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759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755)
―벌레라고 웩하고 토할 것처럼 굴더니 왜 갑자기 욕심부리는 거냐? 대체 왜?
드라고니아가 투란의 일관성없는 행동을 짚었다.
투란은 입술을 삐죽이면서 바로 거친 숨결과 함께, 소리는 없는 대답을 한다.
‘쉽잖아! 구하기 쉬운 몬스터 에센스잖아! 이런 비전은 말 그대로 알면 당장 써먹을 수 있는 거라고! 저 고블린…… 위키드니 트릭스터니 하는 거랑 다르잖아!’
―다르긴 뭐가 달라. 벌레 몬스터의 정수를 구해 삼켰다고 해도 결국 그 능력의 사용법을 생각하고 단련해야 하잖아. 그러니 지금 너라면 오히려 위키드 파워를 이용해 마법을 모방하고 학습하는 쪽이 더 쉽지! 윌 라이트의 마력으로 진짜 마법을 쓸 수 있으니까, 굳이 흉내를 낼 필요도 없고 바로 쓸 수도 있고…….
‘아니, 그 모방이니 학습이니 하는 말만 들어도 내가 심장 두근두근 쿵쾅거려서 피하고 싶은 건데? 생각하고 단련하는 거는 당연히 해야 하고, 할 수 있어. 그치만 그 학습이란 거는, 역시 키린의 추억이 너무 강해서 말이야.’
―뭔 소리야, 대체! 학습이란 배우고 익힌다는 뜻이란 말이다! 생각하고 단련하는 것도 학습인데, 뭐는 좋고 뭐는 싫고…… 도대체 기준이 뭐냐?
‘웨엑, 학습이라고 하지 마! 그 소리 들으면 등골이 떨린다고! 단련하고 연습하는 거는 괜찮아! 하지만 학습이라면…… 너무 강제적이라고!’
―그냥 학습이란 말이 싫은 거였냐?
‘어, 모방도 싫어!’
―그건 키린이 ‘학습의 기초는 모방에서’라고 한 말 때문이겠네?
‘그렇지! 모방이면 학습, 바로 떠오른다고! 으아, 싫어!’
―투란, 몬스터 로드가 몬스터 에센스를 획득하고 하는 짓은 말이지, 몬스터의 형태를 모방하고 그 행동을 학습하는 것이다! 넌 몬스터를 학습하고 모방하는 몬스터 로드라고! 이상한 말장난하지 말란 말이다!
“으웩.”
투란은 혀를 날름거리면서 토 나온다는 시늉을 했다.
그러다 보니 정말로 키린에게서 강제로 주입받은 오러의 힘이 불끈불끈, 배 속에서 맴돌며 몸으로 따스하게 번져가잖는가! 그 오러는 뭔가 토해내야 할 상황이냐고 묻는 듯이 투란의 배 속을 훌렁 뒤집어서 정말로 구토시킬 것처럼 꿈틀거렸다.
‘아, 안 돼! 기억난다, 기억나!’
머리를 쥐어뜯으면서 도리도리 흔들어대며 투란은 숨을 고르고 몸을 안정시켜야 했다. 진짜로 먹은 것을 토해내지 않으려고!
드라고니아가 투란의 뇌리에 한숨을 콱콱 불어넣으며 말한다.
―하아아아, 대체 너란 놈의 생각이란 것이…… 흐아아아아! 키린, 이 나쁜 놈! 왜 날 이 녀석에게 떠넘겼냐고!
투란은 그 한탄을 무시하면서 숨을 고르고 다시 도감에 집중하겠다는 듯이 눈을 부릅떴다. 그런 투란의 마음가짐을 두들기듯, 곧바로 드라고니아의 으르렁거림이 쩌렁쩌렁 뇌리에 꽂혀들었다.
―쉽고 빠른 것만 찾지 말란 말이다! 넌 좀 더 자신을 단련해야 해! 쉽게 힘을 얻어 마구 휘둘러대려는 생각만 하지 말란 말이다!
‘야, 그런 적 없잖아. 마구 휘두르다니, 내가 얼마나 열심히 자제하고 있는데 그런 소리를! 아, 그리고 단련하려면 새로운 몬스터를 삼켜야 한다고, 몬스터 로드니까. 새로운 몬스터를 삼키고, 그 성질을 살피고…… 몬스터 로드에게는 그게 단련이야, 단련!’
―딴 놈들한테나 그러라 시켜! 넌 그런 틀에서 벗어나 있잖아! 너한테 지금 필요한 것은 마법을 이해하고 납득하는 거다! 마법의 구현심상을 제대로 품고 마력을 다루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윌 라이트를 내가 대리해서 부리는 것도 한계가 있단 말이다! 네가 보다 주도적으로 너 자신의 마력을…….
이어지는 처절한 포효 같은 잔소리에 투란은 머리를 이리 까닥, 저리 까닥하면서 도감을 눈 흘기듯이 보다가 두 손가락으로 윗부분의 여백을 짚으며 중얼거린다.
“여기, 다음에 다시 볼 수 있게 표시해줘. 지금 찾아놓은 이거, 전부 다 나중에 다시 펼쳐서 볼 수 있도록 해줘.”
손가락이 짚은 곳에서 뭉클거리며 위쪽을 향한 책갈피가 불룩 튀어나왔다. 튀어나온 책갈피는 위에서 굽어지며 고리처럼 보라색으로 물든 테두리 전체를 꿰듯이 묶는 모양이 되었다.
투란이 빙긋 웃었고, 잔소리하던 드라고니아는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이 광경에 대한 중얼거림으로 말머리를 돌리고 말았다.
―그딴 말에도 반응하다니, 이거 정말로 자아가 부여되지 않은 마도구인가? 도대체 얼마나 많은 상황을 가정했기에 이렇게…….
툭툭, 투란은 여백을 두드리면서 다시 말한다.
“고블린 위키드, 트릭스터의 능력…… 그 이상한 마법을 어떻게 쓸 수 있는가에 대해서, 어떤 식으로 성 하나에 버금가는 위험한 능력이 되는가에 대해서, 몬스터 로드가 본보기로 삼을 만한 것에 대해서 전부 알려줘.”
―뭐?
드라고니아가 멈칫하면서 의아해했다.
투란은 숨을 고르면서 소리 없이 지금 꺼낸 말에 보탠다.
‘네 말대로 마법에 대해 좀 학……이 아니고! 연구 좀 해보려고. 나한테는 위키드 파워가 필요 없어, 제대로 된 아케인 포스가 있으니까. 하지만 너나 세란드에게서 얻은 마법 주문, 그게 위키드는 몰라도 트릭스터가 쓰는 거랑은 완전히 다를 거잖아. 그러니까 지금 내가 트릭스터의 재주에 대해서 안다면 윌 라이트를 이용해서…….’
―트릭스터의 기술(奇術)을 마법으로 재현할 수 있겠지. 확실히 위키드 파워가 망가진 녀석의 흉내를 못 낸다는 것이 이상하겠군. 이건 좀 영리한 선택인데? 벌레에 집착하는 것보다 훨씬 나아!
드라고니아가 슬쩍 칭찬하는 말에 으쓱하던 투란은 그 끝말에 움찔했다.
그 낌새를 눈치챈 드라고니아가 쓴웃음과 함께 보태 말한다.
―결국 벌레는 나중에 챙길 속셈이었냐?
위키드도 못 되는 나약한 트릭스터, 그 기이한 요술은 당장 ‘어떻게’ 가능한가에 대해서 알아둘 수가 있어 보이지만 슬러지 슬러그의 항아리는 나가서 사야 했다. 그러니 투란은 일단 침대에 독서대까지 만들어 앉은 자리에서 먼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항아리는 나중에 틈을 봐서 구한다……라는 계획을 품은 셈이었다. 벌레 항목은 언제라도 들춰볼 수 있으니, 당장 급하게 굴 것이 없어 지닐 수 있는 여유라 할 수도 있었다.
이렇게 투란이 드라고니아에게 갖은 핀잔과 살짝 섞인 칭찬을 듣는 사이에 도감은 도도하게 펄럭이면서 새로운 페이지를 펼쳐놓고 있었다. 이번에는 묘하게 갈색으로 페이지 옆이 물들어진 채였다.
‘꽤 되는 모양이네.’
그 분량에 은근히 놀라면서 투란은 일단 페이지의 첫 부분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고블린 위키드, 고블린 트릭스터의 소개부터 나왔다.
⚫ 뒤틀린 마력, 때문에 위키드 파워 혹은 요력(妖力)이란 말로 표현되는 힘의 원천을 지닌 고블린. 몬스터 에센스에 담긴 힘은 바로 그 원천과 고블린 품종의 특성뿐이다.
⚫ 관점에 따라서는 고블린 위키드를 고블린의 원형으로 간주하는 경우도 있다.
⚫ 위키드 파워의 최초 학습 대상은 고블린의 발생지에 따라서 다르다.
⚫ 자연현상의 강렬함에 자극받은 채로 위키드 파워가 그 현상을 모방함으로 불꽃, 서리, 번개, 지진(地震) 등의 마법적인 위력을 발휘하게 된다. 이는 마법사가 마력을 기반으로 자연현상을 재현하는 것과 같다.
⚫ 자연현상보다 먼저 마법사를 만난 고블린은 그 마력의 흐름을 간파하고, 따라 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갓 생겨난 위키드는 칼과 망치로 찍어 죽이는 것이 안전하다.
⚫ 고블린 개체의 특성, 기량에 따라 학습 속도가 심하게 차이가 난다.
⚫ 고블린 위키드의 수준이란 학습 속도가 빠르고, 현상의 모방이 얼마나 실제 현상에 가까운가를 놓고 평가한다.
⚫ 고블린 위키드는 그 ‘요력의 원천’에 손상을 입었을 때, 절망하고 죽는다. 하지만 그 상실의 고통을 견뎌낸 채로 새로운 변이를 일으키는 경우가 있으니, 이를 고블린 트릭스터라 한다.
⚫ 손상된 ‘요력의 원천’은 모방에 심각한 결함을 일으킨다. 현상의 온전한 구현이 불가능해지는 것. 때문에 트릭스터는 현상의 재현을 포기하고 새로운 트릭, 기술(奇術)이라 불리는 영역을 개척한다.
⚫ 기술 중에서 범용성과 독특함을 동시에 갖춘 것으로는…….
“일초(一秒)의 환상(幻相)?”
투란은 멍하니 중얼거렸다.
왠지 긴 설명 끝에 등장한 트릭스터의 기술, 그 첫 번째는 아주 짧은 순간 동안에 환각현상(幻覺現相)을 일으키는 것이었다. 결코 지속되지 않는, 지속될 수도 없는 미약한 요력을 기반으로 일으킨 환각현상은 단순히 감각을 속이는 범주를 벗어나 있었다. 그 한순간 동안에는 상대를 백 년은 알아온 것처럼 착각할 수도, 오랜 시간을 알고 지닌 진실한 벗으로 여길 수도, 갑자기 온몸이 완전히 타버려 자신이 뼈다귀뿐이라 여길 수도 있는…… 대상과 범위가 아주 좁고, 겨우 일초가 최대시간인 환각현상은 실제로는 아무 변화도 없는 착각에 불과한 대신에 철저하게 상대방의 감각과 정신을 유린(蹂躪)할 수 있었다.
―대상이 드래곤이라도 일 초 동안 착각에 빠뜨릴지도 모른다? 굉장한 평가로군.
드라고니아가 투란처럼 맹한 소리를 웅얼거렸다.
투란은 당황스러웠다.
‘이걸 어떻게 쓰라고?’
확실히 기괴한 요술인 듯한데, 막상 어디에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가 생각하니 뚜렷하게 이거다 하는 느낌이 전혀 없이 망막하기만 하잖은가.
―이건 철저하게 위키드 파워를 필요로 하는 모양이다, 마법으로 흉내 못 낸다는데?
‘뭐? 도대체 이게 뭐야?’
뒤늦게 투란도 ‘일초의 환상’에 마무리에 붙은 한 구절, ‘마법으로 구현불가’란 것을 읽었다. 그 까닭은 고블린의 감각에 기반을 둔 채로 철저하게 위키드 파워의 파편을 활용하는 트릭이란 것!
‘어떻게 일초의 환상을 쓰는 건지는 설명이 없잖아! 게다가 쓸 수 있어도 어디다 써야 할지를 모르겠어!’
투란은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도감은 구체적으로 저 기술을 구현해내는 방법을 담고 있지 않았다.
그저 그런 기술이 있고, 어떤 위력을 발휘하는가에 대해서 싣고 있을 뿐이었다.
몬스터 인섹트를 소개할 때랑은 완전히 다르게!
―일점발화(一點發火)는 알기 쉽잖냐.
드라고니아는 ‘일초의 환상’ 다음에 소개된 고블린 트릭을 놓고 놀리듯이 말하고 있었다. 투란의 눈길이 자연스럽게 그리로 옮겨갔다.
⚫ 불씨를 일으킨다, 아주 작은 반점 한 곳에 집중해서 불씨를 심고 소재를 태우는 것에 불과한 고블린 요술로 알려져 있다. 알려지지 않은 부분은 소재가 무엇이든, 물질상태이든 비물질상태이든 상관없다는 것.
⚫ 고블린 트릭스터, ‘유령조차 소각(燒却)하는 자’란 별명이 붙은 개체의 특기. 하지만 다들 고블린 위키드로 알고 있다.
⚫ 돌에 불씨를 심어 돌을 태우는 불길이 자라났다는 소문이 있었다.
⚫ 이 개체를 손에 넣고 기술을 익힌 몬스터 로드의 설명에 따르면, 심상 속에서 키운 불꽃을 대상의 한점에 집중시켜 덧씌우는 것이라 했다. 위키드 파워가 물질, 비물질의 경계를 넘어서 단 한 점에 불씨를 구현한다는 것.
“얘는 또 뭐야.”
투란은 넋두리처럼 중얼거렸다.
마법을 다루다 보니 저 말이 익숙하기는 했다, 심상을 만들고 현실에 덧씌운다.
드라고니아가 끝없이 강조하는 말이기도 하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그게 쉬운 것은 아니었다.
마력을 심상에 담뿍 담아 현실에 밀어넣는다는 억지, 그것을 마법이라 일컫는다는 견해에 따른 설명이었고 투란에게는 따라 할 수는 있지만 납득할 수는 없는 말일 뿐이었다.
해보면 되지만, 왜 되는가는 모르겠다는 것!
그나마 ‘일점발화’는 드라고니아라도 이해할 수 있는 설명이 붙어 있지만, 그 뒤로 이어진 것들은 ‘일초의 환상’처럼 위키드 파워를 한 번 더 왜곡시킨 트릭스터의 독특한 기술이라 설명만 되어 있고 뭘 어찌해야 가능한가는 전혀 다루지 않았다.
―아무래도 이 항목은 몬스터 로드의 경험, 고블린 트릭스터에 대한 관찰을 기반으로 서술된 모양이다. 그러니까 능력을 발휘하는 고블린 트릭스터, 그 관점에서 뭘 어떻게 해서 기술이 구현되고 성립하는가에 대한 부분은 뭐라 할 수가 없었던 거겠지.
“그렇군, 알았어. 확실해졌어.”
투란은 중얼거렸고, 손을 뻗어 보라색 뭉치를 짚고 있는 책갈피를 쥐고 넘겼다.
―응? 뭐야, 더 안 봐?
“고블린은 나랑 안 맞아! 자아, 또 어떤 벌레가 있으려나! 기대되는걸! 어디 보자, 그래 타우루스가 여기 있고…… 벌레야, 벌레야……. 역시 비전이 최고야, 비전, 비전!”
쉽고 빠른 길을 찾아 투란의 눈길이 매의 눈동자처럼 예리하게 도감을 훑어내리고 있었다.
―이런 끈기 없는 놈 같으니라고! 고블린이 그 하찮은 위키드 파워로 학습하고 모방을 하는데 제대로 된 마력을 지닌 놈이……!
“흐흠, 볼트 비틀이 여기였고, 다음이 슬러지…… 오호홋! 그다음은 벌레둥지? 우와, 이건 또 뭘까!”
드라고니아의 말을 저 먼 곳의 메아리 취급하며 투란은 도감이 알려주는 몬스터 인섹트에 대한 비전을 찾아 헤매었다.