지. 그런데 여기 봐, 하이로드랑 몬스터 로드의 최상급은 전혀 경우가 다르다고 하잖아!’
투란이 짚은 페이지에는 하이로드라는 호칭이 ‘특별’하기 때문에 붙은 것이고, 몬스터 로드의 수준을 평가하는 등급과 무관하다고 쓰여 있었다. 이는 투란이 아는 이야기랑 완전히 다른 말이었다. 최상급 몬스터 로드의 위, 더 올라갈 곳이 없는 정점(頂點)에 이르렀기에 그냥 몬스터 로드라고 부를 수가 없어서 몬스터 하이로드라 일컫는다는 것…… 그 이야기가 투란이 들은 바였다.
냉정하게 짚고자 한다면, 하이로드란 실제로 있는지 없는지, 있었는지 없었는지 아무도 모른다고 킬킬거리며 소문을 누가 퍼뜨렸는가 궁금하다는 정도로 마무리되는 괴담(怪談)이었다.
한데 이 도감에서 그 괴담의 주인공이 셋이라 하며 이름까지 특정해놓았다!
최상급과는 전혀 다른 개념이라면서!
드라고니아가 쓴웃음 짓는 듯, 헛웃음이 더 짙게 섞인 말을 한다.
―특별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강하기 때문에 최상급 이상으로 평가되는 것이 당연하다는 부분은 안 읽었냐?
‘응? 아, 특별하다는 다음 부분이네…… 아니, 그럼 대체 그게 그거지 뭘 이렇게 복잡하게 얘기한 거래?’
투란이 한층 더 툴툴거리니, 드라고니아가 조금 생각하는 시늉을 하면서 토닥거리듯이 말한다.
―하이로드는 단순히 몬스터 로드로서 높은 수준, 최상급이라 해도 도달할 수 없다고 밝힌 것으로 보인다. 쉽게 말해서 살아남아 강해진, 계속해서 강해진 몬스터 로드라면 결국은 최상급에 도달할 것이지만 하이로드가 되기 위해서는 다른 조건이 필요하다는 말인가 싶다.
‘아윽! 왜 그리 복잡해! 결국 이 하이로드는…… 여기 이름 적힌 셋은 최상급 몬스터 로드보다 더 강하다는 말이잖아! 그럼 소문 그대로구만! 뭔 개념이 다르네 어쩌고저쩌고하면서 사람 헷갈리게 해!’
―넌 물속에다가 불씨 던져놓고 활활 타오르지 않는다고 투정 부릴 놈이었냐? 정신 차리고 생각을 좀 하라고, 생각을!
‘뭐? 물속에다…… 불씨?’
투란은 발끈하려다가 갸웃했다.
그런 일이 저질러진다면 보통은 몬스터가 날뛰는 경우이거나 마법사가 괴상한 짓을 시도하는 중…… 아니면 아주 특별한 뭔가를 실험하는 연금술사의 굉장한 짓거리일 수밖에 없었다.
즉, 어느 경우이든 괴이(怪異)에 속하지 않는 상식으로는 도달할 수 없다는 것!
“흠…….”
투란은 다시 하이로드의 항목을, 그 개념을 설명하는 부분을 훑어내렸다.
하이로드의 이름은 분명하게 셋이나 거론해놨지만, 어떻게 하이로드가 되는가에 대한 부분은 전혀 없었다. 마치 셋이나 나타났기에 분명하게 기록은 하지만, 어떤 과정을 거쳐서 거기에 도달했는가는 모른다고 주장하는 듯했다.
투란의 손가락 끝이 ‘쥴 마르테인’을 짚었고, 소리 없는 물음이 드라고니아를 향해 던져진다.
‘하이로드 쥴, 이 쥴 마르테인이 그 쥴이겠지? 전에 네가 말했던 하이로드 말이야.’
―그렇겠지. 우리가 아는 이름은 쥴 드 마르테인, 다른 사람은 아닐 거야.
‘그러면…… 여기 이 룬 벨카인, 이 카엘이 바로 인페르노의 카엘이겠네?’
―그렇다고 봐야지.
‘크롬…… 이건 누구지?’
―크롬 왕국, 왕가 출신이란 뜻이 아닌가 싶다. 옛날에 브로큰 킹덤에 생겨났던 왕국 중에 크롬이 있었어. 꽤 강성했고, 수백 년을 유지된 경우였지만 지금은 인간 사이에서는 완전히 잊혔을 거야. 거의 브로큰 킹덤이란 호칭이 생겨날 무렵에 등장했던 나라니까.
‘음, 그야말로 천 년 전의 옛날이야기 같네?’
―그 후예들이 나라를 잊지 않으려고 크롬이란 이름을 물려주고 받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다만…….
‘그렇겠지. 설마 아겔페스처럼 이상하게 살아 있는…… 하이로드가 있으려나?’
중얼거리던 투란은 문득 오싹함을 느꼈다.
드라고니아가 그 오싹함에 살짝 동감한다는 듯, 그러나 한편으로는 뭘 이제 와서 그러냐는 듯이 말한다.
―투란, 이 도감은 셋이 현재 활동 중인 것을 확인했다고 하고 있다.
‘으윽, 젠장! 무섭잖아!’
―뭐? 왜 네가 무서워해?
‘하나도 아니고 셋이나, 최상급 몬스터 로드보다 훨씬 세다는 작자들이 세상에 있다니! 갑자기 만나서 험한 꼴 당하면 어쩌냐고!’
―쓸데없는 걱정이잖아. 소문이나 전설로만 알던 이를 실제로 만날 경우가 얼마나 된다고.
‘저기요? 이보셔요, 지금 누가 그런 소리를 하고 계십니까?’
투란이 드라고니아에게 으르렁거리듯이 기분을 토해냈다.
드라고니아도 잠깐 움찔하면서 슬쩍 침묵하는 척하며 대꾸하지 않았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투란은 넋두리하듯이 웅얼거린다.
‘키린을 만난 거는 참 잘된 일이라고 생각해. 엄청 곤란할 때 만나서 큰 도움을 받았으니까. 덕분에 널 떠맡게 되기도 했지만…… 수다스럽더라도 딱히 짐이 되거나 방해는…… 음, 좀 했었지? 아무튼 이 하이로드들이 키린처럼 착하다고 여길 수는 없어. 착하다 해도 나한테 착하게 군다는 장담도 못 하잖아? 만날 일 없을 거라고 몰라라 하기보다는 만날 경우를 미리 생각해두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그래, 몬스터 로드랑 개념이 다르니까 다른 방식으로 대해야겠지. 음, 설마 황금매를 보면 바로 쳐죽인다거나 하지는 않겠지? 조심해야지.’
―조심해봐야 어떻게 해볼 상대는 아닐걸? 아무튼 드라코눔에서 겨우 그 행적만 좇고 있고, 이름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황이었다만…… 이 도감, 생각보다 대단하잖아?
길어지는 넋두리에 딴지 걸듯 끼어든 드라고니아는 투란에게 다시 도감에 집중하란 듯이 부추기고 있었다. 투란이 바로 고개를 쳐들고 목을 두드리며 소리 내서 중얼거린다.
“목 아파. 허리도 뻐근해. 으읏, 책 읽는 거 쉽지 않구만!”
―독서대라도 만들고 똑바로 앉아서 보지그래? 침대 위에서 쪼그리고 굽힌 채로 보니까 몸이 불편해하는 거다.
‘독서대?’
투란은 갸웃했다.
곧바로 드라고니아가 투란의 심상 속에 보여줬다.
탁자 귀퉁이인 듯한 작은 기둥 위에 비스듬히 놓인 넓은 판…… 그 위에 책을 올려놓는 광경이었다.
‘헤에? 나무 잘라와야 하나?’
그 모양을 가늠하면서 투란은 생각해봤다.
적당한 통나무를 가져다가 이리 깎고 저리 깎는 상상을 하는데, 바로 드라고니아가 투란에게 말한다.
―무슨 소리야? 무장생성을 응용하면 바로 당장 꾸밀 수 있는데.
‘응? 어떻……?’
투란이 의아해하는 순간, 윌 라이트의 마력이 움직였고 방바닥에서 엷게 벗겨진 나무가 담요처럼 펄럭이며 일어나 꼬이며 독서대의 형상을 이뤘다. 침대에 걸터앉아 바로 앉으면, 비스듬히 누운 듯이 기울어진 판 위에 올려놓은 책을 바로 읽을 수 있는 모양…… 망설일 것 없이 투란은 도감을 그 위로 올려놓고 옮겨 앉았다.
‘와, 편하네!’
쪼그리고 내려다볼 때랑 다른 것을 느끼면서 투란은 도감의 페이지를 만지작거렸다. 아무렇게나 촤악 펼쳐도 금방 쏙쏙 눈에 들어올 듯한 것이 꽤 보기 좋았다.
‘하이로드는 그만 보고…… 이름 알았으니까 조심하는 걸로 하고, 또 뭘 찾아보지? 음, 키린이나 너에 대해서?’
하지만 막상 두꺼운 도감을 확인하면서 잔뜩 문자가 박힌 페이지를 보며 투란은 막막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는 바로 드라고니아를 으르렁거리게 했다.
―하지 마! 맨 처음부터 차분히 읽을 마음이 없으면 그동안 만난 몬스터에 대해서나 찾아보든가! 키린이나 나에 대한 건 빼고!
켈 데릭의 가게에서 드러냈던 감정을 고스란히 재현하는 그 태도에 살짝 입가에 웃음을 매단 채로 투란이 문득 떠오른 바를 묻는다.
‘그렇게 다른 거냐? 진짜 너랑 그 그림이랑? 그러면…… 이 도감에 있는 정보가 완전히 정확하다고는 못 한다는 거잖아? 흐흠, 다른 부분도 조금씩 그런 면이 있겠지?’
―있을 수밖에 없다. 보는 관점에 따라서, 기록하는 시기에 따라서, 근본적으로는 정보의 수집방법에 따라서 기록은 달라질 수밖에 없으니까. 하지만 굉장히 높은 수준으로 가공된 정보가 담긴 도감이란 점은 분명하다. 뭔가 감추고 왜곡한 것보다는 있는 그대로 정보를 수록하고 있다고 여기고 참고하기 좋아. 물론 여기 수록된 뭔가를 만난다면 그 기록만 믿고 어떻게 해보려고는 하지 않는 게 좋겠지. 현실의 상황이란 쉴 새 없이 변화하니까.
‘음, 그렇겠지. 게다가…… 어디서부터 어떻게 봐야 하는지도 모르잖아, 이 두께를 언제 다 읽느냐고. 한마디라도 아는 것부터 찾아본다고 해도, 엄청 복잡하게 꼬인 실 매듭을 푸는 것처럼 귀찮아질 것 같아. 정말로 이거는 어떻게 다루는가 먼저 배워야 할 것 같다고.’
―그렇지, 네 경우에는 특히 더 그렇다고 봐야지.
‘잉? 내가 뭘!’
툴툴거리면서 투란은 하이로드의 페이지를 좌우로 다시 훑어보다가 문득 깨달았다.
하이로드에 대해서 기본적인 설명, 그 이름까지 적어뒀음에도 그림이 없었다.
그들에 대한 초상화라든가, 생김새에 대한 말까지도 전혀 없었다.
마치 들어서 그 모습을 짐작할 수 없는 이름이야 아무래도 좋지만 그 외, 보고 알 수 있는 구체적인 정보는 감추기라도 한 듯 불쑥 투란이 물었다.
‘쥴 마르테인은 어떻게 생겼어?’
―음? 생김새? 음, 멀쩡한 인간? 딱히 외모에 대한 기록은 없었다만.
‘그려놓은 모습도 없어? 현재 활동 중이라잖아, 그러니까 이 하이로드를 만나면 알아볼 수 있는 그런 거 말이야.’
투란이 조금 파고들듯이 묻자 드라고니아도 알아차린 듯 대답한다.
―아마 그런 정보는 어디에도 없을걸. 긴 세월을, 인간으로서 한계를 뛰어넘은 긴 세월을 살아온 이들이다. 그런 식으로 자신들의 신상이 누출되어 귀찮아지는 일은 피하고 있겠지. 어쩌면…… 그들도 로열클래스로 보호받고 있을지도 모르는 거야.
‘어? 그럴 수도 있네! 아, 그렇다면 이 도감도 상아탑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거네? 으흠…… 나에 대해서도 꽤 감춰져 있겠지?’
―아니, 네 경우에는 아예 정보로서 취급도 안 되도록 해놨겠지. 이름부터 시작해서 얼굴까지, 제대로 너에 대해 아는 이는 홀시딘이나 여기 남매가 아니라면 아무도 없을 거다. 감추고 어쩌고 하기 전에, 너란 녀석이 이 세상에 있다는 것조차 아무도 모를 거야. 왜? 억울하냐? 명성이 없어서 아쉬워?
‘아쉽지 않아. 명성이 맛있는 거 먹여주지는 않잖아. 금전이 있으니까 그런 거는 아무래도 좋아.’
―먹을 것이 판단의 기준이더냐!
‘중요한 거잖아, 못 먹으면 굶어 죽는다고! 명성이 뭐 먹여주는 곳이라도 있어?’
―어쩌면 있을지도 모르지!
‘어쩌면에 기대고 있다 굶어 죽는 거야! 어흠!’
꾸짖는 것처럼 소리 없는 외침을 터뜨리고 나서 투란은 바로 헛웃음을 흘리며 씁쓸한 표정을 짓고 말았다. 금전이 아무리 많아도 소용없는 곳 또한 있으니까. 그런 곳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알아야 할 것, 필요한 것은 ‘지식(知識)’이었다. 자신이 머물게 된 곳에 대한 자세한 정보,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앎이야말로 금전이나 명성이 쓸모없는 곳에서 살 수 있는 수단이었다.
키린이 대도감에 대해 말해주고 반드시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두란 말을 한 것 또한 그 때문일 터…….
‘이거 어떻게 제대로 읽는가는 역시 파쿠란이 와야 알 수 있는 거냐?’
투란은 장난처럼 오가던 이야기를 저 멀리 날려 보냈다는 듯이 불쑥 물었다.
드라고니아도 조금 진지하게 대답한다.
―글쎄, 일단 제작한 마법사의 스타일에 대해서 알아야 뭘 시도해보든 할 수 있다 싶다만…… 인덱스부터 확인해봐라. 로어를 사용하는 스타일로 봐서는 인덱스 처리가 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니까.
‘인덱……?’
투란이 갸웃하니 드라고니아가 재촉한다.
―소리 내서 해봐.
“인덱……스?”
투란의 입가에서 웅얼거림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