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757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753)
“전설적인 몬스터 로드가 잡아서 삼킨 최상급, 상급 이상의 몬스터에 대해 알고 싶어! 그런 몬스터의 목록을, 강하고 쓸모가 아주 많은 것으로 골라서 백여 가지 정도만 알려줘!”
세 페이지가 들러붙어서 활짝 펼쳐진 모양이 도감, 두 페이지는 두꺼운 두께를 깐 채였고 한 페이지는 표지 한편에 들러붙어 가볍게 휘날릴 준비가 된 것처럼 보이는 도감이 파르르 떨었다.
마치 투란의 요구가 뭔 장난이냐고 따지는 것처럼, 누구한테 뭔 소리를 하느냐고 으르렁거리는 것처럼 가볍게 진동하던 도감이 금세 펄럭이면서 넘어가더니 옆면이 보라색으로 물든 한 무더기의 페이지를 중심으로 가득 몰아 펼쳐놓고 얌전해졌다.
―그런 말에 반응했어! 검색이 그런 앞뒤 없는 소리로도 된다고?
드라고니아가 화들짝 놀랬다.
투란은 살짝 음흉한 웃음을 띤 채로 으쓱하는 말투로 중얼거린다.
“역시, 단순하게 쓸 수 있었군!”
―뭐? 단순? 지금 요구한 말이 단순했다고 할 참이냐?
어처구니없어하는 드라고니아였고, 투란은 소리 없이 대꾸한다.
‘복잡한 거 신경 안 쓰고 쉽게 물어본 거잖아. 흔히 할 수 있는 단순한 말이라고. 거기에 도감이 응해줬어. 이런 물음도 예측하고 대비되어 있다는 거잖아. 그러니 단순하게 쓸 수 있는 거라고. 잘 모르는 사람도 이용할 수 있게!’
―금전 오십 닢만 있다면 말이지.
‘어? 어, 그게 좀 난관이기는 하네.’
뭔가 어울리지 않는, 드라고니아답지 않은 듯한 지적이었지만 투란은 순순히 인정해야 했다.
아주 특별한 가게에서 특별판매를 한다고는 하지만, 그 가게를 찾아간 자라면 금전만으로 충분히 구할 수 있었다. 그 금전을 평범한 사람이 쉽게 마련할 수 없다는 것이 역경(逆境)이라 할 수는 있겠지만, 왠지 그 가게에 도달한 이들에게는 그리 문제일 듯한 느낌이 아니었다.
그래도 역시 가장 까탈스러운 도감의 획득 조건은 역시 금전이기는 한데…….
“범용성으로는 타우루스?”
복잡해지려는 생각은 훌쩍 치워버리고 투란은 엷게 보라색으로 물든 테두리를 지닌 페이지 첫 부분을 읽고 소리 냈다. 곧바로 투란의 눈길이 그다음을 훑어내렸고, 거기에 적힌 내용을 확인했다.
⚫ 춤추는 산맥 북부, 폐허의 황무지에서 다수 서식 중.
⚫ 고대의 잔해를 미궁 삼아 근거지로 활용하기도 함.
⚫ 이종(異種)과의 교배를 강제하는 본능으로 번성하는 시기가 주기적으로 발생.
⚫ 살육의 흥분, 난폭한 성질이 몬스터로서의 고유특성. 때문에 몬스터 로드에게 오히려 제어하기 쉬운 몬스터 에센스를 발생시키는 경우.
⚫ 기본형태가 인간의 오체(五體)에서 두부(頭部)만을 소로 바꾼 모습이기에 몬스터 로드가 위화감 없이 다루기 쉬운 신체를 형성.
⚫ 체격이 다소 커지기는 하나, 인간의 도구를 다루기 어렵지 않은 수준이므로 몬스터 로드가 각종 병기, 무구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은 아주 큰 장점.
⚫ 보유한 재생 능력은 개체 간의 격차가 심하기는 하지만 자상(刺傷), 열상(裂裳), 타박상에는 어느 개체라도 압도적인 회복력을 발휘함.
⚫ 두부(頭部)를 이루는 소의 형태에 따라 다양한 능력의 변이가 발견되며, 품종 표준에서 벗어난 개성화가 심할 때가 많음.
⚫ 괴력, 털가죽의 견인(堅靭)함이 유명하며 최하의 수준인 타우루스라 하더라도 중급 이하의 평가는 없음.
“헤에, 그야말로 전설적인 몬스터잖아.”
투란은 어렴풋이 들었던 소머리 몬스터에 대해 떠올리며 읽은 내용과 비교하다가 중얼거렸다.
―과연 이렇게 보니 범용성이란 말의 의미가 명확하군. 몬스터 로드에게 활용도가 생각보다 높은걸.
드라고니아도 뭔가 의외의 것을 보았다는 듯이 말했다.
투란이 볼을 긁적이면서 소리없이 말한다.
‘몬스터 로드를 군단병으로 고용해서 엄청난 전과(戰果)를 얻었다는 경우도 이 타우루스의 몬스터 로드였다고 하던 걸. 고무쇠 아저씨도 그렇고, 다들 타우루스의 몬스터 로드라면 해볼 만하다고 부러워했어. 아, 그래. 몬스터 로드가 되고 싶지 않아도 타우루스의 몬스터 로드는 부러워한 거지.’
―바로크 왕국 이야기인가 보군. 거기는 전통적으로 몬스터 로드로 이뤄진 군단을 꾸며왔으니까.
‘응? 아니, 에테온에서도 그에 못지않은 군단이 있을걸? 에테온 왕국에서는 아예 군단마다 몇 명씩 몬스터 로드를 채용해뒀다던걸. 타우루스의 몬스터 로드도 아마 에테온 쪽일 거야.’
―망할 키린 녀석 때문이군!
‘어? 어, 아마도?’
투란은 키득거렸다.
자세한 사정은 모르지만 투란도 얼핏 들은 바가 있었다.
키린으로 인해, 그 아버지인 반역의 패왕으로 인해 몬스터 로드에 대한 대우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한편에서는 그게 부적의 비전이 공개된 탓이라고 하기도 했지만, 아들인 키린이 몬스터 로드이기에 에테온의 패왕은 노골적으로 몬스터 로드를 섭외해서 군단의 일부로 밀어넣었고 큰 성과를 낸 덕분이라고 말이다.
덕분에 투란은 부적을 사용하기 이전의 몬스터 로드에 대해서 제대로 들은 바가 없을 정도였다. 단지 부적 없이 몬스터 로드 될 생각은 절대로 하지 말라는 것만 들었을 뿐이다.
하지만 지금 자신의 상황을 떠올리면, 투란은 뭔가 상식에서 벗어나 붕 뜬 기분이 짙어질 뿐이었다. 해서 바로 화제를 돌리는 생각을 하니…….
‘그러고 보니 나 타우루스는 만난 적이 없네?’
―타우루스를 가축처럼 도륙해서 먹어치울 녀석들은 가득 있었잖아. 그 타우루스에게 잡아먹힐 만한 녀석들도 많았지만…… 소의 형태를 한 몬스터라면, 플레임불이 있잖아.
‘그건 그냥 불 지르는 소였고!’
툴툴거리면서 투란은 타우루스의 특이개체란 부분이 묘한 문자인 것을 살피고는 다음 항목으로 넘어갔다. 타우루스 중에서 유명한 녀석들을 따로 살펴본다 해도 왠지 다들 누군가에게 이미 잡혔거나 잡아먹혔을 듯했으니까.
“어라, 고블린?”
그런데 조금 뜻밖의 몬스터가 타우루스의 다음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드라고니아는 투란이 놀란 것이 재미있다는 듯이 살짝 놀리는 말을 한다.
―고블린 무시하지 마라. 숫자로만 날뛰는 녀석들이 아니라고. 수가 많아서 특이개체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몬스터이기도 하니 말이야.
‘아니, 그런 말은 많이 듣기는 했지.’
뒷머리를 긁적거리면서 투란은 갸웃했다.
고블린은 몬스터 로드가 처음 되었을 때, 군단이 수거한 잔해 속에서 꽤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몬스터 에센스로 유명했다. 어쨌든 몬스터 로드가 되기 위해서 고블린이라든가, 강가에서 쉽게 발견되는 게 닮은 몬스터의 정수라도 품어야 하니까. 괜히 보이드 엠블럼으로 사서 고통받다 죽을 생각이 없다면 뭐든 있어야 하니까 그런 경우에 쉽게 얻을 수 있고, 쉽게 거래되는 품종이었다.
그러니 타우루스라는 범용성, 제어가 쉬운 몬스터 다음으로 고블린이 나온 것은 당연하다 할 수 있기는 했지만, ‘전설적’이라는 조건에는 굉장히 거리가 멀어 보이는 품종이잖은가.
때문에 갸웃하면서 투란은 고블린의 항목을 읽어 보았다.
⚫ 어지간한 독에 대해 강한 내성을 지녔고, 스스로 독자적인 독을 생성해내기도 한다. 경험한 독극물에 대해 내성을 키울 수도 있으며, 그 독극물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독성물질을 생성하기도 한다.
⚫ 육체적인 기량, 신체적 특성은 하급일지라도 생성해낸 독성물질의 위력으로 상급 몬스터조차 위협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아예 단독으로 사냥도 해낸다.
⚫ 몬스터 헌터의 기본인 덫사냥의 기술을 지닌 자가 몬스터 로드가 되었을 때, 포이즌 고블린의 특성은 상급 수준에 이를 때까지 쉬지 않고 써먹을 수 있는 길잡이로 적합하다.
⚫ 포이즌 고블린의 가장 큰 강점은 성장한다는 것. 몬스터 로드가 연금술의 지식을 바탕으로 그 기량을 성장시킬 경우, 한계를 짐작할 수 없다.
많이 들어서 귀에 익숙한 품종, 겪어보기도 했던 몬스터인 고블린이 이 생각보다 대단한 잠재력을 지녔다고 주장하는 셈이었다.
―키우기 어려운 대신에 상한(上限)이 없다는 얘기인가. 흠, 이런 식으로 생각해볼 수도 있었군.
‘너도 처음 듣는 얘기야?’
―전설적으로 성장시킨 포이즌 고블린을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으니까. 넌 있냐?
‘없어.’
대답하며 투란은 머리를 흔들었다.
알려진 적이 없지만, 아무래도 이 도감은 누군가 포이즌 고블린을 그리 활용했다든가 혹은 그러기를 기대하고 수록한 이야기인 듯싶었다. 문제는 포이즌 고블린이 그렇게 희귀한 몬스터가 아니란 것, 호드 안에 열에 한두 마리는 입에서 침을 툭툭 뱉는데 그게 독이란 것!
―뭐, 어디까지나 키워내는 역량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니까.
‘……그렇겠지?’
조금 미심쩍어하면서 투란은 고블린의 다음 항목으로 눈길을 옮겼다.
포이즌 고블린이 아닌 다른 고블린에 대해서 나왔다.
⚫ 흔하지만 특이종으로 분류되는 고블린 위키드 중에서 도구를 다루는 것에 흥미를 느끼고 집중한 경우. 대규모 호드 안에서 자주 발생하며, 고블린 호드가 지닌 무기를 격상시키는 주범.
⚫ 위키드로서의 마법적인 파괴능력을 내다 버린 대신에 메카니컬은 인간의 도구를 기발하게 변화시킨 도구를 작성해낸다. 극단적인 경우, 사용하는 존재 없이 홀로 날뛰는 미친 인형(人形)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 몬스터 로드가 위키드를 삼킬 경우, 그 파괴적인 마법능력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지만 어쩌다 메카니컬을 삼켰을 때 포기하지 않고 그 능력을 개발할 수도 있다. 전차 괴수라는 걸작 또한 그런 과정에서 만들어졌다.
⚫ 전차 괴수를 룬디아크 공방에서 매입 후, 분해 분석한 결과로 고블린 메카니컬이 제작한 도구는 이단적이고 이질적인 요술을 간직하고 있어서 기술적으로 재현할 수 없음이 밝혀졌다.
⚫ 메카니컬의 몬스터 로드가 키클롭스를 모방한 전차 괴수를 만든다는 소문이 돌았으나, 결과물은 드러난 적이 없다. 하지만 그 시제품이라는 의수(義手), 의족(義足)이 떠돈 적이 있어서 키클롭스를 닮은 전차 괴수가 제작되었을 가능성은 매우 크다.
투란에게는 하클을 떠올리게 하면서 살짝 눈을 반짝이게 하는 이야기였다.
‘전차 괴수라니, 그게 대체 뭐야?’
―전차에 괴수의 형태를 부여하고, 그 기능을 활용하는 경우라고 들었다만…… 유지하고 보수하는 비용이 생각보다 엄청나서 고대에 폐기된 발상이라고 하던데?
‘고대? 고대가 왜 나와?’
어리둥절해서 투란이 되물었다.
쓴웃음 짓는 듯한 낌새와 함께 드라고니아가 대답한다.
―전차 괴수라고 생긴 대로 말했지만, 고대에도 그 비슷한 발상이 있었다는 얘기야. 갑주(甲冑)를 거대화시키고 조종할 수 있다면 대형 몬스터랑 맞설 수 있으니까 말이지. 춤추는 산맥의 고대 왕국에서는 결국 거대화 마법을 완성시키기는 했지. 하지만 그 전에 기계적인 형태의 도구를 이용해 여러 가지 시도를 했다고 하더군. 소모되는 자원과 한바탕 싸운 다음의 유지보수가 너무 힘겨워서 포기했지만 말이야.
‘전혀 다른 것 같은데? 여기 나오는 전차 괴수랑 거인크기의 대형갑옷이랑 대체 어디가 닮았다는 건지 모르겠어. 흠, 둘 다 직접 보고 비교해볼 수도 없으니…… 에잇, 몰라! 별 이상한 고블린 위키드가 다 있구만!’
―그런 말이 나오냐? 너도 거미의 능력으로 비슷한 짓을 했잖아! 하클의 도구를 분석해서 따로 만들어낸 놈이 그런 말을 하면 안 되지!
‘몰라! 이런 녀석 삼켜서 이상해질 일은 없다고 넘겨! 아, 그런데 고블린이 또 있잖아? 와, 정말 고블린이 전설적인 짓거리를 하기는 하는 모양이네?’
투덜거리며 다음 항목을 보다가 투란은 입꼬리를 뒤틀면서도 놀랐다.
수만의 숫자를 과시하며 떼로 몰려와서 전쟁하다가 와르르 무너지고 사라져가는 경우가 대부분인 고블린이잖은가. 하물며 특이한 개체도 아니고, 그중에서 제법 흔하게 볼 수 있는 고블린이 전설적인 기량으로 성장 가능하다니…… 뭔가 세상에 쓸모없는 것은 없다는 할배들의 말이 괜히 무게를 잡는 듯해서 묘하게 언짢아진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냐?
드라고니아가 투란의 복잡한 심경을 알아챈 듯, 납득할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
‘음, 물건 아끼라고 잔소리하는 할배 같다고. 고블린이라고 무시하지 말라면서 말이야. 더 좋은 거 잔뜩 있고, 이제는 안 쓰는 물건인데도 버리지 말고 한곳에 얌전히 놔두라고…… 샤오 할배가 그런 걸로 괜히 막 욕하고 그랬거든. 음, 역시 기분 나빠! 못된 할배였어!’
다소 엉뚱한 대답을 하는 투란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투란의 눈앞에 펼쳐진 도감은 전설적인…… 전설이 될 수 있다고 부추기는 듯한 또 다른 고블린을 소개하고 있었다.
그 또한 고블린 중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