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758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754)
⚫ 나약한 고블린 위키드가 괴이한 발상으로 능력의 사용방식을 바꾼 경우, 품고 있는 몬스터의 정수조차 변화한 경우에 발생하는 고블린.
⚫ 내적, 외적 요인으로 인해 위키드로서의 제대로 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 고블린이 변이한 경우로도 여겨진다.
⚫ 온전한 위력의 불덩이, 번개, 서리를 뿜어내는 위키드와 달리 시늉만 하는 탓에 얼치기 위키드라 불리며 쉬운 상대로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그 쉬운 상대는 갓 발생한, 혹은 변이한 경우에 한정되며 경험을 쌓은 고블린 트릭스터는 성 하나에 버금갈 정도로 위험하다.
⚫ 마력의 소모, 몬스터로서의 특성이 약화된 대신에 자연적인 상태, 변화에 민감해지면서 이를 덫으로, 도구로 활용하는 특성을 갖추게 된 것.
⚫ 덫잡이 몬스터 헌터와 똑같은 성향이나, 휴대용 도구를 이용해 즉석에서 덫을 발생시킨다는 점에서 요술 쓰는 덫잡이라 할 수 있다.
⚫ 고블린 트릭스터가 몰래 성벽 안으로 침입해서 하룻밤 사이에 성을 덫으로 바꿔 몰살시킨 사례도 있다.
⚫ 직접적인 전투 능력은 미약한 경우가 많으나, 봇짐이라도 지고 있는 경우에는 흉기를 든 몬스터로 취급해야 하며 매우 위험하다.
⚫ 몬스터 로드가 고블린 트릭스터를 얻었다 해도, 영리하지 못하면 아무 쓸모가 없다. 지혜로운 몬스터 로드라면 간단히 상급 몬스터를 사냥할 사냥터를 확장할 수 있으니, 얻는 자에 따라서 그 위용이 천차만별인 몬스터라 할 수밖에 없다.
“이거 혹시 요술쟁이 고블린?”
―그런 것 같군. 이쪽이 훨씬 더 정리된 개념이지만, 흔히 알려진 요술쟁이 고블린이랑 거의 일치하는 듯이 보인다.
투란이 예전에 들었던 이야기를 떠올리니 드라고니아도 동의했다.
하지만 동시에 투란은 위화감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마력이 떨어진 위키드 시늉을 하면서 헌터 파티를 끌어들인 다음에 산사태를 일으킨다거나, 다른 몬스터나 마수의 영역으로 끌어들인다거나 하는 속임수를 쓰는 괴팍스러운 고블린이 있었다고 했다. 그 잔재주와 머리 굴리는 꼴이 길거리에서 마법사인 척하며 재주를 부리는 요술쟁이랑 닮았다고 요술쟁이 고블린이라 부르기는 했는데, 그놈에게 당한 몬스터 헌터의 수가 수백이 넘어갔고 그 결과가 밝혀진 다음에야 겨우 특별한 파티를 꾸며서 간신히 사냥했다고 하는…… 고블린이면서도 수백 년 동안 꽤 유명했지만 거의 유일한 경우였다.
‘그거, 아주 특이한 품종이라고 했는데?’
―거기까지 성장한 경우가 드문 거겠지. 이것도 경험과 단련으로 성장하는 경우잖아. 쉽게 얻지만 쉽게 발휘할 수 없는 능력이란 거지. 대놓고 지혜로워야 한다고 하잖냐.
‘음…….’
투란은 다시 ‘지혜로운 몬스터 로드’란 부분을 흘깃했다.
‘영리하지 못한’ 이란 부분으로도 눈길을 옮기면서 투란은 씁쓸하니 한숨을 쉬고 말았다.
몬스터 로드는 자신이 삼킨 몬스터의 본능을 억제하기 위해 힘겨워한다. 쉽게 다룰 수 있는 본능의 몬스터는 약한 경우가 많고, 다루기 어려운 몬스터는 그만큼 강력한 경우가 많았다. 몬스터 로드로서는 다루기 쉽고 강력한 것을 원하지만, 세상 그리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알라는 듯이 그런 경우는 드물다!
이 도감은 그런 상황을 비꼬려는 것인지, 아니면 안타깝다고 가르쳐주려는 것인지 꽤 애매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셈이었다.
‘다 팔아버렸으니, 나도 멍청한 쪽이려나.’
투란이 왠지 배 속이 뒤틀린 느낌으로 소리 없이 중얼거리니…….
―이런 고블린 없이도 넉넉히 강하잖아. 금전 주머니를 차고 동전 탐내는 거냐? 그런 면에서 멍청하다고 자각한 것이라면 칭찬해주고 싶군!
‘욕이야, 칭찬이야? 분명히 하라고, 분명히!’
꽤 멀리 에두르고 있는 드라고니아의 말에 투란은 투덜거리면서 페이지를 넘겼다.
뭔가 고블린에 대해 더 보고 있자니, 쟌과 함께 실컷 잡아다 은전 꾸러미로 바꾼…… 그나마 그것도 대부분 쟌에게 줘버린 일이 떠오르면서 좀 더 삼키고 살펴볼 것이라는 묘한 아쉬움이 짙어질 뿐이었다. 그래서 과감하게 아예 다음 항목의 몬스터로 넘어가는 것인데…….
―아, 벌레다.
‘썩을! 벌레잖아!’
조금 다른 태도로 투란과 드라고니아가 읽기 시작했다.
⚫ 몬스터 로드가 보통 외면하기 쉬운 벌레 계열의 몬스터 품종.
⚫ 작은 벌레 형태일 경우, 한두 마리의 정수를 섭취해서는 그 능력을 아예 발휘 못 하는 경우가 많아 당연히 외면한다.
⚫ 선호하는 벌레 형태는 거대화, 대형화가 이뤄진 특별한 경우에 한정.
⚫ 작은 벌레를 둥지 단위로 섭취할 경우, 몬스터 로드가 작은 벌레의 능력을 자신의 신체에 적용해 활용이 가능해진다. 대표적인 예로, 몬스터 로드 벤담이 둥지 짓는 벌레의 군체를 삼킨 경우가 있다.
⚫ 정수의 총량이 적다 해도 많이 삼키면 그 능력이 충분히 발휘되며, 그러려는 경우에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몬스터 인섹트의 품종을 선별한다.
‘어라, 이거…….’
―호오? 이건…….
읽어가다가 투란은 갸웃했고, 드라고니아는 끄덕했다.
구체적인 몬스터의 사례를 대신해서 몬스터 로드에게 뭔가 알려주려는 듯한 정보, 도감은 확실하게 몬스터 로드를 향해 쉽고 빠른 시작이라도 그 미래가 찬란할 것이라고 알려주는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투란이 내던진 물음을 어떤 식으로 해석해서 나온 답인가를 따지자면 꽤 이상하고 애매한 이야기이기는 한데, 어쨌든 전설적인 수준에 오르기 위해 가야 할 길을 보여주는 셈이었다.
그래서 고블린은 그저 맛보기였을 뿐이란 듯, 그다음에는 몬스터 로드가 외면하고 몬스터 헌터가 지긋지긋해하는 벌레무리 형태의 몬스터를 꺼내놓은 듯했다.
⚫ 쇠뇌살처럼 쏘아진 듯이 날아가는 풍뎅이형 몬스터.
⚫ 작으나 그 갑각(甲殼)의 강도(剛度)는 강철의 수백 배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끓는 물에 담그거나 불덩이 속에 던져 넣으면 금방 속이 익어 죽는다. 사냥 난이도는 하급, 가끔 떼로 몰려나오면 복잡한 사태를 일으키기 때문에 번식하지 않도록 헌터 길드에서 주의하는 몬스터.
⚫ 몬스터 로드가 한 마리의 정수를 삼키면 손톱만큼의 갑각을 얻는다. 두 마리를 삼키면 손등을 덮을 정도의 갑각을 형성할 수 있다. 세 마리를 삼키면 갑각이 손을 완전히 감싸고 손목에 이른다. 네 마리를 삼키면 팔뚝으로 갑각이 번지기 시작한다. 다섯 마리째에 이르러야 어깨에 도달하는 갑각, 하지만 온몸을 덮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고작 열 마리일 뿐이다.
⚫ 삼키는 과정이 애매하고 복잡해서 외면받으나, 일단 열 마리의 에센스를 섭취하게 되면 볼트 비틀의 순발력과 갑각으로 무장(武裝)이 가능해진다.
⚫ 볼트 비틀의 본능은 똥 굴리기. 야생의 풍뎅이랑 똑같다. 지저분해도 금방 해소 가능한 본능이지만, 굳이 똥을 굴려서 해소하지 않고 체력을 파괴적으로 소모해도 사라지는 본능이라 제어가 쉽다.
⚫ 솥에 맑은 물을 담고 열 마리 이상 한꺼번에 삶아서 물렁물렁해진 다음에 불에 구워 피를 떨구는 방식이 몬스터 로드에게 최대한의 정수를 제공한다.
“삶고 구워? 그렇게 쉽다고! 비전이잖아, 이거!”
투란이 화들짝 놀라서 외쳤다.
벌레형 몬스터의 문제는 작은 놈이 단단하다는 것, 때문에 몬스터 로드가 엠블럼을 사용하기도 애매한 크기일 때가 많다는 것…… 기타 등등이었다. 한마디로 한번 해보면 다음에 또 할 마음이 완전히 사라지게 한다는 것이 고무쇠 아저씨를 비롯한 여러 사람의 증언이었다.
한데 도감에서 제공하는 방법은 삶아서 뭉쳐 구운 다음에 한꺼번에 삼키는 것이다. 이쯤 되면 날로 먹는다 해도 될 지경이잖은가.
―딴 것도 삶고 굽나 본데? 아니, 짓이겨 끓인 채로 그냥 정수가 섭취되기도 한다고?
드라고니아는 볼트 비틀의 다음 것을 빠르게 읽으며 놀라고 있었다.
‘뭐? 짓이겨 끓여?’
무슨 요리라도 하자는 것인가 싶어 투란도 그다음을 읽어 보았다.
⚫ 진흙탕 속에 매복해서 진흙을 산성화(酸性化)시키는 벌레로 악명을 휘날린다. 모르면 함정에 빠진 꼴이나 알면 흙과 물로 짓이겨 쉽게 밟아 죽일 수 있는 탓에 최하 랭크의 몬스터로 분류되며, 몬스터이면서도 악동 취급이나 받는 정도.
⚫ 찾으려면 눈에 잘 띄지 않는다는 말이 무색하게 항아리에 가득 담긴 채로 팔리기까지 하는 경우로 연금술사들이 산성액을 쉽게 얻기 위해 애용하는 몬스터. 연금술사는 산성액뿐 아니라 산성에 저항하는 도구제작에도 이를 이용한다.
⚫ 슬러지 슬러그가 발생시키는 산성액은 그 정의대로 부식(腐蝕), 용해(溶解)의 특징을 가득 담고 있다. 진흙탕을 그렇게 물들이고 그 안에서 머물 수 있는 것은 슬러지 슬러그가 지닌 가장 강력한 특성.
⚫ 작아도 몬스터답게 칼날에 끊어지지 않으며, 지닌 중량의 수백 배가 되는 충격이 아니면 으깨져서 흩어지는 일이 없다. 단지 작기 때문에 매우 쉽게 밟혀 죽으니, 하찮게 취급당한다.
⚫ 짓이기고 물에 섞어 중화시킨 다음에 끓인 채로 몬스터 에센스의 섭취가 가능하다. 한 항아리 정도의 용량이면 몬스터 로드가 온몸으로 슬러지 슬러그의 형태를 형성할 수 있다.
⚫ 체중의 수백 배나 되는 충격량이 아니면 다치지 않는 몸이 되고, 칼날 계통의 공격에 상처 입지 않는다. 애시드 트릭을 이용해 체액을 방출하면 거대한 몬스터의 가죽, 껍질이라도 단숨에 물렁물렁하게 만들어 뚫을 수 있다.
⚫ 애시드 트릭: 손에 땀을 맺히게 하는 것으로 시작되는 기술. 슬러지 슬러그가 온몸으로 체액을 방출하는 것을 몸의 특정 부위에 집중함으로써 산성화의 농도를 급증시킬 수 있다. 10센티의 강철판을 1초 이내에 관통하는 것이 가능.
⚫ 애시드 트릭의 응용범위는 매우 넓다. 슬러지 슬러그의 몬스터 로드는 무해(無害)한 저농도의 산성체액도 방출 가능하며 이를 장비의 코팅용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이런 미친!”
투란은 경악했다.
―비전이겠지?
드라고니아가 차분하게 짚었다.
후욱, 숨을 몰아 들이쉬면서 투란은 입을 꽉 다물고 대답해야 했다.
‘당연하지! 그게 그렇게 강력하다니! 연금술사한테 가서 당장 한 항아리…….’
―얌마! 정신 차려!
‘……가 아니구나.’
툭툭, 자신의 머리를 쥐어박으면서 투란은 눈을 꽉 감고 숨을 고르며 진정해야 했다. 마음속의 충동은 당장 공방으로 뛰어가 한가한 연금술사를 찾아서 슬러지 슬러그의 항아리 하나를 사자고 외치지만, 이를 억누르며 투란은 자신을 다스렸다.
‘나중에 하자.’
―뭐라는 거야, 이 바보가!
결론을 내는 투란을 향해 드라고니아가 울컥했다.
움찔해서 투란이 변명을 소리 없이 흘린다.
‘가, 강해지고 싶을 뿐이라고.’
―헛소리 자꾸 할래?
본격적으로 성난 듯이 으르렁거리는 드라고니아였다.
투란도 조금 본격적으로 하소연하듯이 말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치만! 슬러지 슬러그로 만든 부식방어 용액을 장비에 바르고 사용할 필요도 없다잖아! 그 위에 강력한 산성액을 쳐바르고 공격용으로 쓴다잖아! 맨손으로도 몬스터 껍질을 펑펑 뚫어낼 수 있다잖아! 온몸이 웬만한 타격에도 버티고, 칼날도 안 통한다잖아! 고작 그거 한 항아리에 말이야! 은전도 아니고 동전 팔구십 닢이면 사는 항아리라고 그거!’
―슬러지 슬러그의 본능 항목은 안 보이는 거냐, 안 보는 거냐?
‘어? 그건…….’
투란은 도감의 한 부분을 흘깃했다.
드라고니아가 지적하는 부분, 그건 볼트 비틀과 다르게 살짝 위험한 냄새를 흘리고 있었다.
⚫ 몬스터 로드가 슬러지 슬러그를 완전히 억제하지 못하면, 땀이 많이 나는 체질이 된다. 그 땀은 보통 무해하겠지만 흥분하거나 긴장하면 즉시 강력한 산성으로 돌변한다. 완전히 억제한다 해도 전투 중의 흥분은 산성화 현상으로 바로 이어진다.
⚫ 애리드 새플링과 완전히 상반되는 본능, 몬스터 로드가 애리드 새플링을 함께 섭취할 경우 슬러지 슬러그의 본능과 교차시켜 서로의 본능을 억제시키기가 굉장히 쉬워진다. 다만 슬러지 슬러그와 달리 애리드 새플링, ‘메마른 나뭇가지’는 중급 이상의 평가를 받는 드문 경우이니 얻기 까다롭다.
⚫ 쉽고 유효한 본능의 대책으로 미크론 헌터의 경우를 흉내가 있다. 아예 살갗을 노출하지 않는 온몸을 감싸는 방어복이라면 슬러지 슬러그의 본능적인 체액방출이라도 별 탈 없이 억제 가능하므로.
“대책도 있네.”
―낯짝까지 둘둘 말고 다닐 자신은 있고?
‘가면도 쓰고 다녔잖아.’
혀를 날름하면서 투란은 점차 탐욕을 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